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먹거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정보통신부 주관의 IT839 정책(8대 신규서비스, 3대 첨단 인프라, 9대 신성장 동력)은 국민생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내용들이다. 참여정부도 ‘IT혁명’이 생활혁명이 되도록 이른바 ‘따뜻한 디지털’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IT839정책으로 야기될 국민 생활의 변화를 소개함으로써 정보혁명을 생활과 밀접한 것으로 이해시키고자 본지는 20회에 걸쳐 ‘생활과 연결시켜본 IT839’시리즈를 연재한다. IT839 정책소개보다는 IT839가 미래에 어떻게 적용되고 그것이 변화시킬 생활상을 위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註]
과학과 정보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편리함을 인간에게 가져다주고 있다. 그러나 브레이크가 없어 보이는 기술의 발달은, 또 갈수록 그 속도를 더해가는 기술의 발달은 이제 인간 그 자체를 탐구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 기술 발달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객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할 마지막 종착역도 결국 인간과 생명에 걸려 있는 빗장을 푸는 것일는지 모른다.
굳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간복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현 수준의 과학과 정보통신기술만으로도 인간은 스스로를 해부하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를 발가벗기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의지 속에서 생물학적 반응을 발라내서 진실을 찾아내는 거짓말 탐지기는 이미 보편화돼 이제 더 이상 신기하다는 느낌마저 주지 않는다.
초소형 센서의 등장은 사회 전반의 변화는 물론 인간에게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966년에 제작된 공상과학영화 ‘환상여행(Fantastic Voyage)’에는 초소형 잠수함이 사람의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탐험한다는 다소 황당한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발전 추이를 보면 머지않아 이 같은 기술이 실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같은 낙관적인 관측에 힘을 실어 주는 사례 중의 하나가 ‘스마트 먼지’다. 미국 버클리대학 연구소에서 수년 전부터 연구해온 글자 그대로 ‘똑똑한 먼지’는 시장 조사기관인 IDC가 인류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9대 기술 중의 하나로 선정할 만큼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먼지는 센서와 통신장치, 그리고 컴퓨터 능력을 실리콘 모트(Mote) 안에 집어넣은 것이다. 현재는 약 5mm 정도 크기지만, 앞으로 말 그대로 먼지처럼 작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먼지처럼 공중에 떠다니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따라서 용도는 기상 관측에서부터 스파이 행위까지 다양하다.
실제 이 기술은 군사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사시에 전장에 수십만 개의 스마트 먼지를 살포하면 적군의 병력 이동은 물론 건강 상태까지 파악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먼지가 세균과 결합하고, 특정 주파수의 전파에서만 터지게 만든다면 보다 강력한 생화학 무기로 바뀔 수도 있다.
과학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이 정도로 해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바로 본인이 아무리 숨기려 해도 인간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내고, 과거 행적의 일거수일투족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텔레파시통신이 대표적인 예다.
텔레파시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원격감응현상이다. 떨어진 상태에서 서로의 생각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텔레파시 현상이다. 간혹 수백km 떨어진 곳에 있는 자식에게 큰 사고가 났을 같은 시간에 부모의 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거렸다는 식의 얘길 듣는다. 바로 텔레파시다. 텔레파시의 사용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그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지난 5월 독일의 한 연구소가 3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내놓은 ‘생각으로 구동하는 컴퓨터’는 텔레파시 통신이 이미 시작됐음을 알려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소는 시연회에서 128개의 뇌파감지장치가 달린 모자를 쓰면 피부에 나타나는 뇌파의 움직임을 읽어 생각하는 대로 컴퓨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판이나 마우스로 물리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모니터 화면에 빗방울 같은 무늬가 흘러내릴 때 방향을 바꾸는 등 아직은 단순한 기능들이다. 그렇지만 간단한 동작은 90%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향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전신마비 장애자에게 생각으로만 움직이는 인공 수족을 줄 수도 있다. 독일의 이 연구소는 3년 안에 전신마비장애자에게 인공수족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실험 결과 생각을 통한 컴퓨터의 조작은 인간의 손발이 뇌에 반응하는 것보다 더 빠른 것으로 드러났다.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는 차를 보고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정지하는 시간보다 운전자의 시각에 컴퓨터가 반응하는 시간이 더 빠르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기술은 긴급 제동장치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대덕밸리의 벤처기업이 뇌파로 장난감을 움직이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휴대전화가 불필요해질지도 모른다. 또 지하철 속에서 통화 때문에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말이 필요 없는 통신시대가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또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 91년에 로렌스 파웰 박사는 사람의 머리에 10개의 미세 전극이 내장된 장치를 씌우고 범죄 장면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뇌의 반응을 살핌으로써 범인을 찾아내는 방식을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피의자가 아무리 범죄를 부인하려 해도 뇌가 주인을 배반해 범죄를 자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들어맞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2년 영국의 케빈 워릭 교수는 자신과 부인의 손목 밑에 100개의 실리콘 전극 뭉치를 삽입하고 컴퓨터를 매개로 통신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부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전극 뭉치는 신호를 컴퓨터로 보냈고, 컴퓨터는 이 신호를 해독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컴퓨터로 전송했다. 신호를 받은 컴퓨터는 이 정보를 다시 워릭 교수의 이식장치에 연결된 안테나로 보낸다. 워릭 교수는 2050년쯤에는 사람들이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김호진 정보통신 칼럼니스트저작권자 2005.09.0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