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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한국을 포함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이데올로기의 주요 특징과 효과에 대해 분석한다. 지난 30년간 급속하게 확산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불평등에 관한 담론, 개념, 학문적 이론이 왜, 그리고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분석할 것이다. 이 논문은 이데올로기의 효과를 사회정치적, 심리, 경제적 차원에서 구분한 이론적, 개념적 차원의 담론 분석을 시도한다. 특히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 중 대표적으로 능력, 경쟁, 확산을 주장하는 담론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이 논문의 중심적 주장은 불평등이 단순하게 인간 사회에 내재된 본질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 구성의 산물이고, 특히 특정한 사회계급과 관련된 담론과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주제어 : 불평등, 이데올로기, 담론, 권력, 능력주의, 무한경쟁, 낙수효과, 신자유주의
한국학연구 67(2018.12.30), pp.33-72.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불평등과 이데올로기* - 능력, 경쟁, 확산의 담론에 대한 비판1) 김윤태**
국문초록
* 이 연구는 2017년 고려대학교 공공정책대학 특성화연구비 지원에 따른 결과이다.
**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공공정책대학 교수(공공사회학 전공)
https://doi.org/10.17790/kors.2018.67.33
34 한국학연구 67
1. 머리말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연구의 분석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6.5%가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가 크다”는 주장에 동의했다.1) 부모의 능력에 따라 불평등이 결정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세대간 사회이동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는 낮아지고 있다. 한편 응답자의 79.77%가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의 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불평등을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인식한다. 이제 불평등은 단순하게 부와 권력의 불균등한 분배
만이 아니라 중요한 사회적, 정치적, 윤리적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불평등은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만족, 정치적 안정과 사회적 결속, 나아가지속적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회문제이다.
역사적으로 불평등은 언제나 많은 철학자와 정치가의 관심을 끌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지나친 불평등을 우려했으며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를 4배 이내로 제한하자고 제안했다.2) 루소는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사유재산이야말로 불평등을 만드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3) 루소는 사유재산의 폐지를 주장하지 않았지만 프랑스 혁명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 명예혁명의 이론가 존 로크가 사유재산을 절대화한데 비해,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 로베스피에르는 공익을 위해서 사유재산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4) 이처럼 불평등에 관한 주장은 현
대 정치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으며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주장도 오랫동안 존재했다. 농업문명은 귀족, 평민, 노예의 계급제도를 유지했으며, 철학적, 종교적 담론을 통해 정당화되었다. 산업혁명은 전통적 귀족을 약화시키고 부르주아지가 주도하는 민주적 정치제도를 만들었지만, 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담론을 오
1) 김미곤 외,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
2) 플라톤, 국가, 서광사, 2005.
3) 장 자크 루소, 주경복 옮김, 인간 불평등 기원론, 책세상, 2003(1755).
4)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 로베스피에르: 덕치와 공포정치, 프레시안북, 2009.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35
랫동안 유지시켰다. 18세기에 맨더빌 등 중상주의 학자들은 빈곤과 불평등을 사회의 필요악으로 보았다.5) 19세기에 파레토는 모든 사회에 반드시 엘리트가 존재하며, 혁명이 일어나도 엘리트의 순환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6) 파레토의 주장은 20세기 중반 사회의 현상유지가 이루어지는 기능을 설명하는 파슨스의 시스템 이론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왜 많은 사람들이 보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불평하고, 더 많은 임금과 지위를 가진 계층으로 이동하려고 애쓰는지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관념은 18세기 미국과 프랑스에서 혁명이 발생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미국독립선언>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선언했으며, 프랑스의 <인권선언>은 “사람은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자유롭게 태어났으며, 그러한 상태로 존재한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두 문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평등인지 표현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귀족과 평민으로 구분된다는 말도 비합리적이지만, 개인의 선천적 건강과 재능, 부모
배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언제나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말도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평등의 정의를 둘러싼 논쟁이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20세기 중반 평등주의의 전성기에 리처드 토니는 “평등의 개념은 하나의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했다.7)
평등과 불평등을 둘러싼 논쟁은 정치 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8) 정치철학자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평등은 대개 형식적 평등,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의 세 가지 범주로 구분된다.9) 법률적평등은 보수주의 뿐 아니라 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등 모든 이데올로기
5) 버나드 맨더빌, 꿀벌의 우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 문예출판사, 2014(1714).
6) Vilfredo Pareto, "The Circulation of Elites," in Talcott Parsons, Theories of Society;
Foundations of Modern Sociological Theory, 2 Volumes, The Free Press of Glencoe,
Inc., 1961, pp. 551-557.
7) R. H. Tawney, Equality, 4th Edition, London: Allen and Unwin, 1952.
8) 김윤태, 불평등이 문제다, 휴머니스트, 2017.
9) Bryan Turner, Equality, London: Routledge,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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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지지를 받는다. 한때 공산주의가 법률적 평등보다 공산당의 리더십과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우위에 두었지만, 20세기 말에 이르러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기회의 평등 역시 모든 정치 이데올로기의 지지를 받는다. 특히 자유주의는 기회의 평등을 열렬하게 옹호한다.10) 이에 비해 보수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기회의 평등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보수주의는 교육, 보건 등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기 위한 조세 정책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사회민주주의는 기회의 평등이 평등을 충분하게 보장하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결과의 평등은 사회민주
주의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등의 차원이다. 그들은 자본주의에서도
누진세와 사회보장을 통해 적절한 수준의 결과의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고 역설한다. 이에 비해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는 결과의 평등이 개인
의 자유를 침해하고 획일적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공격한다.
20세기 후반에 평등에 대한 사고는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평등보다
불평등이 오히려 자연적 질서에 가깝고 어떠한 형태의 평등을 위한 노력
도 부정하는 시각이 확산되었다. 신자유주의의 중요한 기획자인 하이에
크와 함께 노직과 같은 자유지상주의 철학자들은 불평등을 당연하게 생
각하고 심지어 자연적 현상으로 간주했다.11) 이들의 주장은 영국과 미국
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정치와 언론뿐 아니라 대학에도 커다란 영향
을 미쳤다. 특히 경제학이 이런 생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오늘날
경제학 교과서 중 불평등을 심각하게 다루는 책은 거의 없다. 심지어 몰
래 재벌 대기업의 고급 식당과 골프, 해외여행, 호텔 접대를 받는 후안무
치한 사이비 학자도 있다. 기업의 광고비에 의존하는 신문과 방송 등 언
론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부자를 찬양하는 기사는 많이 쓰지
만, 가난한 사람의 고통이나 불평등에 대한 분석 기사는 등한시한다. 지
식을 생산하고 유포하는 학문과 언론의 영향력은 막강하기 때문에 오늘
10) 존 롤스, 황경식 옮김, 정의론, 이학사, 2003; 아마르티아 센, 김원기 옮김, 자유로
서의 발전, 갈라파고스, 2013.
11)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김균 옮김, 자유헌정론, 자유기업센터, 1997; Robert Nozick,
Anarchy, State and Utopia, Basic Books, 1974.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37
날 대다수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하고, 부자를 부러워하고, 불평
등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한다.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는 대중
의 의식과 태도를 형성하는 메커니즘에서 막강한 권력 효과를 가지고 있
다.
이 논문은 불평등에 대한 경험적 분석에 제시되는 최근 동향을 고려하
며 불평등의 이데올로기 효과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론적 차원에서
설명한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불평등에 관한 이데올로
기가 왜, 그리고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분석한다. 불평등의 이데올
로기는 전통적인 신분제에서 현대적인 엘리트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
지만, 이 논문은 사회정치적, 심리적, 경제적 차원에서 이데올로기의 효
과를 구분하여 살펴본다. 사회정치적 차원과 경제적 차원은 체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지만, 심리적 차원은 생활세계에서 개인의 의식, 감정, 도
덕적 동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분석 차원의 구분을 활용하
여 사회정치적 차원의 능력주의, 심리적 차원의 무한경쟁, 경제적 차원의
낙수 효과 등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담론을 선택하며, 그 담론이 어떻게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고 확산시키는지
분석한다. 이 세 가지 담론은 개인의 과거 능력을 평가하고, 사회의 현재
경쟁 상태를 정당화하고, 미래의 확산의 전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강력
한 이데올로기 효과를 갖는다.
이데올로기는 추상적 담론에 머물지 않고 한 사회의 사회 통제, 도덕
적 담론, 경제적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데, 사회, 심리, 경제 등 다양한 영
역에서 상호 결합되어 표출된다.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
올로기는 개인의 업적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특성을 규정하고 나아가
사회를 운영하는 중요한 원칙과 신념 체계를 제공한다. 이는 현 시대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단순하게 국가의 경제 개입과 복지국가를 비판
하고 반대하는 차원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적극적으로 불
평등을 합리화하는 질서와 규범을 형성하고 유지하는지 보여준다.
38 한국학연구 67
2. 이론적 논의
일반적으로 이데올로기는 특정 주제에 대해 일관성을 가진 사고체계
또는 세계관을 가리킨다. 이는 복잡한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사람들을 정
치적으로 동원하기 위해 의식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작동한다.
이데올로기는 사회구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지식, 가치, 신념, 담론의
체계로 간주된다. 특히 담론은 언어를 통해 표현되는 인간의 사회적 관
계를 분석하는 개념적 도구인데,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적
방식의 언어적 표현으로서의 담론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방식에 따라 진리
를 진리로서 가능하게 하는 권력관계, 즉 지식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구
성하는 언어의 규칙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주로 전통적 의미의 담론
의 개념을 사용하지만, 푸코의 권력과 지식의 관계 대한 분석도 포함한
다.
