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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사 준비로 인해 짐을 정리한다고 바쁘네요...
그런데 책장을 정리하던 중 예전에 경험하며 느낀 점을 적어놓았던 글들이 제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지금 일하는 도매시장에서도 외국인 분들(특히 중국 분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나물 집에서 일하시는 중국인 형님이 우리 상회에 놀러오셨는데...
바빠서 눈길 한번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문득 약 2년간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함께한 외국인 노동자분들과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그래서 그 당시 적었던 글을 수정하지 않고 한번 올려 봅니다...
부끄럽거나 삭제하고 싶은 부분도 많이 있지만...
그 당시의 저나 지금의 저 모두가 소중하니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책 제목 『변방을 찾아서』에서처럼...
저는 항상 변방에서만 일하는 것 같네요...*^^*
2006년 9월 28일
제목: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그저 그런 이야기
한번은 화가 엄청 났었어요.
야간 일을 하는 중이었어요.
제 인생에... 제 삶에...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지...’
순간적으로 속에서 ‘화’가 끓어오르고 있었죠...
모든 것을 다 던지고 나가 버리고 싶었어요...
계속해서 생각들이 편집되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경제적인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공부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부정적인 생각들을 떠올릴 때면 곧잘 나타나는 편집된 생각들이었어요...
편집증(?) 있는 분들 잘 들으세요...
이건 아닌가(?)... 맞는 것 같은데...(?)
어쨌든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죠...
그리고 빙그레 웃는 제 모습이 관찰되기 시작했어요.
이제 제가 왜 웃는지 그 이야기 시작할게요.
1.
저 지금 여행 중이에요...
어디냐 하면... 음... 외국... 아니다... 그냥 우리 공장이요...
저의 첫 해외(?)여행이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여권도 여행경비도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여행을 온 저에게 돈을 준다고 하네요...
시간당 계산을 해서...
이런 남는 장사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
2.
분자의 종류와 가짓수에 상관없이... 즉 피부색, 나이, 언어, 외모, 성별, 종교 등등에 관계없이... 함께 일하는 9개국 노동자(한국,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버마, 파키스탄)들의 공통분모가 ‘가족’이라는 것을 알기란 무척 쉬워요...
여기서 하루만 일해 보세요...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 대해서 간단한 질문을 해 보세요...
그 다음은 상상에 맡길래요.
힌트 하나만 드리면...
가슴이 찡해져요...
3.
우리 조장형은 가끔 저를 불러 통역을 해달라고 해요...
저도 의아했어요... 제게 통역을 부탁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알게 되었죠... 제가 공장에서 너무 떠들고 다닌 것을...
아시죠(?)... 제 목소리... 특히 첫 음절이 무지무지 강한 이형진(빨리 고쳐야 되는데)...
되지도 않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등... 한번 배운 것은 ‘꼭’ 썩기 전에 ‘꼭’ 한번 써먹어 봤거든요...
다 기억하냐고요... 당연히 아니죠... 그런데 그 당시는 다 기억해요...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참! 통역이요... 당연히 잘 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거의 성공해요... 의사소통에는...
그럼 잘하는 거네요...^^;;
4.
제가 일하는 작업장 발밑에는 항상 중국어 책이 펼쳐져 있어요...
그런데 중국어는 처음 접하는 거라 잘하지는 못해요...
그냥 건강이 어떤지 정도... 이름이 무엇인지... 나이가 몇 살인지... 피곤한지... 바쁜지... 가족이 몇 명인지... 이정도...
참! 저 따라 해 보실래요...
“니 지아 요우 지 코우런”-(당신 가족은 몇 식구입니까?)
저 사실은 한자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자 밑의 한글 발음만 달달 외우고 있어요^^;;
어린애들처럼... 기억해냈어요...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말을 배우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똑같이 흉내 내곤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도 어린아이로 돌아가곤 해요...
5.
한참 동안을 제 자랑을 한 것 같네요...
그런데 마지막하나(?)가 남았어요...
공장의 많은 분들이 저한테 어학연수를 왔냐고 묻곤 해요...
오히려 돈 받지 말고, 돈 내야 한다며...
