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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으로 쫓겨난 노인 (최종회)
작가: 백화 문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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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94DhkccBFbw?si=2uqUG4NfiDikyxwt
정 씨가 옥탑방으로 쫏겨난지도 어느덧
한 해가 지나서 부러진 다리도 다 낳았다.
정 씨는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아끼고 아껴서 쓴다고 해도
통장에 잔고가 바닥이 나버렸다.
어느 날 아침 예전 경비실 배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정 씨!
요즘엔 어떻게 지내십니까?"
"아~, 안녕하십니까 배 씨!
다친 다리는 다 낳았지만 여전히 백수입니다!"
"예~, 그러면 일을 할 생각은 있으신가요?"
"당연하지요 배 씨!
그나저나 나이가 있으니 경비자리도 없답니다!"
"그러면 정 씨, 아파트 경비 일 해보실래요?
제 친구가 격일제로 일하는 아파트에 경비 한 사람이
급작스럽게 그만뒀어요!
"아이고, 좋습니다!
소개만 해주시면 바로 하겠습니다!"
"그래요, 정 씨!
그러면 내가 입주민 대표와 통화를 해보고
연락을 드릴게요!"
"예~, 고맙습니다 배 씨!"
점심시간쯤에 배 씨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정 씨?
입주자 대표하고 얘기가 잘 됐답니다!
문방구 가셔서 이력서 써가지고 저 퇴근시간에
경비실로 오셔서 같이 가도록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배 씨!"
정 씨는 퇴근시간에 맞추어 이력서를 써가지고
경비실 배 씨에게로 갔다.
"아이고, 오랜만에 뵙습니다 배 씨!"
"네~, 어서 오세요 정 씨!
저기 봉일시장 근처에 있으니 걸어서 가봅시다!"
마침 배 씨 친구 장 씨가 근무하는 날이라서
입주자 대표와 만나서 쉽게 취직이 되었고 내일부터
근무를 하기로 하고 경비실로 갔다.
"정 씨라고 했던가요?"
"예, 장 씨!
저는 무술생이고 정한주라고 합니다!"
"예~, 저하고는 한 살 차이네요!
저는 57년생 장기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여기 규칙대로 매일아침 6시에 교대를 하고요
일요일엔 쉰답니다!
그러면 내일 아침 6시에 뵙겠습니다!"
"예, 내일 뵙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정 씨와 배 씨는 밖으로 나오며 얘기를 이어갔다.
"아이고, 배 씨 덕분에 제가 취직을 쉽게 했습니다!
저 때문에 식사도 못하셨는데 저녁 겸 술이라도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아이고 정 씨!
그래도 오래도록 정이든 사람이라 제가 제일 먼저
연락을 드렸습니다!"
"예, 여하튼 고맙습니다!"
정 씨는 배 씨를 데리고 취직도 했으니 큰맘 먹고
오랜만에 갈빗집으로 들어갔다.
정 씨도 퇴직하고 갈빗집 외식은 처음이라서
오랜만에 안주다운 안주에 포식을 했다.
정 씨는 옥탑방으로 돌아와서도 자전거 체인에
기름칠을 하고 알람시계 배터리도 교환하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일찍 잠자리에 든 덕분에 알람시계가 울리기 전
4시 반에 일어나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출근길에 나섰다.
"아~, 오랜만에 출근을 해보니 기분이 좋구먼!
야, 정한주!
인생은 1장 2막이다!
다시 한번 멋지게 살아보자 파이팅!"
정 씨는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면서 출근을 했다.
"아이고 정 씨, 일찍 나오셨군요!"
"예~, 자전거 타고 오면 이십 분이면 온답니다!
얼른 퇴근준비하세요 장 씨!"
" 알겠습니다 정 씨!
그래도 저는 6시에 맞춰서 퇴근하겠습니다!"
"예 ~, 그럼 저는 아파트 구내 한 바퀴 돌아서
이것저것 한번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예~,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 씨가 근무하는 아파트는 다섯 개 동으로
자전거로 오분이면 한 바퀴를 돌 수가 있었다.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이 없었지만 주차공간이
충분해서 주차일로 걱정할 것은 없었다.
