..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근다. 키 큰 나무들이 에워싼 계곡, 골짜기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마르면서 날아갈 듯 시원하다. 너럭바위에 큰 대자로 누워본다. 살랑거리는 가지, 나뭇잎에 부서지는 햇살, 은은하게 풍겨오는 나무 향기…. 신선도 부럽지 않다.
[산행을 겸할 수 있는 계곡]
울창한 숲속에 숨어 있는 바위계곡
강원 평창군 봉평의 ‘허브나라’는 이제 꽤 유명한 곳이 되었다. 그 허브나라로 들어가는 길옆에 흐르는 것이 흥정천으로 시내를 조금만 거슬러올라가면 숲이며 바위가 어우러진 계곡이 나온다. 허브나라가 가까운 탓인가 계곡이 더할나위 없이 향긋하다. 허브 향만이 아니라 우거진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향에 이름 모를 들꽃, 들풀 향까지 가세를 한 듯하다. 기세 좋게 흐르는 흥정천.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사람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계곡에서 보내는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강원도 산들이 대개 그렇듯 유명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이 1,000m를 넘는 높은 산들이다. 흥정산(1,277m) 역시 높이 만큼이나 골짜기마다 깊은 계곡을 지니고 있다. 흥정산에서 시작되어 평창군 봉평면의 흥정리, 원길리, 창동리, 평촌리, 백옥포리, 유포리에 이르는 흥정계곡은 물이 많으면서도 깨끗함을 자랑한다. 계곡은 바위 협곡 스타일로 되어 있는데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많아 놀기에 좋다.
계곡 옆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단풍나무, 물푸레, 싸리나무, 두릅나무 등이며 이름도 알 수 없는 잡목도 무성하다. 자연스런 계곡의 굴곡에 따라 큰 바위에 부딪히기도 하고 이름 없는 폭포를 만들기도 하면서 물은 흘러간다. 때로는 제법 너른 용소를 이루기도 한다.
허브나라 근처의 구유소 역시 이런 용소 가운데 하나로 계곡에서는 가장 물살이 센 곳이다. 이곳에서는 물놀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구유소 아래위로 가족단위 물놀이 장소로 적당한 곳이 널려있으니 자리만 잡으면 된다. 계곡에는 맑은 물에서만 서식한다는 열목어와 산천어,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만 자란다는 꾸두리 같은 희귀종들이 살고 있다. 철없는 아이들이야 물고기를 잡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가능하면 잡지말고 그대로 두고 눈으로 즐기는 것이 좋겠다.
계곡은 7월부터 8월까지 마을 관리 휴양지 운영기간으로 잡혀있어 찾는 이들은 입장료를 대신해 청소비(2,000원)를 내야 한다.
· 교 통 : 영동고속도로에서 장평 나들목으로 나와 봉평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봉평 읍내를 지나 6번 국도를 따라 횡성쪽으로 가다보면 흥정계곡, 허브나라 표지판이 보인다. 대중교통은 강릉행 버스를 타고 장평에서 내린다. 3시간 소요. 장평에서 봉평간 시내버스가 하루 17회 정도 운행하고 있다. 10분 정도 소요.
· 숙 박 : 허브나라에서 머물거나 계곡 입구의 그린하우스를 이용한다. 그린하우스 바로 앞으로 흥정천이 흘러 멀리 갈 필요 없이 숙소 앞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20평형(10명 수용 가능) 10만원, 15평형(7명 가능) 8만원. 인원이 늘어나면 1인당 5,000원 추가. ☎ 033-336-5544
· 음 식 : 봉평 개수리의 개수가든(☎ 033-333-9272)에서는 계곡에서 잡은 퉁가리로 매운탕 (3만원, 4인분)을 끓여준다. 금당계곡 입구에 있다. 민박도 가능.
구절양장 드라이브의 진수 태기산
봉평에서 휘닉스 파크를 지나 태기산 정상으로 이어진 6번 국도는 드라이브하기에 그만이다. 구불구불하면서도 조용한 산길을 드라이브하는 맛도 좋지만 태기산 정상 즈음에 이르렀을 때 보이는 전망도 일품이다. 원주 방면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은 치악산에서 한번 하늘로 치솟고 다시 소백산으로 달려간다. 멀어질수록 옅어지는 겹겹이 쌓인 산자락 실루엣이 아련한 맛을 준다. 휘닉스파크에 들러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셔도 좋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울창한 숲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넉넉해지면서 편해진다. 이 길을 계속 달리면 횡성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