그리고 중국어, 영어를 말 할 때는 콩글리시인데도 부러워하곤 해요...
모두들 부러워만하고, 공부하실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조금만 공부하면 알게 될 건데... 제가 엉터리라는 사실을...
그런 면에서는 정말 다행이에요...
“휴~~”
6.
필리핀에서 오신 로니로 형님...
나이가 37살인만큼 관록(?)이 있으시더라고요...
지금까지 사귄 여자친구가 8명이래요...
필리핀 여자 친구 7명 그리고 베트남 아가씨 한명...
우리 나라에 오기 전에는 타이완에서도 일을 하셨다는군요...
그래서 가끔 저랑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며 짧은 대화를 하곤 해요...
아주 아주 짤막한 대화죠...^^;;
7.
베트남동생 보반비에게 베트남 말을 배우고 있는 중에 뒤에서 들려오는 유창한(?) 베트남 말을 들을수 있었어요...
“안 요우 엠!”
베트남 달링을 사귄 경험이 있는 로니로 형님의 유창한 베트남 말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장난삼아 별명을 지어 주었어요...
‘바람둥이’라고... 근데 wind boy 맞나???
8.
“안 요우 엠!”
나중에 마음에 드는 베트남 처녀를 만날 일이 생기면 이 말을 꼭 기억하세요.
여자 분들은 반대로 발음하시면 되요...
“엠 요우 안!”
9.
베트남 말을 열심히 따라하니... 어느 날 베트남- 한국어 사전을 선물로 받았어요.
제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이... 그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 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제 베트남 발음이 이상한가 봐요...
제가 이야기 할 때마다 얼마나 웃는지...
10.
3년 후 27살이 되면 베트남으로 돌아간다는 웬반록...
애인이 11학년 17살이라고 하네요...
며칠 전에 “형님”하며... 삼성 mp3를 구입했다고 자랑을 하더군요...
덕분에 베트남 가요도 들을 수가 있었는데... 모두 사랑이야기 뿐이었어요.
11.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어 교육을 받아 약간의 뜻이 통하는 베트남 청년들...
웬반록은 부모님보다 여자친구가 100배는 더 보고 싶다고 하네요...
자식 키워 받자 아무 소용없다는 뜻이 아니라...
세계 각국 젊은이들의 공통분모인 것 같네요...
‘사랑’...
그러고 보면 공통분모가 참 많은 것 같아요...
내친김에 은밀한 이야기도 하나 할게요...
애들(?) 재우세요... 물론 농담이에요...
애들도 분명히 알아야 될 이야기거든요...
12.
앞서 이야기한 필리핀 형님 로니로에게 어느 부위가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지 손짓을 하며 물어봤어요... 물론 장난으로요...
그런데 뜻밖의 대답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미투를 외쳤죠!!!
그리고 주변사람모두 이빨을 보이며 웃었죠...
로니로 형님이 팔, 다리, 어깨, 무릅, 머리 어느 곳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데... 유독 한군데만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네요...
18세 이상(?)이니 여러분의 상상에 맡겨야겠네요.
대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들 뿐 아니라 저를 포함한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3.
그러고 보니...
“가족, 사랑, 섹스...”
우리 인류의 공통점인 것 같네요...
‘사랑’해서 ‘섹스’를 하면 ‘가족’이 생긴다(?)...
‘섹스’를 하며 ‘사랑’을 하면 ‘가족’이 된다(?)...
이거 말이 되나???...
그러고 보니 제가 ‘말’이네요...
78년 말띠... 그럼 말이 맞네...
갑자기 웬 횡설수설...
항상 섹스 이야기는 비켜나가려고 횡설수설하곤 하죠...
저뿐 아니라 거의 대다수가...
14.
"Don′t worry! be happy!"
"Have a good time!"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구죠... 노래 가사, 광고 문구 등등...
제 영어는 항상 이런 식이죠...
얼굴 표정이 매번 어두운 필리핀 형님에게 매일 들려주는 이야기에요...
필리핀에서도 매일 노동을 해서 피곤하지 않다는데...
얼굴은 전혀 다른 기색이었어요...
15.
몽골 청년 어터를 만난 것은 제게 행운이었어요...