다만 매주 목요일 재활용 분리수거로 조금 바빴지만
그래도 할만한 경비 직업이었다.
그래도 정 씨는 다시 일을 하고부터 몸도 마음도
젊어지는 느낌으로 생동감이 넘쳐났다.
정 씨가 다시 일을 한지 한 달이 지나서 오랜만에
거금 백 육십만 원의 첫 월급을 받았다.
정 씨는 금요일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토요일
아침 6시에 퇴근해서 피자집으로 향했다.
정 씨는 전처 이정순에게 반찬도 얻어먹고 해서
이정순이 좋아하는 피자 두 판을 사들고 들어갔다.
정 씨는 전처 이정순이 사는 이층 현관에 피자 한판을
놓고 초인종을 눌렀다.
"띵똥 띵똥!"
"아, 누구입니까!"
"응, 내가 오늘 첫 월급을 타서 피자한판 사 왔으니
드시게!"
정 씨는 그 말을 하고 도망치듯이 후다닥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흥, 누가 피자 사달라고 했나?
그래도 한가닥 양심은 남아있구먼!"
전처 이정순은 피자를 들고 옥탑방을 힐끗 쳐다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 씨도 사가지고 온 피자 한판을 펼쳐놓고
캔맥주를 따서 마셨다.
"캬~, 오랜만에 월급 받아서 피자에 캔맥주라
맛이 기가 막히구먼 그래!"
정 씨는 24시간 근무, 24시간 휴식으로 금요일
근무날은 토, 일요일을 연속으로 쉬는 근무형태였고
토요일에 근무를 하면 월요일에 출근을 했다.
정 씨는 토, 일요일 이틀 휴무라서 푸근한 마음으로
기분이 좋아 캔맥주 세 개를 연거푸 마시고
잠들었다.
정 씨는 마신 캔맥주 때문에 서너 시간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정 씨는 습관처럼 휴대폰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윤성자가 보낸 장문의 문자였다.
ㅡ
"안녕하세요 한 선생님!
전화는 염치가 없어 못하겠고 문자를 대신해서
보냅니다.
저번일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사실 그 사건의 모든 기획은 부동산 사장 우재광이
꾸민 일인데 저를 주범으로 몰았으나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답니다.
또한 한 선생님께 전액을 변제하여 합의를 하였고
저번에 써주신 탄원서가 정상참작이 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오늘 구치소에서 풀려났습니다.
구치소에서 풀려났다지만 저는 사실 갈 곳이 없답니다.
앞으로 일을 해서 동생에게 빌린 합의금도
갚아야 한답니다.
저는 지금 돈 한 푼 없는 거지꼴이 되어 어디로
갈 곳도 없는 신세입니다.
한 선생님 옥탑방 보증금 오백이 저의 전재산이오니
다시 한번 저를 용서하시고 선생님 옥탑방에서
살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문자로 답장 보내주세요. 윤성자 올림.
ㅡ
정 씨는 문자를 몇 번씩이나 읽어보고 또 많은
생각을 했다.
본인도 이혼을 당하고 옥탑방으로 쫓겨난 신세인데
옥탑방에서 살게 해 달라니 난감한 일이었다.
정 씨는 30분째 변기에 걸터앉은 채로 생각에 잠겼다.
아직 계약기간도 남아있었으니 법적으로도 옥탑방
주거 권리는 윤성자에게 있는 것이다.
정 씨는 이층에 사는 전처 이정순이 모든 알기 전에
일단 윤성자를 만나서 결정을 하기로 마음먹고
문자를 보냈다.
ㅡ
"안녕하십니까 윤성자 씨!
문자를 받고 답장을 보냅니다.
물론 본인이 저지른 죄이지만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나저나 나도 저번 그 일로 인해서 아내와 이혼을
하고 쫓겨나 지금은 옥탑방에서 지내고 있답니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은 묘안이 떠오르지 않으니
만나서 얘기를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옛날에 근무하던 경비실 근처 우리가 함께 갔던
편의점 테라스로 오셔서 전화나 문자 주시면
자전거 타고 바로 가겠습니다."
ㅡ
정 씨는 윤성자로 인해서 사기를 당해 모진 고초를
겪었지만 한때는 진정 사랑한 여자이었기에
연민에 빠져들어 은근히 만나기를 원했다.
