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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상, 그는 정약종의 아들, 다산 정약용이 그의 삼촌이다. 벼슬을 한 지체 높은 양반가문의 자제다. 그런 그가 동지사 가장하급역관 종복이라는 행중 최하급 신분으로 위장하여 북경으로 건너간다. 조선의 교회 재건을 하고 신부가 없는 조선에 신부 파견을 위해서다, 그러나 청나라 역시도 천주교를 박해 할 때라서 신부파견이 어려워 처음에는 별 성과 없이 귀국길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의주에서 그의 말이 갑자기 병이 나는 바람에 예정보다 하루가 늦게야 한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하루 전에 관헌들이 들이닥쳤고 교우들이 잡혀 들어갔다. 정하상은 그 하루를 지체함으로 관헌의 체포를 피할 수 있었다. 천주께서 그를 당신의 도구로 쓰실 계획이셨던 것이다.
그 후로 그는 북경을 드나들면서 나라에서 금하는 교리서, 기도서, 성경, 성물을 몰래 사 들이고 신부 파견에 온 정성을 기울였으며 교리를 가르친 새 신자들을 북경으로 데리고 가서 영세, 견진, 고해, 성체의 기회를 주고 평신도의 회장으로 교회 재건을 하여 조선 천주교의 역사가 된 순교자다.
( 이세철,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우연히 정하상을 만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천주교를 받아들인다. 정하상의 일을 돕는다, 그러다가 기해박해 때 천주교도임이 발각되어 끌려가고 감옥의 처참한 광경을 보게 된다. 날마다 동헌 마당으로 끌려가 배교를 맹세하는 사람은 풀려 나 집으로 돌아 갈수 있었지만 끝까지 배교를 거부한 사람에게는 태형을 치고 살이 녹고 뼈가 으스러지도록 주리를 트는 고문을 당하다가 끝내는 걸레가 되어 형장으로 끌려가 망나니 칼에 목이 떨어지는 광경을 본다. 한 여인이 감히 배교하라는 사또에게 천주교도에 대한 정의를 고하는데 그 정당성이 너무나 타당 함에도 이세철은 끝내 배교를 맹세하고 풀려 나온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 온 그는 그 동안 먹지 못한 음식이 가득 차려진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들지 못한다. 비단 이불을 덮었지만 감옥의 피고름이 쪄든 가마니 보다 더 편치 못했고 진수성찬 밥상 앞에서 하루에 두 번 나오는 감옥의 조 주먹밥 덩이보다 배부르지 않았다. 신덕이 그다지 두텁지 못해 배교를 했는데 몸은 자유로우나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번민한다. 결국 배교가 그 원인임을 어렵게 깨닫는다. 영혼을 죽인 육신을 살찌우겠다고 음식을 먹을 수가 없고 영혼이 죽어버린 몸둥이를 아랫목에 눕힐 수가 없다. 새남터 망나니 칼 아래서 조차 하늘을 우러러 평화롭던 순교자들의 표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죽음의 순교대신 방방곡곡에 숨어 힘들게 생활하는 교우들을 찾아 얼굴 없는 천사노릇을 하면서 평생 동안 배교를 치유 한다. 그의 행위는 21세기의 순교가 아닐까,)
「하늘에 핀 붉은 꽃이여!」
“신부님! 다 온 것 같습니다. 이제 저 고개만 넘으면 됩니다. 그런데 저 환한 불빛이, 아니! 마을이 불타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저것은……교우들이 포졸에게 잡혀오고 있습니다. 신부님! 빨리 피해야겠습니다. 이쪽으로 어서 어서 달리십시오. 어서요, 이곳은 이제 없어 졌으니 다른 공소로 가셔야 겠습니다. 신부님! 아! 저 깊은 산속 까지 뒤져서 잡아가다니, 저 사람들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내 이름은 이 세철이라고 합니다. 장사치지요, 길거리나 시장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늘어놓고 파는 그런 잡상인은 아니고 조정에서 매년 동짓달이면 중국에 보내는 동지사를 따라 북경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고 있지요.
어려서 땅 뙤기 하나 없이 자식만 많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입고 벗을 옷이 없어 옷을 빨려면 그 옷이 마를 때까지 이불속에 있어야 했지요. 그러다가 먹는 입 하나 줄인다고 어느 장사하는 집 잔 심부름꾼으로 들어가게 된 것인데 주인 눈에 내가 눈치가 좀 있어 보였는지 동지사 장삿길에 나를 종복으로 데리고 가기 시작 한 것이 지금은 독립해서 어엿한 장사치가 되어 있지요,
동지사 수행원만도 이백 여명이 넘고 나같이 사행을 따라 장사하는 상인과 노복들 수까지 합하면 그 수가 구름떼 같아요. 짐을 실거나 수행원을 태운 말수만도 250필이 넘으니까요, 그 많은 무리들이 움직일 때는 거대한 산 하나가 움직이는 것 같답니다,
북경의 겨울 날씨는 무섭습니다. 엄동설한 삭풍이 불어 닥치는 얼음 바닥에서 잠을 자야하고 험한 산속에서는 짐승들을 경계하면서 화톳불을 피워 놓고 잠깐씩 눈을 붙여야 합니다. 물론 조정 사신들이야 얼음 바닥일망정 아방궁처럼 꾸며놓은 천막 안에서 곤한 잠을 잘 수 있지만 말입니다,
한 겨울을 그렇게 보내면서 조선 물건을 북경에 내다 팔고 돌아 올 때는 북경 물건을 들여와 파는 이문이 아주 쏠쏠합니다, 나는 그 동안 벌어 놓은 재산으로 웬만한 벼슬아치 부럽지 않을 만큼은 살고 있습니다. 이제 장가도 들었으니 편하게 아랫목 깔고 앉아 희희낙락 기생첩도 보면서 산다 해도 시비 걸사람 아무도 없지만 원래 역마살이 낀 팔자라서 그런지 동짓달이 가까워지면 나는 오입쟁이 바람난 것처럼 마음이 들떠 아무 일도 못 하겠는 겁니다.
