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발라'란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 즉 전통'을 뜻하는 히브리어로서 영어로Cabbala, Qabbalah, Kabbalah등 여러 가지로 번역되고 있다. 카바라적인 사상의 기원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정식으로 유대 카바라라고 불리는 것은 12,13세기경 남프랑스 및 스페인에서 형성되어 300여년 동안 성장과 발달을 계속해온 밀교적인 사상체계이다. 유대 카발라의 대표적인 저작인 [조하르(빛의 책)]는 스페인의 구아달라하라의 학자 [모세 드 레온]에 의해 1280년경 씌어졌다.
이 [조하르]는 너무 심원하고 난해하여 한번 연구에 몰두하면 본정신으로 완전히 돌아올 수 없다고 알려질 정도의 책이다. 종교가 으례 그렇듯이 유대교에서도 언제나 밀교적 요소, 결국 신에 대한 인식은 명상과 계시에 의해 직접 얻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었다. 그 인식은 이성과 논리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좀더 직접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말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렵다. 밀교적인 저작은 어는 것이나 막연한 부분이 존재하며 문외한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신비주의에 흔한 트릭 가운데 하나는 비밀이다. 무지한 미경험자에게 지식을 전하면 오해가 따를 수 있고 오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된다. 자신들의 비밀이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져 버리면 효력이 상실된다고 믿는 밀교도 있다. 이처럼 안그래도 분명치 않은 개념이 의도적으로 더욱 은폐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물론 카발라적인 밀교사상은 유대교의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현재 대부분의 정통파 유대인 학자들은 카발라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카발라에서 볼 수 있는 비유대교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발라 철학이 특정 말과 수의 힘을 중시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카발라 철학의 또 하나의 구성요소는 사람의 눈에 비치는 사물의 모습은 결코 진짜가 아니고 카발라는 모든 사물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서민들은, 특정의 수와 말을 꺼려하고 생활모습을 베일 속에 감추어 두었던 카발라 철학자들을 마술사로 간주하고 이윽고 카발라의 말과 기호가 새겨진 마귀를 제거하는 수호신을 몸에 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수호신이 악마의 시선에서 몸을 지켜주고 몸을 보이지 않게 하는 등 효력이 있다고 믿었다. 15세기경 기독교인들이 카발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은 당연히 마귀에게 속았던 자들이다.) 처음에 그들은 막연했던 카발라 철학의 숨은 뜻이 기독교의 진리와 똑같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차차 비유대인 카발라 연구자들 사이에서 카발라의 마술적인 측면이 지배적이게 되었다. 초기 기독인인 카발라 연구자는 일찍이 유대인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나 유대인 개종자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연구 대상에 대한 지식을 확실히 갖추고 있었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원래의 카발라는 거의 완전히 쇠퇴하고 '카발라'라는 말은 온갖 비밀과 괴이한 마술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마술용어에는 히브리어가 많고 그 용어들은 정통파 카발라에게도 위력을 떨치고 있었는데 이는 중세의 마술서 등이 영향을 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이다. 수자와 문자를 어떤 규칙에 따라 사각에 배열하는 관습은 마술의 방법으로 적어도 고대 로마시대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세 이래 중국이나 인도에서 널리 사용되었던 이 마법의 방법은 카발라에서 유래한다고 생각되었다.
'타롯 카드'라고 불리는 익히 알려진 점 카드에는 22매의 그림표가 있었는데 각각에 탑이나 마술사 등 기묘한 우화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또한 히브리어로 알파벳이 22자 있었던 것도 카발라 신자나 타롯 카드를 사용하는 신비주의자들에게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현대의 타롯 카드 중에는 히브리어가 인쇄되어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타롯 카드가 15세기 이전에 사용된 흔적은 없기 때문에 그 기원이 고개 히브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신비론자의 주장을 역사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발라를 좀더 위험시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비밀주의 때문에 카발라라는 말은 음모나 책략과 같은 뜻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악한 계획을 꾸미는 비밀 그룹'을 의미하는 '카바루'라는 말도 '카발라'에서 연유했던 것이다. 이 세상은 어떤 비밀 그룹에게 지배를 받고 았고 이 모든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시무시한 일은 모두 그들 때문이라는 사고방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리고 유럽의 역사를 통해 흔히 그 사악한 비밀 그룹이 유대인이라고 간주되어 왔던 것이다.
'비밀주의'를 내건 카발라가 히브리인에게서 생겨났다는 사실은 이 무시무시할 수밖에 없는 신화를 더욱 조장하는 결과가 되었다. 카발라는 분명한 뉴에이저들이 즐겨 사용하는 철학의 한 갈래이며 밀교적이고 이단적인 사상이다. 그것이 유대인들에게서 나왔다고 해서 유대인들을 배척하는 것(반시온주의)은 비성경적이다. 그러나 그들 중 카발라를 만들어낸 유대인들은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정죄받았다. 이러한 카발라는 악마주의자들의 집단인 프리메이슨들이 좋아하는 아류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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