이데올로기는 대개 사회에서 권력, 부, 지식을 많이 가진 영향력이 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되지만, 반드시 모든 사람들에게 수용되
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시대의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들의 경제적 특권을 공동선을 위한 것으로 정당화하는 다양한 상징,
언어, 신화, 담론을 생산한다. 이들이 가진 권력은 여러 가지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는 능력을 가진다. 동시에 이데올로기는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복종하도록 직접적, 간접적
수단을 통해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지배의 구조를 형성한다.
지배의 구조는 불평등한 자원 배분과 권위의 위계질서를 정당화한다.
지배의 구조는 경제적 자원과 자본의 형성뿐 아니라 언론, 대학, 정당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대중적 신념, 학술적 담론,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며 사회적 관계와 법률적 관계를 구축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는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와 상호 교차하며 작용한다. 이를
통해 사회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회체계 내부에서 일관성이
있는 가치와 신념체계가 권위를 유지한다. 한편 모든 지배에 반대하는
저항이 존재하듯이 지배 구조에 대응하는 저항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39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는 반증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해 허
위가 폭로되기도 하고, 대안적 담론의 도전을 받기도 하고, 대중의 저항
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회의 지배세력은 지속적으로 대중의 사
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의 구조를 강화하면서 강제와 동의를 동
시에 추구한다.
이데올로기와 지배의 관계에 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시한 그람시는
헤게모니의 개념을 이용해 권력 관계를 분석했다.12) 그는 모든 지배에는
강제와 동의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
제를 담당하는 정치사회와 동의를 담당하는 시민사회를 구분했다. 지배
계급이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정치사회는 경찰, 군대, 법률 제도 등으로
구성된다. 피지배계급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시민사회는 가족, 교회, 학
교, 언론, 기업, 노동조합 등으로 이루어진다. 자본주의는 사회의 동의를
만들고, 개인의 사고와 판단을 규정하고, 대안적 전망과 담론을 제시한
다. 전통사회에서 종교의 권위, 순응과 순종, 근검과 절약, 공동체 윤리를
강조한데 비해, 현대 사회에는 물질적 성공에 대한 선망, 더 많은 부를
획득하려는 도전 정신, 소비주의, 개인의 선택과 자유 등이 새로운 문화
와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이는 사회의 불평등을 불가피한 결과로 받아들
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배계급의 헤게모니는 여러 차원에서 도전에 직면한다. 지배
적 담론은 피지배계급의 자발적 동의를 얻기도 하지만, 때로는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모든 사회에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지배적 담론이 존재
하는 동시에 항상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저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말한 허위의식처럼 지배 이데올로기가 일방적으로 피지배계
급의 이데올로기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피지배계급의 문화는 일정한
자율성을 가진다. 이런 관점에서 구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알튀세
르는 경제, 정치, 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심급들의 중층적 결정을 강조했
지만, 결국 최종 심급에서 경제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13)
12) 안토니오 그람시, 이상훈 옮김, 그람시의 옥중수고, 거름, 1999.
13) 루이 알튀세르, 서관모 옮김, 마르크스를 위하여, 후마니타스, 2017.
40 한국학연구 67
그러나 알튀세르가 제시한 개념은 상당히 모호하며, 상부구조가 얼마나
상대성을 갖는지 충분히 설명하기도 어렵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아도르노와 프랑크푸르트 학파도 문화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이 대중이 스스로 요구하지도 않는 대중
문화를 만들어 자본주의의 지배를 강화한다고 보았다.14) 대표적인 문화
산업은 텔레비전, 라디오, 책, 잡지, 신문, 대중음악을 생산하는 조직을
가리킨다. 이는 박물관, 광고회사, 스포츠 단체와 같은 문화조직도 포함
한다.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을 거부하게 하
거나 무관심하게 만들어 현상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본다. 그
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문화산업이 지배문화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문
화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본주의와 모순되거나 저항하는 문
화를 만들기도 한다. 더욱이 대중이 문화산업을 수동적으로 수용하고 지
배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무기력한 존재로만 보기는 어렵다. 대중은 어
느 상황에서 사회의 지배적 가치에 동조하고 추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상황에서 지배적 가치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역동성을 보여준다.
1970년대 베버주의 사회학자들은 마르크스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 이
론을 비판했다.15) 그들은 중세 유럽 사회에서 기독교 문화와 다른 문화
가 존재했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자본주의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르크스와 달리 한 사회에는 지배문화 이
외에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원주의적 관점과
달리 한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가 동등한 영향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
다. 지배문화는 어떤 상황에서 하위문화와 상호 공존하지만, 다른 상황에
서 경쟁과 갈등을 일으킨다. 지배문화와 하위문화의 관계는 불균등한 권
력을 표현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며 변화한다.16)
1990년대 마르크스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 명제가 쇠퇴하고 포스트모
14) 테오도르 아도르노·M.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문학과지성사, 2001.
15) Nicholas Abercrombie, Stephen Hill, Bryan S. Turner, Dominant Ideologies, London:
Unwin Hyman, 1990.
16) Stuart Hall, "The West and the Rest: Discourse and Power", Formations of Modernity,
eds. by Stuart Hall and Bram Gieben, London: Open University Press, 1992.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41
더니즘과 문화적 상대주의가 반향을 일으키면서 문화와 담론의 역동성에
관한 논쟁이 등장했다. 푸코는 지식에 관한 담론 분석에서 권력의 효과
에 주목했다.17) 푸코는 억압의 가설을 살펴보고, 억압이 출현한 배경, 또
는 억압을 만든 권력의 전략을 분석하여 억압이 갖고 있는 허구성을 폭
로했다.18) 푸코는 몸을 통제하는 기술을 가리켜 규율이라고 불렀다. 규
율적 권력이 동원하는 “관찰, 규범적 판단, 검사”는 신체의 혈관처럼 사
회를 관통하면서 모든 것을 감시하고 규율하는 사회를 만든다.19) 푸코는
18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성에 관한 과학적 지식이 등장하면서 인간
의 성적 태도와 의식을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과학적 지식의 권력효과에
대해 푸코의 통찰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푸코가 말한 규율 사
회에서 개인의 자율성이 거의 사라지면서 해방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탈
출구도 발견하기 어렵다. 푸코의 주장에서 사회계급의 구분이 모호해지
면서 부유한 사람이 더 많은 자유를 가지는 반면에 가난한 사람의 자유
는 형편없이 작아지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많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지배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푸코
의 담론 분석은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정치적 영역에서 담론 분석
을 시도한 허시먼은 보수적 정치세력이 어떻게 정치적,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하는지 분석했다. 허시먼은 1980년대 미국에서 세력을 얻어가는 신
보수주의자들을 분석하며, 정치적 신념 대신 담론, 주장, 수사법과 같은
언어적 현상이 발휘하는 힘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20) 허시먼
은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보수파의 시도를 혁명이나 개혁이 정반대의 결
과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역효과 명제, 기존 체제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용 명제,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험해질 것이라는 위험 명제로
17) 미셀 푸코, 성의 역사 1, 2, 3, 나남, 2004; 미셀 푸코, 감시와 처벌, 나남, 2016.
18) 미셀 푸코, 감시와 처벌, 나남, 2016; 푸코는 나중에 개인에 대한 자유주의의 통치
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하면서 담론이 부르주아의 지배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진실을 말하는 용기, 즉 ‘파레시아’의 개념을 강조했다(미셀 푸
코, 담론과 진실, 동녘, 2017). 그러나 푸코의 자유주의 비판은 증가하는 불평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제공하지 않는다.
19) 미셀 푸코, 감시와 처벌, 나남, 2016.
20) 앨버트 O. 허시먼, 이근영 옮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웅진지식하우스, 2010.
42 한국학연구 67
설명했다. 모든 개혁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보수파의 주장은 구조적 차원
에서 때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반복해 나타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
휘한다.
허시먼이 시도한 역사적 전환기에 작용하는 ‘반동의 수사학(rhetoric of
reaction)’에 대한 분석은 이데올로기가 실현되는 구조적 틀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아도르노의 문화산업론이 권력의 문화적 연계를 분석
하려고 시도한 것처럼 허시먼은 권력의 이데올로기 연계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허시먼은 이데올로기의 부정적 차원에 초
점을 맞추면서 어떻게 이데올로기가 광범한 대중의 동의를 이끌어내는지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람시의 헤게모니의 개념에서 제시
된 것처럼 이데올로기는 경쟁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부정적 공격 이외에
대중을 설득하는 강력한 권력 효과를 창출한다. 실제로 하이에크의 신자
유주의는 단순히 케인스 경제학과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 기업의 경쟁력, 효율성이라는 긍정적 가치를 강조하며 대중
을 사로잡았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가장 중요한
지배의 구조로 작동한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유지되는 이데올로기
의 메커니즘에는 다양한 사회정치적, 심리적, 경제적 차원의 권력 효과가
작용한다. 불평등의 이데올로기를 구성하는 담론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
논문은 사회정치적, 심리적, 경제적 차원의 권력 효과에 초점을 맞추어
능력, 경쟁, 확산의 담론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한다. 첫째, 능력주의는 개
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을 다르게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모의 배경
과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공한다. 둘째,
경쟁은 자연적 현상이고 심리적, 도덕적 차원에서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을 불가피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조적 경쟁에는 언제나 승자
와 패자가 존재하며 불평등한 사회체계는 자연적 질서로 간주된다. 셋째,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부가 모든 사람에게 확산되는 낙수 효과를 만든
다는 주장이다. 기업이 성공하고 부자가 늘어나면 경제성장의 성과가 사
회 전체에 확산될 것으로 본다. 이 세 가지 담론은 서로 긴밀하게 결합되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43
어 불평등의 이데올로기적 구성 요소로 기능하는 동시에 불평등을 사회
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도록 기능한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담
론의 주요 특징과 한계에 대해 차례로 평가할 것이다.