올 해도 동짓달이 다가오고 어김없이 동지사 행차에 따라갈 장사치들은 길 떠날 만반의 준비들을 하고 기다리고 있지요, 나도 북경으로 내갈 물건들을 점검하고 아내가 솜을 항아리처럼 둥실하게 넣어 꿰맨 바지저고리도 챙겨 놓고 그래도 혹여 빠진 것이 없나 다시 물건 목록을 뒤져보고 하다 보니 어느새 집 떠날 날이 내일로 다가 왔습니다 그려,
어항에 갇혀있던 고기가 강으로 나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좁은 나라에서 대저로 나간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입니까요 어디?
“형씨는 처음 보는 얼굴이외다.”
“예, 그렇습죠,”
“보아허니 역관 종복인가 봅니다 그려?”
“예,”
“북경 길은 초행이오?”
“그렇습죠,”
“동지사를 따라 장사 길에 나서기가 웬만한 벼슬 오르기보다 어려운 일이다보니 매번 가는 얼굴들이라 형씨같이 낯선 얼굴을 보면 금 방 알지요, 어떻게 역관나리 종복으로 따라올 수 있었는지는 모르나 형씨는 체격도 좋고 나이도 젊고 역관 나리께서 욕심 낼 만도 하외다. 초행길이라 힘은 들겠지만 넓은 세상 구경은 사내로서 한번 해 볼만 하다오,”
“예,”
“우리 통 성명이나 합시다 그려, 나는 이 세철이라 하오,”
“예, 주 임종이라 하오,”
“연배로는 내가 몇 살 위인 것 같은데, 나는 이제 스물넷이라오, ”
“저 보다 한 살이 연배시오,”
서로 통성명을 하고 나니 흉허물이 없는 사이가 된 것 같았어요.
주 임종 그는 생김새부터가 종복으로는 영 어울리지 않아 보였습니다. 우선 다부진 몸에 키가 훌쩍 크고 얼굴도 준수한 것이 귀한 집 자제분 같았어요, 행동도 경거망동 하지 않고 궂은일에는 먼저 나서고 밤이 되면 짐승들을 경계하는 불침번도 번번이 자기가 서겠다고 나서는 겁니다. 고단해서 모두들 자고 싶어 환장들을 하는데 말입니다.
어느 날은 역병이 돌아 환자들이 하나 둘 속출하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제 몸 챙기느라 환자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데 주 임종 그는 환자들 곁에서 물을 끓여 먹이면서 정성껏 돌보는 것입니다. 보다 못해 나는 짜증을 내고 말았지요,
“앞으로 갈 길이 먼데 여기서 자네까지 쓰러지려고 그러나? 자네 몸은 어디 쇳덩어리로 만들어 졌는가? 제 몸도 생각해야지 원,”
“하지만 이 환자들을 어찌 모른 체 할 수 있겠소,”
“할 수 없는 게지 어쩌겠는가,”
다행히 환자는 회복하기도 했고 더러는 가다가 죽기도 했습니다. 죽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 버리라 했지만 그는 기어이 삽을 가지고 가서 꽁꽁 언 땅을 팔 수 없자 눈이라도 덮어 주고 돌아 왔습니다.
‘예사 사람은 아니구나,‘
나는 그때부터 그를 유심히 눈여겨보기 시작 했습니다. 최하급 종복 신분임에도 그에게는 범할 수 없는 청정감이 풍겼습니다.
드디어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책문을 통과하는 복잡한 절차만 남았습니다. 벌써 조선 동지사가 온다는 기별을 받은 북경 장사치들은 책문 근처에서 날마다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조정 사신들 여독이 풀리고 황제를 배알할 때까지 장사치들은 기다려야 합니다.
책문을 통과하여 숙소에서 며칠 쉬는 동안 주의종은 저녁을 먹고 나면 슬그머니 혼자서 없어졌다가 들어오곤 했습니다.
“어딜 갔다 오나? 말도 통하지 않는데 혼자 나갔다가 사기꾼한테라도 걸리게 되면 가진 돈 다 뺏기고 목숨부지하기 힘들어, 조심해야지,”
“필묵 몇 개 사오는 길이오,”
그 날도 저녁을 먹고 담배한축 피려는데 그가 막 나가는 뒤 모습이 보이지 않겠어요? 조금 있으면 어둑해 질 텐데 말입니다. 뒷간에 가나 보다 했다가 그래도 미심적어 슬슬 일어나 따라가 보았지요. 그런데 그는 벌써 문지기에게 허락을 받고 숙소를 벗어나 저만큼 가고 있었습니다. 낮이라면 별 신경 안 쓰고 그냥 들어 왔겠지만 밤이라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는 문지기한테 슬쩍 눈짓 한번 했더니 흔히들 사내놈들 객고 풀려는 짓거리 하려는 것으로 알고 모른 척 해 주더라구요, 얼른 빠져 나와 둘러보니 그가 보이지 않았어요,
정말로 장가 못간 떠꺼머리 화상이 대저에 와 보니 마음이 달라져 유곽구경이라도 하고 싶은 겐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돌아갈까 하는데 그가 담배 가게가 죽 늘어서 있는 마지막 가게 앞에서 주인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반가워서 쫓아가,
‘담배 사러 나왔군,’
하려는데 자기 가슴에 열십자를 긋더니 조용히 팔을 내리는 것입니다. 이쪽에서는 주인이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같았어요, 담배를 사고파는 그런 장면이 아니었어요. 뭔가 잔뜩 비밀이 숨겨진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차마 아는 체를 못 하겠더라구요, 나는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해 걷다가 돌아보니 담배 가게로 들어가는 그의 옷자락이 조금 보였어요. 분명 유곽은 아닌데 말입니다.
들어와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가슴에 열십자를 긋던 비밀스런 그의 행동이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밤이 꽤 깊었는데도 그는 아직 안 들어오고 나는 오입쟁이 서방 기다리는 마누라 마냥 엎치락뒤치락 잠을 못 이루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면서 그가 조용히 들어오는 겁니다. 어디 갔다 오느냐고 하려다가 민망해 할 것 같아 그날은 그냥 모르는 체 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이제 노독이 풀린 사신들은 곧 황제를 배알 하겠다고 기별을 넣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장사치들도 가져온 물건들을 넘기고 가져갈 물건들을 흥정하고 하려면 그때부터 무척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 그러기 전에 나도 구경은 한번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나는 주 임종을 은근히 불러 밖에 구경을 나가자고 꾀었습니다.
