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남문 광장
우리가 사는 전주라는 도시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우면서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하는데,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물론 그것이 비단 전주라는 도시 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인정하더라도...... 광장이 없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광장이란 ‘공공의 목적을 위하여 여러 갈래의 길이 모일 수 있도록 넓게 만들어 놓은 마당’일진데, 이를테면 서울로 치면 여의도 광장, 광화문 광장 쯤을 생각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도시의 광장이란 사람들이 모여서 쉬고 놀고 생각을 나누고 행동하고 그런 공간인 것인데, 우리 전주는 그런 면에서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도시가 아닌가 합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시청 앞 마당은 소나무 정원이 자리 잡고 있고, 전주역 앞 마당은 그냥 텅 빈 마당이 되어있습니다. 그나마 시내에 광장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남문 광장, 오거리 광장, 중앙 교회 앞 살림 광장 등인데 광장이라고 하기에는 그냥 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 중에서도 역사가 있는 광장은 남문 광장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교 순교자 윤지충과 이종 사촌 권상연이 처형된 곳이 바로 풍남문 앞 마당이었습니다. (1791년 12월 8일) 두 사람이 순교한 지 100년이 지난 1891년 봄 전동성당 건축이 시작되었고 23년의 건축 기간을 마치고 1914년 완공되었습니다. 순교자의 피가 묻은 땅이 풍남문 광장입니다. 1894년 동학 농민군이 정읍 고부에서 궐기하여 전주성을 점령하면서 치열하게 싸운 곳도 풍남문 앞이었고 관군을 물리치고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화약을 맺은 곳도 바로 그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소녀상이 세워져 있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지난 가을부터 매주일 저녁 평화통일 기도회를 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지역의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이지요. 통일이 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하니 그 의지와 염원이 느껴집니다.
우리 교회에서 3월 마지막 주일에 기도회를 주관해달라는 연락이 와서 한치의 주저함 없이 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온유구역을 중심으로 올망졸망 어린 아이들과 함께 통일의 노래를 소리쳐 불러보려고 합니다. 지난 주일 아이들에게 어떤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담쟁이’와 ‘연평도’라고 합니다. 우리 교회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그렇게 하겠다고 주최하는 분들에게 말하니 놀라면서 부럽다고까지 합니다. 안골에서 불렀던 노래가 광장에서 울려퍼질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
연평도(20180722).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