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산행 335차 천등산
대상산 천등산(天燈山)574m 경북 안동시 서후면
날짜 2013년 11월20일
산행 거리 및 시간 7km 3시간55분
산행 만남 장소 20일 지하철 교대역 한양아파트 앞 주차장
교통기관 승용차(운전 신세균회원) 렌트카 승합차(운전 정순명 김창옥회원)
산행 들머리 경북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 매표소 입구
산행 날머리 경북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 매표소 입구
참석자 15명 신세균 김창옥 최계순 조종임 김경이 조정선 최문규 최효선
반영숙 윤순화 최순일 이경숙 유정식 최계선 김철우회원
산행코스 11:20 봉정사 매표소 앞 주차장 도착-11:35 주차장에서 산행 시작-12:20 무덤에서 식사-13:00 식사 후 산행시작-14:45 개목사-14:50 봉정사-15:15 봉정사 주차장 신행 매듭
목욕 저녁 식사 안동시 학일온천 그 부근 쇠고기 전문 식당
도움 준 분 유정식사장 (이경숙씨 부군) 식사대 목욕비 부담 안동소주 13병
산행 이모 저모
천등산은 해발545m이지만 산책공원으로 알맞은 산이다. 산이 그렇게 높지 않은데다 산길이 험하지 않고 비탈길도 적어 산책하기에 적당하고 소문난 절이 있어 안동시민들이 자주 찾는다. 안동시 북쪽에 있는 이 산은 언제든 산행을 할 수 있어 안동시민들과는 친숙하다.
1999년 한국을 방문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찾았던 봉정사가 이 산 남쪽 양달 기슭에 있다. 안동의 진산은 학가산(鶴駕山 870m)이다. 이 산은 전국의 산꾼들이 자주 찾는 산이고 천등산은 안동시민들이 즐겨 찾는것 같다.
안동은 조선시대 안동김씨 안동권씨가 대대로 당시 이 나라 정치를 주릅잡았던 명문거족의 고향이요 삶터였다. 그래서 지금도 안동은 자존심과 권위의식이 강하고 아직도 유교 조선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양반도시다. 시민들도 자부심과 긍지가 강하고 한국 전통문화를 지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천등산은 한자로 天燈山이다. 말 그대로 하늘에 걸린 등불이다. 그러므로 하늘을 밝히는 등불이다. 한국 전통을 살려 이 땅을 지키려는 안동과 하늘을 밝히는 천등산. 천등산은 이름만으로도 안동과는 찰떡궁합이다.
부산서 안동은 쉽게 갈 것 같은데 실제로는 3시간 안팎이 걸린다. 하기야 개혁의 물결을 가장 빨리 받아들이는 항구도시 부산은 전통과 권위를 지켜 나가려는 양반도시 안동과는 교통문명이 첨단화 된 지금도 시공(時空)이 먼 것 같다.
봉정사 일주문을 바라보고 왼편 주차장 옆으로 난 넓은 길을 가는 게 천등산 등산 시작이다. 넓은 길은 언덕 같은 곳으로 올라가는데 오른편에도 넓은 빈터가 있다. 천등산 안내도는 ①②등산로가 떨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①②등산로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큰길 따라 조금가면 ①②등산로가 나누어지는 표지판은 있다. 계속 왼편 도로를 가면 산길로 바뀌면서 오른편으로 꺾이고 능선을 간다.
능선과 주변 풍광은 여느 산과 다를 게 없다. 왼편으로 건너편 능선에 중계탑을 머리에 잔뜩 인 학가산이 우뚝 솟았다. 학이 나는 모양같다고해 학가산이란 이름을 없었다는 안동의 진산. 학의 하얀 목덜미 색깔의 중계탑을 비롯한 고스락이 햇볕을 받아 하얗게 반짝인다.