잠시 후 윤성자에게 다시 문자가 왔다.
ㅡ
"저는 지금 갈 곳도 없고 해서 인덕원 시내로 나와
커피숍에 있답니다.
그러면 한 시간 뒤에 두시쯤 신림동 편의점으로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성자 올림."
ㅡ
정 씨는 본인에게 사기를 치고 고통을 주었지만
윤성자를 다시 만나는 게 오히려 반가웠다.
어쩌면 그것이 자기모순이요 자신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것을 알면서도 자서처럼 이끌려 나갔다.
정 씨는 대충 세수를 하고 편의점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정 씨는 편의점 테라스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
정 씨는 인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보니 윤성자가
뒤쪽에 서있었다.
"아니, 성자 씨 언제 오셨어요?"
"네~,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아 잠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그러셨군요 성자 씨!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정 씨는 의자를 당겨서 성자가 않기를 권했다.
"네~, 고맙습니다!
제가 지은 죄가 많아서 할 말이 없습니다!"
성자는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일단 뭐라도 하나 드세요 성자 씨!"
"네~, 솔직히 오빠가 캔맥주를 드시는 것을 보니
저도 캔맥주를 마시고 싶네요!
사실 일 년 반동안 술을 마실수가 없었거든요!"
"네~, 그러시군요!
이해가 갑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정 씨는 편의점으로 가서 캔맥주 두 개와 어묵꼬치를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가지고 왔다.
"자~, 어쨌거나 출소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캔맥주라도 한잔하세요!"
"네~, 오빠!
민망하지만 여하튼 고맙습니다!"
성자는 캔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컥컥거렸다.
"아이고, 너무 오랜만에 술을 마시다 보니 사레가
들렸네요 죄송해요 오빠!"
성자는 정 씨를 아직도 오빠라고 불렀다.
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을 이어가며 캔맥주를
다 비우고 정 씨는 다시 캔맥주를 사 왔다.
성자도 구치소에선 술을 마실 수 없었기에 캔맥주
한 개를 마시고 살짝 취해서 말문을 열었다.
"오빠, 제가 마땅히 갈 곳도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성자 씨가 옥탑방에 온 것을 전처가 알면 난리가 날텐 데요!"
"그러면 오빠는 정말로 이혼을 하신 거예요?"
"아이고,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잠시 또 침묵을 이어가다가 성자가 작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오빠, 내가 오빠에게 사기를 쳐서 피해를 주었지만
어떡했던 그 돈을 갚았고요!
사실 오빠의 순수한 모습에 이끌려 제가 오빠를
좋아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도 솔직히 오빠와 함께 살 수만 있다면 같이
살고 싶은 게 제 마을입니다!
어차피 오빠도 옥탑방에서 나가면 갈 곳도 없으니
옥탑방에서 같이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주인아주머니가 모르도록 숨어 지내며 살도록 할게요!
최대한 버티다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다른데도
이사 가서 같이 살기로 해요 오빠!"
"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러면 먼저 열쇠를 바꿔서 전처가 못 들어오도록
해야 돼요!
시장거리는 내가 퇴근길에 사 오면 된다지만
성자 씨가 집밖으로 안 나가고 살 수가 있겠어요?"
"일자리는 새벽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몰래 나가고
몰래 들어오도록 해야지요!"
"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도록 해 봅시다.
정 씨도 성자와 함께 사는 것이 싫지는 않았고
어차피 이혼을 한 마당에 굳이 피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면 일단은 내가 자물쇠부터 바꾸도록 할게요!
그리고 이층에 전처는 열 시쯤 잠자리에 들어가니
그때까지는 여기서 버텨야 해요!
이층에 전처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문자를 할게요!
그러면 뒤쪽 창문으로 가방부터 들여놓고
살금살금 옥탑방으로 와야 됩니다!
그리고 내가 입고 다니는 점프와 모자를 줄 테니
그 옷과 모자를 쓰고 다녀야 전처가 모른답니다!
만약 본다고 해도 밤에만 다니면 어두워서
나로 착각을 하도록 해야 한답니다!"
