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등 동양 3국 문화권에서는 ‘4’자에 대한 미신이 있다. 이 글자의 발음이 ‘죽을 사’(死)자와 꼭 같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엘리베이터나 고층 건물에는 4층을 ‘F’ 등으로 표시하거나 아예 빼버리고 3층에서 5층으로 뛰는 경우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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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일본에서는 전화번호 등에서 ‘94’를 피한다. 숫자의 발음이 ‘급사’하고 같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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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건축업자는 고층 아파트의 13층에는 입주를 희망한 사람이 없어서 ‘12-B’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입주 희망자가 모였다고 한다. 이것은 서양 사람들이 한사코 ‘13’을 싫어하는 성향에서 온 것이다. 예수의 최후의 만찬에도 참석자가 13명이었기에 그 후 얼마 안 되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혔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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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양에서는 매달 ‘13일’중에서 특히 금요일인 경우는 운이 나쁜 날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옛날 북유럽의 전통적 미신에서 유래한 것인데 그 후 기독교 문명에까지 옮겨진 것이다. ‘13일 금요일’을 꺼리는 까닭에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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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예를 들면 에덴 동산에서 이브가 아담에게 금단의 사과를 먹도록 유혹한 것, 노아가 홍수를 만난 것, 그리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날 등은 모두 ‘13일의 금요일’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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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3’을 끝까지 싫어한다는 미신을 정면에서 뿌리치고 한사코 ‘13’을 애용한 하나의 특유한 예가 있다. 미국의 화폐 중에서 1달러 지폐 뒤쪽에는 피라미드와 독수리의 그림이 있는데 모두 ‘13’하고 깊은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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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피라미드가 13층이고 독수리가 한쪽 발에 쥐고 있는 올리브의 잎사귀가 13개, 딸기도 13개, 독수리의 머리 위에 그려진 별도 13개, 다른 한쪽 발에 쥐고 있는 화살 역시 13개 등 온통 ‘13개’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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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종이돈에까지 ‘13’으로 도배한 까닭은 미신에 대한 저항이나 다른 의미에서가 아니라 오로지 미국은 원래 13개의 식민지로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미국 국기에도 역시 50주를 뜻하는 50개의 별과 청색·홍색으로 된 13개의 줄무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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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은 각기 문화권 고유의 개념이므로 꼭 같은 현상이 상반되는 예가 흔히 있다. 서양에는 아침에 밖에 나가자마자 검은 고양이를 보면 재수가 없다는 미신이 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에서는 정반대로 이것은 재수가 좋은 징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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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에딘버러의 어느 곳에서는 매일 아침 거의 같은 시간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길을 건너므로 어떤 사람들은 그 시간에 그 곳에 이르면 그 고양이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기분 좋게 출근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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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소중히 여기는 전통은 고대 이집트 문화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고양이가 죽으면 귀족층이나 부유층에서는 거의 사람이 죽은 경우 못지않게 장례까지 치렀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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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나무가 많지 않던 이집트에서 말이다. 그러나 서양 속담에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이나 된다’는 것은 이것과는 무관하다. 고양이를 높은 곳에서 아래로 던져도 높이뛰기 선수처럼 땅바닥에 반드시 정연한 자세로 서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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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신은 따지고 보면 한이 없고 무시해 버리면 그런 대로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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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2003년 10월 01일 33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