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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의 오랜 전통도시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고 한다. 흰쌀, 누에고치, 그리고 곶감에서 얻은 이름이다. 붉은 곶감을 희다고 하는 것은 곶감에서 묻어나오는 흰 가루 때문이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생산하는 상주는 마을마다 감나무가 즐비하고 집집마다 감나무 한 그루씩은 있을 정도다.
곶감을 만드는 감은 토양과 기후의 조건에 따라 그 크기와 맛이 다르다. 상주는 서쪽이 높고 동남쪽으로 서서히 낮아지는 분지형이라 곶감 건조에 적당한 지형이다. 토질 역시 사질 양토로 배수가 잘 되어 감나무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감은 반시, 고둥시, 둥시로 종류가 구분되는데, 상주감은 떫은 맛을 내는 둥시로, 둥글게 생긴 감이라는 뜻을 지녔다. 산봉우리처럼 둥글고 소담스럽게 생겼다 하여 봉옥이라고도 하고, 곶감으로 깎았을 때 분이 많이 난다고 하여 분시라고도 한다.
둥시는 탄닌 함량이 많고 물기가 적어 그냥 먹으면 단감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 대신 곶감 재료로는 최적이라고 한다. 곶감이 되면 떫은 맛은 없어지고 당도는 원래 당도의 두 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주에서는 감으로 곶감을 만들기도 하지만, 감을 100% 원료로 한 강장식품 감식초도 생산하고 있다. 감식초는 순수 무공해 식품으로 비타민 C와 탄닌이 풍부하다.
#[연악산쉼터] 청와대 칼국수집
상주시 지천동, 용흥사 가는 길이 갑장산 산행 나들목이다. 여느 명산 자락들과는 달리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자동차길이 끝나는 지점, 주차장 위쪽으로 좁은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계곡 건너편에 일(一)자 형으로 길게 지은 단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연악산쉼터(054-533-7184)다. 크게 소문이 난 집이기는 하지만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갑장산(甲長山. 805.7m)은 상주삼악(尙州三岳)-연악(갑장산), 노악(노음산), 석악(천봉산)-중 제일 명산이다. 신령스런 기운이 맑고 밝아 큰물이나 가뭄이 들면 이 산에서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기도에 대한 응함이 빨라 개이기를 빌면 금방 비가 그치고, 비를 원하면 바로 비가 내렸다고 한다. 고려 충렬왕이 이 산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었다는데, 영남에서는 으뜸 가는 산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부여했다는 설도 있다.
이러한 유서 깊은 산자락에서 태어난 한 사나이가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 고집으로 반백년을 넘긴 55년의 세월을 한 곳에서 살고 있다. 총각 때 착하디 착한 소녀와 열애를 했고, 결혼 후 새댁도 신랑의 뜻에 순종, 산속으로 들어와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포장된 길로 상주시내까지 자동차로 쉽게 내왕하니 불편한 것이 없겠지만, 이 부부의 젊은 날은 얼마나 고달프고 외로웠을까? 꿀벌을 치고 자연을 벗하며 딸 아들을 낳아 기르는 사이, 길은 좋아졌고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산꾼들이 낙전(落錢)을 하게 되니 지금은 세속의 삶에도 익숙해졌다고 한다. 이들이 지금의 연악산식당 주인 이재영(55)-김의선(52)씨 부부다.
문을 연 것은 13년 전, 갑장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나들목에 먹거리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안주인 김의선씨는 쉬운 생각으로 칼국수 차림으로 손님들을 맞기로 했다는데 실제로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밀어 일일이 칼로 썬다는 일이 만만치 않았고, 예약 없이 많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칠 때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차려낸 칼국수가 손님들 입맛에 맞았는지 소문이 크게 퍼져 나가 손님 발길이 이어졌다는데, 어느 날 한 손님이 “어! 이것 봐라! 청와대에서 먹은 칼국수 바로 그 맛이야!”라고 크게 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그 후로 이 집 칼국수는 ‘청와대칼국수’라는 별명을 얻게 됐고, 손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 칼국수를 주문하게 됐다고.
지금은 상주 사람들뿐 아니라 인근 도시 사람들까지도 이 칼국수를 먹으러 온다는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는 불행하게도 산악회라는 이름을 빌어 산을 타면서 정치집회를 한 기록이 있다. 그 집회의 선두에 섰던 분이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로 들어갔고, 그 다음 산을 함께 탔던 옛동지들이 청와대로 초청을 받아 칼국수 대접을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연악산식당은 칼국수 전문식당이지만 주문에 따라 여느 산자락의 음식점들과 별다름 없는 음식들도 차려낸다. 그 중에서 계절 따라 소재를 달리하는 부추전과 파전, 배추전(겨울)이 단연 압권이라고. 이 부침들을 안주 삼아 안주인이 솔잎을 갈아 직접 담근 동동주 한 잔을 걸쳐 본 산꾼들은 그 맛에 매료되어 갑장산과 연악산식당의 단골이 된다는 소문이다. 칼국수·부침 4,000원, 두부·도토리묵·동동주 5,000원, 삼계탕 8,000원, 수육 12,000원, 매운탕·닭도리탕 각 25,000원, 백숙 30,000원, 한방약오리백숙 35,000원, 8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이고, 식당 앞 넓은 주차공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차장 관리는 주인 이재영씨가 맡고 있다.
