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의 단계와 고진감래 (2)
매슬로우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는 때로 한계에 부딪히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더욱 분발하는 것을 뜻하며, 매슬로우는 이러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장 인간다운 욕구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인간의 욕구는 충족되어야 할 순서대로 계층화되어 있어서,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충족을 위해 동기가 된다고 본 것이다. 그는 5단계의 자아실현 욕구가 극도로 실현된다면 소실점(disappearing point)에 도달하고, 6단계의 자아초월로 넘어가 석가나 예수 같은 종교적 성자의 이타적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매슬로이론에 대한 예외와 비판도 있다. 인간의 한 단계의 욕구가 채워지면 다음 단계로 반드시 순차이동을 하지 않는다. 순차적 계층이동이 아닌 몇 단계 위로 뛰어넘는 이동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생리적인 성욕처럼 그 단계에 정돈(停頓)되거나 위 단계에서 아래 단계로 하향 이동할 수도 있다. 욕구가 성취되더라도 성취단계에서 매몰되거나 상하이동이 반복되거나 순환 될 수 있다. 생리적 욕구와 안정단계 욕구처럼 하위단계가 성취되면 반드시 상위단계로의 이동이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현 단계에서 정체될 수 있어서 반드시 상위단계로의 이동을 위한 동기부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명예욕(출세, 자살)은 성취되더라도 생리욕(성욕)은 소멸되지 않고 추구하거나 회귀할 수 있듯이 인간은 최상위층에 도달하면 다시 최하위층 생리적 욕구로 돌아가기도 한다. 단순 상행 순차이동설은 예외가 많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의 점증적 진행설이어서 순환설을 설명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욕구단계설은 몸과 마음이 일치된 욕구로 보고 있다.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할 때에 몸의 행동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고 따로 놀면 욕구추구는 불가능하다. 심리작용과 신체활동이 항상 일치한다는 것은 가설적 이론일 뿐이라는 말이다.
매슬로우의 욕구계층설은 예외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인간의 욕구를 체계화시키고 이론적 틀을 제공한 면에서는 기여한 바가 크다. 어쨌든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단계설은 꽤 희망적인 느낌이다. 현 단계에서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다음단계로 올라가려는 동기가 되니 인생은 살 만한 것 같다. 그런데 인생은 희망도 있고 절망도 있고, 고비도 있고, 구비도 있고, 마디도 있다. 곧기도 하고, 굽기도 하고, 휘기도 하고, 꺾이기도 한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즐거움도 있고, 잊고자하나 잊히지 않는 슬픔도 있다. 대중가요인 울고 넘는 박달재의 가사에 나오는 ‘고개마다 구비마다’라는 말마따나 사람마다 애절한 사연이 없을 손가. 어디 그뿐인가. 높은 산이 있으면, 깊은 계곡도 함께 있는 것이다. 언덕이 있으면 구렁도 있다. 흥진비래(興盡悲來)하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되뇌면 신파조(新派調)의 타령인가? 어쨌든지 눈은 앞에 달렸으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2022.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