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2층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고 나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택시와 버스를 이용해 가는데 걸린 시간이 1시간 이상,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조사를 받고 끝나서 집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 모두 다해 10시간 정도 걸린 셈이네요.
취조를 받은 시간은 5시간,들어가서 자리잡고 나중에 3층 CSI까지 올라가 지문 채취하고 한 총 시간은 6시간 정도입니다.
어린 아이 데리고 참 힘든 하루였습니다.
23일 기자회견으로 저희를 응원해 주신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공동대표님들,
그분들의 연결로 나와주신 공익변호사그룹 <공간>의 장서연 변호사님을 뵈었습니다. 변호사님과 함께 2층 사이버범죄수사대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느낀 점은,
전화로 출석통보를 들었을 때 한시간여 정도 조사에 응해주면 된다고 말했던,
그런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조실!!! 정말 TV로만 보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중으로 된 문 첫번째 공간엔, 밖에선 안이 보이고 안에선 밖이 보이지 않는 유리창과 여러 가지 녹음등의 장비들이 있었고, 그곳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니 두 평 좀 넘을까한 공간에 둥근 책상과 위에 올려진 컴퓨터 한 대, 서류뭉치들.
의자 여러 개와 에어컨, 천장에 달린 녹음기, 녹화 될 CCTV가 보였습니다. 두툼한 문이 드디어 닫히고 나니 깨끗한 공간이었지만 아주 답답함을 더 느끼게 했습니다.
취조실의 분위기만으로도 이미 제게는 충분히 위압적인 분위기로 느껴졌습니다.
제 모든 취조 내용이 녹화 된다고 들은 후
처음 시작은 미란다고지였습니다. 그리곤 바로 기본적으로 촛불집회에 대한 생각을 물으시기에, 집회가 아니라 문화제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정정하여 문화제에 대한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습니다.추후에도 여러번 문화제라 정정해 드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들은 대충 이랬습니다. 유모차부대 엄마들 까페는 누가 만들었는지,
풍선은 누가 주었는지, 깃발은 왜 만들었는지.
유모차부대의 다른 엄마들에 대한 질문 등,
물론 다른 회원에 대한 질문에는 모두 진술거부를 했습니다. 5월29일, 6월6일, 6월10일, 6월28일의 채증 사진들을 보여주며
저를 집어 맞냐고 물으시기에 변호사님께 여쭈어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까페의 공지글들을 켑쳐해 둔 수십 장의 증거들을 보여주며,
이런 것들은 누가 올리는지, 또 쳇방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물었습니다. 전 소신껏 대답했습니다.
엄마들이 쳇방에 모여서 수다떨고 어디가 더 안전하고 아이들이 놀기에 편한지 의논하다가 장소가 정해지면,
글을 올릴 수 있는 레벨이 되는 회원이면 아무나 올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쳇방에서는 아이들 먹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뭘 입힐지, 어떻게 교육을 시키는지 그런 소소한 아줌마들의 수다로 거의 마무리가 된다고도 했습니다. 이어진 질문은 위험한 상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질문에도
"우리가 모였던 대부분의 장소는 덕수궁 대한문 앞의 인도였다. 보시기에 이곳이 위험하다고 보이느냐,
한 번도 에버랜드보다 덕수궁 앞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유모차부대를 광우병대책회의를 비롯한 안티이명박 카페와 수배중인 어떤 분,
그리고 다른 까페들과 연관을 지으려는 질문에도
걸릴 것이 없기에 떳떳하게 대답을 해드렸습니다. 이미 모든 준비를 한 듯,
대책회의 일정과 유모차부대의 일정을 비교한 비교표를 만드셨더군요.
하지만 유모차부대의 모임은 대부분 저희 자체별로 이루어진 것을 주장하며 그 질문을 일축했습니다. 혹시 일루라는 사람이 그쪽과 연계되어 지시를 받지는 않았는지,
다시 대책위와의 장소비교표를 보여주며 왜 장소가 거의 비슷한지,
일루가 다른 곳과 연계되어 있는지 반복해서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는 분명히 다른 사람에 대한 진술은 거부한다고 말씀을 드렸고,
대책위와의 장소가 같은 것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거듭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사진을 근거로 한 질문들입니다.
인도에 서 있던 사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명박산성을 쌓았던 날 도로에 있던 사진에 대해 집중추궁이 있었습니다. 덕수궁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한산한 곳으로 이동하려고 움직이던 사진이었습니다.
