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오탁번/ 2003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라왔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 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빡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당구
어제 우리 동창들 당구 내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당구 유머를 옮겨본다 ㅋㅋ
서울 강남에 허생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원래는 사대부 출신이었으나 그의 생활 능력은 제로였다. 그래서 그의 부인은 당구 공부에 미쳐있는 남편이 안타까워 보였다.
"맨날 당구 교본만 보고 있으면 쌀이 나옵니까, 밥이 나옵니까? 밖에 나가서 죽방이라도 쳐서 돈을 벌어 오세요!"
"아! 아쉽도다. 내 당구공부하기로 계획한 것이 10년. 조금만 더 참았으면 됐을 것을......"
그 즉시 집을 나선 허생원은 가리봉동의 서씨라는 사람을 찾았다. 그리곤 돈 만원을 그에게서 빌렸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던 서씨의 측근이 서씨에게 물었다.
"그에게 돈을 빌려준 이유가 뭡니까?"
"비록 그의 옷차림은 허술하였으나 손가락을 보니 큐걸이가 확실하게 잡혀 있었고 눈썰미를 보니 각잡기와 길보기에 능할뿐 아니라 손목이 유연해서 힘 조절에 탁월할 것 같이 보였느니라."
그 말에 서씨의 측근들은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허생은 빌린 만원을 가지고 근처 당구장을 찾았다.
그리고는 9년동안 열심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죽방을 쳐서 금새 10만원을 땄다. 그리고 10만원 중 짜장면 값을 제외한 나머지 돈으로 다시금 죽방을 쳤다.
원 투 쓰리 다 잡아주고도 엄청나게 돈을 땄다. 순식간에 돈이 천만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만족하지 않은 그는 서울각지의 당구 가리맨들을 모아서 가리 값을 다 갚아주고 그들을 어느 산골짜기로 데려가서 새로운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 곳의 생활이 안정되자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의 생활이 안정되었으니 이제 난 떠나야 겠다. 그러나 몇가지만 명심하여라. 한 다마하더라도 다마수가 높은 사람을 공경하게 하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는 큐대 잡는 법부터 가르쳐라. 난 이만..."
허생은 다시 가리봉동으로 가서 이번에는 묘기 당구로 5천원을 벌었다. 이 돈을 서씨에게 갚아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에는 제주도 당구가 너무 짜다고 소문이 났을때라 한창 남벌론이 대두되던 때였다. 그리하여 당구 협회에선 제주도를 치자는 파와 아예 제주도 당구는 상대도 하지 말자는 파로 두 파가 나뉘었다.
이에 서울 당구계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남벌론의 대두인 이장군이 허생이라는 인물의 소문을 듣고 그의 집에 몸소 찾아왔다. 그리고는 자세를 낮추어 허생에게 이러저러한 사정을 밝혔다.
"남벌론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음. 네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자네가 나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겠는가?"
"무슨 질문이십니까?"
"자네는 우라레지 쫑을 뺄 수 있는가?"
"아니오."
"그럼 시끼로 마오시를 돌릴 수 있는가?"
"아니오."
"그럼 맛세이로 쓰리 가락을 칠 수 있는가?"
"아니오."
"지금 내가 물어본 세가지 질문에 대해서 자네는 모두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도 자네가 진정한 당구계의 황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에잇!"
허생은 옆에 세워진 큐대를 들고 이장군의 목을 치려했다. 깜짝 놀란 이장군은 도망쳤고, 다음날 이장군이 허생의 집을 찾아가자 인기척은 없고, 부러진 큐대와 앙상하게 남은 초크, 그리고 작은 쪽지만이 남아 있었다.
'당구를 잘 치려면 두께와 시네루, 그리고 힘조절이 중요하다. 단 포켓볼은 기집들이나 하는 짓이니 절대 치지 말기를 바란다..."
편지
.'이병이 된 아들의 편지
“부모님전 상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날 불초소생 문안 여쭙습니다. 저는 항상 배불리 먹고 잘 보살펴 주는 고참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대한의 씩씩한 남아가 되어 돌아갈 때까지 잘 지내십시오.”
