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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양지 → 고가수 생골입구→지둔지 → 학교뒤 안골입구 에서 다시 고가수로 이사하면서, 조실부모한 탓에 3형제만 살고있던 단촐한 초가집은 말썽꾸러기들의 아지트요 저지레의 근원지가 되었습니다. |
제가 이사간후 4학년 여름방학때 고향에 들렀을때 주복3형제는이곳에 정착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큰형은 광산일을 하러 다녔었고, 둘째인 주홍이 주로 밥당번이었고, 주복은 반찬만드는 일을 도왔는데 하루종일 노느라고 집안일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때, 보리와 쌀 6:4비율의 곡물을 가마솥에 넣고 꺼멓게 그을린 큼지막한 돌멩이 두개를 마당 한 귀퉁이에 걸쳐놓고 싸리나무로 불을 지펴서 만든 밥과, 묻어둔 항아리에서 꺼낸 총각김치는 지금까지 제 기억 속에서 가장 맛있는 김치였습니다.
그 시큼한 맛은 최근의 김치냉장고 로는 모방불가입니다. 원래 없이사는 집에서 먹는 밥이 부자집의 그것보다 꿀맛인가 봅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고가수의 개구쟁이들은 날이면 날마다 큰집인 3회 김주호 선배님 위쪽 언덕위에 자리잡은 주복의 집에서 역적모의를 했던 것이죠.
늦봄과 초여름사이엔, 저지레는 극에 달해, 두뇌 속 구상들이 행동으로 옮겨지게 된답니다.
즉,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닭서리와 수박서리로 이어지게 된답니다.
주로 닭서리는 고가수 주민들이 대상이었고, 수박서리는 비교적 농토가 풍부했던 6촌동생인 충현의 밭이 범행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닭장에서 은밀하게 잡는방법은요.
우선 닭의 머리를 검은 비닐봉지로 재빨리 씌우세요
그리구 2~3분 후면 닭이 바보라 그냥 자요 . 그때 후라이팬 있죠 ? 그걸루 닭 뒷통수 윗부분을 강하게 가격하세요 그러면 닭이 꽥 소리도 못내고 죽습니다. 닭은 이렇게 잡으시구요 닭을 맛잇게 요리하는 법은?
음~ 그냥 개울가에서 먹으면 맛있습니다..ㅋㅋ
고가수마을 에서는 주로 초가집이고 담이없는 허름한 집이 대상이었고, 기와집 이었고 대문과 담장이 있었던 이장님댁이나 안철주네는 자객이 침투하기엔 역부족이었죠.
서리라는 단어가 주는 긴장감 때문일까? 싸늘한 밤공기에도 손에 땀이 배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골 마을은 바람소리만 들릴 뿐 사방은 칠흙같은 어둠 뿐이었습니다.
" 바람 불고 달 없는 오늘 같은 밤이 닭 서리에 안성맞춤이지. 바람 소리가 다른 소리를 숨겨주거든..." 주동자 격인 주복이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 습니다.
방학 후 빈둥거리던 L 과 주복은 의기투합, 철주,진만이 살고 있는 고가수로 왔습니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다보니, 자정이 가까웠고, 출출하다는 말에 주복이 닭 서리를 제안한 것이었죠.
- L : "닭 서리를 어떻게 하는데? "
- 주복 : " 쌀쌀할때는 말이야. 양손을 겨드랑이에 넣어서 따뜻하게 한 다음, 닭 날개죽지 속으로 살며시 밀어 넣으면, 닭이 퍼덕거리지 않고 가만히 있지. 그냥 살짝 들고 나오면 되는거야."
- L : "그렇게 간단해? 혹시 잘 모른다고 골탕 먹이려고 하는 소리 아니야?
- 주복 : " 그럼, 내가 닭장에서 닭을 꺼내 올테니, 한 명이 담 밖에서 닭을 받아. 담 위로 건네 줄테니... 손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가 날개죽지 밑에 손을 넣으면서 받으면 되는거야. 나는 한 마리 더 가지고 나올께. 넷이 먹으려면 두 마리는 있어야 할테니까."
- 철주 : “나머지 둘은? ”
- 주복 : " 이 시간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오가는 사람 있나 망을 좀 봐줘."
