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편의점 상표, 세븐일레븐 로고 뒤에는 다정한 눈길을 지닌 한 여성의 직관이 숨어 있다.
이야기는 196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븐일레븐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며 대대적인 상표 디자인 개정 작업을 하고 있었다.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온 초안은 모든 글자가 굵고 딱딱한 대문자로 채워져 있었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강렬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이 시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사장 존 필브 톰슨 시니어(0150, John Philp Thompson Sr., 1925.11.02)의 아내, 위니프레드 톰슨(0155, Winifred Thompson, 1925.11.14)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모든 글자가 꼿꼿한 대문자로만 이루어져 있으니, 손님들에게 너무 딱딱하고 공격적인 느낌을 줄 수 있겠다는 염려가 든 것이다. 0155코드는 섬세하고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0150과 0155는 서로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위니프레드는 남편에게 한 가지 부드러운 제안을 건넸다.
"마지막 글자만 소문자로 바꾸면 어떨까요? 그러면 한결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친근한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사장은 아내의 지혜로운 조언을 귀담아듣고, 디자이너들은 마지막 'N'을 부드러운 곡선의 소문자 'n'으로 수정했다. 그리하여 대문자들 사이에 소문자가 살짝 붙은, 기묘하지만 다정한 로고가 탄생했다.
이 에피소드에는 0155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는 0150 남편이 있다. 또한 뭐든 세심하게 자세히 들여다보는 0155의 안목이 이런 에피소드를 만든 것이다.
모두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 작은 변화는 1969년부터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유지되며 전 세계 골목길을 부드럽게 밝히고 있다.
* 그러나 씁슬한 뒷 이야기.
세븐일레븐은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된 기업이지만 1987년(G01)에 M&A 공격이 들어오자 무려 52억 달러라는 빚을 내어 회사 주식을 모두 사들였다. 하지만 그해 말 미국 증시가 폭락하는 블렉먼데이 사태로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일본 자회사가 4억 3000만 달러의 구제 자금을 투입하며 본사 지분의 70%를 가져가 버렸다. 그나마 2005년 에 이 일본 세븐앤아이 홀딩스가 창업자에게 남은 5%마처 전량 매입해 세븐일레븐은 공식적으로 일본 회사가 되었다.
그래도 창업자 후손들은 그동안 번 돈으로 자선재단 활동을 하며 잘 살고 있다고 한다. 0150이나 0155나 목숨까지 던지는 승부수는 결코 던지지 않는다. 즉 살 길은 남겨둔다.
한편 롯데가 갖고 있는 한국 세븐일레븐은 미국 법인을 통해 일본 '세븐앤아이 홀딩스'에 해마다 순매출액의 0.6%를 로열티를 낸다. 수백억 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