엄마의 답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군대 가고 소포로 온 네 사복을 보고 밤새 울었다. 추운 날씨에 우리 막둥이 감기나 안 걸리고 생활하는지 이 엄마는 항상 걱정이다. 집안은 모두 편안하니 걱정하지 말고 씩씩하게 군생활 하길 바라마.”
일병이 된 아들의 편지
“어머니에게. 열라 ~ 빡쎈! 훈련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제 무좀 걸린 발이 도져서 걱정입니다.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더니 배탈약을 줍니다. 용돈이 다 떨어졌는데 보내주지 않으면 옆 동료 관물대를 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의 답장
“아들에게. 휴가 나와서 네가 쓴 용돈 때문에 한 달 가계부가 정리가 안 된다. 그래도 네가 잘 먹고 푹쉬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나쁘지 않구나. 다음번 휴가 나올 땐 미리 알려주기 바란다. 돈을 모아놔야 하거든... 그리고 군복 맞추는 값은 입금시켰으니 좋은 걸로 장만해라 (아빠 군대때는 그냥 줬다던데...)
상병때 편지
“엄마에게, 왜 면회를 안 오는 거야! 어제 김일병 엄마는 먹을 거 잔뜩 사들고 와서 내무반에 풀고 외박 나가서는 아나고회도 먹었다 더라. 엄마는 어떤 땐 내 친엄마가 아닌 것 같애 투덜~ 투덜 ~>”
엄마의 답장
“아들아! 수신자 부담 전화는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 어째서 너는 군생활을 하면서 전화를 그렇게나 자주 할수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무슨 놈의 휴가는 그렇게 자주 나오냐?... 누굴 닮아 저 모양이냐고 어제는 아빠와 둘이 피터지게 싸웠다. 내가 이겨서 네가 아빠 닮아 고따군 걸로 결론이 났다!”
병장이 된 아들의 편지
“어머니 전상서. 어떻게 군 생활을 지금까지 했나 용해. 보내준 무쓰가 다 떨어졌으니 하나 더 보내줘. 헤어스타일이 영 자세가 안잡혀. 어제는 내가 몰던 탱크가 뒤집어 져서 고장 났는데 내가 고쳐야 된대. 엄마 100만원이면 어떻게 할 수가 있을것 같은데...”
엄마의 답장
“너 보직이 PX병이란 진실을 이제 알아냈다. 그동안 탱크 고치는데 가져간 돈 좋은 말로 할 때 반납하기 바란다.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말뚝 박아서 생활해 주면 좋겠다 니가 쓰던 방은 엊그제 부동산에 월세로 내 놓았다. 벌써 33개월이 다 지나간 걸 보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부대에서 나오지 말고 웬만하면 그냥 그 부대에서 살 길을 찾기 바란다! ! 필 ~ 승!”
