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시장-산복도로 105

[눈산]

초량시장

―산복도로 105

  강 영 환

낡은 옛 백제병원 건물 뒤 남선창고 터를 지나

오래된 초량 시장통에 가 닿았다

산동네 사람들이 저녁 기제사를 위해 내려와

생선마리나 장만해 가는 좌판도 있고

초량역이 이전되기 전에 품삯 받은 철도 일용 노무자들이

자식들 못 먹은 배를 채우기 위해 고기근이나 넉넉하게 끊어 가는

자주 가기 힘들었던 정육점도 남아 있다

국수집에서 잔치국수를 말아 점심 한 끼 때우고

푸성귀를 팔던 할머니도 손주들 먹이려고 통닭을 사고

그리 팔면 밑간다고 신발가게 흥정 소리가 높아질 때

길바닥에 앉은 풋사과가 향기를 뿜어 내

덤으로 끼워주는 상처에도 추석이 가까워 옴을 알렸다

사지 않고 그냥 지나쳐가는 발자국들도

초량시장 통을 한 번 지나다 물들어 가면

버릴 수 없는 질펀한 눈빛을 가슴에 묻어놨다가

어김없이 다시 와서 국밥을 먹고 갔다

<부산시단 2018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