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는
현대시조 100주년을 기념하여
호남을 주제로 한 대표 시조집 (1)
<무등에서 땅끝을 보다>를
2006년 6월, 도서출판 한림에서 펴냈습니다.
이 시조집에는
41명의 시인들의 작품 70여 편이 실려 있으며
[무등산과 광주 문화예술의 관심 몇 가지]라는
김종 시인의 글이 논단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한성 회장은 발간사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도전으로만 여겼는데
그것이 고역임을 이번 책을 묶으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 다행히 우리 문인들은 그 동안 살아온 흔적을
후대에까지 글로써 남길 수 있어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오랜 진통 끝에 우리 고장 문화 유적지를 노래한 작품들을
모아 아담한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되어 기쁨을 금할 길 없다.
많은 독자들의 가슴 가슴마다에 자랑스러운 우리의 고장의
문화유산이 깊이 각인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적었습니다.
김종 시인은 논단에서
"...풍토가 사람을 낳고 기른다. 백 번 맞는 말이다. 그러기에
무등산이라는 풍토에서 어떤 인물이 태어났고
성장했던가를 살피는 일은 필요하다...
...무등산은 원, 근간에 후덕한 모습의 산이다.
북구 매곡동 연파정의 판각에
'높이 솟아 하늘을 떠받치며 팔짱을 끼고 있는 산'이라 했는데
이 표현처럼 하늘 떠받칠 만큼 대단하게 팔짱끼고 있는
여유로운 산이 무등산이다.
이 나라 국토를 한 마리의 새에 비유할 때
서울과 중부권을 머리와 목으로 하고
광주와 부산을 두 개의 날개로 펼쳐야 높은 창공을 비상할 수 있다.
이것이 국토의 균형 발전이고
지역적 미감과 정신을 일체감 속에서 조성하는 일이 될 것이다...
...광주는 지금 사람이 모이는 도시가 아니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열린 이후 심각한 감소추세에 있다.
벌이가 변변치 않아 짐싸들고 떠나가는 사람들을 무슨 수로 잡겠는가.
...아시아 문화의 전당은 한 마디로 사람이 만든
'또 다른 무등산'이다. 자연이 만든 무등산에
인공무등산인 아시아 문화의 전당이 쌍두마차격으로
광주의 이미지 상승을 위해 미래의 대로를 달려간다면
이게 바로 광주의 랜드마크가 아니고 무엇인가.
광주는 지금 문화수도의 문패는 달았으되 문화예술에 대한
총체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터에
아시아 문화의 전당이 시대적 추세에 부응하고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개성과 새로움과 감동의 공간으로 들어선다면
시간을 더하고 세월을 더하여 부가가치가 큰 전통과 풍속을 지어갈 것이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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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록(歸省綠)
- 송 선 영
이윽고 고향 땅은 야전장이 되었다
서울발 꽃상여 하나, 한길 덮은 만장 행렬
치열한 오월의 밤이
운암동을 흔들었다.
가파른 망월 길의 징 소리도 멀어지고
검게 탄 노점 언저리 두 노인의 긴 그림자......
고뿔 든 아침 태양이
빈 폐허를 쓸었다.
언덕 위 하늘집이 안개 속에 잠긴 주일
대낮에도 촛불 켠 채 아, 얼룩진 말씀이여
목 붉은 통성 기도를
파도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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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 염 광 옥
세상을 바꾸려다
그 뜻을 못 이루고
법당 아닌 산야에서
여기 저기 눕고 기댄
미완의 혁명 설화를
안고 있는 돌부처들.
우리네 농부처럼
논두렁 밭두렁에
오히려 못생겨서
정겨운 돌부처들
오늘도 천년의 바람
구름이 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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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을 바라보며
- 이 한 성
무등산은 내려앉고 있었다, 아침마다
눈 뜨면 다가와서 정원으로 안기더니
자꾸만 치솟는 아파트 덫을 치고 있었다
이국 땅에 몸 한 쪽을 묻고 온 병사처럼
두 다리를 모두 잃고 온몸으로 다가온 산
물안개 자욱이 이는 아픔 가득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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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 동백 숲은 젖고
- 장 수 현
불회사 동백 숲에 깊은 상처 움터 있다
젖은 입술 깨무는 동백꽃, 어머니......
언 땅을 환하게 적실 미륵불 되려는가
무릎 짚고 오르내린 시간들 너무 많아
아픈 가슴에 빗금 긋던 빗발도 숨죽일 때
나 또한 옴마니반메홈 울음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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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되는 것들-광주호 시편 3
- 최 동 일
물결이
조금씩 틈 사이를 벌린다
그 좁은 공간에
풍경을 빨아들여
여러 날
산과 하늘 채워
팔로 감싸 안는다
감당할 만한 부피
끌어안고 볼 비비면
갓 빚어 낸 도자기인 양
산야는 길들여져
수줍은 미소
입가에 물고
제법 얌전해진다
물은 계속 산과 하늘을 짓누른다
오랜 기다림 뒤
숙성되는 산과 하늘
보아라
한 폭의 평화
식영정*에 달은 뜨고
*식영정(息影亭) :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광주호 상류)에
있는 정자. 1972년 전라남도기념물 제1호로 지정. 환벽당,
송강정과 함께 정송강유적이라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