“이보게 오늘은 짬을 내어 시내 구경 좀 안나가보겠나? 이번에는 꼭 천주학당을 보고 싶은데 어떤가, 곧 사신어른들께서 움직일 모양인데 오늘 아니면 천주학당 구경은 꿩 나라가는 것이니 말일세,”
천주학당이라고 하자 주 임종 얼굴이 꿈틀 하는 것입니다.
“흐흠, 자네도 보고 싶은 게로구먼, 보고 온 사람 말을 들으니 얼마나 높은지 까마득해서 끝이 안 보인다네 그려, 장관이라네, 자네도 오늘이 아니면 매인 몸이니 기회가 없을 것 아닌가?”
“그런 곳에 함부로 들어가 구경해도 괜찮소?”
말은 그렇게 해도 그의 표정은 잔뜩 들떠 있었어요, 오호라, 이렇게 좋아 하는 친구를 보니 나도 모르게 한껏 재보고 싶어 졌습니다.
“다른 사람들 다 구경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은 무언가? 안에는 들어 갈수 없게 문에다 대 못질을 해 놨다고 하지만 겉이야 어떨라구, 자네는 역관 나리에게 재주껏 들러댈 궁리나 하게,”
그는 두 말도 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나가더니 얼마 안 되어 얼굴이 잔뜩 상기 되어 돌아 와서는 빨리 가자고 서두르는 것입니다.
“어허 이 사람 우물에서 숭늉 찾겠네 그려, 자, 그럼 슬슬 한번 나가보세.”
가는 도중에 이것저것 구경할 것도 많았지만 그는 그런 구경은 안중에도 없는지 기웃거리는 나를 소몰이 하듯 독촉하기 바빴습니다.
“왜 이리 서두르나 그래, 천주학당만 구경 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구경해야지,”
“너무 지체하게 되면 역관 나리께서 걱정하실 것 같아서 ·……,”
“알았네, 그럼 서두루세나,”
천주학당의 뾰족한 지붕이 보였습니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가,
‘흐흡!’
하고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는 더욱 의기양양해서 ‘어떤가,’ 하는 투로 그를 한번 쓱 돌아보고 앞장서서 걸었습니다.
소문대로 천주학당 건물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끝이 보이질 않았어요. 고개를 한껏 젖히다보니 고개가 아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꼭대기에 열십자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거예요, 갑자기 어제 밤 주임종이 가슴에 열십자를 그리던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돌아보는데 그가 또다시 가슴에 열십자를 조용히 긋고 손을 내려놓지 않겠어요? 열십자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너무 숙연해서 순간 이 세상에 속해있는 사람 같지가 않았습니다.
‘혹시, 천주학쟁이가 아닐까?’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어어 큰일 나지,‘
나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어 버렸습니다.
이제 임무를 마친 사절단들이 돌아갈 날이 잡히고 장사치들도 제 각기 짐들을 꾸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임이 다가와 제 짐을 다 꾸려 주더니 잠시 쉬는 틈을 타서,
“좀 난처한 부탁을 하나 해도 되겠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슨 일인가?”
“내가 가져가야 할 물건이 하나 있는데 그게 나라에서 금하는 물건이라서………,”
“그렇다면 난처한 일인걸, 그 물건을 꼭 가져가야하나?”
“조선에는 없는 귀한 물건이라…….”
“음……꼭 가져가야 할 물건이라면, 방법을 한번 찾아보세.”
“고맙소,”
이상하게 그가 하는 일이면 설사 도둑질이라도 일단은 돕고 싶었습니다. 들키는 날이면 앞으로 북경 장사 길은 고사하고 옥살이는 물론 벌금만도 어마어마할 텐데 말입니다. 무슨 영문일까요.
그가 가져 온 물건은 목침 대여섯 정도 크기만 했습니다. 나는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서책이오. 조선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서…….”
하는 것입니다. 나는 서책을 기다랗게 포장을 다시 하라 이르고는 비단한필을 풀었죠, 비단으로 서책을 둘둘 말아 맨 밑바닥에 놓고 그 위에 다른 비단들을 차곡차곡 올려놓았습니다. 아주 감쪽같았어요, 어디서 그런 지혜가 떠올랐을까요, 내가 생각해 봐도 참 신퉁방퉁 하지 뭡니까,
책문을 나설 때는 피가 바짝바짝 말랐지요. 헐렁한 바짓가랑이까지 주물러보고 그것도 모자라 바지를 내리고 알 샅까지 조사를 했지만 그 많은 비단 필까지 풀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조선 입국 시 또 한 번 살벌한 검문만 통과하면 되는 겁니다,
혹독한 추위가 물러간 귀향길은 수월했습니다. 그런데 거의 다 와서 역관을 태운 말이 갑자기 병이 나고 말았지 뭡니까. 할 수 없이 주 임종은 일행과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한양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 졌지요. 헤어지면서 그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예의를 갖추더니 눈물이 서린 눈을 들어 나를 한참동안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조선에 도착을 하고보니 포졸들이 천주학쟁이들을 쓰레기 엮듯이 엮어 가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얘기를 들으니 요 며칠 동안 포졸들이 유난히 더 극성을 부린다고 합니다.
주 임종이 나를 찾아 온 것은 삼일 후 늦은 밤이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 얼굴이 왜 그 모양인가?
“아무 일도 아니오, 이틀 전에 입국 했지만 일이 많아서 이제야 오게 되었소, 입국 시 검문에는 별일 없었소?”
“별일은 없었네만 그동안 주춤하더니 천주학쟁이들을 또 다시 잡아들이기 시작 하나 보네 그려, 나라에서 모두 잡아들이라는 명이 떨어 진게여, 자 물건 여기 있네, 금물이라면 조심하게,”
그는 물건을 받아 무릎에 울려 놓고 나를 한 참을 쳐다보더니,
“형씨!, 이 금물에 대해 한 마디도 묻지 않는구려,”
“자네가 하는 일이니 내 알 일이 아니잖은가,”
“내 이름은 주 임종이 아니고 정 하상이라 하오, 천주교도를 믿고 있소,”
“아 아니! 그럼 자네가 천주학쟁이란 말인가? 하이고, 이거 잡히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나다니나?”
나는 혼비백산 놀라며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나무랐습니다.
