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질병탐험](13)뇌종양
[속보, 생활/문화] 2004년 04월 05일 (월) 16:16
어느날 두통이 시작돼 한달이 넘어도 낫지 않고 지속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두통이 더욱 심해지고 구토가 동반된다. 두통약을 먹었는데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이같은 증세가 나타나면 뇌종양에 걸렸다는 적신호일 수 있다. 서둘러 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아 보아야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희원 교수는 “뇌종양은 지속적인 두통 외에도 청력 및 시력감퇴,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올 수 있다”면서 “악성종양은 1~2개월, 양성종양은 이보다 긴 1년여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국내 통계 자료에 따르면 뇌종양은 뇌조직에서 발생하는 ‘원발성’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5~15명, 다른 장기에서 뇌로 전파된 ‘전이성’은 8~9명의 발생률을 보인다.
종양은 양성과 악성으로 구분된다. 양성은 뇌피막에 둘러싸여 서서히 자라다가 수술로 제거하면 다시 재발하지 않고, 인체에도 큰 위험을 주지 않는다. 반면 악성은 암세포의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고 쉽게 번져 나간다. 다른 장기에 공급될 에너지를 모두 빼앗기 때문에 급속도로 쇠약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악성은 시급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게 된다.
뇌종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 않고 일부만 밝혀져 있을 뿐이다. 유전과 약물의 남용, 방사선 조사 등이 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에 따르면 동물의 경우 화학물질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뇌종양 발생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 들어 진단기술의 발달로 조기 발견의 확률이 높아졌다. CT(컴퓨터단층촬영), MRI(핵자기공명영상장치), PET(양전자단층촬영) 등이 대표적인 진단기기. PET와 CT를 동시에 시행하는 PET-CT가 개발돼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치료를 위해서는 보통 수술, 방사선 항암화학요법 등이 쓰인다. 수술은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이지만 종양 부위에 접근하기 위해 두개골을 열고 탐색수술을 했던 과거의 방법은 합병증 등의 문제가 있었다. 최근에는 종양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첨단 항법장치가 개발돼 탐색수술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합병증 또한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스테로이드와 항경련제를 주로 사용하는 약물치료도 중요한 과정이다. 스테로이드는 종양으로 인한 부종과 염증을 치료한다. 장기간 사용할 경우 당뇨, 비만, 고혈압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이 문제다. 항경련제는 간질발작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다.
암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항암화학요법은 소아 뇌종양과 임파종 등에 특히 효과가 있다. 그러나 원발성 뇌종양의 30% 정도만 효과를 나타내며 치료 전 효과를 예측할 방법이 없어 환자들이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뇌종양은 항암제에 내성을 보인다. 최근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약물이 개발돼 내성 극복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항암제를 종양부위에 주입, 천천히 약물이 작용하도록 하는 치료법이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얻기도 했다.
이론적으로는 유전적 결함을 고치는 유전자 치료가 가장 탁월한 치료법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암세포 성장촉진 유전자를 줄이는 대신 성장억제유전자를 강화하며, 결함이 있는 감시체계를 정상화하고 면역기능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런 치료법들은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유전자를 종양세포에 전달하지 못해 환자치료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정기적인 진단과 조기 발견만이 치료율을 높이는 유일한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