"예, 알겠어요 오빠!"
성자는 본인이 도망 나올 때 그렇게 한 것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성자 씨, 그나저나 시간도 많이 남았고 배도 고프니
어디 가서 해장국이라도 먹도록 합시다.
정 씨는 성자와 함께 근처 해장국집으로 가서
콩나물 국밥을 시켜 점심을 먹었다.
성자는 편의점에 다시 와서 기다렸고 정 씨는
철물점에 들려 자물쇠를 사가지고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드디어 이층 전처가 사는 방에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 정 씨는 성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층 불 꺼짐 확인 10분 후 뒤쪽 창문으로
밧줄 내리겠음!"
"네, 알겠습니다!"
"밧줄에 매달린 모자와 옷과 운동화를 신고
얼굴을 2층 거실 반대쪽을 바라보고 올라올 것!
가방을 밧줄에 꽁꽁 묶을 것!"
"네, 알겠습니다!"
성자의 옥탑방 입주는 007 작전처럼 이루어졌고
드디어 두 사람의 동거가 옥탑방에서 시작되었다.
성자와 정 씨는 그렇게 옥탑방으로 합류하여
스탠드 불빛에 앉아서 성자가 준비해 온 캔맥주와
안주로 저녁을 때웠고 둘이는 귓속말로 대화를 했다.
둘이는 교대로 샤워를 하였고 일 년 반 만에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오빠, 저를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차피 홀아비 신세 면하니까 나도 좋아!"
정 씨는 일요일도 휴무라서 꼼짝도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정 씨는 성자에게 인기척을 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월요일 새벽 5시에 출근길에 나섰다.
정 씨는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7시쯤 집으로
돌아오다 2층 현관 앞에서 전처 이정순과 마주쳤다.
"아, 시월이라 김장 준비를 하려고 고무대야 가지로
옥탑방으로 갔더니 자물쇠를 바꿨네?
정 씨는 순간 머리가 쭈삣하고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으~응, 자물쇠가 오래되어 잠궈지지를 않아
새것으로 바꿨어!"
"아, 그러면 열쇠 한 개를 줘야 할 것 아니여?"
"아.. 알았어!
열쇠는 나중에 주더라도 우선 고무대야를 가지고
내려올게!"
정 씨는 혼비백산하였고 후다닥 옥탑방으로 올라가서
고무대야를 2층 현관 앞에 갖다 놓았다.
"띵똥 띵똥, 고무대야 현관 앞에 가져왔어!"
정 씨는 옥탑방으로 올라와서 현관문을 잠그고
둘이서 비밀로 정해놓은 노크를 했다.
"똑, 똑, 똑똑, 똑!"
성자는 비밀 노크를 알아듣고 문을 열어주었다.
"휴~, 전처에게 들킨 줄 알고 기겁을 했어!"
"낮에 저도 깜짝 놀랐어요!
누가 바깥에 와서 문을 열려고 달그락달그락하는
소리 때문에 기겁을 해서 숨죽이고 있었지요!
성자와 정 씨는 마주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하튼 김장철 지나고 추워지면 저 뚱보는 절대로
여기에 올라오지 않으니 그때까지만 참아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불안하지만 그 방법밖에는 없으니 어떡해요!
전부다 내가 저지른 인과응보지요 뭐!"
그 일이 있고 이틀뒤 정 씨와 2층 이정순이
현관 앞에서 다시 만났다.
"나도 힘들어 김장을 못히여~!
절임배추 시켜서 김장을 했으니 가져가서 먹어!
그리고 고무대야 다 썼으니 옥탑방으로 가지고 가!"
"알았어, 잘 먹을게 고마워!"
정 씨는 전처가 김치를 주는 것은 고마우나 사실
마주치는 게 더 무서웠다.
성자가 옥탑방으로 온 지도 석 달이 지나 봉천동
달동네에 한겨울이 찾아왔다.
정 씨는 성자를 생각해서 창문에 비닐을 덧붙여서
한겨울 준비를 마쳤고
보온재로 덧씌운 덕분에 웃풍도 없었고
방음도 잘되어 마음 놓고 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
또한 겨울 동안은 2층 이정순이 옥탑방에 올라올
일도 없었다.
