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1월29일 조선일보 종합 [사설]
학부모 89%, 교사 77%가 원하는
초등학교 한자교육기사
입력 : 2010.01.29 23:08
교과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하는 교육과정평가원이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한자교육을 넣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교육부에 냈다. 평가원은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89.1%, 교사 77.3%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찬성했다"며 "국가 교육과정과 교과서 정책에 포함해 명문화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평가원 설문조사 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다.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한자 공부가 자녀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걸 상식으로 여겨왔다. 선생님들도 한자교육이 어휘력과 사고력을 키워준다는 데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가정과 교육 현장 수요(需要)를 타고 어린이 한자학습서 '마법천자문'은 1300만부 넘게 팔렸다. 공인 한자급수시험만 7개, 한 해 응시자 150만명 중 60%가 초등생이다.
그런데도 정작 공(公)교육엔 한자교육이 설 마당이 없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지 40년이 됐다. 중·고교에선 선택과목이고 수능에서 17%만 선택한다. 북한은 우리 초등학교 5학년에 해당하는 고등중학 1학년부터 3000자를 가르친다.
우리말 70~75%가 한자어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국어책의 55%, 의학·철학 같은 전문용어의 95%가 한자어다. 한글은 같아도 한자에 따라 뜻이 전혀 다른 단어가 수두룩하다. 이를테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사기'라는 한자어만 27개가 실려 있다. 기세를 뜻하는 士氣, 남을 속이는 詐欺, 사기그릇 沙器, 역사책 史記, 회사 깃발 社旗…. 한자를 모르고선 어휘력과 국어실력을 갈고 닦기 어렵게 돼 있다.
작년엔 전직 총리 20명이 청와대에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한자교육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냈다. 노무현 정부 때 총리를 지낸 이해찬·한명숙·한덕수씨도 참여했다. 총리들은 "반세기 동안 잘못된 문자정책으로 나라가 문화위기에 놓여 있다"며 "국어생활을 정상화하기 위해 한자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중엔 자습시간 같은 자투리 시간에 한자를 가르치는 곳이 적지 않다. 대개는 다짜고짜 몇자 써보게 하는 주먹구구식이어서 한자에 대한 거부감만 키우기 쉽다. 교육소비자 학부모와 교육당사자 교사가 한목소리로 원하는 것을 공교육이 외면해선 공교육이라 할 수 없다. 한자교육을 교과과정에 명확히 자리 잡아 주고 체계적·효율적인 교재와 교습법을 논의할 때다.
[오늘의 세상]
"초등학교에 한자 교육과정 넣어야"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0.01.29 03:29
교과서의 기준과 지침을 마련하는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한자 교육을 넣어야 한다'는 연구 보고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교과부는 이 내용을 새 교육과정에 일부 반영해 내년부터 초등학교 '창의적 체험활동'(기존 특별활동과 창의적 재량활동이 통합된 것) 시간에 한자를 가르치도록 각 학교들에 권고하며, 앞으로 사회적 요구를 살펴 한자교육을 더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970년 한글 전용화 정책으로 한자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빠진 지 40년 만에 한자 교육이 다시 초등학교 정규과정에서 다뤄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6~7월 학부모와 교사 52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83%(학부모의 89.1%, 교사의 77.3%)가 초등학교 한자교육 시행에 대해 찬성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생존 중인 역대 총리 20명이 서명한 '초등학교 한자교육 촉구 건의서'가 청와대에 제출된 뒤 논쟁이 일어나자 이 연구를 위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