3. 능력 담론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서 능력은 개인의 힘과 권력을 가리키는 개
념이었다. 고대 중국에서도 신분보다 능력을 중시하여 과거를 통해 관리
를 선발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고려시대 과거제 이후 한국은
공무원 시험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능력에 따라 선발하는 엘리트 대학
제도를 중요한 사회제도로 간주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가문의
신분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능력주의를 민주주의의 핵심 요
소로 간주한다.
그러나 능력이라는 용어와 달리 능력주의(meritocracy)는 처음부터 긍
정적 의미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1950년대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
은 미래를 풍자하는 <능력주의의 등장>에서 2033년에 모든 사람은 평등
한 기회를 누리지만, 상위계층은 모두 똑똑한데 비해 하위계층은 모두
어리석은 사람이 된 사회를 묘사했다.21) 영은 능력에 따라 직업이 결정
되는 미래 사회가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영
은 지능검사(IQ)를 통한 학생 평가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영국에서
11살에 획득한 지능지수가 학교 뿐 아니라 평생의 운명을 결정하지만,
사실상 능력주의는 냉정하게 11살까지의 과거를 평가할 뿐이다. 각자의
과거가 시험으로 평가되는 것이니 불평할 수 없지만, 11살의 능력은 대
부분 부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마이클 영의 신랄한 풍자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후반 능력주의는 긍정
적 의미를 획득하였다. 이러한 변화에는 두 가지 이데올로기적 전환과
21) Michael Young, The Rise of the Meritocracy, 1870-2033, London: Thames & Hudson,
1958.
44 한국학연구 67
관련이 있다. 첫째, 전후 서구의 개인주의적 자유주의는 시민정치적 권리
의 자유를 사회경제적 권리의 평등한 보장보다 더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이사야 벌린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소극적 자유를 자유주의 사상의
중요한 토대로 강조했다.22) 둘째, 20세기 후반 기능주의 사회학자들은
마르크스의 생산수단에 따른 계급의 구분과 개념과 달리 불평등한 보상
체계를 가진 사회계층이 사회의 기능적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
다.23) 그들은 상이한 보상을 받는 사회체계가 개인의 근로동기를 촉진할
것이라고 보며, 계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정당화하였다. 이러한
이념적 전환은 냉전 시대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1950-80년대 미국에
서 능력주의는 소련의 기계적 평등주의에 맞서는 대안으로 인기를 끌었
다. 누구나 능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강력한 이
데올로기가 되었다. 이러한 논리는 개인주의와 결합되어 정당성을 획득
하는 동시에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능력주의가 지배적 정치 이데올로기로 수용되면서 중요한 사회정치적
변화가 발생한다. 첫째, 능력이 우월한 사람들이 상위계층을 차지하고 하
위계층의 대표는 사라진다. 기업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뿐 아니라 노동자
를 대변하는 진보 정당에도 명문 대학을 졸업한 변호사 등 성공한 사람
이 지도부를 장악한다. 둘째, 개인의 업적을 내세우는 상위계층은 정당성
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높은 보상을 당연하게 간주한다. 대기업의 천문
학적 연봉은 부러움을 받지만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셋째, 부유층
의 자녀는 다시 부유층이 되고 빈곤층의 자녀는 다시 빈곤층이 되는 부
와 빈곤의 세습이 발생한다. 부모 덕택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
이 다시 부와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승자독식사회가 세대를 통해 전승된
다. 결과적으로 능력주의 명제는 능력의 차이가 마치 개인의 내재적 특
성인 것처럼 간주되면서 사회계급의 효과를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195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능력주의는 평등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수
22) 이사야 벌린, 박동천 옮김,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 아카넷, 2014.
23) Kingsley Davis and E. Moore Wilbert, "Some principles of stratification",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10 (2), 1945, pp. 242-249.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45
용되었다. 한국에서 능력주의는 세 번의 역사적 단계를 거치며 발전했
다.24) 첫째, 1940년대 농지개혁이 실행되면서 폭발한 계층 상승의 열망
은 강력한 사회이동의 욕구를 표현했다. 대다수 농민에게 토지의 소유는
단순히 자급자족의 개념 이상으로 개인이 더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다
는 것을 의미했다. 둘째, 1960년대 급속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부모
의 신분 대신 개인의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식이 확산되었다. 부모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신
분제가 지배한 한국 사회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셋째, 1980년
대 이후 폭발한 교육 열풍은 계층 상승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간
주되었다. 의무교육을 도입한 유럽에서도 노동자계급의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반면 한국에서는 자식이 성공하면 가족도
성공한다고 믿는 가족주의 문화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결합하여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교육을 통한 지위 성취
를 향한 열망은 평등주의보다 개인주의와 능력주의의 가치를 더 강화시
켰다.25)
1990년대 풍요로운 시대가 등장하면서 신흥 중산층은 평등한 사회보
다 더 많은 경쟁을 통한 성공을 열망하였다. 풍요로운 시대의 사회적 특
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명문대 입학의 열망은 사교육 경쟁을 강화하고
학벌주의 신화의 토대가 되었다. 학생의 능력보다 ‘아빠의 경제력과 엄
마의 정보력’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자녀 교육을 향한 극단적 경쟁
은 모든 사회계층에서 ‘학위 병’을 심화시켰다.26) 대학에서도 논문대필
과 학력세탁 현상이 발생하고 대학원을 마치고 학술논문 한 편 출간하지
않은 장롱 속 박사학위가 수 없이 양산되었다. 둘째, 생산과 분배보다 소
비가 새로운 지위상징이 되었고, 성공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백화점
의 사치품과 해외여행, 해외유학, 성형수술은 과시소비를 부추기고 중산
층의 물질주의적 가치를 강화했다. 소비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생필품과
24) 김윤태, 불평등이 문제다, 휴머니스트, 2017.
25) 송호근, 한국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 삼성경제연구소, 2006.
26) Ronald Dore, Diploma Disease,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76.
46 한국학연구 67
사치품을 뛰어넘어 상징자본의 획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학술 업적도
없는데도 겸직, 연구, 겸임 등 수식어가 붙은 직위를 얻으려는 혐오스런
풍경을 연출했다. 종편방송에서 자신의 직업 대신 박사학위를 내세우는
속물에 의해 박사는 학자의 상징이 아니라 한낱 매춘부의 장식물로 전락
했다. 순수하게 진리를 탐구하는 학자가 되기를 포기한 그들은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럭셔리 가방을 구매하고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듯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려 한다.
개인적 수준의 능력주의가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사회정치적
차원에서 엘리트의 지배가 정당화되었다. 첫째,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
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 능력주의는 엘리트를 정점으로 위계적인
지배의 구조를 형성하고, 대중은 불가피한 종속으로 연결되는 또 다른
통합을 형성한다. 지배의 구조란 회사원의 경우 기업가에 대해서, 노동자
의 경우 고용주에 대해서 대등하고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표현한다. 둘째, 오늘날 전략적 엘리트 계층은 국가를 통제하는
정치 엘리트와 대기업의 경제 엘리트로 구성된다. 이들은 명문대학을 졸
업하거나 공무원 시험과 변호사 시험과 공채시험에 합격한 엘리트로 충
원된다. 일부 지방대학과 노동운동 출신도 있지만 주변적 위치에 머무른
다. 대중의 우월한 권위에 대한 종속감은 대중의 사고방식에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능력에 따른 엘리트 충원 기준은 차등적 보상, 나아가 불평등
을 대중에게 설득하는 논리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셋째, 엘리트 대
학 제도는 능력에 따라 입학을 결정하여 계층 상승을 허용했다고 볼 수
있지만, 상위계층이 누리는 가장 큰 이익은 다른 것이다. 엘리트 대학 제
도는 정부가 승인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세뇌되는 선발 과정을 자발적
으로 따르는 거대한 집단을 양성했다. 특목고와 자사고도 하위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마치 고대 중국과 조선의 과거 제도가 경제적 수준으로
보면 상위 10퍼센트에서만 순환이 이루어지지만, 마치 대다수 사람이 높
은 지위와 권력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주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
다. 결국 엘리트 대학 제도는 능력주의의 규범을 사람들의 의식에 주입
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의식적 수단이 된다. 오늘날 로스쿨과 공무원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47
특채를 반대하고 사법시험과 공무원시험을 지지하는 견해는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과거시험은 한국의 역사에서 원죄와도 같은
것이지만, 누구도 그것을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
분의 사회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이루어지는 교육을 통한 능력주의의 제
도화는 정치적 차원에서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능력주의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순수한 능력주의와
세습적 능력주의이다. 첫째, 순수한 능력주의는 불평등한 보상을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결과라고 합리화한다. 상당수 주류 경제학자는 개인의 학력
에 따른 임금의 차이를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불가피한 결과로
간주한다. 특히 인적 자본(human capital) 이론은 개인의 교육과 기술 수
준에 따른 소득 차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한다.27) 이 논문에서 우리는 방
법론적 개인주의에 입각하여 사회적 맥락을 해체하고 역사적 배경을 무
시하는 이론적 관점을 순수한 능력주의라고 부르고자 한다. 개인의 능력
에 초점을 맞추는 순수한 능력주의는 학생의 성적에 미치는 부모의 지위
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순수한 개인주의적 능력주의는 개
인의 교육 수준이 단순히 개인의 학업 능력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세대
간 사회이동이라는 사회학적 효과를 간과한다. 중요한 점은 교육 자체가
개인의 업무 능력의 차이를 만드는 것보다 노동시장에서 개인의 특성을
평가하는 선별 장치로 이용되는 경향이 더 크다는 점이다. 지원자들이
유사한 능력을 가졌지만, 좋은 학벌을 가졌다는 이유로 취업 경쟁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학벌 자체가 고액 연봉을 위한 조건으로 간주된다.
