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두꺼비/홍정식
철모르는 모기 한 마리 때문에 밤새워 뒤척였다.불을 켜고 있으면 도무지 행방을 알 수 없는데,불만 끄면 귓가에 웽웽거린다.계절도 가을로 접어들어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데도 녀석은 나를 제 밥으로 아는지 영 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칠 전에는 또 무당벌레 한 마리가 딸아이 방에 들어와서 난리를 피운 적이 있다.근처에 숲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파트 화단에서 살다가 날아온 모양이다. '집 안이 궁금했구나',하면서 휴지로 녀석을 살며시 잡아 창문을 열고 다시 날려주었다.
옛이야기에 두꺼비와 처녀 이야기가 있다.지독한 가난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처녀가 있었다.그런데,이 마을에는 옛날부터 무시무시한 재앙이 많았다.사람들은 신이 노한 줄 알고 매년 처녀를 산속 깊은 동굴에 갖다 바쳤다.어느 날 처녀가 부엌에서 밥을 짓는데 두꺼비 한 마리가 나타났다.처녀는 두꺼비를 불쌍히 여겨 매일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눠주었다.얼마 후 처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를 돈이 없자,마을 사람들은 처녀가 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대가로 장례를 치러주었다.처녀가 재물로 팔려가기 전날 두꺼비에게 더는 밥을 줄 수 없다며 사연을 털어놓자 두꺼비는 처녀의 치마폭을 잡고는 놓지 않았다.그래서 처녀는 두꺼비와 함께 동굴로 가게 되었는데 그 동굴에는 용이 되기 직전의 이무기가 있었다.두꺼비는 이무기와 싸웠고 둘 다 죽었다.이후로 마을에는 아무런 재앙이 없었다.
두꺼비의 보은 이야기다.두꺼비 이야기는 ‘콩쥐팥쥐전’에도 등장한다.팥쥐 엄마가 콩쥐에게 밑빠진 항아리에 물을 가득 담는 일을 시키자 두꺼비가 나타나 그 부분을 메웠다는 이야기다.이처럼 두꺼비는 우리 민담에 자주 나타나는데,주로 은혜 갚는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고마운 동물이다.사실 동물들은 인간이 해코지하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이야기는 보은말고도 그 속에 무궁무진한 뜻을 담고 있다.첫 번째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처녀의 마음을 볼 수 있다.실제로 두꺼비는 생김새가 좀 징그럽다.아이들이 보면 놀라서 기겁할 일이다.그런데 처녀는 배고픈 사람을 대하듯 두꺼비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대화를 나누었다.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잘 보여준다.두 번째는 도와주는 마음이다.이야기의 첫 시작이 가난한 살림이다.장례를 치를 돈도 없으며 제물이 되어 몸을 팔 지경이 아닌가.그런데도 자신보다 더 가난한 존재를 도와준다.보통 마음가짐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겠다.세 번째는 그 이후로 마을에 재앙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잘 보존하면 어떤 재난이나 재앙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우리가 자연을 너무 험하게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오늘 밤에도 철모르고 달려드는 모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다.집에 두꺼비를 한 마리 가져다 놓든지 해야겠다.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모기를 잡는 데는 최고일 듯하다.아니면 열 잘 받는 내가 희생양이 되면 가족들은 편한 밤이 될 것이다.그러면 모기도 살고 나도 살 텐데,하지만 그건 너무 두려운 일이다.때늦게 모기장을 사러 가야 하나,아니면 밤을 새워야 하나?이런 게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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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평
작품을 잘 읽었습니다. 문학의 핵심은 작가의 피해의식을 즉 메저키즘masochism을 모기로 잘 나타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모기와 두꺼비에서는, 두꺼비의 보은과 모기의 피해를 대비시켰다. 작가는 메저키즘의 희생자이면서, 두꺼비가 모기를 잡아먹기를 바라는 소극적인 방향을 노래하였다.
그러나 전설에다가 중심점을 둔다면, 동화 장르로 오해받을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수필이란 문단 1에서 보여주는 메저키즘의 경험을 중심내용이 연결되어야 하며, 양념으로 신화를 약간 넣어서, 독자의 형이상학적 상상력을 활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 잘 알려진 문학의 <당의정설>에 의하면, 문학의 두 가지 목표는 재미와 교훈인데, 여기서 교훈이란 쓴 내용을 먹이기 위하여, 겉에 달콤한 사탕을 발라서 먹이는 것이다.
수필 <모기와 두꺼비>에서, “철모르는 모기”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어리석은 모기와 시기를 모르는 모기이다. 이러한 내용을 말장난(pun)으로 활용한 작가가 셰익스피어이다.
한편 모기와 두꺼비의 관계가 숨어있다. 일반적으로 모기향이나, 거미를 이용하는데 두꺼비를 이용하는 것이 특이하다. 더 나아가 내용 중에서 둘의 관계를 명확하게 나타내어야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 될 것이다.
『문학이론』에서 르네 웨렉이 주장하는, 내재적 접근과 외재적 접근에서, 민담을 끌어들인 것은, 외재적 접근의 하나이다. 다만 내용을 집약하여서 축소하여, 독자의 시선을 변죽만 울리는 정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인문학의 대표로 알려진 문학, 역사, 철학의 기초가 신화이다. 신화 대신에, 설화 속에 민담, 전설, 신화를 넣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 역사철학에서 <신화사관>(일연선사의 『삼국유사』, 이승휴의 『제왕운기』,조선 성종때의 『동국통감』(단군신화를 정사로 받아들임),)이 성립한다면, 신화가 우세한 장르로 인정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