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2주 연속 도전이라!
이제껏 마라톤을 하여왔지만 연속 풀코스 도전은 나의 짧은 마라톤 생활 중 일대 변혁을 가져 온 큰 변화였다. 1년에 한 번이나 뛰었을까!
그것도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라 나름대로 벅찬 마음과 기대 때문에 고향을 향하는 길은 설레임에 약간의 흥분감 마져 감돌았다. 보성마라톤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특별히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는 없었어도 고향에서 하는 대회니만큼 잘 달려야겠다는 결전의 의지는 대단했다.
고향을 떠나 생활한 지 벌써 20 여년을 지나 몇 해를 더 넘기고 있다. 상전벽해라고나 할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두 번이나 바뀌었으니 강산도, 우리도 모두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 마을도 문명의 이기에 따라 제일 먼저 꼬불꼬불한 도로가 쫙 뻗어서 웅장하리만큼 멋지게 동서(東西)를 가로지르는 주작대로처럼 바뀌었고, 남북(南北)의 비포장길의 소로들은 나름대로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포장되어 옛추억이 아련해지고, 산등성이와 산허리를 이어주는 거대한 다리는 우리네 마을들을 비껴가며 , 탈시골의 몸부림은 용트림이라도 하듯이 하루바삐 변해져 가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러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기억 저편에 아스라이 자리잡고 있는 고향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과 꿈을 먹고 자란 어린 시절의 놀이터 같았던 앞산과 뒷산의 찔레나무와 개암나무, 진달래 꽃, 개울가의 물장구, 돌다리, 얼음지치기, 쥐불놀이 하며 놀던 동심 세상이다. 이렇게 자연과의 자연스런 어우러짐은 우리 고향 인제인만이 가질 수 있었던 추억의 향연이었을게다. 암튼 산좋고 물맑은 산골 동네에서의 탄생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마라톤 대회에 임하니 옛추억의 나래가 맘껏 펼쳐지며 이내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여유를 준다.
고향집에서 가깝다는 마음에 서두르지 않고 대회장 잔디구장에 이르니 벌써 출발을 하려는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간단한 몸풀기를 하면서 본부석을 보는 순간 내 눈이 반겨지며 응시된 곳은 나의 친구 박의원의 우뚝선 모습을 보면서였다. 여타 대회를 다니면서 본부석에 있는 이들을 가깝게 볼 필요도 없었고 낯모르는 사람들이라 관심도 없이 출발 분위기의 진지함에 휩싸여 지나쳤는데 오늘 고향대회는 남달랐다. 나는 마라톤매니아의 한사람으로, 친구는 내빈으로의 조우는 학창시절 같은 출발점에서 이제는 서로의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면면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우뚝 선 친구의 모습에서, 당당한 표정에서, 군민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품위는 공인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고, 재선 의원의 경륜 또한 묻어나는 듯하여 더욱 좋았다.
출발신호탄과 함께 본부석을 지나며 박의원을 불렀다. 둘은 반가움의 눈인사를 나누며 내린천 마라톤대회도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어제 비가 내린 뒤라 오월의 싱그러움은 그 빛을 더한다. 하늘은 파랗고 푸르름의 병풍은 한 폭의 수려한 산수화였다. 달리는 걸음도 가벼웠고, 오늘은 우리 가족 모두가 응원도 해 준다니 힘이 한 껏 난다. 합강정을 지나며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그려내는 내린천의 비경은 작은 소금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었다. 굽이 굽이 산따라 물따라 돌아치면 내린천의 시원한 강물이 반겨주었고, 이따금씩 계곡에서 산골짜기에서 불어주는 청정한 바람의 피톤치드와 음이온은 달리마들의 숨가쁨을 가볍게 해준다. 과연 전국에서 산소량이 최고라는 것과 하늘내린 내린천이라는 말이 감탄사를 이룬다.
천혜의 계곡은 또하나의 즐거움을 만들어준다. 급물살과 함께 내리치는 고무보트는 스릴(thrill)과 써스펜스(suspense)를 선물하며 내린천의 묘미를 더해준다. 래프팅하는 팀에게 "화이팅"이라는 외침을 큰 소리로 화답하는 여유를 가져보는 오늘의 레이스도 참으로 행복하다.
이제 겨우 10번째 풀코스를 도전중이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되풀이하고, 어깨를 나란히 달리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이 곳 저 곳 눈요기로 주변을 감상할라치면 벌써 반환점이요, '조금 더 힘을 내자'라는 생각을 할때면 30킬로미터를 훌쩍 지나버린다.
달리면서 이야기하면서, 반복되는 달리미들의 공통분모로 "어떤 코스보다도 가장 멋진 최적의 마라톤코스가 인제 내린천 코스"라는 말을 되풀이 할 때면 "여긴, 제 고향이랍니다" 라는 의기를 보여주었다.
청정 산소를 많이 마심때문인지 숨고름도 편하다. 남은 거리 10여킬로미터 쯤에 다다랐을 때 계곡에서 졸졸졸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에 멈춰서서 입을 댔다. 시원한 목넘김이 물 또한 부드러웠다. 머릿속까지 상쾌함을 느끼며 달림을 재촉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힘이 막 솟구쳐(?) 지는 느낌으로 마지막 레이스가 힘을 더한다. 아마도 청정 인제의 산삼과 각종 약초뿌리들이 계곡물 속에 녹아있는듯 싶었다.
반환점을 돌면 같은 길을 다시 가야하는 지루함이 있는데 내린천 마라톤 코스는 그것마져 용서하지 않으며 돌아오지 않는 길,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막, 인제시내를 접어들어 기다리고 계실 어머니와 가족들을 떠올린 힘찬 레이스는 멈춤과 느림이 없다. 골인 지점을 얼마 남기지 않고 미리 마중 나온 아내가 반가이 맞아주며 동반 레이스를 해주니 이 또한 기쁨이 아니던가!
피니쉬라인 운동장을 들어서며 어머니를 비롯한 온가족의 파이팅을 받은 오늘은, 고향에서 가족의 사랑을 담뿍 받아 더욱 행복했다.
이 좋은 코스!
환상의 코스!
하늘내린 내린천 마라톤 코스!
내년에는 전국의 마라토너들에게 알려져 나의 고향 하늘내린 내린천의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선물해 주고 싶다.
첫댓글 어쩜 글도 예술이냐, 반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