둘째, 세습적 능력주의는 개인이 속한 가족의 지위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한다. 이런 주장은 개인의 재능과 노력 등 능력적 요인이 과대평가
된 반면, 부와 특권의 세습 등 비능력적 요인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
적한다. 이 글에서 우리는 개인의 부모가 가진 직업과 그들이 속한 계층,
종족, 인종의 영향을 중시하는 관점을 세습적 능력주의라고 부르고자 한
다. 상당수 사회학자들의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이 성공의
27) Gary S. Becker, Human Capital: A Theoretical and Empirical Analysis, with Special
Reference to Education, 3rd editio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3.
48 한국학연구 67
기준이 된다는 능력주의 명제와 달리 개인보다 부모의 능력이 더 큰 영
향을 미친다.28) 거액의 등록금을 요구하는 명문 사립대에 노동자 자녀가
입학하기는 매우 어렵다. 결국 부모의 소속 계층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
평등과 같은 비능력적 요인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흑인들의 학력과 소
득 수준이 낮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에서 한 번 희생된 사람들은 또
다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점은 계층 상승의 통로가 되는
교육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결정되면서 균등한 기회라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약화된다는 사실이다.29) 결과적으로 능력주의는 계층, 성별, 민족
의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로 활용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
가 되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천재경영론’을 내세우며 21세기는
뛰어난 창조성을 가진 소수 천재급 인재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두뇌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이후 대기업 임원의 연봉은 천문학적
숫자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최고경영자와 노동자의 평균 연봉의 격차
가 갈수록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까지 보수 언론은 “불평등은 사회를 움
직이는 원동력이다”라고 노골적으로 불평등을 옹호하고 “능력에 따라 선
발된 리더가 조직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30) 순수한 능력주의가
만든 최악의 결과는 미국에서 발견할 수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대형금융기관이 막대한 적자를 냈고, 이 때문에 공적자금까지 지원 받아
야 했지만, 최고경영자는 오히려 직원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수행한 대
가로 막대한 상여금을 받았다.31) 심지어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는 경
영 성과와 무관하게 언제나 최고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순수한 능력주의의 역설은 엘리트주의의 정당화라기보다 능력주의가
비판했던 세습주의를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
서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이 증가할 뿐 아니라 부모의 재산을 세습하는
28) Stephen J. McNamee and Robert K. Miller Jr, The Meritocracy Myth, Rowman &
Littlefield Publishers, 2009.
29) 여유진 외, 교육 불평등과 빈곤의 대물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8.
30) <한국경제>, ‘[biz 칼럼] 불평등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2018년 3월 12일.
31) 지그문트 바우만, 안규남 옮김,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동녘, 2013.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49
부유층이 증가하면서 세습 자본주의가 등장했다고 주장했다.32) 상향 사
회이동의 기회는 1960년대 이후 30년간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순수한 능력주의의 담론은 개인주의적 외피 속에서 세습을 통한
부의 세대간 계승을 교묘하게 가렸다.33) 사회적 세습은 한국의 금수저,
흙수저 논쟁처럼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가 상이한 인생기회를 누리
게 하며 사회적 세습이 이루어지는 현실에 대한 대중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중적인 유행어가 된 ‘헬조선’이 불평등의 세습을 표현하는 상징
적 용어가 되었다. 한국에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능력 없으면 니네 부
모를 원망해”라는 말에 많은 젊은이들이 공분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마이클 영의 사회학적 통찰력으로 가득 찬 책이
출간되고 50년이 지난 후 세상은 그가 두려워하던 방향으로 변화했다.
개인의 능력을 사회와 분리하고 절대화하는 능력주의 담론은 사회의 불
평등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었다. 영이 지적한대로 개인의 능력을 단지
자연이 부여한 특별한 재능이나 부유한 부모를 만나는 것처럼 우연한 결
과로 간주할 수는 없다. 능력주의를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신봉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차지한 부와 소득이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의 기여를 통
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4. 경쟁 담론
능력주의 담론이 비교적 최근인 20세기에 등장한 것인데 비해, 경쟁
담론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미 19세기에 다윈의 진화론
은 스펜서의 진화주의 사회학에서 활용되었으며, ‘적자생존’은 사회의 진
화를 설명하는 용어로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지배했
다.34) 개인주의가 일찍 발전한 영국 사회에서 경쟁을 통한 진화라는 관
32) 토마 피케티, 장경덕 옮김, 21세기 자본, 글항아리, 2014.
33) Anthony Giddens, and Patrick Diamond, The New Egalitarianism, London: Polity,
2005.
50 한국학연구 67
념은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었다. 또한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는 개인
과 국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은 제국주의의 시대에 영국이 아시아
와 아프리카의 후진국을 지배하는 논리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과잉경쟁
은 20세기의 양차 세계대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파괴적 결과를 만
들 수 있다. 또한 사회 내부의 계급갈등이 폭력적 양상으로 변해 내전으
로 수많은 생명을 잃기도 했다. 평화로운 시기에도 사람들의 지나친 경
쟁은 개인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행복감을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사회를
해체할 수 있다.
영어에서 경쟁의 라틴어 어원은 ‘함께 추구하는 것’이란 뜻을 가졌다.
오늘날에도 이런 의미로 경쟁이란 용어를 쓴다면 좋은 것이다. 그러나
자유시장에서 경쟁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기업간 경쟁은 다른 기업보다
앞서야 된다는 전투적 용어로 사용된다. 애플이 등장하고 노키아가 사라
지듯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개인의 경쟁도 절대적
기준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보다 우월한 상대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경쟁으로 변했다. 국가간 전쟁에서 적국의 군인이 죽어야 내가 사
는 것처럼 나와 경쟁하는 타인은 동반자가 아니라 반드시 이겨야할 대상
일 뿐이다. 경쟁은 정치와 경제의 체계만 아니라 입시, 취업, 승진, 결혼,
용모, 오락의 생활세계에서도 합리적 논리로 인정을 받는다. 미모를 위한
지위경쟁도 치열해져 화장, 성형수술, 피부관리가 거대한 뷰티 산업이 되
고 있다. 물론 인간 사회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남보다 더 높
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는 한국 사회는 팔꿈치
로 남을 밀치고 앞서 가는‘팔꿈치 사회’로 변했다.35) 이렇게 무한경쟁의
사회가 공고화되면서 생활세계의 차원에서 경쟁의 합리화, 차별의 정당
화, 타인에 대한 적대성 등 세 가지 중요한 사회심리적 현상이 확산된다.
첫째, 많은 사람들은 좋든 싫든 경쟁이야말로 개인과 사회 발전의 효
34) 스펜서에 맞서 20세기 초 크로포트킨은 동물 세계에도 상호투쟁만 아니라 상호부조
의 특성이 있으며,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피터 크
로포트킨, 김영범 옮김, 만물은 서로 돕는다, 르네상스, 2005).
35) 강수돌, 팔꿈치 사회: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갈라파고스, 2013.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51
과적 방법이라는 논리를 수용하며 합리화한다. 시장의 독점이 탐욕을 낳
지만 자유 경쟁이 사회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 아담 스미스의 말은 철
칙이 된 반면, 시장 자체가 협력의 한 형태라는 사실은 간과한다. 정부와
기업은 현대 자본주의의 경쟁이 전 지구적 차원의 무한 경쟁으로 변했다
고 주장하면서 경쟁력을 최고의 목표로 간주한다. 국가와 기업에 의한
경쟁의 정당화는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지배의 구조를 구성한다. 나아가
국가간, 기업간, 개인간 경쟁의 원리를 모든 사람의 삶에 필요한 보편적
원리로 받아들이라고 설득한다. 심지어 경쟁의 노예가 되지 말고 경쟁을
즐기는 지혜를 얻으라고 설파한다.36) 노력하면 승자가 될 수 있고 성공
할 수 있다는 기대는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한다. 학교 교육도 친구
와 협력하는 것보다 상대평가를 통한 성적 경쟁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대학 입시, 공무원 시험, 취직 시험을 통한 서열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
로 받아들이며, 평등에 대한 인식은 약화된다. 여성의 외모를 서열로 매
기는 미인대회는 노예시장처럼 여성의 몸을 상품이나 남자의 성적 도구
로 바라보게 만들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파괴한다. 이렇듯 다방면에서
서열화의 논리가 개인의 내면에 깊이 침투할수록 사람들은 서열의 구조
적 원인을 외면하고 개인의 서열에만 집착하게 한다. 경쟁의 규칙에 대
한 성찰보다는 경쟁에서 이긴 결과만 중시한다.
둘째, 경쟁 사회는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을 극소수의 존중 받을
사람과 대다수의 무시해도 좋을 사람으로 구분한다. 특히 대학 입학은
성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차별이 심각해
공동체를 붕괴시킬 정도로 심각하다. 동시에 대다수 학생들이 학벌 경쟁
의 패배자들이기 때문에 학벌은 모든 대학생의 정신적 상처가 된다.37)
입시와 마찬가지로 취업 경쟁의 성패에 따른 차별도 정당화된다. 2017년
인천공항공사와 서울교통공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 정
규직 노동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규직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
지 않지만 공채를 거치지 않고 정규직이 되는 절차가 불공정하다고 반대
36) 데이비드 어포스톨리코, 권오열 옮김, 경쟁의 심리학, 명진출판사, 2010.