“부친의 함자는 정약종이고 다산 정약용 어른이 제 삼촌이 되시오, 제 부친께서도 천주학으로 1801년 신유박해 때 참수당하셨고 어머니와 누이는 마재로 귀향가신 삼촌께 의탁하고 있소,”
“아 아니 그럼, 내가 여태 양반에게…….”
쟁쟁한 양반들 이름이 줄줄이 나오자 나는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앞에 넙죽 절을 올렸지요, 그 동안 양반에게 반말로 하대한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어이구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몰라 뵙고 함부로 하대한 죄 죽어 마땅 하옵니다요,”
“그런 말마시오, 만물을 지어내신 천주께서는 사람을 지어내실 제 높고 낮음 없이 모두가 공평 하셨소, 인간이 만든 신분에 얽매어 우리가 살고 있을 뿐이오, 우리 천주학의 가르침은 양반이 따로 없고 상민이나 백정들까지도 양반과 다 똑 같다고 가르치고 있소, 하늘에서 내리는 햇빛을 보시오, 양반도 비추고 상민들도 골고루 비추지 않소, 이 책은 천주학을 가르치는 성경과 교리 책들이오, 이 책을 무사히 가져 올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천주께서 형씨를 내게 보내주시어 가능했던 것이오, 모두가 그 분의 안배이지요, 어느 것 하나 그분 뜻이 아닌 것이 없어요, 이번 동지사 길에 신분을 감추고 떠났던 것은 조선에 신부가 없어 신부를 모셔오기 위해서였소, 그런데 아직 주님의 때가 아니었는지 헛걸음을 했소만 말이 병이 들어 하루를 지체한 것이 요행하게도 포졸들 손을 피하는 길이 되었구려, 주님께서는 아직 나를 당신 도구로 쓸 일이 남아 있는 모양이오, 주임종이란 주님종이란 뜻이었소,”
나는 그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의 소리라고는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천상의 소리 같았습니다. 그분이 떠난 다음에도 나는 그분이 한 말이 귀에 쟁쟁하게 남아 있었지요.
그 후로도 동지사에 같이 끼어 갈 때마다 나는 그분을 알게 모르게 도와 드렸습니다. 그 분은 사사로이 나를 만나러 오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나에게 천주학 교리를 조금씩 일깨워 주더군요. 그리고 하루는 나에게 조용히 이르기를,
“형씨! 천지 만물의 근원이신 천주학을 받아들여 보지 않겠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에? 어이구 나 살려, 싫습니다요, 절대로 나는 싫습니다,”
나는 펄쩍뛰어 방문을 나선다는 것이 그만 벽에다 머리를 박고 벌렁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허허허! 사람 참, 한번 태어나면 또 한 번은 반드시 죽는 법이오, 그러나 죽으면 그것이 끝이 아니고 천국이라는 곳에서 다시 만나 산다는 것이 천주학 교리요, 이 세상 부귀영화 한낮 이슬일 뿐, 영원한 것은 없소, 이승에서 천주를 믿다가 위주치명 하는 것은 천국으로 가는 길이오. 무엇이 두렵소?”
그럴 때 마다 나는 무서워 여러 번 도망을 가고 했지만 차츰 나도 모르게 귀가 열리고 눈도 밝아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십년이 지나 정하상 그분은 나를 북경에 있는 신부에게 데리고 가 세베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게 해 주었습니다.
정하상 바오로님은 천주교회 핵심 평신도 지도자였습니다. 나 같은 신입 교우들을 가르치고 그 교우들을 북경까지 데리고 가서 영세, 견진, 고해, 그리고 성체를 모시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또 조선에 신부를 양성하기위해 김대건, 최양업을 마카오로 보내어 신학공부를 하도록 주선 했습니다.
그 험난한 북경 길을 아홉 번에 걸쳐 드나들면서 1834년 갑오년에는 중국신부 유방제를 영입하고 병신년에는 최초의 서양 신부 모방과 그 다음해에는 샤스탕 신부를 또 그 이듬해에는 조선천주교구 앵베르 주교를 차례로 맞아 들였지요,
조선 사람도 아닌 양인신부를 중국을 통해서 밀입국 시키려면 갖은 고초를 다 겪지요. 밀약해 놓은 뱃사공이 돈만 챙기고 밀고를 해 버릴 때도 있었고 배를 타기위해 약속장소에 갔으나 배도 없고 사공도 없을 때도 있어요. 그러면 기약 없이 산 속이나 민가에 숨어 있다가 결국 밤을 이용하여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걸어서 조선 땅에 입국을 해야 합니다.
정하상 바오로님은 죽음 같은 고난을 겪으면서 교회재건에 몸 바치느라 동분서주 앉을 틈도 없었습니다. 조정에서는 천주학을 탄압하여 교우들을 잡아들이고 그때마다 바오로님은 신부님과 신자들을 분산시켜 숨기고 지키느라 혼신을 다 합니다.
세례를 받은 나는 그분의 협조자가 되어 북경을 드나들면서 금물인 천주교서책이나 상본들을 비단 속에 감춰 나르고 모든 일에 필요한 돈도 내 놓았습니다.
1839년 헌종 5년, 나라에서는 척사윤음까지 내리고 오가작통법을 강화하여 또 다시 전국에서는 천주교도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정하상 바오로님이 그 가족과 함께 잡힌 것은 음력 6월 1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에는 한 배교자의 밀고로 나도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파견된 모방신부, 샤스탕신부, 앵베르신부 세분은 더 이상 교우들이 잡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지수를 하였지요.
감옥에 들어서자 살 썩는 냄새로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멍석과 짚이 깔려 있는데 두 칸 정도 되는 방마다 이십 여 명이 다리도 뻗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었어요, 바닥에 깔려 있는 짚과 멍석에는 고문 받은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고름이 찌들어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방금 고문을 받고 들어 온 교우들이 한 구석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고 또 한쪽으로는 고문 받은 지 며칠 된 듯한 송장 같은 몰골을 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뒤적여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 아! 저것, 저것은 방금 옷 솔기를 뒤적여서 나온 서캐와 이를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저건 또 뭔가, 세상에! 피고름에 찌든 짚을 뜯어 먹고 있다니, 썩은 짚 속에서 나온 허연 구더기, 저 구더기를…….”
나는 그만 구역질을 하다가 바닥에 토를 해 버렸습니다.
