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가사 장향규입니다.
애련가(哀戀歌)/이호정
#은촌내방가사집(隱村內房歌辭集) 제1부에 실린 가사.
작가 이호정(李鎬貞)여사, 용계댁은 진성이씨 계상파 후손으로 한말의 의병장 운포 이중린의 동생 이중봉의 4남2녀 중 둘째 딸이다. 내방가사 작가인 은촌 조애영의 모친이자 시인 동탁 조지훈에게는 조모가 된다. 고종 갑술(甲戌, 1874)생이다. 금년으로 치면 149세인데, 계묘년(癸卯年, 2023년) 영양 주실의 한양 조씨댁의 규방가사를 옮겨둔다.
야월삼경 적막한데 독수공방 이내신세
뉘를위해 살아가며 뉘를따라 예왔는고
우리부모 날키울제 금지옥엽 같이길러
남의가문 보낼적에 눈물짓고 안고나와
오색유리 사인교에 고이태워 보내면서
한님셋이 말을타고 가마뒤에 딸케하고
새신랑은 앞에서고 상객손은 뒤에따라
바리바리 실은짐은 신행가는 의롱이라
왈강잘강 방울소리 동네사람 부르듯이
간곳마다 구경꾼에 부끄럼을 참아가며
첫날걸음 육십리요 새날걸음 삼십리에
오리한님 마중나와 이내영접 하던그날
시집대청 마루끝에 가마채가 대자마자
유리영창 주렴걷고 데려내다 시피하여
이리저리 끌려가며 대례청에 나갈준비
초일부터 말이많고 부산하기 한량없이
쪽도리는 머리위에 월연지는 이마위에
첩지머리 당겨매어 큰비녀로 바꿔꽂아
큰낭자로 목을눌러 푹숙이고 서있으니
눈썹까지 풀로붙여 두손묶여 끌려갈제
왜밀성적 흰얼굴에 연지찍고 눈썹그려
천하일색 비켜놓고 혼자미인 된듯한데
두손감은 명주수건 절할때엔 얼굴가려
일가친척 모인곳에 꾸벅꾸벅 절함이라
좌우한님 부축하여 안고서로 따라하니
앞못보는 장님같이 시댁일도 모를내라
또한수모 부산하게 왔다갔다 수군수군
새댁대신 잔드리고 폐백상자 올렸도다
시부친께 올린것은 고기다져 만든폐백
소주안주 하시라고 갖은양념 하여담고
시모친께 엿폐백은 입다물고 계시라고
정성고리 차기전에 수지골라 담았는데
층층이로 받는절에 수도모를 폐백함이
왔다감도 볼수없는 대례청의 새댁이라
꾸벅꾸벅 절을하고 꾸벅꾸벅 졸아댈때
좌우한님 민망해서 꾹꾹찔러 깨우더니
한밤자고 이튿날에 떠날행장 배별상에
비오듯이 뜨는눈물 금치못해 작변이라
산도설고 물도선곳 뉘를따라 예왔는고
초립동이 새서방은 혼자기뻐 벙실벙실
남의딸을 끌고와서 사대봉사 맡겨놓고
절에가서 글공부에 수개성상 보내더니
잔뼈굵어 어른되자 과거보러 서울가서
이따금씩 오는서신 님본듯이 보았어라
입던옷이 돌아오면 땀내맡고 울어세워
춘잠쳐서 짠명주로 거울같이 다듬은옷
낭군님께 보내고자 밤을세워 꾸몄나니
오리오리 숨은정성 우리님이 아실는지
춘풍추우 궂은날에 이내생각 하시는가
유두분면 찾아가서 허송세월 하시는가
초로인생 가는청춘 이내혼자 슬픔인지
장장추야 지루한데 달을보고 묻는구나
우리낭군 독서하다 구부리고 잠 드셨나
등잔불이 깜빡일때 집생각을 하시는가
소동나무 열매털어 기름짜서 모아놓고
야심토록 공부하라 등불준비 하였건만
기러기도 우는밤에 님은어찌 안 계신고
산심야심 명월하에 안타까운 이내신세
가슴풀어 헤쳐노니 밝은달이 만지난 듯
못온님이 대신보내 어루만져 달래는듯
백옥같은 젖가슴에 앵도같은 젖꼭지는
너무익어 터질듯해 조심해서 감춘사랑
어느때나 오시려나 부디성공 하고오소