정 씨는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월급도 탔기에
치킨과 족발을 사들고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정 씨는 24시간 근무를 해야 했기에 언제나
아침에 퇴근을 하는 올빼미 생활을 해야 했다.
"성자 씨, 당신 좋아하는 족발을 사 왔어!
나는 치킨을 좋아하니까 치킨도 사 왔지!
자, 월급도 탔으니 한잔합시다!"
그런데 성자는 좋아하는 족발을 앞에 두고도
먹을 생각을 안 했다.
"오빠, 나 이상해요!
내가 오십 여섯이니까 폐경이 될 때도 됐지만
요즘에 그게 없어요!
입맛도 떨어지고 뱃속이 늘 더부룩해요!
아무래도 병원에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그러면 다음 주에 병원을 가도록 합시다!"
새벽 4시쯤 일어나서 저번 그 편의점으로 가서
기다리면 내가 그쪽으로 갈게요!
그리고 아파트 경비실에 있다가 병원 문 열면
병원에 가도록 합시다!"
"예, 알았어요 오빠!"
성자와 정 씨는 족발은 싸서 냉장고에 넣고 치킨과
맥주를 마셨다.
드디어 다음 주 월요일에 성자의 병원 외출을 위한
007 작전이 시작되었다.
새벽 4시에 성자는 정 씨의 점프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채 도둑고양이처럼 계단을 내려갔다.
옥탑방 창문으로 지켜보는 정 씨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정 씨도 30분 후 계단을 내려가서 자전거를 타고
편의점으로 갔다.
"성자 씨, 아직 출근시간이 멀었으니 콩나물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갑시다!"
"네~, 그래요 오빠!
콩나물 국밥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 씨는 콩나물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아파트
경비실로 가면서 성자에게 말했다.
"내가 여섯 시에 교대를 하니까 여기 조금만
앉았다가 6시 10분에 저기 하늘아파트 경비실로
오면 돼요 알았지요?"
"네~, 알겠습니다 오빠!"
정 씨는 교대를 하고 성자를 경비실 뒤에 붙은
간이침대에 눕혔다.
"성자 씨, 그대로 누워있으면 밖에서는 안 보이니까
그대로 누워있어요!
나는 자전거 타고 아파트 한 바퀴 돌아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 올게요!"
"네~, 다녀오세요!"
정 씨는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자전거
짐칸에 주워 담아 한 바퀴를 돌고 왔다.
경비실로 들어가니 성자는 일찍 일어난 탓인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정 씨는 아파트 주민들의 출근길에 인사를 마치고
창문에 부재중 전화번호를 붙여놓고 성자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병원은 성자가 원하는 산부인과 겸 내과로 갔다.
다행히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성자가 진료실에 들어가고 십 분쯤 지나서
보호자를 불렀다.
산부인과 전문의라고 쓰인 책상에는 오십대로
보이는 여자 의사가 앉아있었다.
"보호자분, 잠깐 앉아보세요!
환자분이 저하고 동갑인데 임신을 했어요!
반응검사에도 임신으로 나왔고 초음파상에도
정상적으로 태아가 착상이 되었답니다!
제 짐작으로는 15주 정도 된 것 같아요!
노산이라 조금 힘들겠지만 건강도 좋고
출산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임신중절은 불법입니다 만, 보건복지부에
보고를 하면 오십 세 이상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초산이고 자식이 없다고 하니 신중히
생각하셔서 결정을 하십시오!
그래도 저는 출산을 권유드리겠습니다!
집에 가셔서 충분히 협의를 하셔서 답을 주세요!"
"네~! 잘 알겠습니다 선생님!"
정 씨는 성자를 데리고 경비실로 돌아왔다.
잠시 후 시장을 다녀온 육십 대 입주자 대표
아주머니가 경비실로 들어왔다.
"아~, 사모님 오셨나 보군요!"
"네~, 집사람이 병원에 왔다가 잠시 들렸답니다!"
"아이고, 정 씨 아저씨는 젊고 이쁜 색시와
사시는군요 호호호!"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대표님!"
"아파트에 별 문제는 없는 거지요?"
"예, 대표님!
쓰레기와 담배꽁초도 주웠고 별 이상은 없답니다!"