37) 김상봉, 학벌사회, 한길사, 2004.
52 한국학연구 67
했다. 이들은 경쟁의 결과에 따른 차별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에 대한 존중이 더 중요한 것이다. 외모 경쟁에서도 승자와 패
자의 차별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극소수의 존중받는 사람은 우월감을
가질 수 있지만, 자부심이 지나쳐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한다. 반면
에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아지고 열등감과 우울증에 빠
질 수 있다.38)
셋째, 끊임없는 경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
히 노력해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모든 활동을 경
쟁으로 여기며, 경쟁에서 질까봐 두려워한다. 호니는 신경쇠약의 유형을
설명하면서 ‘과잉경쟁(hyper-competitive)’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나르시
시즘 성향이 강하고 승리가 인생의 유일한 목표라고 믿는다고 지적했
다.39) 이들은 서열을 통해 모든 사물과 인간의 위계질서를 확립하고, 타
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소수집단과 빈곤층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확
대 재생산한다.40) 한국에서도 여성, 전라도, 장애인, 외국인 등 사회적 약
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일베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특
히 부자를 동경하고 과소비를 추종하면서도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는 냉
소주의가 사회 분위기를 짓누르고 있다. 자신은 럭셔리 리조트에서 골프
여행을 즐기지만 구의역 노동자 참사와 같은 비극에는 아무런 동정과 공
감을 보이지 않는 냉혹한 소시오패스 또는 기계인간이 늘어나고 있다.
경쟁은 자연 법칙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이다. 사회는 시대와 조건
에 따라 상이한 두 가지 유형의 경쟁을 만들었다. 첫째, 자발적 경쟁은
스스로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기 위한 노력이다. 남들보다 더 좋은 학력,
38) 강수돌, 팔꿈치 사회: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갈라파고스, 2013.
39) Karen Horney, “Culture and Neurosi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 1, No. 2,
1936, pp. 221-230.
40) 아도르노는 1930년대 독일인들이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은 이유를 ‘자전거 타기 반
응’의 개념으로 설명하였다(Theodor W. Adorno, Else Frenkel-Brunswik, Daniel J.
Levinson, The Authoritarian Personality, New York: Harper, 1950).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머리를 숙이고 불평하지 못하면서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발로 차면서 모욕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외국인 등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 인종주의, 배외주의가 등장한다.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53
직장, 수입, 소비 수준을 위한 개인의 노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경쟁이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진다면 사회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 기능을 수행
할 수 있다. 둘째, 구조적 경쟁은 자신이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경
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조건을 가리킨다. 마르크스는 노동 분업과 기계의
사용이 증가할수록 노동자는 더 경쟁해야 하고, 더 임금이 낮아질 거라
고 주장했는데, 이는 구조적 경쟁의 상황을 만든다. 한국의 입시 경쟁도
구조적 경쟁의 대표적 사례이다. 학생들은 원하지 않아도 불가피하게 경
쟁해야 한다. 이런 구조적 경쟁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구별되며,
상대방이 실패해야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성격을 가진 국제사회의 군비경쟁도 비슷한데, 경쟁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군비 경쟁을 멈출 수 없다.
맥도날드를 패스트푸드 제국으로 만든 레이 크록은 <파운더>에서 이
렇게 말했다. “더 오래 열심히 일하는 게 중요하다... 세상은 개들의 싸움
이 아니다. 쥐들끼리 서로 잡아먹고 먹히며 싸우는 경쟁사회이다.” 그러
나 경쟁사회는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결과이며 사회제도에
의해 경쟁이 격화된다. 프랭크는 <승자독식사회>에서 미국 사회에서 과
잉 경쟁이 발생한 이유로 승자와 패자 사이의 지나친 보상의 차이를 주
장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커다란 보상을 받는 경우 더 많은 사람들
이 경쟁을 선택한다.41) 상위권 대학 졸업이 취업의 기회를 보장하기 때
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이다. 만약 대학 서열에 따
른 취업 기회의 격차가 적어진다면 사교육에 지출할 필요도 줄어들 것이
다.
구조적 경쟁의 심각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없어
진다는 점이다. 한국의 사교육 경쟁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학원에 다니
는 사람이 유리하지만, 모두가 학원에 가면 사교육 효과는 사라진다. 나
만 학원에 안 가면 경쟁에서 질 거라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모
두가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없는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모두가 학원
41) 로버트 H. 프랭크·필립 쿡, 권영경 옮김, 승자독식사회, 웅진지식하우스, 2008.
54 한국학연구 67
을 다니며 공부해야 하는 과잉경쟁의 역설이 발생한다. 외모 경쟁에서도
모두가 성형수술을 받아도 모두가 미인으로 인정을 받을 수는 없다. 결
국 모두가 막대한 물질적 정신적 비용을 지불하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사
회 전체가 패자가 된다.42) 이처럼 경쟁의 악순환이 심화되면서 생활세계
에서 자기계발의 중시, 긍정적 사고의 확산, 힐링 문화의 등장이라는 세
가지 중요한 문화심리적 변화가 발생한다.
첫째, 사람들이 지나친 경쟁과 불평등 사회에 적응하는 생존전략으로
자기계발을 선택한다. 자기계발은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에 역사
적 뿌리를 두고 있다. 오늘날 자기계발은 경제학의 인적자본 이론의 심
리학적 변형으로 사람들에게 강력한 경제적 동기를 부여한다. 인적자본
이론은 개인의 학력과 기술 수준에 따른 소득 수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다.43) 이러한 분석은 부모의 경제력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과 여성 차별
에 대한 역사적 분석은 무시한다. 인적자본 이론의 심리학적 변형인 자
기계발은 철저하게 개인주의적 능력주의의 논리를 활용하여 개인의 책임
과 의무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를 바꾸기보다 현재 상태에 순응하는 가
운데 오로지 자기계발을 통한 경쟁이 삶의 목표가 된다. 외모를 관리하
는 것도 자기계발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고, 특히 여성에게 코르셋과
같은 과중한 부담을 준다.
학교와 대중매체가 강요하는 무한경쟁에서 개인은 승리하기 위해서
자기착취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요새 바쁘죠’라는 말은 상대를 인정하는
말이지만 ‘요새 한가하죠’라는 말은 상대를 무시하는 말이다. 자신이 항
상 분주하고,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고,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사
실을 성공의 징표로 간주한다. 또한 자기계발은 실용적 차원에서 전문지
42) 서상철, 무한경쟁이 대한민국을 잠식한다, 지호, 2011, 145쪽.
43) 인적자본 이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저임금 일자리가 많아지는 이유
로 저숙련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저숙련 일자리
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는데도 저임금 일자리의 비중은 커
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임금 일자리의 비중은 전체 노동자의 25퍼센트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OECD, Growing Unequal?
Income Distribution and Poverty in OECD Countries, OECD, 2015).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55
식을 쌓고 대학원에서 학위를 획득하는 차원을 넘어서 항상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는 정체성을 가지도록 권유한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거
나, 경쟁을 회피하거나, 사회에 대해 불만을 말하는 사람은 루저(실패자)
의 징표로 간주된다. 자기계발의 논리는 계층 상승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면서 계급갈등을 개인적 차원의 경쟁으로 은폐하는 효과를
가진다. 무한경쟁이 사회가 가지는 본질적 특성이라고 주장하면서 어느
계층이 무한경쟁을 강요하는지, 이를 통해 누가 이익을 얻는지에 대한
질문을 외면한다.
둘째,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관점은 사회구조적 조건을 무시하고 개인
의 긍정적 태도를 찬양한다.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강조하는 대표적 학
술 이론은 긍정심리학이다.44) 긍정심리학은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한국에
서도 학계뿐 아니라 베스트셀러 서적 상위에 오르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긍정 심리학은 긍정적 태도가 행복감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
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외부 지향적 물질주의적 가치를 버리고 내면의 평
안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긍정심리학은 행복의 사회적 차원도 고려
하지만, 기본적으로 행복이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이라고 단언
한다. 오늘날 긍정심리학의 높은 인기는 마치 20세기 초 미국에서 프로
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이 인기를 끌었던 사회현상과 유사한 점이
많다. 많은 사람들은 개인의 행동이 권력과 재산의 사회적 관계보다 인
간 내부의 무의식, 유년 시절의 경험, 개인의 심리적 메커니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또한 20세기 초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성과
육아뿐 아니라 군대 관리와 기업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문적 지식을 이
44) 에드 디너·로버트 비스워스 디너, 오혜경 옮김,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 21세기북스,
2009; Martin Seligman, Authentic Happiness: Using the New Positive Psychology to
Realize Your Potential for Lasting Fulfillment, Atria Books, 2004; 긍정심리학자들은
행복이 개인에 따라 주관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가능한 객관적이고 계량적 방법을
사용한다. 그들은 응답자가 행복을 1-10 사이의 구분한 숫자로 응답하면 평균을 계
산해 행복의 수준을 평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삶의 만족’을 같은 방법
으로 조사하는데, 국가별로 서열을 발표하기도 한다. 국가별 비교 자료를 보면, 삶의
만족은 민주주의, 직업, 가족관계, 건강, 불평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OECD,
Better Life Index, OECD, 2017).
