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우주문학을 주장해온 김영산 교수의 “우주문학 선언”이 발간되었다. 평론집 “우주문학의 카오스모스” 이후 약 2년 만의 신간이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하여 1990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로 데뷔하였다. 다수의 시집을 발표한 후 현재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김영산은 2017년 “포에트리” 제 2호에 “한국 시인들에게 나타난 우주문학론의 징후” 라는 평론을 발표하며 우주문학론에 관한 관심을 처음 드러냈다. 이후 펴낸 평론집 “우주문학의 카오스모스”에서는 우주문학론에 관한 구체적인 이론을 제시하며 우주문학이 지닌 확장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우주문학 선언”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를 중심으로 어떻게 우주문학론이 적용될 수 있는지 제시한다.
책에서는 우주문학론을 우주의 중간지대 발명이라 일컫는다. 여기서 우주의 중간지대란, 저자가 서론에서 이야기한 “음의 태양은 양의 태양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남성우주 중성우주 중에서 여성우주가 그 중간지대인지 모른다. 우주의 중간지대의 발명이 우주문학이다.” 에서 알 수 있듯이 음의 태양을 이야기한다. 일례로 페미니즘 논의가 불거진 것 역시 음의 태양의 도래이다. 따라서 김영산은 이른바 ‘양의 태양 중심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주의 움직임과 문학은 어떤 연관을 가질까? 저자에 따르면 문학은 우주의 흐름을 따른다. 실은 문학뿐만이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의 움직임은 우주의 거대한 논리에 근거한다. 우주문학론의 이론을 제시한 전작 “우주문학의 카오스모스”에서 김영산은 일반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우주과학적인 세계는 시의 우주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는 우주문학이 삶과 죽음이 하나로 연결되는 초월적 세계의 지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주문학 선언”은 총 5부로 이루어졌다. 1부는 우주문학의 선언, 2부는 우주문학의 두 겹의 꽃잎, 3부는 샴쌍둥이 지구의 탄생, 4부는 시의 비석 우주의 비석, 그리고 5부는 하얀 해와 숱한 푸른 해들이 발화한 우주문학이다. 그중 2부 우리문학의 두 겹의 꽃잎을 들여다보면 우주의 주술성과 음악성이라는 개념을 들어 “정읍사”, “가시리”, “청산별곡”의 후렴구에서 우주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서술한다. 특히 “음악이 고대에서부터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유전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는 부분은 전작에서 이야기한 거시와 미시, 삶과 죽음, 이성과 광기의 교차와 순환과 그 맥락을 함께한다.
우주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얼핏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김영산은 우주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성이라고 말한다. 현실과 우주가 맞닿아있다면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우주적이기 때문이다. 1부에서 저자는 “세계 우주문학의 기원을 한국 우주문학의 기원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고 하며 작가에게 가장 현실적인 한국의 예를 통해 우주를 비춤을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