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나봤나" 망개떡…'달고나'도 아직 건재해요
◇한일극장 앞 국자할배
호기심에 옛생각에 나이불문하고'한판' 외국인에게도 인기
더위 탓일까, 요즘 동성로 노점상 대다수는 테이크아웃 생과일 주스 판매에 혈안이 돼 있다. 무려 12군데가 성업중이다.
한일극장 지하도를 올라갔다.
초입에 올해 일흔의 박씨 할배가 지하도 입구 모퉁이에 앉아 있다. 그는 평일 오후 2시에 여기로 나온다. 오후 7시30분 롯데백화점 지하도 초입으로 자리를 옮긴다. 젊은 여성들에겐 눈깔 사탕처럼 어필되는 '국자'는 추억의 주전부리로 통한다. 할아버지는 누른 설탕을 국자에 넣고 녹인뒤 소다를 넣고 부풀려 설탕이 깔린 철판에 두드려 쏟은 뒤 철제 누르개로 가볍게 누르고 조금 굳으면 그 위에 철제 틀로 하트 문양을 찍는다. 의류용 핀으로 하트 모양을 부러트리지 않고 떼내면 경품을 준다고 해서 국자는 일명 '떼기'로도 불린다.
할배는 경품에 관심이 없다. 비닐 포장해 별도 자그마한 박스에 보관한다. 특히 호기심 많은 외국인들이 잘 사먹는다. 중년층에게는 추억의 상품으로 팔린다. 한 개 500원, 하지만 귀고리 등 경품이 걸리면 1천원이 된다. 동성로 금강제화 맞은편 노점상에서는 뽑기식으로 국자를 1개 1천원씩 판다. 가끔 백화점에서 선물용으로 수십 개씩 사갖고 가기도 한단다.
9년 전부터 한일극장 앞에서 진을 친 구이 아저씨, 스팀기 같은 구이기에서 굽혀나오는 버터 몸탱이는 2천원, 오다리(오징어 다리)는 2천~3천원에 팔린다. 한일극장 바로 남측에 영화관 이용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스낵바가 있다. 6년 전에 생겼다. 고구마 찹쌀 빠스가 3개 1천원씩 팔리고 있다. 이 밖에 매운 어묵, 맛살 어묵, 포크, 치즈, 새우어묵 등도 잘 팔려나간다. 일반 제과점도 노점상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매장 밖에 판매대를 설치했다. 뚤레쥬르, 크라운베이커리 등은 시식용 식빵을 가위로 잘라 접시에 담아둔다.
◇ 양념어묵 골목
토요일 특히 '북적' 더울수록 잘 팔려 생과일주스는 별식
대구백화점 남문 앞 거리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양념어묵 골목.
6년전 대백·동성로 양념어묵이 먼저 붐을 일으켰다. 이어 오뎅포차와 부산 떡볶이가 가세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5~6시 가장 붐빈다. 들어설 자리가 없다. 주인들은 어묵을 꿰는 대나무 꼬챙이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실 양념어묵은 교동시장이 먼저란 설이 있다. 하여튼 어른들이 좋아하는 정통 물오뎅, 요즘 이 바닥에선 젊은이들한테 별로 사랑 못받는다. 한 집에 평균 4종의 어묵이 있다. 어묵 속에 떡·잡채·치즈를 집어넣어 퓨전화시켰다. 양념오뎅은 물오뎅보다 작아 3개 1천원. 이게 잘 되니 하절기 임에도 불구하고 동성로 곳곳에 어묵 노점상이 늘고 있다. 이들 양념어묵집에선 별식으로 생과일주스도 판다. 특이한 점은 주인들이 예쁘거나, 세련되고 싹싹하다. 추레하면 밀리기 때문인가.
초등학생들에겐 역시 불량식품 만한 군것질거리가 없다.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는 수십 종류의 추억의 불량식품이 팔리고 있다. 물론 유명 메이커는 아니다. 중국산이 강세를 보인다. 가격대는 거의 100원선. 이중 눈길을 끄는 건 200원짜리 자판기형 국자. 200원을 넣고 구멍에 대면 설탕이 나온다. 자동적으로 코일에 열이 오른다. 국자를 놓고 2분쯤 지나 설탕이 녹는다.
다 녹으면 주인이 주는 소다를 조금 넣으면 설탕액이 누렇게 부풀러 오른다. 그걸 아기공룡 둘리 등 8가지 철제 모양틀에 넣고 아이스바용 막대기를 끼워 떼내면 감쪽같이 설탕과자로 변신한다. 아이는 그걸 눈깔사탕처럼 빨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이 밖에 라면땅땅, 쫀드기, 입 속에서 와다닥(입에 닿으면 갑자기 잔 폭발이 일어남) 등도 여전히 부모들의 눈밖에서 잘 팔린다.
◇ 가창 찐빵골목
단팥 많고 빅사이즈 워낙 인기좋은 탓에 주변 교통체증
찐빵도 자기 권역이 있다. 서울·경기권에는 '안흥찐빵', 대구에는 '가창찐빵'이 있다. 안흥찐빵은 경상도에서 힘을 발휘 못한다. 가창찐빵은 안흥에 비해 단팥이 많이 들어가 있고 더 큼직하다. 현재는 프랜차이즈 찐빵으로 발전했고 고속도로 휴게소 호두과자와 경주 황남빵 사이를 이어주는 먹거리로 분류된다. 특히 비오는 날 오후에 먹고픈 충동이 강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식으면 별로다.
현재 달성군 가창면사무소를 끼고 있는 도로 양편은 전국적 '찐빵 골목'으로 정착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 가창 원조 찐빵 한 집이 붐을 일으켰다. 중년층 이상 고객이 몰려들면서 너도나도 찐빵 가게를 열기 시작해 현재 12군데로 늘어났다. 가창, 옛날, 원조, 유명, 소문 등 무차별 난사된 간판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워낙 잘 팔려 몇몇 집 앞에는 장사진을 친다. 이로 인해 이 골목은 상습 교통체증 구간. 가창 파출소 경찰관이 뒤엉킨 차들을 정리할 정도다.
가창 찐빵 손만두, 나드리 찐빵 도너츠, 마시미르 호찐빵, 가창 유명한 찐빵, 옛날 할배 만두찐빵, 소문난 찐빵, 가창 망개떡, 가창 원조 찐빵, 원조 고향 옛날 찐빵, 추가네 옛날 찐빵, 옛날 찐빵…. 맛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이 골목 찐빵은 5개 2천원.
마시미르 호찐빵은 찐빵보다 만두 팬들이 많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나드리는 '웰빙 찐빵' 시대를 열었다. 노랑(단호박)·파랑(쑥)·보라(흑미)·흰색 찐빵을 팔고 있다.
이 골목에 무인도처럼 입성한 '아침의 떡'. 37세 때 직장인에서 떡집 아저씨로 변신한 최규웅 사장(41)은 경남 의령의 특산품으로 된 망개떡이 원래는 대구가 고향이란 사실을 알고 자기만의 망개떡 개발에 나섰다. 망개잎은 원래 청미래 덩굴을 의미한다. 떡도 직접 만든다. 한 팩에 1천500~2천원. 보리떡(1천500원), 망개떡(2천원)이 주력. 봄철엔 쑥떡, 쑥설기, 하절기에는 호박떡, 호박설기식으로 계절떡을 판다. 판매되는 떡 종류는 10여 가지. 망개잎은 6~8월 가창 인근 산에서 따서 1년치를 염장 보관해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