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보냉병’은 찾지 마세요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커피숍 등 매장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됐다. 음료 등을 포장해 갈 때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닌 개인 보온병에 담아 가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보온병은 따뜻한 것을 담을 때만이 아니라 차가운 걸 보관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그렇다면 이때는 ‘보냉병’ ‘보랭병’ 어느 것으로 불러야 할까? 아마도 ‘보랭병’보다는 ‘보냉병’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냉’을 쓸지, ‘랭’을 쓸지 헷갈리는 이유는 두음법칙 때문이다. 우리말에는 같은 한자어라도 위치에 따라 다르게 표기하는 두음법칙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일부 소리가 단어의 첫머리에서 발음되는 것을 꺼려 나타나지 않거나 다른 소리로 발음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글 맞춤법 제5절 제10~12항에 따르면 본음이 ‘라, 래, 로, 뢰, 루, 르’인 한자가 단어 첫머리에 올 때는 두음법칙에 따라 ‘나, 내, 노, 뇌, 누, 느’로 적는다. 그러나 단어의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본음을 살려 적어야 한다.
이러한 두음법칙에 의해 ‘冷’도 ‘냉’과 ‘랭’ 두 가지로 쓸 수 있다. ‘냉장고’ ‘냉각’ ‘냉난방’에서와 같이 ‘냉’으로 쓰이기도 하고, ‘급랭’ ‘온랭’ ‘한랭’에서처럼 ‘랭’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보호할 보(保)’ 자와 ‘찰 냉/랭(冷)’ 자로 이뤄진 ‘保冷’은 ‘冷’이 첫머리에 오는 게 아니므로 ‘보랭’이라고 써야 한다. 따라서 ‘보냉병’이 아닌 ‘보랭병’이 바른 표현이다.
중앙일보 / 2023. 7. 20.
출처: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원문보기 글쓴이: 홍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