56 한국학연구 67
용했고 대중적 실용서를 출간했다. 특히 심리학은 기업에 커다란 영향력
을 발휘했으며 노사관계와 인사관리에 적용되었다.45)
긍정적 사고는 사회의 기성 질서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줄이는 동시에
경제의 지속적 성장에도 기여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무한
한 긍정은 무한한 소비와 연결되어 자본주의 경제를 지속시킨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 천주교, 불교에 이어 소비주의는 제4의 종교라 불릴 위
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소비는 모든 종교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개인의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부여한다. 백화점의 사치품,
고급 레스토랑, 고급 승용차, 럭셔리 브랜드 가방, 성형수술, 해외여행은
단순한 개인의 소비 취향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개인의 지위상
징을 표현한다. 대중적 소비문화는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소비하라고
강요하고 광고를 통해 집요하게 설득한다. 결국 사회는 소비할 수 있는
사람과 소비할 수 없는 사람으로 구별된다. 개인이 소비할 수 있는 사람
이 되기 위해 자기의 상품가치를 더욱 개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소
비할 수 없는 개인은 실패한 사람이다.
긍정적 사고는 승자뿐 아니라 패자의 감정을 다루는데도 능숙하다. 미
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많은 심리학자와 상담치료사는 행복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는 긍정적 정서가 커져야 한다고 주장
한다. 행복을 느끼는 감정도 개인의 책임이고 관리의 대상이다. 로저 헨
더슨을 따르는 심리학자들은 돈 걱정 때문에 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을 ‘돈 걱정 증후군'으로 이름을 붙이고‘생각 중지 훈련’을 제안한다.
한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는 “장시간 돈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면 머릿속으로 ‘멈춰, 괜찮아’ 하는 식으로 생각을 멈추는 것이 좋다”라
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질적인 빈곤이 심리적인
빈곤보다 중요해지면 불안감이 더 커진다”며 “지금 갖고 있는 생활비 안
에서 소비예산을 짜고 작은 돈 안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증후군
을 이겨 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46) 이런 심리학적 처방은 언
45) 에바 엘루즈, 김정아 옮김, 감정자본주의, 돌베개, 2010.
46) <중앙일보>, “고소득층 49% “나도 빈곤층”…빈부에 상관없이 ‘에구~ 머니’,”, 2015년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57
론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돈 걱정의 사회적 원인을 외면하고 상
대적 소득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개인의 심리적 현상으로 축소시킨다.
셋째, 무한경쟁에서 실패한 사람을 위한 심리적 장치로 힐링과 멘토링
이 제공된다. 누구나 성공할 수 없으며,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
람들이 더 많으니 힐링과 멘토링의 수요가 훨씬 많다. <아프니까 청춘이
다>는 청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왜 입시지옥과 청년실업이 심각해
지는지 어떤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혼자 잘 해
주고 상처 받지 마라’ 등 대중심리학이 유행할수록 사회의 문제를 개인
의 문제로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리처드 세넷은 미국에서 구조조정
으로 해고된 사람들이 책임을 자신에게서 찾는 상황을 지적했다.47) 한국
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취업이 안 되는 것을 자신의 학벌과 스펙의 탓으
로 돌린다. 과잉경쟁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비판적 논쟁은 사라지고
개인적 차원의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는 대중강연이 인기를 끈다.48)
개인의 불행을 치유하기 위한 웰빙, 힐링, 심리상담의 기술은 무한경
쟁에 지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개인의 일상생활에 침투한다. 기분
을 관리하는 기술은 거대한 산업이 되어 불평등이 만든 고통을 외면하는
순응적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한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개인은
언제나 행복해야 한다. 노동자의 불행은 자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
었다. 자본주의에서 기술은 개인의 감각, 기분, 감정을 일상적으로 감시
하는 물리적 환경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감정은 실시간으로
수량화되고 기업에 의해 상업화되면서, 행복과 웰빙의 담론을 통해 사적
1월 16일.
47) 리처드 세넷, 조용 옮김,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문예출판사, 2002.
48) 사회에서 어느 정도 경쟁은 불가결하지만 반드시 무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국가는 폭력적 계급투쟁을 선거를 통한 경쟁을 바꾸었고, 국제사회에서도 무제
한의 핵무기 경쟁 대신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군축협상을 제도화했다. 생
산자의 덤핑과 같은 출혈경쟁과 과잉광고는 법률로 제한한다. 사치품 소비와 같은
지나친 지위경쟁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로버트 H. 프랭크·
필립 쿡, 권영경 옮김, 승자독식사회, 웅진지식하우스, 2008). 그런데 유독 지나친
사교육비 지출을 통한 입시 경쟁을 자유방인으로 방치하고 사회가 규제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58 한국학연구 67
인 감정도 행복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는다.49) 특히 기업은 심각한 사고
대신 순간적 쾌락을 위해 더 많이 소비하라고 강요한다. 고급 레스토랑
과 럭셔리 리조트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여 소비하라는 욜로(YOLO)는 새
로운 시대정신이 되었다. 기업은 재빠르게 내 집 마련과 노후 준비보다
지금 당장 삶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취미생활과 자기계발을 위해 돈을
아낌없이 쓰라고 설득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한 사람들은 미래를 위
한 저축보다 현재를 위한 소비를 선택한다. 자본주의가 인간 내면으로
파고들면서 경제와 소비의 논리는 사람의 사유방식과 정신을 사실상 지
배한다.
벤야민은 “자본주의는 순전히 제의로만 이루어진 교리도 없는 종교”
라고 말했다.50) 그가 말한 대로 자본주의는 어떤 초월성도 은총도 없지
만, 그렇다고 자본주의에 어떤 교리도 없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사
람의 걱정, 고통,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담론과 논리를 창안하고 활
용한다. 만약 이론 담론과 논리가 없다면 자본주의는 유지되지 못할 것
이다. 종교의 신앙심처럼 자본주의에서 개인의 능력과 경쟁력이 삶의 목
표가 되면서 개인은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입시와 취업 경쟁
에서 승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자기계발뿐 아니라 자기착
취도 정당화한다. 자본주의에서 경쟁은 자유의지의 선택이 아니라 신성
한 종교적 의무가 된다. 스티브 잡스처럼 성공한 기업인은 종교의 성인
이 되고, 자신도 성인의 삶을 따라야 한다. 미친 듯이 일하고 수단과 방
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해야 된다는 사고는 새로운 미덕과 삶의 목표가
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쟁을 통해 우수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는 신
화야말로 자신의 삶에 의미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49) 윌리엄 데이비스, 황성원 옮김, 행복 산업, 동녘, 2015.
50) 발터 벤야민, 최성만 옮김, ‘종교로서의 자본주의’,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폭력비판
을 위하여. 초현실주의 외, 길, 2008(1921), 123~124쪽.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59
5. 확산 담론
위에서 살펴본 대로 사회적 차원에서 개인주의적 능력주의와 자유경
쟁을 강조하는 담론은 뛰어난 능력과 업적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보상
을 가지는 현실을 정당화한다. 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경제적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과학적 담론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부자 감세가 장기적
으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공급측면 경제학이다. 이 논
문은 이러한 주장을 소극적 확산의 논리라 부르고자 한다. 1970년대 미
국 경제학자 아서 래퍼는 세율이 높아지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쳐 오
히려 세입이 감소한다는 ‘래퍼 곡선’을 제시했다.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
던 감세는 1980년 미국 대선에서 레이건이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했다. 공급측면 경제학은 세금이 오르면 성장률이 떨어진
다는 주장을 전파했다. 이런 주장은 자유시장이 효율적이라는 시카고학
파의 학설과 함께 경제학의 새로운 조류를 만들었다. 이는 전통적 자유
주의와 구분하여 신자유주의라고 불렸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숭배하는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노동의 분
업, 경쟁, 자본축적을 분석하면서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을 옹호하
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담론을 제시했다.51) 그는 개인적 수익을
올리려는 이기적 인간의 욕구가 공동체 부의 기반이라고 보았다. 사실상
탐욕은 선한 것이며, 내가 부자가 되면 나만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된
다고 말한 것이다. 이기주의가 곧 이타주의가 된다는 혁명적 발상을 제
안했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의 다른 책 <도덕 감정론>에서 이기주의를
옹호하는 맨더빌을 비판하면서 공감, 동정, 정의가 없다면 사회가 붕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52) 일견 모순적 주장처럼 보이는 그의 주장은 사실상
일관성이 있다. 도덕철학자로서 아담 스미스는 부를 경멸하는 종교에서
벗어나 부와 도덕의 대립을 제거했지만, 부자가 도덕적 인간이 되기 위
51) 아담 스미스, 김수행 옮김, 국부론, 비봉출판사, 2007.
52) 아담 스미스, 박세일 외 옮김, 도덕감정론, 비봉출판사, 2009.
60 한국학연구 67
해서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자신의 부를 다시 성장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스미스는 자본축적에 관한 설명에서 이익을 즉각
소비하는 대신 새로운 생산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으며, 잘 조직화된 사
회에서 자기이익의 추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53) 부자가 자
신의 수익을 비생산적 활동으로 낭비하고, 공장을 세우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는데 쓰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의 윤리적 기반은 붕괴할 것
이다.