프레스센터 앞을 지나 가려고 하는 중, 아무 예고도 없이 전경차에서 소화기가 발사되었던 그 시점이었습니다. 명박산성은 이순신 동상 앞에 있었고 사진의 장소는 명박산성과 거리가 멀다는 말에
그림을 그려가며 동화면세점과 중앙우체국 사이에도 전경버스로 막고 있었다고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그림 또한 증거로 채택된다고 하더군요. 사진상의 시간이 6시 몇 분이기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4시에 모이기 시작해 한시간 정도 엄마들이 모이고
이 시간이면 해산을 위해 이동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거의 프레스센터쯤 갔을 때, 갑자기 경고방송도 없이,
아이들이 있다는 표시인 노란 풍선이 그렇게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경차에서 소화기분말이 살포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경찰분은 계속 그런 위험한 상황에, 또 위험한 줄 알면서라는 말로 위험을 강조하셨지만,
저는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고 헤어지기 위해 아이들 데리고 걸어가던 중,
경찰이 먼저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도로점거 또한,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중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외에도 도로로 걸어 다니는 사진을 몇 장 더 보여줬지만
전 경찰이 먼저 도로와 인도의 통행권을 막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다시 유모차부대의 공지글들을 캡쳐한 종이들을 보여주며 반복되는 질문들을 하셨습니다. 이 글들은 누가 올리는가, 당신은 여기서 어떤 위치인가, 게시판지기가 무엇인가, 여기에 당신 연락처가 있는데, 당신은 까페의 연락책인가? 등등의 질문이었습니다. 풍선, 깃발, 피켓은 어디에서 났는지, 풍선에 있는 글씨는 무엇인지, 깃발은 왜 만들었는지, 피켓은 왜 만들었는지의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그 질문들에 맞게 성의껏 대답을 하였고, 피켓은 우리가 직접 만든 것은 없다. 길에서 주워서 날씨가 덥기 때문에 대부분 부채로 사용하려고 들고 다녔다고 말을 했습니다. 다시 공지글들을 보여주며 문구를 하나하나씩 꼭 찍어서 물어보았습니다.
전 "단순히 먹거리와 아이들 교육에만 관심이 있는 엄마입니다. 다른 건 다 모르겠습니다."는 대답으로 일관했고,
다른 회원에 대한 질문에는 역시 진술거부를 했습니다. 경찰은 유모차부대 회원뿐만이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이름조차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의 이름을 계속 언급하며 묻더군요.
안티엠비 까페의 무슨 부장인데 수배자라고 설명하면서 모르냐고 거듭 물었습니다.
아마도 어떻게든 다른 조직과의 연계 쪽으로 연결 지으려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기에 당연히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당신네 까페지기랑 연락한 적이 있다며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물론 까페지기의 연락처가 공개되어 있으니 어떤 누구라도 연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대답을 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우리에게 물이나 먹거리를 가져다줄 때 연락이 많이 왔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대답했음에도 다시 그 수배자에 대해 반복되는 질문을 하고, 저는 역시 모른다고 대답을 했고,
이미 구속이 된 권태로운 창이라는 사람이 쓴 글에 언급된 유모차부대,
광우병대책위에서 발표한 글에 있는 유모차행진이라는 문구 등으로
어떤 식으로든 유모차부대를 엮으려는 것이 뻔히 보였습니다. 제가 대답하는데 지쳐있을 때, 변호사님께서 중재를 해주셨습니다.
왜 일반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 집시법 관련 질문을 자꾸 하시냐는 말씀이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서 항상 방어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카페지기 및 유모차부대 회원들에 대한 질문이 더 반복되었지만 진술거부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약간 순서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더 많은 얘기가 오고갔으나 다 설명하지 못함이 안타깝습니다. 어쨌든 5시간이 넘게 이어진 취조, 반복되는 질문과 답변들이 저를 상당히 지치게 했습니다.
아이 데리고 갑갑한 취조실 안에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중간에 여경이 아이 세 돌짜리 아이와 잘 놀아주기도 하고 빵과 우유도 사다주셨지만,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도 제게는 너무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숨쉬기도 힘들고, 속이 울렁거리고 두통까지 심해져, 취조를 받다가 경찰서에서 뛰어내린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화장실까지 여경이 따라오고, 마지막에 제 지문을 그곳 지문채취기에 찍어 남겨 놓으면서는
정말 범죄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처참했습니다.아이와 함께 CSI까지 구경을 가야 했으니요.
아이 데리고 촛불을 들었을 뿐인 평범한 아줌마를 이렇게 탄압하는 경찰이 정말 원망스러웠습니다. 오랜 시간 제 곁을 지켜주시며 함께 하셨던 장서연 변호사님,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유모차부대 어떤 회원에게도, 촛불을 들었던 어떤 시민에게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이미 다른 엄마들의 명단과 사진등을 확보해 놓을 것을 잠시 보았기에..부디 이런일이 더이상 발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독재! 독재! 독재! 뭘 잘못한게 있어야.. 조사에 응하지 저런 억지에 무슨뜻이 전달되고 말이 통하겠습니까? 이런 드러운 세상 유리접시나 되야 확 깨버리던지 하지.. 안타까운 내나라~~ 우이~쒸 저런것들한테 맞겨서 죽쓰게 생겼네~`
ㅋㅋ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