“형 몽골에는 그런 말없어요...”
“형 몽골에서는 아주 아주 잘못했을 때만 그런 말 써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매번 나쁘고 거친 말 써요!”
순간적으로 당황했어요...
“한국 사람들 말 거칠고... 나빠요...”
어터의 말을 듣고 제 입을 쳐다 봤어요.
16.
한국에 온지 1년이 된 수기...
제법 우리말을 알아듣고, 충분한 의사소통까지 가능해요...
그런데 이 녀석이 어디서 배웠는지...
제 얼굴이 빨개질 줄 미리 알고...
한국 욕을 살며시 들려주었어요...
물론 장난으로요...
그런데 창피하고 듣기가 싫더라고요... 우리말인데도 불구하고...
17.
어터는 우리 공장에 온지 일주일도 아직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서울에서 무지 고생을 했나봐요...
우리 공장 일이 편하고 좋데요...
서울에 있는 도금공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데요...
800만원을 모았고, 몽골에는 자동차 한대 값이 200~400만원, 집은 무지무지 비싸데요(?) 2000, 3000 만원 한데요...
제 질문에 주저 없이 대답하는 어터를 보며 좋은 공부를 하고 있어요...
18.
얼마 전에 수기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수기가 몽골에 갔다 왔어요...
공장에서 일하는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수기...
22살 청년에게는 잊지 못한 기억이 될 것 같네요...
19.
몽골 청년 멍흐의 아버지는 키가 190이 훨씬 넘어요...
그리고 누나 3개(?)에 남동생도 1개(?)가 있다고 하네요...
몽골 기숙사에 놀러갔을 때...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던 멍흐를 보며 알게 되었어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서...
특히 집을 떠나 낯선 타향에 온 외로운 친구들의 이야기를...
20.
몽골 인들도 군대에 간다고 하네요...
6개월은 졸병으로, 6개월은 고참으로 1년 동안 군 생활을 한데요...
그리고 군대에 가지 않으려면 70만원을 내면 된데요...
수기는 이미 70만원을 내어 면제를 받았고, 어터는 2년 후 고향으로 돌아가면 군대에 갈 것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베트남 동생 4명중 3명도 군대에 2년 동안 다녀왔다고 그러더라고요...
어쩐지 제게 하는 거수경례가 어색하지 않았어요.
21.
“형진, 돈 없어?”
아직 장가를 가지 않았다고 하니... 몽고인 유부남 바타르가 제게 한 질문이에요...
그 순간에 고개를 자연스럽게 끄덕일 수 있었어요...
이곳에 있는 한국인 노총각 분들이 바타르에게 무어라 대꾸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 지금 돈 없어요...
그럼 인터넷이나 언론의 보도처럼 장가 못가는 건가요(?)...
몽골에서는 22살, 23살이면 장가를 간다고 하던데...
분명 몽골 분들이 더 가난하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의 사랑과 우리의 사랑의 가격이 다른가 봐요...
한국에서는 사랑에도 가격표가 붙나 봐요...
제 사랑은 아주 저렴한데...
“그럼 저 장가 못 가나요?”
22.
“추츠 지엔미엔.”(처음 뵙겠습니다.)
한 달 동안 매번 장난으로 같은 인사를 하는 중국인 동생이 있어요...
주간일 때나 야간일 때나 상관없이...
생년월일은 1985년 4월 26일...
처음으로 중국의 주민등록증을 봤어요...
아직 많이 어린 동생이에요...
그런데 수줍음이 많은 것 같아서 빨리 풀어주곤 싶었어요...
이제는 오히려 반대가 되어... 저우(주군효)가 제게 장난을 치곤해요...
중국에 계신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고 싶다고 하기에... 제 핸드폰을 빌려 줬어요...
그리고 저도 전화상으로 저우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들였어요...
“추츠 지엔미엔.”
23.
너무 큰 한 숨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짧은 중국어(?)와 함께 눈짓으로 물었어요...
건강 때문이 아니라며... 책상 위에다 두 글자의 한자를 적어 주셨어요...
‘想家’...
집을 떠난 모든 사람들의 최대 공약수(?)였어요.
그리고 지갑 속에서 18살 된 아들의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신술청 형님과 많이 닮았어요...