“얼마나 굶주렸으면, 구더기를 먹는단 말인가,”
혹독한 고문보다도 굶주림이 더 견디기 어려웠던가 봅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나는 정하상 바오로님을 찾았습니다. 그분 곁에라도 있으면 두려움이 한결 덜 할 것 같은데. 어디 계신지 보이질 않는군요.
이틀을 갇혀있는 동안 아침에 주먹밥 한 덩이가 나오고는 그만입니다. 하루 한 끼의 주먹밥으로 며칠을 견디다보면 누구라도 썩은 짚 속에서 나오는 구더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두려웠어요. 나도 머지않아 서캐를 잡아먹고 구더기를 먹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때 밖에서 요란하게 문 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천주학쟁이들 나오너라!”
관군들은 꾸역꾸역 나오는 천주학쟁이들 중에 새로 잡혀온 사람들만을 골라 밖으로 끌고 나갑니다. 그때 뒤에서는 희미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부디 위주치명들 하시오, 천국에서 만납시다,”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는 뜻이지요. 혹독한 고문에도 배교를 마다하고 서캐와 구더기를 잡아먹으면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교우들이 하는 소립니다.
밖으로 끌려나오니 눈앞에는 죽음을 보는듯한 각종 고문 틀들이 즐비하게 보입니다. 주릿대, 줄 톱, 곤장, 놋화로에서는 불이 벌겋게 달아오른 부젓가락이 꽂혀있었어요. 여기저기서 한숨들을 쉬거나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드디어 죄인을 불러 꿇어앉히고 문초를 하기 시작 합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이성칠이라 하옵니다.”
“천주학을 한다는 이성칠이가 바로 너였더냐?”
“그러하옵니다.”
“언제부터 천주학을 하였더냐?”
“조부 때부터 입니다.”
“네 나이 지금 몇 살이냐?”
“설흔 한 살이옵니다.”
“네 이놈 네 집안은 대대로 나라에 벼슬을 하고 문벌이 뚜렷한 양반가의 자손으로 어찌 저 서양 오랑캐들 도를 한단 말이더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이 자리에서 천주학을 버리겠다고만 하면 벼슬자리 하나 줄 터이니 어떠냐?”
“관장어른께서는 벼슬자리를 줄 터이니 임금님을 버리라면 그리 하겠습니까?”
“저런 어리석은 놈을 봤나! 여봐라! 저놈을 형틀에 잡아매라,”
형역들은 날마다 하는 일이라 형틀에 잡아매는 것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끝내버리는 것입니다.
“그놈 입에서 배교를 하겠다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주리를 틀어라,”
“네이!”
그때부터 주리가 틀리고 정강이뼈가 허옇게 들어 나고 살이 흐물흐물하도록 매와 곤장을 맞으면서도 끝내 배교를 하지 않고 버티다가 기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독한 놈! 다음 죄인을 끌어 내거라,”
형역들은 걸레처럼 너덜거리는 죄인을 죽은 개 끌듯 끌어가고 다음 사람을 끌어와 시뻘건 피가 흥건한 초석바닥에 꿇어앉히고 있었어요, 이번에는 부인이었습니다.
“너는 아녀자로구나, 그래 너는 누구더냐?”
“방금 문초받았던 이 성칠이 제 지아비입니다,”
“오호, 그래? 천주학쟁이들은 밤낮 양국오랑캐와 남녀가 한방에서 뒹군다더구나. 그러니 더러운 교가 아니고 뭐냐,”
그때 그 부인은 고개를 꼿꼿하게 쳐들고 관장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카랑카랑한 소리로,
“관장께서는 어찌 정사를 하시는 분이 남들 얘기만 듣고 판단을 하십니까, 소인도 듣기로 병사도청에서는 관장들이 밤낮 기생들을 끼고 노느라 정사를 아니 한다 들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저런, 저런, 어느 안전이라고 주둥이를 함부로, 흐흠, 그래 너는 천주학이 무엇인지 알고나 하느냐?”
“알다 뿐이오니까, 천지만물을 내신 조물주이신 천주를 공경하는 것이고 사람에게는 육신뿐 아니라 영혼이 있어 사후에는 그 행한 데로 상이나 벌을 받게 되는 것이라 천주의 교리는 우리에게 사후에 끝없는 복락을 누리게 하는 교입니다.”
“허! 어리석은 무리들 같으니, 그래 너는 천주를 보기나 하고 지껄이느냐?”
“관장께서는 꼭 보이는 것이 아니면 믿지 않습니까? 촌백성들이 상감님을 보고 상감님이 계신 줄 믿습니까? 관장님이 지금 앉아 계신 관사는 그것을 지은 목수 없이 저절로 지어졌다고 말씀 하시겠습니까? 관장님이 목수를 보지 못했을지라도 목수가 지었음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비록 눈으로는 천주를 못 볼지라도 세상 만물을 보면 그 주인이 되는 대주재가 계심을 알 수 있질 않겠습니까? 사람들이 위급할 때면 저절로 먼저 하느님을 찾지 임금님을 찾지는 않습니다.”
“그래 사람이 죽으면 없어지고 마는 것을 너희들은 죽은 후에 천당을 가느니 지옥을 가느니 하지만 사후의 일을 누가 안단 말이더냐,”
“아이고 관장님 참 딱한 말씀도 하십니다. 왜 관장님은 죽어 아주 없어진 조상님 제사를 그리도 정성껏 지내십니까? 죽은 조상의 영혼이 있음을 믿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육신은 죽으면 썩어 분토가 되지만 영혼은 신령하여 없어지지 않고 각각 자기 생전에 행한 대로 천당도 가고 지옥도 갑니다.”
“천당지옥을 가보기나 하고서 그런 허무맹랑한 소릴 지껄이느냐?”
“어찌 가 보고서야만 알 수 있다 하오니까, 관장님께서는 제주도 귀향소를 아니 가 보셨을지라도 황송한 말씀이오나 관장님이 나라에 죄를 지으면 귀향소로 가게 될 것은 뻔한 일이오며, 만일 나라에 큰 공을 세우게 되면 지금보다 더 높은 벼슬이 주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밝은 일이 아니오니까, 이 세상 작은 일에도 상과 벌이 뚜렷하거늘 하물며 세상 만물을 지어내신 천주대군이 아니십니까?”
