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은 조각품의 향연…발길 닿는 곳마다 감탄사 절로
기암들.
경주의 마석산은 남산의 바로 남쪽에 위치한 산으로, 100대 명산인 남산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산이었다.
마석산의 바로 위에 있는 고위봉까지만 경주국립공원의 영역에 포함이 되어 있어서 국립공원으로서의 명예도
혜택도 살짝 비껴간 비운의 산이기도 했다. 그런 마석산이 최근 들어 산꾼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경주 마석산 등산지도.
사실 산의 정상부 및 알려진 등산로는 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별다른 조망도 없고,
이렇다 할 암릉 등의 볼거리도 거의 없는 편이다.
다만 초입부에 있는 용문사의 석문과 백운대의 마애불이 볼만하고,
정상부 가까운 곳에 ‘맷돌바위’가 있어서 띄엄띄엄 산행이 이어지던 산이었다.
그런 마석산이 올해 1~2월을 기점으로 방문자가 폭증했는데,
이는 산의 중턱에서 멋들어진 기암들이 모여 있는 암석군이 사람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수백 수천 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바위들이었을 것인데,
그전까지는 마석산이라는 산 자체가 관심 밖의 산이었던 것이다.
그 기폭제가 된 것이 누구에 의해서인지 몰라도,
경주에 또 하나의 보물급 등산로가 사람들에게 등장하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마석산으로 오르는 경로는 대표적으로 산의 서쪽 용문사를 들머리로 삼거나,
동쪽인 외동읍 북토리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있다.
앞서 설명한 마석산의 기암들은 동쪽 사면에 있기 때문에 동쪽 들머리가 좋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등산객은
서쪽을 들머리로 삼는다.
서쪽 들머리인 용문사와 백운대 마애불의 절경 또한 마석산에서 꼭 챙겨봐야 할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차를 이용한다면 내비게이션에 ‘경주 용문사’로 검색을 하면 주차장으로 안내가 된다.
큰 도로에서 시멘트 도로와 비포장도로를 약 700m 정도 오르면 주차를 할 수 있는 공터가 나타난다.
1차선으로 이루어진 좁은 길이어서 맞은편 차를 특히 주의해야겠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계속 도로를 따라 올라오면 용문사 이정표가 보일 것이다.
용문사 가는 길.
용문사로 진입하는 계단은 기울어진 거대한 바위 아래로 지나가는데 이 바위 역시 마석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인증샷을 찍는 곳이다.
어떤 사찰에 방문하면 경내에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문을 통과하게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입구가 바로
일주문이고, 이 바위문은 용문사의 일주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용문사 석문.
용문사 전경.
석문에서 약 100m가량 계단으로 올라오면 용문사 경내에 도착하게 된다.
용문사는 법당 건물과 산신각, 요사채 정도가 있는 아담한 사찰이다.
용문사의 옆에는 ‘백운대’라는 조망이 좋은 너른 바위가 있다.
백운대와 마애불입상.
백운대의 바위에는 부처님이 돋을새김 되어 있는데, 서 있는 형태여서 마애불입상이라고 칭한다.
백운대마애입불상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높이는 4.6m에 달한다.
머리와 목, 왼손 부분의 정밀한 디테일에 비하면 다른 부분은 그렇지 않아서
이 작품은 미완성으로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인자한 표정의 다른 부처님들과는 달리 다소 엄숙하거나 무표정인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백운대 조망.
백운대에서 부처님이 바라보는 방향의 조망은 시원하게 트여 있다.
왼쪽 가까운 쪽에는 울산의 묵장산이 보이고,
멀리는 영남알프스의 북쪽 끝자락인 고헌산과 문복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산 아래에는 경주 내남면 일대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마석산 숲길.
용문사에서 산신각 뒤쪽으로 길을 이어가면 숲길로 접어든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뚜렷하지만 별다른 이정표가 없는 편이다.
몇 군데 갈림길이 있는데 지도 앱 등을 수시로 참고하거나, 군데군데 걸려 있는 시그널을 잘 따라가야 할 것이다. 최근 방문자가 급증했으니 경주시에서도 각종 이정표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주리라 기대해본다.
입산할 때 맑았던 하늘이 슬그머니 어두워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다행히 비의 양이 많지는 않아서 산행을 계속 이어간다.
어느샌가 뿌연 안개가 숲을 집어삼킨다. 산꾼들은 이런 안개가 가득한 상황을 ‘곰탕’ 속에서 헤맨다고 표현을 한다.
마석산 정상부.
그렇게 곰탕 속을 걸어서 마석산의 정상부에 도착한다. 주차장 기준 약 2.8km 정도의 거리였다.
정상에는 비석과 같이 생긴 정상석이 놓여 있으며, 소나무에 둘러싸여 있어서 별다른 조망은 없다.
이곳에서 암석군이 있는 곳은 동쪽 사면으로 1km 정도 내려가야 한다.
그 말은 원점회귀를 위해서 다시 그 길을 올라와야 한다는 뜻이다.
정상과의 높이 차이가 무려 200m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마석산에 왔다면 암릉을 보러 가야 한다.
아니 암릉을 보기 위해 마석산에 오는 것이므로 고민 없이 암릉을 향해 내려가자.
맷돌바위.
정상부에서 동쪽으로 약 100m 내려가 보면 맷돌바위가 나온다.
크기는 제법 크지만 바위의 서쪽 면으로 올라가 볼 수 있다.
로프가 있긴 하나 그 외엔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으므로 조심해서 올라가도록 한다.
맷돌바위 위에서는 외동읍 방향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그 뒤로 토함산과 동대봉산 등도 조망할 수 있다.
맷돌바위를 지나서 능선을 계속 이동하면 나무들의 높이가 낮아지고 바위들이 많아지는
암릉 지대를 만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겠지만 최근 들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마석산을 북새통으로 만든 주역이다.
마석산의 기암들.
바위 위에 올라서면 암석군이 아래로 펼쳐지는데,
제각각 다양한 모양을 가진 기암들이 꽃꽂이처럼 꽂혀있는 모양이 절경을 이룬다.
그 뒤로는 외동읍 일대가 내려다보일 테지만 역시나 곰탕이 가득하다.
선바위.
수많은 바위 가운데 뾰족하게 수직으로 서 있는 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뾰족하게 세워져 있는 것이 남근을 닮아 ‘남근바위’라고 부르기도 하고 ‘촛대바위’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암릉.
삼지창 바위.
암릉의 가장 아래쪽에는 3개의 뾰족한 바위가 비스듬하게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삼지창 바위’를 만날 수 있다.
그 외에 독수리 머리를 닮은 수리바위도 있고 대포바위도 있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경로에서 살짝 벗어나면 유두 바위, 가시개 바위 등도 있다고 한다.
두 번이나 이 산을 다녀갔지만 다녀와서 검색해보면 놓친 풍경과 바위들이 많다.
사람들이 방문할수록 새로운 바위들이 발견되는 통에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보물이 가득 숨겨져 있는 산이 어찌 여태까지 남산의 아래쪽에서 얌전하게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