목표로 한 외딴 집이 가까워 집니다. 신작로 쪽에서 들려오는 불협화음의 개구리합창은 엇박자로 들려오고 한여름밤의 찬공기는 반바지 차림의 소년들의 여린 뼈속까지 파고듭니다.
주복이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철주,진만은 담 밖에서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서성입니다. 초조한 기색입니다.
망 보는 것이 편한 보직인 것은 사실이지만 들키면 다음날 돌아올 지게작대기와 부지깽이 세례가 늘 걱정되는 건 피할수 없는 현실이었고, 또한 주인에게 발각되면 닭장안의 친구를 배신하고 튀어야만 하는가하는 갈등에 빠지게 되어있죠.
'녀석(L군) 덕분에 옛날 솜씨 발휘하는군.... 그나저나 지금쯤 영감님은 주무시겠지?'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닭장에 접근할 때였습니다. 갑자기 방문이 슬며시 열리면서 헐렁한 모시 삼베저고리에 긴 곰방대를 옆으로 베어문 노인네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 누구요? "
'헉~! 큰일 났다.' 얼른 닭장 뒤로 몸을 숨겼습니다.
' 제길…. 바람 소리가 이렇게 심한데… 노인네 귀도 밝군….. 그나저나 어떻하지? '
칠흑같은 어둠을 가만히 응시하던 영감님이 주섬주섬 밖으로 나왔습니다.
' 변소라도 가시려나? 그런데 저 녀석들은 눈치 못챘나? 왜 아직 담 밖에서 서성이고 있지? '
주복이 들어간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파수꾼인 철주와 진만은 저공비행을 하는 모기와 지겨운
신경전을 벌이고, 눈가에 다가오는 하루살이를 퇴치하느라 연실 손을 X자로 휘둘렀습니다.
한낮의 태양은 형제바위를 뜨겁게 데워서 돌위의 젖은옷이 몇십분만에 마를 정도였지만 을씨년스러운
밤공기는 몸을 점점더 움추려들게 만듦니다. 찬공기 탓인지 긴장 탓인지 온 몸이 떨립니다.
" 이 자식이 닭한테 잡혔나…. 왜 이렇게 안 와? " 딱딱거리는 잇새로 철주가 나직히 내뱉습니다.
문득 담 안쪽에서 무언가 허연 것이 조심스럽게 다가옵니다. 순간 철주의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습니다.
철주는 동작을 멈추고 조용히 담 안쪽을 응시했습니다.
허연 것이 담에 거의 바짝 다가왔습니다.
철주 는 살며시 팔짱을 풀고, 양 손을 내밀어, 허연 물체를 잡았습니다.
" 야~! 하얀 닭이냐? "
1983년도 어느 한여름밤, 바람 소리를 가르며 온 마을에 울려퍼진 영감님의 비명소리. 기절할 듯 놀란 철주. 급하게 도망가느라 닭장을 엎어버린 주복. 역시 허겁지겁 뛰다가 물컹한 누렁이의 배설물을 밟고 미끄러진 진만, 그 날 밤 세명의 악동들은 출출한 배를 닭도리탕 대신 욕과 꾸중으로 실컷 채웠습니다.
용병으로서 닭장 기습에 참여했던 L군은 멀리 개짖는 소리를 뒤로 이십리 길을 내달려 흘러내리는 땀을 한손으로 훔칠때는 어느새 험하디 험한 비빼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어머님과 아버지께서 자다말고 일어나 하신 말씀이지요 잠옷바람에 나오셔서... 혼두 났어요. 자꾸 조그마한 걸루 잡아가니까....
아~ 여기 댓글 하단글에도 닭서리 하다 들킨 그 옛날 실화가 올랐네요~ 안골에서 고가수까지 진출을 했네요. 그리고 참으로 고단수 입니다, 타동네 아는 친구집 닭을 서리 했다는게...모르는 사람 같으면 작대기 들고 쫓아 나왔을 텐데, 작은 것 말고 큰 닭을 가지고 가라 했으니...^^*
요즘 닭서리를 못해서 그렇지 닭서리 해다가 거북바위 있는 곳 개울가에서 갖은 양념 다넣고 닭도리 탕 해 먹으면 3명이 먹다 네명이 죽어도 모를 맛일거예요...거기다 이슬이 겯들인다면 이슬이는 꿀물, 한잔 먹고 더우면 거북바위 고인 물에서 수영하고 나와 또 한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