관음굴 안내판이 있다. 등산로에서 약5분 거리의 오른편 아래쪽에 있음을 알린다. 능선 길은 사람들의 발길에 닳고 닳아 반짝일 정도다. 처음엔 가장 긴 코스로 등산을 해도 3시간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걸어보니 만만찮았다. 쉼터와 이정표가 있고 또 ‘부부 학’이란 시를 게재한 목판도 눈길을 끈다. 정상은 쉽게 도착 할 것 같았지만 여기서도 맞은편에 아주 높게 솟았다.
등산길은 봉정사를 가운데 기슭 아래쪽에 두고 왼편(서쪽)에서 시작해 한 바퀴 도는데 정상이 절의 북쪽에 자리 잡았다. 능선 길은 간혹 내리막에 가랑잎이 덮여 걷는 게 힘든 곳도 있다. 이정표 있는 곳에서 천등산으로 바로 오르지 않고 아래쪽 기슭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른다. 천동굴 입구에서 천등산을 오르려고 했지만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려 정상 오름을 피하고 하산을 한다.
하산길 왼편에 자리한 개목사에 들렸다. 안내판은 이 절이 세워지고 난 뒤부터 안동지방에서 장님이 거의 생기지 않아 개목사라고 했다고 해설한다. 하지만 종교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눈, 세상의 모든 것을 보지 못하는 눈을 볼수 있도록 깨치게 했다는 의미로 개목사(開目사)라 이름 붙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하늘을 밝히는 천등이나 우리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개목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원통전은 국가문화재로 보물이다.
그런데 우리가 대웅전을 기웃거리고 이리 저리 다녀도 승려를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절 입구 밭에는 바둑알 같이 작은 하얀 국화와 노란 국화가 무리지어 피었고 그 아래편 연못에는 꺾이고 구부러진 연꽃대가 연못 뚝애 하얗게 핀 억새꽃과 대조를 이루며 초겨울 풍경을 가슴 아리게 보여준다.
개목사에서 봉정사까지는 아주 가까운 절 같지만 걸어보면 내려오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또 하산 길은 바로 매표소로 가고 또 봉정사로 다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오른편 수풀에 있는 희미한 길로 들어서야 한다. 길 같지 않은 길이라 신경 써서 살펴야 찾을 수 있다. 길은 철망을 쳐 놓은 곳에 닿고 철망 안은 봉정사다.
봉황이 머물러 있었던 곳이라 봉정사라고 했다 한다. 국보2점 보물2점이 있다. 이 절은 규모가 작지만 작은 것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알려준다. 공양을 준비하는 부엌 옆에는 김장을 하느라 분주하다. 잘 씻어 놓은 무 하나를 달라고 했더니 일하는 여성분은 “가을 무시는 보약 보다 좋습니다. 예, 어서 가져가 드십시오”라고 말한다.
참 좋은 초가을 오후다. 무 한 개가 세상 살맛을 전해준다. 국보와 보물을 보고 내려오는데 오랜 풍상을 새긴 소나무 한 그루(보호수) 풍채가 아름다움을 넘어 거룩하다. 고찰과 고목이 세상의 이야기를 전한다. 세상을 본다. 하늘을 밝히는 등불을 가슴에 앉는다.
안동에 사는 오늘 참가한 회원 남편분이 함께 산행을 하며 안내를 해 주엇다. 산행 후 학가산 온천비를 부담하고 또 안동에서 소문난 쇠고기전문 식당에서 우리 모두에게 저녁을 샀다. 그리고 헤어질때 인간문화재 조혹화씨의 안동소주 한병씩을 모든 회원들에게 주었다.
안동의 멋과 맛이 흠뻑 젖은 하루였다.
개목사는 마음의 눈을 열게 하고
천등사는 하늘을 밝히는 등불이었다.
<오늘 산헹은 지난 9월 추석 직전 중국 구채구에 갔던 일행과 수목산악회 회원이 함께한 친목 등산이었다. 구채구 여행에도
수목산악회 회원들이 많이 참가했다.>
찻집 안내판과 찻집이 지극히 '안동적'이다.
산수유가 마지막 남은 가을과 뜨거운 약속을 한다.
세월이 빚은 조각--노송과 억새와 청정한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