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운명을 지킬 사람은 결국 장교와 군인들이다
[기획] ‘국방개혁’이란 이름 하의 사관학교 통폐합은 군 약화 초래
전쟁이 터졌을 때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운명을 지킬 사람은 결국 장교와 군인들이다. 그렇다면 장교를 길러내는 사관학교 체계를 바꾸는 일은 국가안보의 근간을 건드리는 중대 사안이다.
▉ 국방개혁의 목적은 군사력 강화인가, 조직축소인가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육·해·공 사관학교 통폐합 논의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부가 검토한다는 4년제 사관학교의 ‘2+2 통합안’은 생도들이 초반 2년간 통합교육을 받은 뒤 군종별 교육으로 나뉘어 받는다는 방식이다.
정부는 인구감소와 지원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효율적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방개혁은 원래 효율성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국방개혁의 존재 이유는 오직 하나, 대한민국의 군사력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데 있다.
문제는 지금의 논의가 군사력 강화보다 행정 효율과 예산 절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장교 양성체계라는 국가안보의 핵심 기반이 모집난 해소나 조직 슬림화 같은 논리에 의해 재편되려 하고 있다. 여기에 태릉 육군사관학교 이전과 부지 개발 문제가 맞물려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통폐합 논의의 순수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국방개혁은 군대를 싸게 운영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더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한 국가적 투자다. 그런데 사관생도 교육의 요람을 개발 논리로 바라보고, 장교 양성체계를 행정 편의의 대상으로 취급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국방력 약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사관학교 통폐합이 과연 대한민국 군사력을 더 강하게 만드는가 하는 점이다.
▉ 정부의 사관학교 통폐합이 부적절한 다섯 가지 이유
첫째, 모집난을 이유로 사관학교를 통폐합하겠다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다.
정부는 사관생도 지원감소와 중도 자퇴증가를 이유로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모집난과 사관학교 통폐합 사이에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다. 장교 지원자가 줄었다면 장교 처우와 복무 여건, 사회적 예우를 개선하고 우수 인재를 적극 유치하는 것이 우선이다.
모집난의 원인은 사관학교가 셋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군 복무 환경 변화, 사회적 인식 변화, 민간 취업시장 확대, 장교 처우 문제 등에 있다. 그럼에도 모집난을 이유로 사관학교 체계 자체를 손보겠다는 것은 벼룩을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대한민국 장교단을 양성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통폐합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둘째,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은 육·해·공 각 사관학교의 축소를 허용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휴전 상태에서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며, 중국·러시아 등 주변 군사 강국과의 긴장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예 장교 양성기관을 축소하는 것은 스스로 안보 역량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더욱이 사관학교 축소는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기조와도 충돌한다. 미군 대신 국군이 전쟁을 주도적으로 지휘하려면 지휘관 양성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북한, 중국, 대만, 러시아 등도 현대전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각 군 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하고 있다. 북한 역시 강건종합군관학교, 김정숙해군대학, 김책공군대학 등을 통해 군종별 장교를 양성하고 있으며, 고급 지휘관을 위한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체계도 유지하고 있다.
셋째, 초급장교 양성에서는 통합보다 전문성(專門性)이 우선이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라 장차 소대장과 중대장이 되어 병사들의 생명을 책임질 초급 지휘관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육군·해군·공군은 작전 환경 자체가 다르므로 장교 양성도 처음부터 군종별 특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해군은 함정 운용과 해양학을, 공군은 비행역학과 항공기상을, 육군은 지상전술과 기동전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정부안의 초기 공통교육은 합동성을 높이기보다 육해공군 전문성 형성을 늦출 우려가 있다. 물론 합동성은 중요하지만, 이는 초급장교 단계보다 영관급 이상 지휘관 단계에서 길러야 할 역량이다. 국방대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주요 국가들이 사관생도 단계에서 통합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째, 통폐합 논의 이면에는 태릉 육사 부지 개발 문제가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부 구상이 현실화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태릉의 육군사관학교 부지다. 때문에 통폐합 논의가 태릉 부지 개발과 연결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태릉은 조선왕조의 역사와 국군의 뿌리가 깃든 공간이다. 이를 단순한 개발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또한 군사보호구역 해제와 군 시설의 외곽 이전이 무분별하게 추진될 경우 서울의 안보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사관학교는 단순한 군부대가 아니라 교육·연구기관이다.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으로 이전할 경우 우수 교수진과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국가안보의 근간을 흔들면서까지 부동산 개발 논리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
다섯째, 군 개혁은 정치가 아니라 군사 전문성에 기반 해야 한다.
군 개혁은 정치적 유행이나 정권의 치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현역 장성, 예비역 지휘관, 군사 전문가들의 경험과 토론을 바탕으로 국민적 공감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국방개혁은 속도보다 필요성과 타당성이 중요하다. 한번 잘못된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되면 되돌리는 데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군 개혁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정치적 판단이 군사 전문성을 압도하는 순간, 국방개혁은 국방력 강화가 아니라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정부의 진짜 의도는 무엇인가
현 정부의 국정공약을 살펴보자. 청와대 홈페이지에 제시된 공약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첫째, [국정112] 민군 상생 및 규제 완화이다. 표면적으로는 군 공항 이전, 군사시설보호구역 조정, 규제 완화를 통한 국민 재산권 보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육군사관학교 이전 후 태릉 도심 부지를 개발하기 위한 사전 명분 쌓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자산 활용을 위해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국정109] 차세대 지휘통제체계 구축이다. 정부는 정보 공유와 합동작전 능력 향상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이를 군 조직과 교육 인프라 통폐합, 인력 및 예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으로 보고 있다. 합동성 강화라는 명분 아래 군 규모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 [국정111] 강력한 국방개혁이다. 정부는 인구 감소와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해 군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전투 임무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군 조직의 슬림화와 인력 감축이 핵심이며, 특히 사관학교 통합 논의도 군사력 강화보다는 행정 효율성을 앞세운 구상에 가깝다고 본다.
넷째, [국정110] 전작권 전환 및 한반도 평화 공존이다.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비판론자들은 이를 남북 간 실질적 합의 없이 추진되는 일방적 군축 또는 유화 정책으로 해석한다. 또한 전작권 환수는 정치적 선언을 앞세우기보다는 실질적인 지휘 능력과 준비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국군이 군단급이나 연합군을 효과적으로 지휘하려면 충분한 교육과 전투 경험,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관학교 통폐합이나 군 조직 축소가 추진될 경우, 장교 양성과 지휘 역량 강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구상은 국군의 군사력 강화와 안보 증진보다는 오히려 안보 역량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해법은 통폐합이 아니다
각 군의 전문성 극대화가 먼저다
사관학교는 현행을 유지하되 군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장교 처우 개선과 위상 재정립으로 모집 경쟁력부터 회복해야 한다.
국방의 효율을 위한 '합동성'은 상급 과정에서 채우면 충분하다. 초급은 분리교육, 임관 후 합동교육, 영관급 이상은 합동참모교육 확대가 정답이다. 이것이 세계 군사강국들의 방식이다.
역사도 군 전문성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임진왜란 당시 수군을 육군에 통폐합하려 했을 때,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며 수군 유지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결국 승리로 보답했다.
오늘날 육·해·공군도 마찬가지다. 합동작전은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희생해가며 조직을 획일화하는 것은 결코 능사가 아니다.
[통일신문] 국가의 운명을 지킬 사람은 결국 장교와 군인들이다 https://www.unityinfo.co.kr/39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