44살인 신술청 형님... 우리 공장의 중국 분들 중 가장 나이가 많으신 형님역시...
가족이야기를 할 때는 22살 저우와 같은 표정이더라고요...
너무 신이 나셨는지... 제가 묻지도 않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기에...
저도 답례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과 화살표를 그리며... 마음껏 웃을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가족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있는 동안...
거짓말처럼 공장의 시끄러운 소음이 전혀 들리지가 않았어요...
돌이켜보니 가족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24.
“닌 찌니엔 뚜어따 쑤이수.‘-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칸 양즈 니 팅 레이더.”-아주 피곤해 보이는 군요.
“레이 쓰 워 러.”-피곤해 죽겠어요.
한 문장을 외우면 곧바로 찾아가는 곳이 있어요...
먼저 함께 일하는 신술청 형님에게 발음 교정을 받고... 건너편에서 일하시는 하쳉 형님에게 사용하러 달려가곤 해요... 작업시간에도 몰래 몰래(벌써 몇 번 지적받았지만 신경 안 써요)... 그럴 때마다 하쳉 형님이 웃으면서 제 이야기를 잘 듣고 받아 주시며... 잊지 않고 대답도 꼭 해주세요...
그런데 이제는 반대가 되었어요...
하쳉 형님이 저랑 같은 조가 되어... 이제는 신술청 형님에게 달려가곤 해요...
25.
“저한테 엉뚱한 면이 많다는 것 아세요?”
제가 제안을 하나 했어요...
하쳉 형님의 11살 된 딸과 신술청 형님의 18살 된 아들을 결혼시키자고...
그러자 융통성없는 하쳉 형님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고래를 가로 저었어요...
아직 너무 어리다고 고개와 팔을 심하게 흔드시네요...
농담도 뜻이 통하지 않을 때는 조심해야 겠어요...
26.
한번은 공장에 고등학교 지리부도 책을 가지고 갔어요.
그리고 각국의 모은 사람들을 일대일로 찾아다니며... 지도를 펴고 집이 어디냐고 묻고 다녔어요... 당연히 간부들이 없는 야간에요...
모두를 지도를 보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이집에 온 기분이 들었어요...
참! 최신정보 하나 알려드릴게요...
저우가 그러는데 중국 후난성에 예쁜 아가씨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이상하게도 다른 분들의 이야기는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네요...
27.
이 다음에 결혼해서 꼭 산둥에 놀러 오래요...
신술청 형님은 옌타이... 저우와 하쳉 형님은 웨이하이에 살고 계시데요...
두 군데다 바닷가에요...
그제야 알게 되었어요.
왜 신술청 형님이 제게 바다가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지에 관해 질문했는지를...
28.
노조가 왜 필요한지 우리 공장에서 일한지 첫날 알게 되었어요...
규모는 꽤 큰 편인데도 불구하고, 복지 시설은 형편없어요...
야간에도 쉴 곳이 제대로 없어서 그나마 차가 있는 한국인들은 자신의 차에 가곤 해요...
앞으로는 노동자들의 파업에도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간에 박스 위에서 잠을 자는 노동자 분들을 보니... 저도 모르게 화가 났어요...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 분들은 노조도 만들 수 없으니...
29.
벌써 공장에서 일한지 한 달이 다 되었어요...
주, 야간 12시간 맞교대... 장난이 아니네요...
체력적으로 꽤 힘이 드네요...
그런데 절대로 엄살을 부릴 수가 없어요...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형님들과 동생들이 있기에...
제가 어떻게 감히 엄살을 부릴 수가 있겠어요...
30.
“제 18번 기억하시나요?”
‘동시성’...
비상금으로 놓아둔 5만원을 어느 책에 꽂아 두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어요...
여러 책을 막 뒤지기 시작했어요...
돈은 아직 못 찾았지만...
더 중요한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31.
『동시성의 과학 싱크』라는 책을 펼쳤는데...
