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49제와 달리 김대중 대통령의 6일장은 무척이나 빨리 끝난 느낌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때는 오랜 기간에 걸쳐 감정을 추스리고 행사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 추모행사는 모든것이 무척이나 빠르게 진행된 느낌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와 화합을 추구했기 때문일까? 추모행사나 분향소에는 한인회를 포함해서 미주 한인사회의 거의 모든 단체가 조의를 표했다. 공식적인 조의표현을 꺼려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조문객들의 수는 노무현 대통령에 비해 적었지만, 22일 열린 추모행사에 몰린 인파는 차이가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두번 망명기간 때문인지 그 시절부터 이민생활을 해왔던 이민 1세들의 행렬이 주로 줄을 이었다.
그러나 모든가 다 참여한것은 아니다. 한인회나 평통 등등의 대표적인 단체들은 전부 동참했지만, 추모식에는 총영사가 출석하지 않는 등 불참한 단체들도 상당한것으로 예상된다.
(분향소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메세지를 남길수 있도록 준비했다. 처음에는 그냥 빈 종이었는데, 어느 방문자가 무궁화를 그려넣었다.)
추모행사가 열린곳은 지난번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행사가 열린 곳과 동일한 임마뉴엘 장로교회였다. 나도 잘 몰랐는데, 이 교회는 1993년 김대중 대통령이 방문해서 엘에이 폭동으로 인해 공식 집회를 열고 고생하던 미주한인들을 위로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나는 행사준비와 스크린 방송을 맡느라 사실상 전반적인 행사 분위기를 느낄수는 없었다. 하지만 약 500명 정도의 참가자가 김대중 대통령의 가는길에 추모을 하기위해 참여했다.
추모식은 김대중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여러사람들이 감동적인 연설이나 공연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표현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랠프 패티그 USC 법대 교수였던것 같다. 그는 UCLA 법대생일 당시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구명운동에 앞장섰고, 이후 변호사를 거쳐 미연방법원의 대법관까지 지냈던 사람으로 현재 은퇴의후 USC에서 법대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경력만큼이나 나이가 많으신지 거동이 다소 불편해 보였고, 목소리도 알아듣기 힘든데다, 국영길변호사의 통역을 통해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했지만, 연설 도중에 박수를 받기도 했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독재정권하의 민주주의 운동가를 구명했던 경험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묵념을 하던 김대중 대통령 추모객들)
(추모공연중 하나였던 두 어린이의 합창)
(법대생 시절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구명운동에 앞장섰으며 이후에는 전직 미국대법관인 랠프 페티그 USC교수[오른쪽]가 자신이 기억하는 김대중 대통령을 회고하고있다.)
(눈물을 흘리며 김대중 대통령을 회고하던 박상준 김대중 대통령 추모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
(추모식 이후 마지막으로 조의를 표하기 위해 줄선 사람들)
짧은 기간내에 한국을 이끈 지도자 두명이 생을 마감했다. 아이러니칼 하게도 거인이 떠나갈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깨어나고 위기의식을 느끼는것 같다. 어찌보면 마야문명의 인간 재물 의식을 연상시키는 잔인한 현실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이라고 주장하셨단다. 꼭 누군가의 삶이 끝나는 슬픔을 겪지 않아도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것은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이 나에게 남긴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P.S. 이후 사람 사는 세상과 내일을 여는 사람들 두 단체는 독자적으로 뒷풀이를 하다가 2차 부터 본격적으로 자리를 함께했었다.
첫댓글 나의 후손과 세상에 악의 이름으로 기억되고싶지 않다 행동하는 양심의 이름으로
행사가 진행되는동안 밖에서 봉사하느라 못봐서 아쉽지만 그분을위해 미력하나마 무언가를 했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또한 사사세와 내여사,,,,,이름은 다르지만 민주주의 후퇴라는 위기의식속에서 함께 이 위기를 해쳐나가기위해 노력하는 한 가족처럼 여겨진것은 저만인가요,,,,, 함께한 자리 정말 반가웠습니다^^*
우리모두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우린 한배를 탄 한 가족입니다.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애국심에 불타는 한 가족입니다.
내여사와 사사세가 함께해서 더 의미있는 자리였던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일들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