이 논문은 부자의 감세보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의 확대를 중시하는 관
점을 적극적 확산의 논리라고 부르고자 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오해와
달리 적극적 확산의 논리야말로 아담 스미스의 핵심적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담 스미스는 지나친 빈곤과 불평등을 우려했으며 개인의 능력
에 따른 조세를 지지했다. 그는 고율의 세금을 지지한 것은 아니지만 정
부의 공공재정에 대한 세부적인 관심을 보였다. 당연히 “공공재정을 위
해 부자가 재산에 따라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토지를 많이 보유한
부자가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았다.54) 당시에는 소득세가
없고 부가가치세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아담 스미스는
토지세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20세기 중반에 사회민주적 합의를 이룩한 케인스주의는 적극적 확산
논리를 재확인했다. 케인스 경제학은 정부의 재정을 통해 경기회복을 촉
진하고 완전고용과 사회보장을 추구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케인스는 자
본의 집적과 집중이 공산주의로 진입하는 전조라고 본 공산주의와 달리
재정 지출의 승수 효과가 자본주의를 합리적으로 개혁하는 방안이 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이후 케인스 경제학을 부정한
신자유주의는 부자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이라는 소극적 확산 논리를 적
극적으로 전파했다. 나아가 감세가 단지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며 모든
사람의 조세 부담이 줄어들어야 개인의 자유도 커지고 경제도 성장한다
는 논리를 제시했다. 루스벨트 행정부는 최고 한계세율을 94%이었는데
53) 아담 스미스, 김수행 옮김, 국부론, 비봉출판사, 2007, 343쪽.
54) 아담 스미스, 김수행 옮김, 국부론, 비봉출판사, 2007, 825쪽.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61
1960년대 70%로 하락하였고, 1986년 레이건 행정부의 시기에 28%로 크
게 낮아졌다. 이처럼 누진세율이 낮아지는 한편, 스스로 연봉을 결정하는
최고경영자들은 보수를 천문학적으로 상승했다.
신자유주의 이론은 소극적 확산을 강조하면서 부자 감세를 정당화하
는 논리를 만들어 정부의 경제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신자유주의
는 부자 감세, 규제 완화와 같은 요소 이외에도 정치적 영향력, 학술 이
론의 제조,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 등 지적, 도덕적 정당성을 유지하는 모
든 요소들이 케인스주의보다 강력했다.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는 역사적
과정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첫째, 신자유주의는 역사적 산물인 동시에
권력에 의해 창출된 이데올로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
보수당의 키이스 조셉은 다양한 싱크탱크를 설립하여 효율성, 경쟁, 자유
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전파했고 대처 정부에 막강한 영
향력을 행사했다.55) 둘째, 신자유주의는 정당과 대학을 후원하고 언론에
광고비를 지불하는 기업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신자유주의는 이데
올로기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자본주의가 자동적으로
붕괴한다고 믿었던 기계적 마르크스주의와 달리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 노력을 기울였다. 셋째, 가장 중요하게도 신자유주의 이론가
들이 자신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의 보편성을 주장했던 것은 가난한 사람
과 중산층도 상당 부분 수용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따라
서 필요하다면 정치철학의 차원에서 신자유주의는 가난한 사람들이 받아
들일 이데올로기가 되고자 준비했다.
신자유주의가 강조한 소극적 확산의 논리는 과학적 지식, 특히 경제학
이론을 통해 이루어졌다. 밀턴 프리드먼과 통화주의 경제학의 논쟁은 많
은 관찰을 통한 수학적 모델로 제시되지만, 사실 수많은 변수를 통제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과학적 방법을 강조하는 경제학의 이론적 간결성
(parsimony)은 종종 현실의 배반에 직면한다.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 이전
의 경제모델이 문제였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 전에 어떤 결과가 발생
55) Peter Riddel, The Thatcher Government. London: Basil Blackwell, 1985, p. 31.
62 한국학연구 67
할지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경제모델
이 지배적 패러다임이 되기 전에는 매우 복잡한 정치적 과정을 거친다.
소극적 확산을 정당화하는 하이에크의 가설과 순수한 이론으로 출발한
규제 철폐, 공기업의 사유화, 무역 자유화가 지적 헤게모니를 획득하기까
지 3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1980년대 레이건과 대처가 집권하면서 하이
에크의 주장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경제정
책으로 채택되었고, 이는 ‘워싱턴 합의’의 토대가 되었다. 그 후 신자유
주의 정책은 1950~70년대까지 정부의 역할을 옹호한 케인스주의를 대체
하고 - 사실상 축출하고 - 통제받지 않는 자유시장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며 세계경제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였다.
과학적 모델을 강조하는 경제학의 영향력의 증대는 19세기 성에 관한
의학적 지식을 비판했던 푸코의 주장을 떠오르게 한다. 자유시장을 강조
하는 과학적 지식의 확산은 권력 효과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데, 두 가
지 중요한 특징을 보인다. 첫째,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경제의 반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데올로기를 통해,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데
올로기의 권력 효과를 통해 경제 구조를 바꾸었다. 1979년 영국 총선에
서 압승한 보수당의 대처 총리는 신자유주의에 확신을 가지고 공기업의
사유화, 감세, 탈규제를 통해 케인스주의 복지국가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하나로 통합된 세계경제와 자유시장 경제
는 기술의 변화와 생산력에 따른 자동적 결과가 아니라 권력을 획득한
이데올로기의 인위적 변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둘째, 신자유주의는
사익의 추구가 결국 공익을 위한 최상의 사회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주장
을 제시했다. 신자유주의의 태동기에 마가렛 대처는 1975년 보수당 전당
대회 연설에서 “우리는 모두 불평등하다... 우리는 모두가 불평등할 권리
를 가지고 있다...”과 말했다.56) 신자유주의는 불평등이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들고,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고, 효율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사익의 추구는 불가피하게 사회의 불평등을 확대하지만, 정부는 불평등
56) Wikiquote, https://en.wikiquote.org/wiki/Margaret_Thatcher, 2018년 9월 5일 검색.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63
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절대 도입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점은 신자유
주의가 비판하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을 추진한 이후 중국 공산당은 ‘선부론’을 내세우고 부자가 되는 것
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경제 자유화와 불평등의 증가는 긴밀한 관련을 가진다.
1980년대 전두환 정부 당시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은 1970년대 후반
경제위기의 원인을 정부의 과잉투자와 과잉규제 때문이라고 보았다. 김
재익이 루드비히 폰 미제스의 책을 널리 소개했다는 일화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의 생각은 신자유주의의 주장과 거의 비슷하다. 그의 주
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시기는 1987년 정치 민주화 이후로 두 번의 역사
적 단계를 거친다. 첫째, 1990년대 김영삼 정부는 5개년 경제개발계획의
중단을 선언하고, 경제기획원과 산업자원부를 해체하면서 정부의 경제
관리를 포기했다.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의 집중이라는 모순적 현상이 발
생하면서 국가의 역량은 급속하게 축소되었다. 둘째, 김재익 경제수석의
예언적 주장이 한국 경제를 지배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이다. 김
대중 정부가 등장한 후 진념 기획예산처장은 “(외환) 위기가 우리에게 영
국을 개혁한 마가렛 대처와 같은 변화의 기회를 주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57) 그 후 한국 정부는 발전국가를 포기하고 신자유주의 논리를
따라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공기업 사유화, 노동 유연화의 정
책으로 급속하게 이동했다.58) 노무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권력이 시장
으로 넘어갔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곧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상징적으
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권력이 시장에 넘어간 순간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무자비한 시장의 독재가 시작되었다. 시장의 힘
과 정치적 무기력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불평등이 급속하게 자랐다. 최
장집 교수가 지적한 대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는 근본적 위기에 직면하
였다.59)
57) Business Week, January 11, 1999: 18.
58) 장하준·신장섭,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창비, 2004.
59) 최장집,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10.
64 한국학연구 67
지금도 실증적 과학의 방법을 신봉하는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적극적
확산보다 소극적 확산의 논리를 지지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높은 조세
부담을 우려하고 복지국가가 근로동기를 약화시키고 경제성장을 가로막
는다는 비판을 반복한다. 케인스 경제학이 정부 재정과 사회복지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분수 효과를 강조한데 비해 공급 중시 경제학은 조
세 감면과 복지 축소로 기업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낙수 효과를 강조
했다. 이런 논리는 낙수 경제학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낙수 경제학
의 성과는 빈약하고 케인스 경제학보다 더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만들었
다. 첫째,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이후 막대한 부자 감세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국내 투자는 증대하지 않았고 장기적 경제침체가 계속되었다. 오
히려 케인스 경제학의 시대보다 재정 적자가 증가했으며, 2000년대 부시
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면서 재정적자는 천문학적 숫자로 증가했
다. 둘째, 지난 30년간 선진산업국가들이 낙수 경제학을 채택하면서 전반
적으로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상위 10퍼센트의 소득이 하위 10퍼센트의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민주주의라는 표면 아래에서 빈곤층이
계속 생겨났다. 상위층의 부가 증가할수록 빈곤층을 포함한 모든 계층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는 낙수 경제학의 주장은 현실에서 전혀 이루
어지지 않았다.
한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낙수 경제학이 경제정
책을 지배하면서 부의 확산 대신 부의 집중이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
했다. 상위 1%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12.3%를 차지하며, 상위 10퍼센트
의 소득은 약 44.8%로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60) 반면에 상대적 빈곤율은
6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중간 수준이지만
(OECD, Growing Unequal? Income Distribution and Poverty in OECD Countries,
OECD, 2015), 소득 상위 1%와 10% 집중도는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World Wealth and Income Database, 2018). 일부 학자들은 통계청의 가계소득 조사
대신 국세청 자료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김낙년,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 상속세 자료에 의한 접근」, 경제사학62, 2016, 393~430쪽). 파리경제대
학의 <세계의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최상위층의 소득 증
가 속도가 중하위 소득 계층보다 더 높다(World Wealth and Income Database,
http://wid.world, 2018년 1월 30일 검색).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65
계속 증가해 15%가 넘고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도 25% 수준으로 가장
높다. 지난 20년 동안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낮추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수 경제학의 기대는 현실에서 좌절되었다.