순간적으로 ‘찌릿’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 시간대는 악명이 높다. 스리마일 섬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이때 일어났다. 불과 2~3일째 야간 근무를 맡은 조의 근무시간이었다. 러시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인도 보팔 시의 화학공장 사고 역시 한밤중에 일어났고, 모두 인간의 실수와 관련되어 있었다. 현장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전화를 가장 늦게 받고, 경고 시간에 가장 늦게 반응하며 계기를 잘못 읽는 시간대는 오전 3-5시였다. 깨어 있기에는 좋지 않은 시간대였다. 주야 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이를 좀비(걸어 다니는 시체)시간대라고 부른다.」
32.
우리 공장에서는 농담으로 ‘그분’이 오셨다고 말들 하곤 해요...
‘졸음신’ 특히 야간일 때... 사람마다 그 시간은 다르지만... 모두들 한번씩 그분과 만나곤 해요...
저는 그럴때 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몽골 동생들이나 베트남 동생들의 기숙사에 가서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오는데... 남자들만 사는 방의 냄새는 세상어디에도 다 똑같은가 봐요...
그래서 그 냄새가 무척이나 친숙해요...
33.
위에서 이야기한 책 내용 조금만 더 이야기 할게요...
「하루 24시간에 동조하는 게 교란되거나 아예 동조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주야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뒤섞인 메시지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야간 근무를 할 때 이들의 일주기조정자는 낮에 자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하지만 햇빛과 자동차 소음, 그리고 자녀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다르다. 주야 교대 근무는 모든 산업화된 사회에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앞으로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다. 경제는 우리를 24시간 사회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명백하지만, 이 때문에 사회와 개인이 치르는 비용은 계산하기 어렵다. 비용에는 가정과 사회생활의 붕괴, 소화불량, 수면 장애가 포함된다. 게다가 좀비 구역일 때 작업하다가 저질러지는 실수는 때때로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34.
5만원을 찾지는 못했지만... 제게 필요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어서 다시 한번 완벽한 동시성을 체험할 수 있었어요.
저 역시 지난 한달 동안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지를 못했어요...
시간이 지나갈수록 피로가 얼마나 겹쳐 오는지...
이제는 잠을 좀 줄이고, 또다시 열심히 책을 읽으려고 해요...
35.
매일... 그리고 한달 동안... 1년 동안 로봇처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왜 工場을 空場이라고 부르는지... 그 의미를 이해하며 느끼고 있는 중이에요.
36.
24시간 동안 하는 철야를 신청하는 외국인 노동자 분들을 볼 때면... 그렇게까지 일을 하지 말라고 말리곤 해요...
그리고 제 말이 그들의 귀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한때 제 목표처럼... 그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잘 알기에...
37.
그들의 지금 고생이 그들 앞에 또 다른 어떠한 갈등을 낳게 할지 알 수 없지만...
부디 건강하게... 그들의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해요...
38.
가끔씩 제 왼손과 오른손 손금을 번갈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얼마 전에 초등학교 6학년 아랑이랑 긴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오빠야 왼손은 타고난 운명... 오른손은 자신이 만들어온 삶이래.”
그제야 어느 날부터 갑자기 생긴 제 버릇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젠 제 운명을 편안하게 받아드리며... 제 삶을 개척해 나가야 겠어요...
“같이 가실래요(?)”
39.
오늘은 글이 쓰고 싶어서 잔업도 하지 않고, 바로 퇴근을 했어요.
참! 오늘 수기가 추석날 언제 자기를 우리(도리)집에 초대 하냐고 물었어요.
수기, 어터, 멍흐는 추석날 그냥 기숙사에 있다면서요...
순간적으로 가슴이 찡했어요...
경제적 형편이 힘드신 다른 외국인 노동자 분들도 그냥 기숙사에서 보내신데요...
얼마나 많은 분들이 기숙사에 남으실 줄 모르지만... 저도 어서 비상금 5만원을 찾아야 겠어요.
40.
그저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는 그 끝을 낼 수가 없겠어요...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또 해야 겠어요...
번역된 책을 읽다보면...
이런 이야기가 자주 눈에 띄죠...
‘해석의 미약함으로... 편집의 미약함으로...’
저도 마찬가지입장이에요...
제 해석으로 인해서... 제 편집으로 인해서...
외국인 노동자 분들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해요.
물론 저는 오해하셔도 상관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