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출발해 험한 슬치고개를 넘으면 바로 관촌이 나온다.
바로 이 곳이 완주(전주)와 임실의 경계 지역이기도 하거니와,
관촌을 대표하는 유명한 사선대가 있는 고장이다.
전주시내버스가 들어오는 최동남단도 바로 이 관촌터미널이다.
전주에서 임실로 넘어가는 길목이어서 예로부터 사람의 통행은 무척 잦았다.
하지만 임실의 인구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줄어들면서,
관촌면도 예전에 비해 역할이 크게 쇠퇴했다.
한 때 수시로 다녔던 전주-남원 시외버스는 더 이상 관촌을 들리지 않게 되었고,
현재는 진안행 일부버스와 전주시내버스, 임실시내버스가 접하는 중간지점으로서의 역할만 할 뿐이다.
그래서 예전에 비하면 버스도 굉장히 뜸해지고 찾는 손님도 크게 줄어들었다.
'승객하차'라고 쓰여진 하차장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촌터미널 자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조차 서서히 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승강장은 이리저리 깊게 패여있고, 버스들도 거의가 전주행 시내버스(752번)뿐이다.
마치 오래 전에 시간이 멈춰진듯이...
그렇게 기나긴 침묵의 시간을 가진다.
내부도 정겨운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90년대를 넘어 80년대에 온듯한... 그런 푸근하고 아담한 느낌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한 때는 전주-남원 완행버스가 거쳐가고 진안, 순창행 시외버스도 자주 지나가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거의가 시내버스만 지나가는 조그만 공용정류장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임실에서 가장 자주 운행하는 관촌~임실간도 배차가 40분이고,
옥정호로 들어가는 운암/월성행 버스도 그 중에서는 40~1시간으로 자주 운행하는 편이다.
진안행 시내버스도 60~9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그나마 자주 운행하는 버스의 배차간격이 이 정도면 얼마나 낙후된 오지동네인지 가늠할만 하다.
관촌의 행정구역은 임실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전주와 훨씬 밀접하다.
전주 남부시장만 해도 대략 40분 이상 잡아야 하는 꽤 먼거리임에도,
빠르면 5분, 늦어도 20분 간격으로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하고 있다.
물론 주말에는 1/3이 감차되므로 배차간격이 꽤나 길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주가는 차가 10시 넘어서까지 있으므로 전혀 무리없이 이동할 수 있다.
발전이 멈추면서 시간 또한 그대로 멈춰버린 관촌.
강 건너에 사선대를 두고 아련하게 자리잡은 관촌터미널.
그 곳에는 80년대의 정겨움과 푸근함이 그대로 묻혀져 있었다.
첫댓글 90년대만 해도 관촌이 꽤나 큰 동네였던 기억이..그나저나 관촌에 주요 군부대가 있나요? 관촌역에서 분기해서 고가타고 가던 선로가 있던데..
주요 군부대라기보단 중요 군사시설이라고 할만한 곳이 한군데 있지요. 관촌역 분기선로는 여전히 존재하구요. 그안에 있는게 다 터지면 전주시내는 흔적도 없이 날아간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대충 감 잡히실듯^^;;
제친구가 거기서 근무했죠. 관촌에서 전주가는 시내버스를 탈 때의 느낌은 아마 강원도에서 서울나오는 버스를 탈때와 같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관촌에도 주요 군사시설이 자리잡고 있었군요. 작성자인 저도 여기서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
관촌 다녀가셨군요. 대략 아침일찍 다녀가신듯 한데 숙박은 어찌 해결하셨는지부터가 급 궁굼해지네요ㅋㅋ 관촌에 시외버스가 서기 시작한건 완행버스 없어지고난 뒤 부터랍니다. 90년대 초반 전북여객에서 완행버스를 3개 군내버스(무진장여객, 풍남여객, 임순여객)로 분가시키기 전까지 전주를 출발해서 17번국도를 타고 내려가는 시외버스들은 임실부터 정차 했지요. 대신 전주에서 관촌까지는 완행버스들이 거진 5분간격으로 운행했습니다. 그때당시 관촌터미널앞을 지나가다보면 완행버스(파란줄 좍좍 그어진)들 뒷꽁무늬가 대여섯개씩 보이곤 했어요. 일단 관촌 찍고 다른 행선지로 향하는게 17번국도 완행버스 운행계통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는 관촌까지 들어오는 전주시내버스도 없던걸로 기억합니다. 슬치재 넘기 전인 상관까지만 운행하고 그 아랫쪽은 완행버스가 담당하는 식이었지요. 제기억으로는 전주-관촌 수요보다는 관촌이남 구간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성기엔 항시 승차장에 보통 3~4대의 완행버스들이 대기하던 관촌터미널이었는데 세월앞에는 어쩔수가 없는듯 하네요^^ 항상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박2일로 다녀왔으니 숙박은 아예 하지도 못했습니다...ㅎㅎ 벌써 두 달도 더 전의 일이군요. 전북여객에서 주변 지역으로 연결하는 완행버스들을 그렇게 자주 운행했었다니... 예전에도 전북고속이 무려 500대의 차량을 가지고 있었다 하니, 전북의 파워가 어느 정도였는지 새삼 실감이 나는군요.
그만큼 수요가 많았지요. 전주-남원간 17번 국도를 중심으로 분포하던 수요가 있으니 버스운행도 가능한거였구요. 호남여객(그당시엔 여객이었음)이 클 수 있었던 이유도 17번국도 라인을 잡고있어서였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전북지역 버스회사들(안전, 대한 포함)은 전북여객이라는 큰 우산아래서 커왔지요.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지만요^^
시내버스 여행하는 분들이 전주 찍고 반드시 들려야 할 곳 중 한곳인 관촌이네요. 17번 국도 타고가다보면 관촌정류장이 어렴풋이 보이는데 저도 어렸을 때 전주방향으로 차를 타고가다보면 관촌정류장에 서너대 이상의 버스들이 나란히 서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었지요. 지금은 그저 임실.진안방향의 시내버스 분기점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인구가 너무 급속히 줄다보니 이젠 시내버스조차도 쉽게 볼 수 없게 되어버린 현실이 그저 씁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