오늘밤도 일편단심 단을모아 축원이라
과거보고 돌아올때 풍악잡혀 들어오면
사당문을 열어놓고 분향재배 준비할때
동네사람 모여들어 이내보고 흠선하고
우리친정 딸네중에 이내팔자 제일되리
미리상상 기쁠시고 하늘같은 우리낭군
천리유경 수년이라 형설지공 금의환향
말을타고 오시려나 수레타고 오시려나
옥관자를 붙이려나 금관자를 붙이려나
산호동곳 은구영자 점잔하게 차린 행차
금의환향 하실적에 다른계집 달지마소
우리나라 법치국가 삼강오륜 삼종지도
날데릴러 님이오면 여필종부 이내영광
조강지처 박대않고 부모조상 공경하면
수신제가 평천하에 일국공신 절로되리
비나이다 비나이다 달님보고 비나이다
우리낭군 보시거든 부디이뜻 전해주소
쉽게못올 님이라면 생각조차 말자하고
달밤에도 실을꼬여 뜸새뜸새 꽂은정성
한불두불 꾸며노니 서울가는 옷이로다
부대부대 이옷입고 장원급제 하고오소
밤이되면 임그리워 한개두개 쌓은탑이
그럭저럭 이내키와 거의같이 되었도다
야속할사 명월이요 삼추같은 촌음이라
오동나무 그림자에 고침안고 울어울어
가는청춘 오는날을 한숨지어 바꾸난줄
낭군님이 아신다면 필적인들 왜 못주리
오동낭게 부는바람 수군수군 말하는듯
백년고락 유타인의 여자신세 가엾어라
달은어이 가지않고 날새도록 기다리며
귀또랑도 자지않고 울며울며 새우는고
저리울어 님부르고 이리울어 님 온다면
나도같이 울어세워 우리낭군 오시련만
수월간에 막힌소식 오매불망 그리워서
밤낮으로 쌓인회포 엮어보니 졸필이나
지필묵이 없었던들 이내벗이 뉘가되며
공산명월 아니들면 이내속을 뉘 알리오
돌아왔네 돌아왔네 봄과같이 돌아왔네
잔디밭에 푸른싹이 예년같이 돋아나고
담장위에 가시덤불 다시싹이 돋는이봄
돌아왔네 돌아왔네 우리다시 와서사네
고목에 꽃피듯이 우리부부 재회하니
가시돋친 이마음에 찔레꽃이 핀듯하다
임의식성 까다로와 산채야채 다 싫다니
육해건물 바꿔가며 하루전에 추켜두고
냉동어물 녹기전에 술안주로 회를떠서
염천에는 영덕대게 엄동에는 잉어회나
낭군님의 입에맞아 술안주가 될 것인가
약주상을 먼저들어 취하도록 잡수어야
추상같은 호령앞에 깨진접시 줍느라고
방구석을 헤매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무슨죄가 지중해서 아녀자로 태어났노
한번먹은 반찬은 두번다시 싫어해서
젓가락을 휘두르며 반찬그릇 뎅뎅칠때
말한마디 못해보고 얼핏집어 너주어야
손짓눈짓 그것으로 얼핏알아 못들으면
정신나간 할망구라 소리소리 지르는데
정말혼이 나가는듯 심장마비 일겠구나
추석은 돌아와서 가족들이 다모여서
서로서로 사랑이요 장미같은 사랑이라
돌아왔네 돌아왔네 봄과같이 돌아왔네.
첫댓글 놀라울 정도로 감정 표현이 솔직합니다.
옛여인의 표현이 적나라 하지요. 아마도 딸 조애영 씨가 현대문으로 가필.수정한 듯 합니다.
헤어지니 그리웁고 마주하니 까다롭네
어이타가 이내신세 이다지도 박복할꼬~
으이그~ 식성 별나고 잔정없고... .
그 비위 맞춰 시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ㅠ
그래도 늘그막 재미가 좋으셨답니다. 한말의 의병장 조덕린 선생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