낙수 경제학은 스스로 객관적인 과학적 지식의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고소득층과 기업의 이윤을 확대하는 정치적 프로젝트의 기능을 수행했
다. 낙수 경제학은 적극적으로 감세를 주장하지만 복지에 부정적이다. 낙
수 경제학이 권력을 획득하면서 세금 감면으로 부유층은 더욱 부자가 되
었고, 복지 축소로 빈곤층은 더욱 가난해졌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스티글리츠는 역사와 이론에서 명확하게 공급 주도 경제학과
낙수 경제학에 대한 반증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61) 그러나 한국 사회에
서는 아직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제성장 만능주의가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62) 특히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잘 된다는
논리로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감세는 강력한 경제 이데올로기로 작동하
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낙수 경제학은 실증적 증거를 가진 과학적 이론이
라기보다 학문과 정치를 지배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
6. 맺음말
이 논문은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주요 담론 - 능력, 경쟁, 확산 - 에 초
점을 맞추어 대중을 설득하는 이데올로기의 권력 효과를 설명했다. 사회
내 다양한 담론이 공존하며 서로 경쟁한다는 다원주의적 관점과 달리,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적 담론이 우월적 지위와
권력 효과를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푸코가 주장처럼 현대 사회의 지배
적 담론은 종교보다 과학적 지식을 활용하고, 외부적 강압이나 설득보다
주체의 내면화의 전략을 추구한다. 이 논문은 지배계층이 개혁을 반대하
고 현상유지를 고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61) 조셉 스티글리츠, 이순희 옮김, 불평등의 대가, 열린책들, 2013.
62) 이정우, 불평등의 경제학, 후마니타스, 2010.
66 한국학연구 67
창조하고 대중을 설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시먼은 지배계층이 개혁
에 반대하기 위해 어떻게 무용, 역효과, 위험의 명제를 이용하는지 분석
했지만,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마음에 공포를 심기
보다 자연적 정의를 통한 행복을 약속한다. 사회정치적, 심리적, 경제적
차원에서 대중을 설득하는 능력, 경쟁, 확산의 담론은 개인주의적 자유주
의와 자유시장 만능주의와 결합하여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신자유주의 이
데올로기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 논문에서 분석한 세
가지 담론의 권력 효과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능력, 경쟁, 확산의 세 가지 담론은 도덕적, 정치적 호소와 함께
기능주의 사회학, 긍정 심리학, 낙수 경제학 등 과학적 설명과 결합하여
권력 효과를 극대화한다. 특히 낙수경제학은 중요한 경제 법칙으로 포장
되어 정책 결정자의 인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는 정교한 과학적 지식으로 인정을 받고 반대 담론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억측으로 변화시킨다. 작은 국가, 재정 긴축, 복지 축소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학문적 이론으로 포장되어 막강한 영
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대안 담론과 논리도 제기되고 있
지만,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둘째,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담론은 매우 다양하지만, 특히 능력, 경쟁,
확산의 담론은 정치와 경제의 체계 차원뿐 아니라 사회정치적, 심리적,
문화적 차원의 생활세계에서도 불평등을 합리화시키는 강력한 효과를 가
진다. 능력 담론이 사회정치적 차원에서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반면, 경쟁
담론은 심리적 차원에서 승자와 패자의 차별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도록
설득하여 사회의 지배 문화와 도덕적 규범을 구성한다. 확산 담론은 경
제적 차원에서 부자의 소득이 높아질수록 저소득층에게 낙수효과가 발생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불평등의 경제적 순기능을 지적하며 생활세계에
도 부자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의 확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세 가지 담론은 개인의 생활세계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연속적 시간대
를 거쳐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권력 효과를 만든다. 능력 담론은 불평등
을 개인의 과거 업적에 대한 공정한 평가로 간주하고, 경쟁 담론은 현재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67
상태를 불가피한 현실로 정당화하고, 확산 담론은 미래의 잠재적 가능성
에 대한 낙관적 기대와 희망을 제공한다. 세 가지 담론에 따르면, 불평등
은 사회의 내재적 특성이며, 개인의 긍정적 동기를 촉진하며, 장기적으로
사회에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세 가지 담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선진산업국가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개인의 행동을 규정하고 사회를 설명
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핵심적 구성 요소가 되어 강력한 지적, 도덕적,
문화적 헤게모니를 유지했다.
셋째, 능력, 경쟁, 확산의 담론은 사회의 규칙과 질서를 바꿀 뿐 아니
라 개인이 스스로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 사고방식, 행동양식까지 바꾸
고자 한다. 세 가지 담론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사회적으로 연결되고 협
력하는 존재가 아니라 경제적 목표를 수행하는 기능적 존재로 바꾼다.
푸코는 신자유주의가 경제적 인간을 만들고, 끊임없이 자유를 생산하고
조직화하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을 생성
하여 자유주의 통치성을 실현한다고 주장했다.63) 자유주의 통치성은 시
장 영역뿐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논리도 모두 경쟁, 효율성, 수익성 위주
로 재편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빠져드는 자기 계발의 이면에는 푸
코가 말한 대로 영원한 자기 관리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인간의 모든 행
위는 투자로 간주되며 삶 자체가 바뀐다. 신자유주의는 인간의 집단결정
을 무시하고, 극단적 개인주의와 무한경쟁을 강조하여, 사회의 해체를 조
장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호협력을 추구하는 사회적 인간을 해체한
다.64)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개인은 최대한 자신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성공은 의무가 된다. 개인의 성공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자기계발은 불
평등의 구조적 조건과 메커니즘을 소홀하게 다루며 사회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하는 논리를 확산한다. 자기계발의 담론이 불평등에 미치
는 효과에 대해서는 이 논문에서 충분하게 다루지 못했지만, 후속 연구
에서 경험적 분석과 이론적 논쟁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위에서 논의한 것처럼 능력, 경쟁, 확산을 강조하는 세 가지 담론은 도
63) 미셀 푸코,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8-9, 난장, 2012.
64) 김윤태, 사회적 인간의 몰락, 이학사, 2015.
68 한국학연구 67
덕적, 과학적 정당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논리적 오류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만들었다. 불평등이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개
인의 문제라고 설명하는 논리는 근본적 한계를 가진다. 지나친 불평등이
만든 사회문제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소득, 부, 교육, 권력
자원의 불평등 뿐 아니라 건강, 사망률, 그리고 자유, 존엄, 존중의 실존
적 불평등도 발생한다.65) 윌킨슨과 피켓은 23개 국가의 연구에서 불평등
이 질병, 정신질환, 자살, 살인, 범죄, 사회적 신뢰의 저하 등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66) 소득 격차가 가장 큰 미국은 가장 많은 의학적,
정서적 장애와 최고의 살인율과 수감율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반면에 북
유럽처럼 평등한 사회가 미국처럼 불평등한 사회보다 사회문제가 훨씬
적다. 사회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고 환원시키려는 주장은 대부분
현실에서 부정당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일정한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을 불가피하지만,
지나친 불평등은 명백하게 민주주의의 원칙과 충돌한다. 불평등을 정당
화하는 이데올로기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인간이며, 동등한 권리를 가
지고, 서로 협력한다는 민주적 정치 공동체의 이상과 공존할 수 없다. 물
론 평등한 공동체는 상상의 공동체이다. 이는 역사상 한 번도 성공한 적
이 없지만, 우리가 믿는 정치적 공동체의 이상은 우리가 왜 사회를 구성
하고 살아야 하는지 설명해준다. 대한민국 헌법 11조는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강조한다. 11조 2항은 “사
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는 비정규직, 여성, 노인,
청년은 명백하게 차별을 받고 있으며, 불법과 편법으로 막대한 부를 세
습하는 재벌 3세 등 소수의 최상위층은 초법적 지위를 가지는 특수계급
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지난 20년 동안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었
고, 결과적으로 부정부패와 민주주의의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이는 경제
65) 예란 테르보른, 이경남 옮김, 불평등의 킬링필드, 문예춘추사, 2014.
66) 리처드 윌킨슨·케이트 피킷, 전재웅 옮김, 평등이 답이다, 이후, 2012.
불평등과 이데올로기․김윤태 69
적 시장에서 소득 수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모든 개인에게 평등
한 사회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T. H. 마셜의 사회적 시민권
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회적 평등의
대안 담론이 될 수 있는 보편적 시민권, 상호협력, 민주주의가 문명사회
의 필수적 요소라고 믿는 사람은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신자유주의 이데
올로기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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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한국학연구 67
Abstract
Inequality and Ideology:
A critique of three discourses of merit, competition and diffusion
Kim, Yun Tae(Korea University)
This paper analyzes the logic and effects of ideology that are affecting
growing inequalities. We analyze why and how various discourses,
academic theories, and belief systems about inequality spread rapidly
since the 1980s. The research is based on discourse analysis of inequality
and it distinguishes socio-political, economic, and psychological aspects of
the effects of ideology. In particular, it analyzes and evaluates the process
in which the propositions of meritocracy, unlimited competition and the
trickle down effects appear and spread as ideologies to justify inequality.
The central claim of this paper is that inequality is not merely an intrinsic
characteristic inherent in human society, but a product of social
composition, and is closely related to the discourse and ideology
associated with different social classes.
Key word : inequality, ideology, discourse, power, meritocracy, unlimited competition,
trickle down effect, neoliberalism
김윤태
소 속 :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공공정책대학
전자우편 : yunkim@korea.ac.kr
논문투고일 2018. 11. 10 / 심사완료일 2018. 12. 14 / 게재결정일 2018.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