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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최고의 사회복지사”(5) |
만약에 하느님께서 나에게 “앞을 못 보든가, 아니면 듣지 못하고 살든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라고 한다면? 전자의 경우가 된다면 내가 좋아하는 발레 지젤을 다시는 못 보게 될 것이고, 아름다운 사계절의 변화를 눈에 담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한번은 청각장애인의 고통을 체험해 보려고 TV를 켜고 볼륨은 꺼 버렸다. 도무지 재미가 없었다. 영화 채널을 돌려봐도 무의미했고, 예술 채널을 틀어 소리 없는 연주를 단순히 ‘보는 것’ 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장애인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청각장애인들이 다른 장애인보다 예쁘게 하고 다니면서도 고집은 지체 · 시각장애인들보다 훨씬 세다고 한다. 왜 그럴까?
지난 7월 5일 한국인 최초의 청각장애 신부가 탄생했다. 서울대교구의 박민서 신부. 전 세계에는 15명의 청각장애 신부가 있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탄생했다. 박신부는 사제가 되어 밝힌 각오를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친구처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40만 명의 청각장애인이 있다. 그들은 자녀를 낳더라도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 부모로서 “엄마, 아빠”라는 말을 직접 가르쳐 주는 소소한 사랑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한번은 청각장애 어르신 40여 명과 함께 광교산에 올랐다. 일반인과 함께 뒤섞이는 바람에, 막상 하행을 하고 보니 두 분의 어르신이 안 보였다. 이분들은 글을 모를 뿐 아니라 들을 수도 없기 때문에 휴대전화가 있을 리 없었다. 다행히 정상에서 찍은 사진 덕에 어느 분이 빠졌는지 금방 알 수 있었고, 우리 봉사자들은 2시간 만에 그분들을 찾아 모시고 내려왔다. 장애 중에 가장 약한 장애라고 생각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정상인처럼 움직이고 보는 것에는 아무 지장이 없으나, 결정적인 마지막 한 순간에 정확한 의사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분들이 고집이 센 것은 아닐까? 아무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하느님께서 나에게 시각과 청각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신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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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음화국 사회복지회장 이기수(요아킴) 신부 수원주보 제1223호 (2007년 7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