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의 공공 개발로 집값 잡겠
다며 2.4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도 안 돼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
기 의혹이 불거졌다. 내 집 마련에 속 끓이던 2030 세대가 특히 분
노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우리는 벼락거지, LH는 벼락부자" "집
때문에 '영끌' (영혼가지 끌어모은다는 뜻) 투자도 감내해야 하는
데 LH의 땅 투기에 '영털' (영혼까지 털린) 심정" "스포츠팀 승부
조작과 다를 게 뭐냐" 등 2030 세대의 분노 글이 올라와 있다.
2030 세대는 취업과 내 집 마련에 애간장이 끓는다. 문재인 정
부 들어 특히 심각해졌다. 일자리 구할 기회가 바늘구멍처럼 좁아
졌다. 어렵사리 취직해도 월급 모아 내 집 장만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예전엔 차곡차곡 돈을 모아 월세에서 전세 갈아타고 전세
자금에 은행 대출 보태면 내 집 마련할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 믿
었다. 이 정부가 대출 한도를 줄이고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만
쏟아내면서 집값은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다급해진 2030 세대
들이 앞다투어 집 구입에 나섰다. 대출을 옥죄니 이리저리 다른
경로로 돈을 끌어모아 집 장만하느라 ;영끌' 투자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영끌' 투자조차 힘든 청년들은 스스로를 '벼락거지' 라
고 자조했다.
이렇게 달아오른 2030세대 분노에 LH 직원들의 불공정 반칙이
라는 불똥이 튀었다. 10여명이 거액의 대출을 끌어들이고 필지를
쪼개 가며 수십억대 거래를 했다. 확실한 개발 정보를 쥔 채 땅 짚
고 헤엄치는 기분으로 투기를 벌인 것이다. 국민의 주거 안정을 책
임져야 할 기관 사람들이 이런 짓을 벌였으니 고양이에게 생선 가
게 맡긴 격이다. 어떤 LH 직원은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하
지 말란 법 있나"라는 내부 글을 올려 가며 염장질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LH 사건을 가르켜 "공적 정보를 도둑질
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 라고 했다. 대대적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LH 직원들의 투기는 회사 내부 정보
를 이용하는 주식 내부자 거래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이
LH 사장으로 있을 때 벌어진 범죄 행위에 대해 "개발 정보를 알
고 투자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감싸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 정
권 아픈 곳은 감추고 덮기 바쁜 경찰에게 조사나 수사를 맡겨 본
들 헛일이다. 검찰이 전 정권 적폐를 처단했던 그 엄정함으로 철
저하게 수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