#[통나무집] 아름다운 시골마을 지천동
갑장산 자락, 정상에서 10시 방향은 상주시 지천동 질구내 마을이다. 마을 뒷산인 갑장산에서 흘러내리는 계류에서 목욕을 하면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마을로 가는 길가에는 아름다운 소나무숲이 있고, 130여 가구 300여 명이 인정을 나누면서 살고 있다. 전형적인 아름다운 시골마을이다. 이 마을 초입에 통나무로 지은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통나무집(054-533-3313)’이라는 간판이 서 있고, 입구에는 ‘봄나물정식 개시’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다. 차를 마시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전통음식전문점이다.
산채비빕밥·손두부·콩나물밥·동동주 5,000원, 홍합밥(2인 이상) 1인분 7,000원, 봄나물정식(4인 기준 상차림) 1인분 8,000원, 돼지고기수육 10,000원 등을 차려낸다. 150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규모로 10년 전통을 쌓고 있다. 산나물은 인근 산자락에서 이웃 할머니들이 캔 것들이라 싱싱하고 값도 싸다. 주차공간도 넉넉하다.#[지천식당] 원조 우리밀칼국수집
충주-문경-상주-김천을 잇는 3번 국도 상, 상주시가지 중심부에서 남향, 상주 버스터미널에서 김천 방향으로 약 9km 지점이 양촌동인데, 이곳에 양천교가 놓여 있고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남부초교가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서는 납작하게 주저앉아 있는 ‘지천식당(054-532-1715)’을 만나게 된다. 간판의 접두어로 붙어 있는 ‘원조 우리밀칼국수’라는 원조의 표현대로 꽤나 알려진 업소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소모하는 밀은 연간 400만 톤쯤이라는데 우리 땅에서 생산하는 밀은 약 1만2천 톤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뜻있는 분들이 모여 우리밀 살리기 운동까지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천식당의 음식맛은 이미 검증됐고, 그래서 식당 앞에서는 전국 각지의 번호판이 붙은 차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칼국수 4,000원, 우거지국 3,000원, 냉콩국수 5,000원, 돼지고기수육·석쇠불고기 각 8,000~10,000원.
상주대학교가 지척이고, 이곳 지천식당 앞 삼거리가 갑장산으로 꺾어서 들어가는 길인데, 상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청리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20분이 걸린다.
#[노랑할매식당] 알뜰살뜰했던 할머니의 닭고기맛
살림을 아끼며 정성스럽고 규모있게 꾸려 나가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근검절약은 어느 시대이건 미덕임에 분명하다. 할머니는 알뜰살뜰하게 식당을 운영했고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공부도 시켰다. 참으로 떳떳한 모습이다. 그 할머니를 보고 못된 사람들이 인색하다며 노랭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장군멍군! 할머니도 받아쳤다. 그러고는 간판을 아예 ‘노랑할매’로 했다.
노악산 남쪽 자락을 가로지르는 25번 국도 건너편 내서면 능암리 퇴동 마을에는 ‘노랑할매식당(054-536-9984)’이라는 노란 색과 빨간 색을 배합시킨 아름다운 간판이 눈에 띈다. 지금의 업주인 한현자씨(48)의 이모이신 할머니가 바로 식당간판에 나오는 노랑할매다. 노랑할매는 지금 2선으로 물러 앉았고 2세인 노랑할매 한현자씨는 조금도 인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넘치는 인정에 찾아간 객들이 당황했다.
약닭(30,000원)과 옻닭(35,000원)을 차려 내는데 일행 모두는 노랑할매의 손맛이 크게 소문난 이유를 금방 알게 됐다고 했다. 손님들은 알뜰살뜰했던 노랑할매의 뜻을 받들어 음식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것이 예의일 것이라며 식탁에 올라온 음식쟁반을 말끔히 비웠다. 35인승 차량으로 외지손님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해 준다.
#[고향산천휴게소] 25번 국도상의 편의점
상주시 무양청사와 내서면 사무소로 이어지는 25번 국도 상 능암리, 상주에서 보은 방향 7km 지점에는‘낙원산채한정식식당’과 ‘고향산천휴게소(054-532-1841)’가 있다. 식당은 여느 식당들과 별다름 없는 음식들을 차려내고 휴게소 역시 여러 가지 일용품들을 갖추어 놓았다.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넓은 주차공간에 140명 인원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식탁이 놓여진 식당이라 많은 인원이 산행길에 오를 때는 챙겨둘 만한 업소다. 만남의 장소로도 안성마춤이다.
