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 까요? / 향봉 스님

아이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 까요? / 향봉 스님  사자암에 30대 후반 한 여인이 찾아왔다. 연등작업을 하는 요사체에는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잠시 상담을 하고 싶다고 했다. 종각 옆에는 그녀의 남편과 어린 사내아이가 나를 보더니 어색하게 합장을 했다.  그들 부부의 일곱 살 아이가 잠을 자다가 헛소리를 하며, 잠에서 깨어서도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병원도 다녀오고 아는 사람의 소개로 군산에 있는 용한 무당을 찾아가 귀신을 쫓는 굿도 했는데 병세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무당을 찾아가 사주풀이를 했더니 아이가 단명으로 태어나 20세를 넘기지 못한 다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의 부모를 법당에 앉게 한 후 가사 장삼을 입고 부모에게 큰절을 세 번 한 후 말했다.  ‘이 아이는 장차 집안의 자랑으로 큰 지도자가 되고 나라의 일꾼이 될 것입니다. 내가 절을 하는 것은 보기 드문 아이를 낳아 길러주시는 은혜에 고마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아이 어머니는 당황하면서 내게 물었다.“스님! 이 아이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나는 늙어서 이 아이가 크게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 아이는 마흔을 넘겨 백세에 이를 만큼 장수의 운을 타고난 아이입니다.”  그 아이는 올해 스물두 살로 어느 대학에 재학 중이다.그 아이가 백세까지 누릴지 모를 일이지만 나 또한 용한 무당이 된 셈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운명론을 믿거나 절대 빠지지 말지어다.  출처 : 향봉 스님(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