"그래요, 그럼 수고하세요!"
"네~, 들어가세요 대표님!"
정 씨는 입주자 대표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것은 아파트 내의 모든 권한이 대표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깊은 시름에 빠져있던 성자가 무엇인가 결심을
한 듯이 말을 했다.
"오빠, 나 아이 낳을래요!
저나 오빠도 자식이 없으니 아이를 꼭 낳아야겠어요!
그게 도리인 것 같아요!"
"그래요 성자 씨!
비록 늦은 출산이 되겠지만 우리에게는 하늘이
내려주신 아이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오빠, 그렇게 결정을 해줘서 고마워요!
기왕이면 떳떳하게 혼인신고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나중에 출생신고도 할 수가 있잖아요?"
"음, 그러면 내일 아침에 혼인신고를 하도록 합시다!"
정 씨는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혼인신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정 씨는 근무를 마치고 다시 콩나물 해장국집으로
가서 아침을 먹고 동사무소 문 열 때까지 기다렸다.
성자와 정 씨는 정각 9시 동사무소에 들려서 복잡한
혼인신고를 마치고 떳떳하게 집으로 향했다.
"성자 씨, 나도 마음을 독하게 먹을 테니 당신도
마음 독하게 먹고 집으로 들어갑시다!"
"예, 알았어요!
오빠나 기죽지 말고 잘 대처하세요!"
정 씨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2층 이정순이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다가
때마침 정 씨를 보았다.
이정순은 창문을 열고 정 씨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제는 아예 계집까지 데리고 와?
나가~,당장 끄대나가라고!
저 인간을 진작에 내쫓아야 했는데!
아이고~, 분통 터져라!"
이정순은 분이 삭지를 않아 밖으로 나와서 그
큰 덩치로 정 씨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야 이놈아!
내가 불쌍해서 김치도 반찬도 주었더니 네가
그따위 행세를 해?
나가~, 지금 당장 나가라고!"
"아니, 우리는 이미 이혼을 했는데 이제 와서 당신이
무슨 참견이야!
이 손 놓으라고, 사람 죽이려고 그러는 거야?"
"야, 이년아 어디 상판때기 좀 보자!"
이정순은 옥탑방으로 올라간 성자에게 소리를 쳤다.
"왜, 그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왜!"
이번에는 정 씨도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그 사람 지금 임신했거든?
그리고 혼인신고도 했으니 내 집사람이라고!
그러니까 큰소리치지 말라고!"
"그래?
월세도 안 내고 사는 주제에 큰소리를 쳐?
그러면 당장 방 빼라고 알았냐고!"
"무슨 소리야!
저 옥탑방은 아직 계약기간이 넉 달이나 남았어!"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이 언제 나하고 계약을 한 적이 있었냐고!"
정 씨와 이정순이 한참 싸우고 있는 사이에
왱왱왱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경찰관이 집으로 들아왔다.
"저~, 무슨 일인가요?
여기 큰 싸움이 붙었다고 112로 신고가 들어왔답니다!
도대체 왜 싸우는 겁니까?
요즘엔 가정폭력도 처벌받으니 알고 계세요!"
경찰관 얘기를 듣고서야 이정순은 정 씨의
멱살을 놓았다.
"여기 집주인이 누구입니까?
"예, 제가 집주인입니다!"
"그럼 아저씨는 누구세요?"
"예, 저는 옥탑방에 세 들어 사는 사람입니다!"
"야 이놈아!
네가 언제 집세 주고 살았어?
나가, 당장 끄대나가라고~!
그러면 당장 이때까지 산 것 집세 내놓으라고!"
이정순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입에 거품을 물고
고혈압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경찰관은 뚱뚱한 이정순에게 응급조치를 하면서
동료에게 구급차를 부르게 했다.
이윽고 119 구급차가 집으로 달려왔고
이정순은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 올라갔다.
"여기 보호자분 누구세요?
빨리 오셔서 동행하셔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정 씨가 따라나섰다.
"옥탑방 아저씨!
병원 다녀오셔서 저기 1동 파출소에 들려주세요!
신고가 들어와서 간단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병원 다녀와서 들리겠습니다!"