상주시 모범업소로도 선정이 된 이 업소에서는 산채비빕밥·청국장·고추장돼지불고기(각 5,000원), 산채정식(10,000원), 버섯전골(20,000원) 등을 차려낸다. 아침 6시 반이면 문을 열고 저녁에는 9시까지 영업한다.
이 휴게소에서 상주 방향 멀지 않는 곳에 상주자전거박물관이 있다. 상주는 전국 제일의 자전거 도시로 매년 자전거축제를 열고 있다. 자동차 1천만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 교통 문제의 대안으로 우리 모두가 환경친화적인 무공해 녹색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채택해 보면 어떨는지. 박물관 앞길은 천년고찰 남장사를 품고 있는 상주의 서악(西岳) 노음산 산행의 들머리다.
#상주곶감과 감식초 택배로 받는다
상주 삼악 중의 하나인 노악은 지형도에 노음산으로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신라 고찰 남장사 일주문에는 ‘노악산남장사’로 적혀 있다. 산경표에는 노음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 산자락 남장사 아래 마을 남장동은 곶감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곶감생산농가가 152호나 되는 이 마을의 가을 풍경은 장관이다.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빨갛게 익어가는 감들과 집집마다 곶감용 감을 깎는 모습은 참으로 정겹다.
또 한편에서는 감을 원료로 감식초를 생산한다. 감식초는 일체 다른 첨가물이 가미되지 않는 초산균이 살아 있는 식품, 신체 속에 축적된 지방을 분해시키는 효과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렇게 생산된 상주의 대표적인 농특산물 상주곶감과 감식초는 상주 현지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외지에서는 전화주문에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상주시 내서면 낙서리에 소재한 ‘상주농협낙서지소(054-533-4622)’에서는 이들 농특산물들을 전국 각지로 보내기에 일년 내내 일손이 바쁘다고 한다.
상주의 걸출한 산악인 장헌무씨가 ‘상주등산레저-산이 좋은 사람들(054-531-0048)’이라는 장비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의 집이 바로 곶감농사를 하는 ‘순수곶감농장(대표 장창훈·054-534-5650)’이다. 대형 냉동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이 농장에서도 사계절 어느 때나 곶감을 저장해 두고 택배를 하고 있다.
별난 산꾼이기도 한 장헌무씨는 티벳의 우써봉(6070m·2001년)과 당제전라(6033m·2002년)를 초등한 기록 보유자이며, 지난해에는 초모랑마 휴먼원정대에도 참가했다. 그는 상주시 냉림동에 있던 장비점을 시내 중심지 버스터미널 맞은편으로 옮기면서 매장 내 한쪽 벽에다가 5m 높이 인공벽을 설치, 훈련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산모퉁이오막살이] 상주 최고 명당터의 카페
앞에는 연악, 좌청룡 우백호로 석악과 노악이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 지점은 충분한 명당터다. 상주시 연원동, 노악산 연수암 가는 길 산모퉁이 삼거리에 100평의 넓은 마당, 잔디가 깔려 있는 전원카페 이름이 ‘산모퉁이오막살이(054-534-7778)’다. 인구 11만4천여 명의 작은(?) 도시에 이런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는 것은 조금 놀라웠다. 벚꽃이 만발한 마당과 옥내 두 곳에 작은 스테이지까지 만들어 놓았다.
라이브 무대라고 하는데 출연진이 궁금해서 물었더니 서울서 내려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람한(?) 체구의 주인 정성인씨(42)가 벽면을 가리킨다. 벽에는 ‘아름다운 추억 안고 다녀갑니다. 경북의 명소가 되시길 기원합니다-남궁옥분 1999.11.28/29’이라는 글귀가 눈을 자극시켰다. 산모퉁이 오막살이는 바로 이런 집이었다. 서울서 내려오는 출연진은 계속 이어진다는데 주인은 자신의 업소를 식음료만을 제공하는 업소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대중문화의 불모지 같은 지역에 언론매체를 통해 친근해진 연예인들을 초청, 문화적인 욕구를 손님들에게 충족시켜 드릴 사명감 같은 것을 늘 느끼며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주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전원카페로서 긍지와 함께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그의 요즘 고민은 업소의 연륜이 쌓이면서 건물에도 낡은 연륜이 쌓이는 점이라고 했다. 머지 않아 리모델링해 보다 밝은 분위기로 귀한 손님들을 모셔야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면서 가슴이 찡해졌다. 많은 손님들이 밝은 분위기 속에서 휴식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우리 경제가 빨리 나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글·사진=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경북대 산악회 OB sanchonmir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