관장은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맛만 다시더니 은근하게 꼬드기는 소리로,
“그래 네 말도 옳기는 하다마는 그러나 나라에서 금하는 도이니 할 수 없다. 내가 너에게 특별히 이르는 말이니 천주학을 않겠다는 말만 얼른 해 버려라, 그리고 네 지아비에게도 그리 하라 이르고 벼슬길에 나서게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관장님 두 번도 그런 말씀 마십시오, 이는 충신에게 임금을 배반하라는 것이고 효자에게 부모를 버리라는 말과 한 치도 틀리지 않나이다. 이 죄녀는 골백번을 죽고 몸이 천 조각이 날지라도 천주는 결단코 버리지 않을 것이오니 속히 나라의 법대로 처리 하여 주시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보아하니 아녀자지만 제법 똑똑한 것 같아 하는 말이니 정 그렇다면 양인신부가 있는 곳이라도 대어라, 그러면 너를 방면해 줄 것이니,”
“관장님께서는 나 살겠다고 부모를 사지에 몰아넣을 수 있겠습니까? 더 큰 권력을 잡으려고 지금의 임금님을 반역 할 수 있습니까? 유학에서도 그리 가르치지는 않는 것으로 아옵니다,”
“뭣이라? 저런 어리석은 계집 같으니라구, 할 수 없구나, 너를 봐 줄만큼은 봐 주었다만 정 그렇다면, 여봐라 죄인을 형틀에 묶어라,”
“네이!”
형역들은 고문하는데 여자라고 조금도 봐 주는 것이 없었어요. 축 늘어진 부인을 끌고 가는데 검붉은 피가 다리를 타고 줄줄 흐르고 있었습니다. 형졸 하나가 흐르는 피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나으리! 저 여인네는 분명 임산부였던가 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저리 피가 흐르는 것으로 보아 뱃속에 아이가…….”
“뭐라? 임산부였더란 말이더냐? 에잇! 죽기를 소원하는 천주학쟁이들 눈에 어디 뱃속에 있는 핏덩이 생각을 하겠느냐? 지독한 것들 같으니. 저것들은 사람도 아니다, 다음은 정하상 죄인을 끌어 내거라,”
“네이!”
나는 깜짝 놀라서 두리번거렸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그 분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분은 여전히 평온한 얼굴을 하고 당당하게 걸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리들이,
‘우의정 어른이 납신다,’
며 고하는 것입니다. 정하상 바오로님을 특별히 문초하기 위해 우의정 이지연이 납신 것입니다. 그는 천주학을 세력다툼에 이용하고 있는 만큼 이루 말 할 수 없는 박해자라고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오가작통법이란 그물을 강화해서 천주학쟁이들 씨를 말릴 계획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정하상 바오로님은 잡힌 다음날 우의정에게 상재상서를 제출 했다고 합니다. 상재상서에는 천주의 존재와 가르침, 신자들이 살아야 하는 윤리와 도리, 사후의 천당과 지옥에 관해 정리해서 밝히고 있어 천주교를 사교로 몰아가는 조정에 천주학이 사교가 아님을 천명하는 글이었습니다. 우의정은 정하상 바오로님이 쓴 상재상서를 읽고 난 후라 직접 문초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는 아주 거만하게 자리에 앉더니 심문하기 시작합니다.
“묻노라, 너 정하상은 나라에서 법으로 금하는 도를 믿음으로 사술을 부렸으니 이는 곧 나라를 배반하고 천명을 거역한 것이다, 천명을 거역한자가 어찌 역도가 아니겠느냐? 네 죄과를 논한다면 살아남지 못하리라,”
정하상 바오로님은 여전히 침착하고 의연하게,
“스스로 사면 받지 못할 죄를 범하였습니다. 이 외에는 다른 말로 가히 아뢸 길이 없사오니 법대로 처리하여 주옵시오,”
“뭐라? 감히 상재상서 따위를 쓴 잘못을 시인하고 배교를 선언하고 선처를 청해야 하거늘 죽기를 간청하다니 저 저 저놈을 쳐라, 더, 더 몹시 쳐라! 저놈의 입에서 살려달라고 할 때까지 쉬지 말고 치렸다아~.”
“네이!”
너무도 의연한 죄인의 태도에 심문자 이지연은 냉정을 잃고 펄펄 뛰며 발악을 합니다.
처음에는 주리를 틀다가 날카로운 사금파리조각을 주리 틀에 끼어 넣고 주리를 트는 것입니다. 사금파리 조각들이 살 속을 파고 들어가 뼈 속에 박히게 하는 고문이었습니다. 핏줄이 끊어졌는지 흐르는 피가 초석을 흥건히 적십니다. 정강이에 줄 톱질을 하여 뼈가 허옇게 들어 납니다. 대꼬챙이로 온몸을 찌르기도 하면서 갖은 악형을 몇 차례나 거듭하고 나서도 배교는커녕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는 것을 보고 결국 참수하라는 결안을 내렸습니다.
박해자 이지연이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씩씩대며 자리를 뜨고 다시 본래의 관장이 나타났습니다.
“다음 죄인을 끌어내라”
“네이!”
형역들이 달려와 이번에는 내 양쪽 팔을 잡아끌었습니다. 하늘이 노랗고 앞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로 물든 초석에 꿇어 앉아 있으려니 그만 나도 모르게 오줌이 줄줄 흐르고 있었어요.
“네 놈도 천주학을 하느냐?”
대답은 안 나오고 사지가 뒤 틀리면서 부들부들 떨리기만 했습니다.
“저 놈이 귀가 먹었느냐? 천주학을 하느냐고 묻질 않느냐.”
“아 아니오, 나는 모르오, 나는 천주학이 무엇인지도 모르오,”
두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버렸습니다.
“천주학을 모른다는 말이냐?”
“모르오, 나는 모르오,”
“그래? 그렇다면 이자를 풀어 주어라.”
나는 불난 집 개 튀어 나오듯이 관사를 뛰쳐나왔어요. 관사 밖으로 나오니 비로소 하늘이 보였습니다. 나무도 보이고 들판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피투성이가 된 정하상 바오로님 얼굴이 들판에서서 평화롭게 웃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허헉,’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다시 보니 온데간데없었어요.
“어흐흐흑 바오로님! 바오로님! 어어헉! 흑흑.”
