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무엇으로 사는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쉬지 않고 박동하는 심장. 가난한 이들에게 양식을 나눠주는 사람이라고 해서 자신의 배를 무한정 곯게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심장도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혈액을 제대로 공급받아야 한다. 심장의 외벽에는 관상동맥이라고 하는 3개의 동맥이 왕관을 씌워 놓은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바로 이 동맥에 의해서 심장은 다른 어느 장기보다도 우선하여 신선한 혈액을 공급받는다.
피가 모자라, 피가 모자라
심장이 필요로 하는 혈액의 양은 일정하지가 않다. 사람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는 소량의 혈액 공급으로도 충분하지만, 흥분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휴식을 할 때의 몇 배가 넘는 양의 혈액을 필요로 한다.
이렇듯 다양한 조건에 맞추어 혈액의 공급량을 조절하려면 관상동맥의 크기가 탄력 있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발생해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버리면, 필요한 만큼의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서 심장에 혈액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들을 포괄적으로 관상동맥질환이라 부른다.
관상동맥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질환이고, 심근경색증은 협심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혈관이 완전히 막혀버린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협심증이 악화되면 심근경색증이 되지만, 30% 정도는 협심증의 단계를 그치지 않고 바로 심근경색증으로 발병한다.
두 질병 다 가슴 통증이 주 증상이지만, 증상의 정도는 심근경색증이 더 심하다. 협심증이 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가라앉는 데 반해서, 심근경색증은 안정을 취한다 해도 통증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통증의 강도 또한 심근경색증이 훨씬 강하다.
어떻게 진단할까?
관상동맥질환의 진단을 위해서는 심전도검사, 운동부하검사, 관상동맥촬영술 등을 이용한다. 심전도검사는 비용이 저렴하고 간단한 검사이지만, 정확성이 높지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운동부하검사는 환자가 자전거나 러닝머신으로 운동하는 동안 심전도의 이상을 추적하는 검사법이다. 질병의 유무뿐만 아니라 진행 정도까지를 알 수 있다. 관상동맥조영술은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동맥이나 팔의 동맥에 뚫은 작은 구멍으로 직경 2㎜의 튜브를 삽입하여 관상동맥까지 다다르게 한 다음 조영제를 주사하여 찍는 X선 촬영이다.
관상동맥의 좁아진 부위나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있으나 1∼2천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중증이거나, 고령이거나 과거에 뇌졸중을 앓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중을 기해서 검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관상동맥질환에는 아스피린이 특효!
협심증은 대부분 약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니트로글리세린을 사용하면 혈액 부족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어 대개 1분 이내에 통증이 사라진다. 혀 아래에 넣어 녹여 먹는 알약제, 뿌리는 스프레이, 가슴에 붙이는 패치 3가지 형태로 상품화되어 있다.
항혈소판제는 혈소판 응집을 억제시켜 혈전 형성을 방지하는 작용을 하는 약물이다. 가슴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보다는 협심증이 심근경색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한다.
아스피린이 대표적인 항혈소판제인데,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50세 이상의 남성이나 폐경기 여성, 그리고 관상동맥경화의 위험인자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 등은 관상동맥질환이나 뇌경색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복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단, 아스피린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사람에 따라 복용량과 복용 횟수를 달리 해야 하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 하에 복용해야 한다.
약물로 안 들을 땐 어떻게 하나?
약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관상동맥 확장술, 관상동맥 우회로술 등을 실시한다. 관상동맥 확장술이란 풍선이 달린 가느다란 관(管)을 좁아진 동맥 부위로 밀어 넣은 다음, 풍선을 부풀려 동맥을 넓혀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풍선만을 이용한 관상동맥 확장술은 재발률이 40%나 되기 때문에 풍선으로 넓힌 동맥에 스텐트라고 하는 금속망을 삽입해서 고정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관상동맥 우회로술은 관상동맥 확장술이 불가능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외과적인 수술 치료법이다. 흉벽이나 다리에 있는 정맥을 떼어서 대동맥과 관상동맥을 연결시킴으로써 이식한 혈관으로 혈액이 흐르게 하는 방법이다.
도움말 주신 분 : 배종화 경희대병원 순환기내과 전문의, 신길자 이대동대문병원 순환기내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