정 씨와 이정순의 싸움은 일단락 됐다지만
또 병원으로 실려간 이정순이 문제였다.
이정순은 가까운 양지병원 응급실로 실려갔고
다행히 수액과 응급조치를 받고 혈압이 내려왔다.
양지병원은 정 씨가 다리 골절로 입원을 했던 곳이라
구내 시설물을 잘 알고 있었다.
"저~,이정순 씨 보호자 되시는가요?
이분은 과체중에 혈압이 높아서 평시에도 관리를
해야 한답니다!
입원을 하시려면 접수를 하시고요!
집에 가셔서 안정을 취하려면 원무과에 이정순
환자분 이름으로 수납하고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정 씨는 원무과에 응급치료비 이십만 원을 결재하고
응급실로 돌아와 퇴실 준비를 했다.
정 씨와 이정순은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탔다.
죽일 듯이 설쳐대던 이정순도 병원에 갔다 온 후로는
안정을 찾았는지 잠잠해졌다.
정 씨는 고목에 매미가 붙은 것처럼 이정순에게
매달리다시피 해서 부축 아닌 부축을 하고
2층 거실로 들어갔다.
이정순은 소파에 기대어 앉았고
엉거주춤 밖으로 나가려 하는 정 씨를 붙들어 앉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체념한 것처럼 말을 이어갔다.
"거기 좀 앉아서 내 말 좀 들어봐!
아까 그년이 임신했다고 그랬지?
나도 애를 못 낳아서 그 스트레스로 인해
뚱보가 됐지만
내가 애를 안 낳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
삼십 대 초반에 자궁경부암 초기로 자궁을 들어내서
그런 거지만 나도 아이를 낳고 싶었다고!
그래, 당신도 자식이 있었으면 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니야!
그래도 오늘 응급실까지 따라와 줘서 고마워!
나도 이제는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내려놓을 테니
옥탑방에서 그냥 살도록 해!
그리고 나는 1층 미용실에 월세로도 먹고살 수 있으니
부자 될 때까지 집세는 안 줘도 돼요!
내가 악을 쓴다고 해결될 일도 없으니
차라리 그냥 내가 다 포기를 할게!"
정 씨는 고개만 끄덕이며 듣고 있었고
이정순은 정 씨가 상상할 수 없는 모든 것을 포기한듯한
의외의 말을 했다.
"알았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나는 파출소에 가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마무리를
해주고 갈게!"
정 씨는 파출소에 들려서 112 출동에 대한
간단한 진술서를 쓰고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성자는 그때까지 몇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서
정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자 씨, 괜찮아?
이제 다 해결됐으니 걱정하지 마!
2층에 그 사람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알았어요 오빠!
여하튼 그렇게 끝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날 이후로 정 씨는 정 씨대로 이정순은 이정순대로
서로가 부딪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이봐요 성자 씨!
세상이라는 게 참 알 수가 없네요!
인연이 악연이 되고 또 그악연이 인연이 되었으니
우리 옥탑방에 얽힌 사연이 구구절절하구먼 그래!
여하튼 이제 다 끝났으니 음식 잘 먹고 몸 추슬러서
건강이나 잘 챙기도록 해요!"
"예, 알았어요 오빠!
오빠의 선한 마음이 모든 것을 해결한 것입니다!
앞으로 저도 뱃속에 아이를 위해서도 나쁜 마음
가지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사실 저는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고아원에서 중학교까지 살았어요!
그러다가 공장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녔고
한때는 다방레지로 일했고요!
그러다 보니 결혼도 못하고 나이만 먹었고요!
그러다가 오빠를 만났답니다!
어찌 보면 오빠가 내 인생의 마지막 구원자였지요!"
"그래요 성자 씨!
이제는 마음 놓고 여기서 살도록 합시다!"
정 씨와 성자는 오래도록 포옹을 했다.
정 씨도 아이를 위해 술도 줄이고 착실한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듬해 9월 초 성자는 노산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
성자와 정 씨는 아이 이름을 태양같이 늠름하게
자라달라고 한태양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때가 정 씨 나이 63세 성자 나이 57세였다.