나는 담벼락을 집고 그만 목 놓아 울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동안 먹지 못한 음식이 가득 차려진 밥상 앞에서 나는 숟가락을 들지 못했습니다. 비단 이불을 덮었지만 감옥의 피고름이 쪄든 가마니 보다 더 편치를 않았습니다. 진수성찬이 하루 한 끼 나오는 감옥의 조 주먹밥 덩이보다 배부르지도 않았습니다.
몸은 자유로운데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웠습니다. 날마다 술에 취해 보지만 정신은 더 말똥말똥했습니다. 나는 두 눈이 쾡 하니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가슴 치게 놀라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영혼이 죽었구나, 천주를 모른다고 했을 때 내 영혼은 이미 죽어버렸구나,’
영혼이 죽은 육신은 그저 고깃덩이일 뿐이었습니다. 영혼이 죽어버린 몸뚱이는 산해진미 어떤 음식으로도 살찌울 수 없고 아랫목에 눕혀도 편치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방황하던 나는 깊은 밤을 이용해서 감옥을 찾아 갔습니다. 옥졸한테 엽전 몇 냥 쥐어주고 나서 정하상 바오로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목에 칼을 쓰고 있었습니다. 온 몸에서 피고름이 흐르고 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피골이 상접된 얼굴이었지만 온화한 얼굴로 나를 맞아 줍니다.
“바오로님! 용서해 주십시오, 흐흐 흑.”
“세베로님,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시오, 지금도 천주를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겠소?”
“아니오, 아닙니다. 나는 천주를 모르지 않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비록 몸은 자유로우나 마음은 이 감옥보다 더 괴로웠습니다. 진수성찬이 하루 한 끼 조 주먹밥보다 배부르지도 않습니다. 비단 이불을 덮었지만 썩은 멍석이 깔린 바닥보다 편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들어올까 하고 바오로님을 찾아 왔습니다.”
“아니오, 세베로님! 내 말 잘 들으시오, 천주학을 위해 할 일은 태산인데 일꾼이 없소, 나는 이제 곧 천주께 가야 할 몸이니 지금부터는 세베로님이 내 일을 대신 해야 합니다. 그리 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소?”
“약속 하고말고요, 하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이 몸이 부서지도록 천주학 일을 하겠습니다.”
정하상바오로님과 굳게 약속을 하고 감옥을 나오니 내 영혼은 봄날 새싹처럼 파릇파릇 다시 소생하는 것 같았어요.
며칠 후 정하상 바오로님을 비롯하여 천주교도들을 참수하는 서소문에는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습니다. 나도 마지막 가시는 그 분을 보기위해 거기에 끼어 있었습니다. 망나니들이 휘두르는 칼끝이 햇빛에 반짝이면서 분수처럼 치솟는 붉은 피가 천지에 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들은 망나니 칼 밑에서 조차 하늘을 우러러 평화로운 미소를 잔잔하게 짓고 있었어요. 그들은 뭔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들 눈에만 보이는 무언가가 분명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은 정하상 바오로님 차례군요, 망나니 칼을 받기 전에 평온한 얼굴을 들어 이쪽을 바라봅니다. 이 하찮은 배교자인 나에게 무슨 부탁을 하려는 듯이 말입니다. 그때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저, 저, 저 얼굴, 저 얼굴은 분명 상본에서 본 그 얼굴이 아닌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얼굴,”
너무 놀라 잠깐 눈을 감았다 떴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하오 4시의 초가을 하늘에 선혈이 꽃처럼 붉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아, 바오로님!”
나는 무릎을 꿇고 아무도 모르게 가슴에 십자가를 그렸고, 내 눈에서는 피보다 진한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나는 이제 나이를 먹기도 했지만 천주학을 했던 전과가 있는지라 북경 길은 갈수가 없었지요. 돈이야 젊어서 많이 벌어놓았으니 장사를 않는다고 해도 궁하지는 않지마는 천주학 책을 들여올 길은 없었어요. 그러나 할 일은 많았습니다. 쫓겨 다니는 교우들을 숨겨주고 깊은 산속에서 초근목피로 근근이 연명하는 교우 촌을 찾아다니며 양식을 대 주었습니다.
신부를 변장시켜 교우촌공소를 찾아다니며 교우들에게 고해와 성체를 할 수 있게 해 주었지요. 포졸들을 따돌리기 위해 관을 사서 지게에 지고 신부에게는 상제 복을 입혀 뒤를 따르게 하기도 했어요. 상을 당해도 가난하여 상여를 못하고 지게에 지고 가면 포졸들도 재수 없다고 모두 고개를 외면해 버리거든요. 그걸 이용 했던 겁니다.
매일매일 죽을 고비를 몇 번씩 넘기면서 공소를 찾아온 신부를 만난 교우들은 천주님을 만난 것처럼 기뻐합니다. 며칠 묵은 후에 우리는 또 다른 공소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그날도 신부님을 모시고 산속에 숨어있는 교우촌공소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가다가 사람 그림자만 봐도 숨기에 바빴습니다. 산짐승 호랑이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으니까요, 그런데 골짜기를 막 들어서자 맞은편에서 포졸 들이 잡담을 하면서 오고 있지 않겠습니까?
“허헉, 신부님! 피하십시오. 이쪽으로 오세요. 저쪽 샛길로 달리십시오. 어서, 어서, 빨리 빨리요.”
험한 산길을 달린다는 것이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어이구 신부님 달리다 보니 가려던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려. 잠시 쉬어 가십시다요, 가만 저 밑에 보이는 것이 숯가마가 아닙니까요? 숯을 굽는 마을인가 봅니다. 신부님! 시장하시죠? 요깃거리가 있을지 모르니 감자라도 몇 개 구해 봐야겠습니다.”
주춤주춤 내려가 보니 다 쓸어져가는 집안에서 신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어요. 그런데 신음소리에 섞여 간혹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아이구우. 예수여! 신부님 앞에서 죄 사함 받고 죽어야 하는데, 신부님이 안 계시니 아이구우 예수여, 죄 사함도 못 받고 죽으면 어떡하나 예수마리아!”
신부님과 나는 방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걱정 마시오. 여기 신부가 오셨소.”
“뭣이여? 이제 헛소리까지 들리니 정말 죄 사함도 못 받고 가는구먼. 아이구 천주여~”
“헛소리가 아니오. 여기 신부님 계시오. 정신 차리시오.”
“헛소리가 아니라고? 신부님이 정말로 오셨소?”
