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이 있지만 무너져 가는 나라말을 되살려 발전시키려는 뜻을 높이 평가하고 법 제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며서 다음 일들을 제의합니다.
1) 우리말본(문법)이 바로 국어의 기본법인데, 그것이 비뚤어진 것을 바로세워 더욱 발전시키려고 제정하는 법이므로 이름을‘국어보호법’이나‘국어순화법’이라고 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2) 국어가 이처럼 처참하게 비뚤어진 것은 광복 이후 오늘까지, 우리말본을 소홀히 대하는 데서 온 저질 문장과 뜻을 잘못 알고 쓰는 한자어, 일어와 영어·중어 번역투 기형문장으로 엮은 저질 국어교과서로 저질 국어 교육을 해 왔기 때문인데, 그 처참한 상황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인식하는 정도가 다양하지만, 그 진상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찾아 보기가 어렵습니다. 명색이 국어학자, 국어교육자라는 분들도 그런 교과서로 잘못 배운 지식과 표현법이 고질이 돼서, 교수가 되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아니라, 저마다 특유하게 창작한 엉터리 표현법을 덧보태서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데, 이런 현상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교육인적자원부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이 없으니,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국어를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고 긴절하므로, 이 일은 교육인적자원부의 국어 교과서 담당 부서를 풍부한 전문성을 갖춘 성실한 인사들로 개편해서 국어 교과서를 알차게 엮어 내고 국어 교사와 교수들을 재교육하는 일과 병행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 법을 입안한 인사들도 예외가 아님은 이 법안 조문들의 치졸한 문장들이 명백히 증명합니다. 그러므로 그분들이 가장 먼저 바른 국어를 철저히 배워 충분히 표현력을 길러 법안의 문장을 완벽하게 다시 써 놓고 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3) 국어어문규정 중 표준어 규정에 국어 자체의 저질 문장과 외국어 번역투 문장이 만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문형규정’을 추가해야 합니다.
4) 15조 ②항은 국어 발전을 가로막는 독소 조항이므로 삭제해야 합니다. 요즈음 공문서를 작성하는 공무원들은 대체로 한글시대에 교육을 받았으므로 어려운 한자어보다는 쉬운 고유어에 익숙한 연령층인데, 이런 규정을 두면 쓸 데없이 한자어 쓰기를 즐기는 일부 낡은 연령층을 본받으려는 심리를 자극해서 점점 더 낡고 치졸한 글을 쓸 것입니다. 고대소설에는 수많은 한문투 고사성어를 모두 한글로 썼지만 우리 조상들은 신명나게 읽고 즐겼으며, 한글학회에서는 모든 간행물을 한글로만 인쇄해내지만 그 사업이 꾸준히 번성하고 한겨레신문은 창간 이래 모든 기사와 논설을 한글로만 썼는데도 불평하는 사람없이 독자가 나날이 늘어가는데, 유독 공공 기관에서 쓰는 각종 문서에 한자 병기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해 국어문화 발전을 가로막으므로 이 법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입니다.
한글은 세계의 모든 문자 중에서 표음기능이 가장 우수해서 외국 학자들 중에도 국제 음성기호를 한글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서, 우리가 잘하면 한글을 통해서 국위를 높이 선양할 희망이 보이는데, ( )안에 외국 문자를 넣을 수 있다는 게 무슨 소립니까? 국어어문 규정에 있는 외래어 표기법은 어느때 무엇에 쓰려고 만들었습니까?
5) 17조 ① 중의‘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국어 사용을 발견했을 때에 이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표현은 아주 모호하고, 조문별 해설도 중언부언 뿐, 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 는 방법이 없어서, 이 법이 송두리째 죽은 문서가 될 것이 뻔하므로, 법 준수를 권장하는 일은 법을 공포한 뒤에 충분한 홍보 기간을 두어 철저히 실시하고, 본격적인 시효가 발생한 뒤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응분의 처벌규정을 두어서 엄격히 적용해야 합니다. 이점에 대해서 ‘인위적 규제’라는 비난이 있을 것을 염려하는 듯하지만, 교육이라는 것이 본래, 미개한 자연상태에 있는 사람을 문명인으로 이끄는 노력이므로 결코 구애할 일이 못됩니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표현수단의 수준이 오를수록 더욱 확실하게 누릴 수 있는 일이므로 양식을 지닌 사람이면 오히려 환영할 일입니다. 특히 국어오염을 가장 큰 영향력으로 선도하는 고급공무원과 교수, 신문인, 방송인에 대해서는 가장 엄한 처벌규정을 두어, 견책이나 감봉, 파직 같은 조치도 불사하고, 광고문안과 영업간판을 어수선한 외국어로 쓰는 지각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벌금부과와 영업정지, 폐업 등의 규정을 두어 엄격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6) 영어 계통의 외래어 사전을 편찬해 사용 가능한 어휘를 한정하고 그밖의 것들은 절대로 못 쓰게 해야 합니다.
7) 일본어의 사용금지 어휘 일람표를 만들어, 입장, 단초, 선호, 민초, 축제, 역할…… 따위, 국어 어휘를 몰아내는 낱말들을 못 쓰게 해야 합니다.
8) 표준국어대사전이 부피만 방대하고 내용이 치졸해서 국어저질화에 박차를 가하므로, 판매를 즉각 중지하고 이미 판 것은 산 사람에게 값을 돌려 주고 회수해서 송두리째 다시 엮어내야 합니야.
9) 공인 교열사제 신설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품위 있는 국어 생활을 하게 하고, 인쇄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 방
편으로 공인 교열사제를 두어 공적으로 발표하거나 판매할 인쇄물의 원고는 반드시 공인 교열사의 교열을 거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인 교열사는 국어 문법에 정통해서 모든 글에서 오류를 민감하게 발견해서 매끄럽게 고칠 수 있는 능력자를 차원 높은 국가고시로 선발해서 자격증을 주고, 법안 12조에 규정한 국어책임관도 그 자격증을 구비한 자 중에서 임명해야 합니다.
10)끝으로 이 사업에 크게 기여할 것을 확신하면서 다음 도서를 자천합니다.
①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대한민국헌법
이수열 바로잡음 현암사 발행 값 3,000원
②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말 바로 쓰기
이수열 지음 현암사 발행 값 12,000원
③우리글 갈고 닦기
이수열 지음 한겨레신문사 발행 값 9,500원
이수열은 한겨레신문사 문화센터에서‘교열교정반’을 맡아 위의 책들을 교재로 삼아 여러 해 동안, 해마다 편집업무에 종사하는 지식인 200명에게 교열 강의를 하고 실습을 지도해 왔으며, 서울 시내 대학교의 신문 방송학과, 대학신문사, 동아, 경향, 매경 등 주요 신문사와 한솔교육을 위시한 여러 사회교육 기관의 초청을 받아 특강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어순화 업무의 일환으로, 주요 신문에 실린 수많은 기사와 논설, 교수들의 기고문을 고쳐서 필자들에게 보내줄 때에, 이 책에서 근거가 되는 지식이 실린 곳의 쪽수를 명기하는 방법으로 대단히 열렬한 호응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끝
서울특별시 은평구 불광 2동 304-21
우편번호 122-042
전화번호 359-0473
솔애울 국어 순화 연구소 소장
대한매일신보 명예 논설위원 이 수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