옥탑방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릴 때면
2층에 이정순도 궁금증에 또 부러움에 옥상을
쭈삣쭈삣 올려다보았다.
이정순은 아이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에
베란다에 빨랫대를 두고도 수시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빨래를 널었다.
이정순은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기에 갑자기 아이를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집주인 이정순이 옥상으로 올라올 때면 성자는 은근히
집주인을 경계하면서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어느 날 아침 이정순은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정 씨를 거실로 불러들였다.
"무슨 일이여?
죽일 듯이 멱살을 잡을 때는 언제고 당신이 나를
다정하게 부를 때도 다 있어?"
"그게 아니고, 나도 이제 늙어가고 또 이제는
예전에 이정순이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옛날에 했던 말들은 잊어버려요!
내가 앞으로 아기를 좀 보도록 해줘!
나도 아기를 좀 키워보고 싶어!
제발 내 부탁을 좀 들어줘요!"
"알았어, 아기엄마하고 상의해서 알려줄게!"
정 씨는 옥탑방으로 올라가서 성자와 그에 대한
상의를 했다.
"여보, 당신도 아기를 위해서 돈을 벌고 싶다고
얘기를 했잖아!
이층에 이정순이 당신이 일을 하게 되면 아기를
봐주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볼까?"
"아이고, 또 심술이 나서 아기에게 해꽂이하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러면 태양이가 돌이라도 지나면 생각해 봅시다!"
그렇게 또다시 일 년이 흘렀고 드디어 태양이가
첫돌이 되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정순이 돌반지와 아이 옷을
사들고 옥탑방으로 올라왔다.
이정순은 문 앞에서 쭈뼛거리다 문을 두드렸다.
"예~, 누구세요?"
"예, 이층에 집주인입니다!
아기 돌잔치를 하는 것 같아 올라왔어요!"
"예~, 주인아주머니 오셨군요!
들어오세요!"
"변변치 않지만 아기 옷하고 돌반지 사 왔어요!"
성자와 정 씨는 어쩐 일인가 싶어서 의아심을 가졌다.
"어디 보자 아가야, 아이고, 이뻐라!
어디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예~, 그렇게 하세요!"
성자는 의심을 하며 못 미더운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이고, 아기가 똘방똘방한게 튼실하게 생겼네요 호호호!
그나저나 전재산이 오백만 원인데 어떻게 아기를
키울수나 있겠어요?
유치원도 보내고 학원도 보내려면 앞으로 많은 돈이 필요할텐데,
일하는 날엔 내가 아기를 봐줄 테니 돈벌이를 하러 다니도록 하세요!
"예~,생각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자는 일단 그렇게 말을 얼버무렸다.
한 달 후 성자는 근처 식당에 서빙을 하는 일자리를
잡았고 태양이는 이층에 이정순이 봐주기로 하였다.
"주인아주머니가 아기를 봐주신다니 고마운 일인데요,
그 대신 이층 바깥으로 나오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그것부터 약속을 해주셔야 합니다!"
"아이고, 알았어요 새댁, 걱정 마세요!
나는 예전처럼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이제는 마음을 비운 지가 오래됐어요!
그러니까 나를 믿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뚱뚱해서 밖에도 안나가니까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네~, 그러면 주인아주머니 말만 믿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돈을버니까 수고비는 챙겨 드릴게요!"
"아이고, 수고비는 무슨 수고비야 호호호!
그런것은 생각하지 말고 돈이나 많이 버세요!"
알 수 없는 게 사람 속 이라더니 이정순은 예전에
병원 응급실에 다녀온 후
그렇게 본래의 순진한 본성을 되찾았다.
"이정순은 태양이를 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어쩌면 그것은 이정순이 아이를 못 낳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기도 했다.
오늘도 이정순은 2층 베란다에서 태양이와 함께
바깥구경을 하고 있었다.
"태양아~, 저기 국화꽃 구경 좀 해봐라!
베란다에 국화꽃이 예쁘게 활짝 피었단다!"
태양이는 그 말을 알아듣는것 처럼 꽃을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봉천동 산꼭대기 달동네 옥탑방 이야기는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사연을 담아냈고
가을 국화꽃 향기가 실바람을 타고 태양이가
놀고 있는 창가로 날아들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