문자
핸드폰 문자 받고 씹으면 애나 어른이나 엄청 꾸중 받는 시대다. 애들이 학교에서 너무 기분 좋아 부모에게 문자 날려 바로 생방송한다. “엄마, 나 오늘 반장 선거에서 뽑혔다.ㅋㅋ” 너무 들뜬 나머지 가족한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자를 보낸다. 그러나 엄마한테 답장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가 웃으면서 물었다. "딸아. ㅋㅋ<-- 이게 뭐니?" "아 그거~ 그냥 기분전환 할 때 쓰는거야." 엄마가 아무말도 없어 실망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며칠 후 사고가 터졌다. “미영아 할아버지 돌아가셨다. ㅋㅋ”
시집 간 언니에게 문자를 보낸다. "울집에 지금 된장찌개 끓이는데 놀러올래? 호박이 없어서 말야 ^O^;" 그러자 답변이 온다. "미친것... 울집에선 감자탕 끓인다. 돼지뼈가 필요하니 니 뼈 쪼매 내놔라 -.-;;"
때로는 문자에 오타가 나 되돌릴 수 없는 곤경에 처하지만 반대로 가까워 질 수 있다. 여자 친구가 문자 쏜다. ˝원하는 거 없어?˝ 남자친구의 답장 ˝원하는 거 ㅇ 벗어˝
친구에게 피자를 먹는다고 보내려던 문자 ˝나 지금 피지 먹어˝
관심이 있어 작업 중이던 여자에게 ˝너 심심해?˝라고 보내려던 문자 ˝너 싱싱해?˝ 한 방에 차였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펑펑 울고 있는데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온 문자 ˝좋은 감자 만나˝
차인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나 오늘 또 울었다˝라고 보내려던 문자 ˝나 오늘 똥루었다˝
목사님께 ˝목사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라고 보내려던 문자 ˝목사니도 주말 잘 보내세요˝
˝할머니 중풍으로 쓰러지셨어˝라고 보내려던 문자 ˝할머니 장풍으로 쓰러지셨어˝
학원 끝나고 ˝엄마 데릴러와˝라고 보낸 문자 ˝임마 데릴러와˝
때로는 부모의 오타가 우리를 웃게 만든다.
학교 수업시간에 아버지께 온 문자 ˝아빠가 너 엄창 사랑하는 거 알지?˝
봉사활동에 가던 도중 어머니께 온 문자 ˝어디쯤 기고 있니?˝
생선회를 너무나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아버지께 주말에 회 좀 사달라니까 ˝회사간다˝는 아버지의 답장. 정말 회사 가셨다.
인터넷 용어 ´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시는 어머니께 ´즐겁다´는 뜻이라고 가르쳐 드리자 학교 수업시간에 온 어머니의 문자 ˝우리 아들 공부 즐˝
올 때 전화하라고 말씀 하시려던 어머니의 문자 ˝올 때 진화하고 와˝
어머니께서 보내신 무엇보다 무서운 문자 ˝아빠 술 마셨다. 너의 성적표 발견. 창문으로 오라˝
문자 내용이 많을 수록 요금이 많이 나가는 줄 아신 어머니께서 딸이 밤이 늦도록 들어오지 않자 딸에게 보낸 문자 ˝오라˝
신발 사이즈를 묻는 어머니의 문자 ˝너 시발 사이즈 몇이야˝
휴대폰을 처음 사신 아버지께서 보내신 문자 ˝아바닥사간다˝ 아버지는 통닭을 사오셨다.
특수문자를 쓸 줄 모르시는 어머니께서 보내신 문자 ˝너 지금 어디야 물음표˝
그래도 제일 즐거운 문자는 앤한테 온 은밀한 문자 “자기야, 오늘 시간 있어?”
7 up
정월 초하루 설날
새로운 지폐 5만원권이
가시버시 개비를 열었다 닫았다
슬며시 선웃음지며 가위춤을 추게 만든다.
“요놈, 5만원은 좀 아까운디...”
“이 양반아. 눈 딱감고 줘버려.”
“7 up 알아? 줘야 대접받쥐. 암.”
그리하야 영어 타령 랩이 푸닥거리는디...
“첫째가 Clean up 이요. 몸과 마음을 모두 깨끗이 하라 고말이여.
둘째는 Dress up 이여. 비싼 옷은 아니어도 깨끗하고 품위있게 차려 입어라.
셋째는 Shut up. 입을 닫고 조용히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넷째는 Show up.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고 자신을 드러내라.
다섯째 Cheer up. 스스로 힘을 내고 한편으론 남을 격려하라.
여섯째 Pay up. 남에게 대접 받은 만큼 나도 지불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은 Give up. 당연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여.
지천명 공자 고개를 넘어
마라톤으로 말하면 반환점을 돈건지
애들은 조용히 타일러야쥐
수틀리면 가탈을 부리던지
갈개꾼으로 취급당하기 쉽상이여.
“그래 모두가 귀여운 것들 파란 잎이다.”
곰상스런 아들
구성진 딸
꺽진 손자
아귀찬 손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