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팔러 가는 아버지와 아들
옛날 어떤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팔러 장에 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당나귀 고삐를 붙잡고, 아들은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주막 앞에 모여 있던 장사꾼들이 그 광경을 보고,
"저기 저 어리석은 사람 좀 보게, 당나귀를 타지 않고 힘들게 끌고 가고 있지않은가?"
그러자 아버지는, '정말 장사꾼의 얘기가 맞아. 당나귀는 원래 짐이나 사람을 태우는 데 쓰는 동물이 아닌가.'
그러면서 당나귀 등에 아들을 태웠다.
얼마를 가다 보니 정자 위에 노인들이, 당나귀 위에 앉아 있는 아들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저, 저런 고얀 경우가 있나.
아버지는 힘들게 당나귀를 끌고 있는데 아들이란 놈은 편안하게 당나귀를 타고 가다니!
아비란 사람도 그렇지, 아들 버릇을 저따위로 가르쳐서야 원."
그러자 아버지는,
'노인분들의 말씀이 옳아. 내가 아들 놈 버릇을 망치고 있군.'
하면서 아들을 내리고 자신이 당나귀에 올랐다.
얼마쯤 지나자 개울가에서 빨래하던, 아기 업은 아낙네들을 만났다.
"아유, 가엾기도 해라. 저 조그만 아이가 이 뙤약볕에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어. 정말 못된 아버지야."
아버지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아낙네들의 말이 옳아. 저 조그만 녀석이 얼마나 다리가 아프겠어.'라고 하며
아버지와 아들은 동시에 당나귀에 올라타고 길을 갔다.
얼마쯤 가니 우물가에 마을 아가씨들이 있었다.
"어머머, 얘들아 저것 좀 봐, 저렇게 조그만 당나귀 위에 두 사람이나 타고 가고 있어.
아이, 가엾어라. 당나귀가 힘이 들어 헉헉거리잖아!
아마 장에 팔러 가는 모양인데, 저러다간 장에도 못 가고 죽어 버리겠어."
'아가씨들의 말이 옳아. 당나귀가 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어 버리면 큰일이 아닌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고 아버지는 혼란스러웠다.
이때 지나가던 나그네가 말했다.
"그러지 말고 둘이서 당나귀를 짊어지고 가면 될 것 아니오.'별것도 아닌 고민을..."
'그래 나그네 말이 맞아..'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당나귀를 짊어지고 갔다.
그런데 다리를 건널 때 당나귀가 갑자기 푸드덕하고 버둥대자
그만 등에서 떨어져 물속에 풍덩 빠져 버렸다.
첫댓글 팔랑귀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을 팔랑귀라고 한다.
자기 분별과 판단이 허약해 남의 말에 팔랑팔랑 혹해 어리석은 판단과 행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