꺼져가는 불씨 같은 환자는 신부님 옷자락을 꼭 잡은 채 마지막 소원대로 종부성사를 받고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은 숯을 구워 연명하면서 신부님이 찾아주기를 학수고대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교우 촌이었습니다.
“천주께서는 이 환자와 교우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포졸들을 보내어 우리의 가는 길을 막은 것이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야.”
“신부님! 그러면 이 모두가 천주님의 안배이시군요. 어허허허 하하하,”
교우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곳에서 며칠 있는 동안 돈을 풀어 곡식을 구해주고 또 다른 교우 촌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나는 생전에 모은 재물을 교우들과 천주학을 위해 그렇게 썼어요.
어느덧 삼사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어느 날 주막집 뒷방에 마련된 공소에서 미사를 드리게 되었지요.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들고나는 주막이라 교우들을 모으기가 오히려 더 수월했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한 교우 하나가 마당에서 목청을 돋우어 노랫가락을 뽑아 올립니다. 그러자 같이 술상에 앉아있던 다른 교우 두어 명이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주위를 어수선하게 하는 사이 신부는 뒷방에 모여든 교우들에게 고해와 거룩한 성체를 영합니다. 본래 흥이 많은 이 교우는 노랫가락대신 꽹과리를 칠 때도 있었어요. 많은 교우들이 밤이 되면 그 틈을 이용해 주막으로 스며들어 미사를 드리고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한 외인이 평소에 안하던 짓거리를 며칠 동안 계속하는 것을 수상히 여기어 포졸을 앞세우고 들이닥친 겁니다. 마침 망을 보던 사람이 뛰어 들어와,
“포졸, 포졸, 피하세요.”
“뭐라구? 신부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뒷담을 넘으세요, 달리십시오. 빨리요.”
미사도구를 급히 챙겨들고 정신없이 달리던 신부님이 갑자기 걸음을 딱 멈추는 것입니다.
“신부님! 뭘 하시는 겁니까, 지체할 시간 없어요. 저기를 보십시오. 교우들이 끌려가고 있지 않습니까, 어서 이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어서 따라 오십시오 어서요,”
“아니다, 저 양들을 버리고 나 혼자 도망 갈수는 없다.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주님! 당신의 뜻이라면 당신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게 저를 떠나지 마소서.”
신부는 오던 길을 되돌아가 포졸들에게
“이 사람들은 죄가 없소, 나만 잡아가고 이 사람들을 풀어 주시오,”
간곡히 부탁을 하지만 오히려 양인신부까지 잡은 그들은 횡재했다고 기뻐 날 뜁니다. 도망갔던 교우들이 하나 둘 잡혀 끌려오고 결국 신부님과 교우들 모두 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나는 모진 혹형을 가해도 이번에는 ‘천주를 모르오,’하지 않았습니다. 곤장을 치다가 내 입에서 천주를 모른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자 손목 발목을 뒤로 포개어 묶더니 공중에 매달았습니다. 허리가 뒤로 활처럼 휘어지면서 우두둑 갈비뼈 부러지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립니다. 사금파리를 한주먹 주리 틀 사이에 집어넣고 양쪽에서 주리를 틀 때는 핏줄이 터져 피가 주르르 흐르면서 사금파리가 살 속으로 들어가 뼈를 파고들었습니다.
“그래 이래도 천주학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냐?”
“사또! 우리성교가 어긋난 것이 무엇이며 우리 교우들이 잘못한 것이 무엇입니까요, 천주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착한 일을 해서 덕을 쌓아 천주의 은총과 인자함으로 천당에서 영원히 사는 것을 바라는 것이 죄입니까요?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전지전능하신 천주를 믿는 것이 죄가 됩니까요? 사또나리! 하늘을 보십시오, 땅을 보십시오, 하늘에 떠 있는 해와 달과 별들을 보십시오, 또 산과 바다를 보십시오. 이 천지 만물을 사또께서는 나라님께서 만드셨다고 하시겠습니까요? 조정 대신들이 만들었다고 하시겠습니까요? 이 모든 것을 지어 내신 분은 천주이십니다요. 죄 많은 우리 인간도 함께 내시어 이 조선 땅에서 살게 하신 신령한 대주를 믿는 것이 무슨 죄가 된다고 이렇게 고문을 하고 백성들을 죽이십니까요? 천주학을 뿌리째 뽑겠다고 아무리 그물을 쳐도 그물이 강과 바다를 다 덮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요.”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내가 하는 것 같지 않은 청량한 소리가, 마치 누군가가 내 입을 통해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런, 저런 요망스런 저 주둥이를 당장 불로 지저 버리렸다.”
고문으로 기절을 한 내가 깨어난 것은 이틀 후였습니다. 고문 받은 상처에서는 고름이 나고 온 몸은 신열로 들끓었습니다. 잡혀 온 교우들은 대부분 배교를 하였는지 감옥을 나가고 없었습니다. 나도 몇 년 전 두려움에 그랬던 것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를 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천주시여! 저들이 비록 당신을 모른다고 했다하여 하찮케 버려두지 마옵소서, 한낱 나약한 인간에 불과함을 기억하소서. 저들의 마음이 그릇되어 그런 것이 아님을 당신께서는 더 잘 알고 계시오니 그들을 용서 해 주소서! 그들은 다시 돌아와 주님을 찾을 것입니다. 그때는 그들을 모른 체 하지 마소서.”
일주일 후에 참수 장에 끌려간 나는 위주치명을 위해 망나니 칼 아래 앉아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아! 하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 분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나를 품에 안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분 곁에서 정하상 바오로님이 평화롭게 미소를 짓고 나를 바라봅니다. 고문으로 걸레가 되어 형역들에게 끌려가던 얼굴들도 보입니다, 굶주림으로 서캐를 잡아먹고 피고름으로 썩은 짚 속에서 나온 구더기를 입에 넣던 얼굴들이, 망나니의 번득이는 칼날에 무참히 고개가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위주치명 하던 얼굴들이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백옥같이 깨끗한 모습들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이 저기에 있습니다.
- 나도 당신들 곁으로 가겠습니다. - 끝.
세화 김덕중
* 고문이나 감옥 현장은 순교에 대한 저서를 일부 참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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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신앙소설 보내 주시어 고맙습니다 힘내서 더욱 큰 작가가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