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8.
옥수수
둘이 마냥 즐겁다. 알맹이가 성긴 것 하나를 포함해서 일곱 개를 냄비에 넣고 삶았다. 볼품없고 가장 작은 것들만 골랐다. 내가 맛보거나 먹을 것은 상대적으로 하품이어도 상관없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노랗게 잘 익은 옥수수를 보고 있자니 황홀하다 못해 벅찬 감동이 느껴진다.
좋은 것만 골라 상자에 담았다. 모양이 좋고 해충의 피해가 전혀 없어 상품으로 가치가 있는 것들은 따로 포장해서 택배로 보냈다. 내 새끼들 입속에 들어갈 옥수수라고 생각하니 한 번 더 살펴보게 되니 부모 마음이 다 그런가 보다. 물론 아들과 딸에게 보내는 옥수수는 간식거리를 넘어서는 사랑이다.
틀림없으니 믿으라고 했다. 귀농귀촌지원센터 팀장은 병충해에 강하고 식감이 좋으며 고소한 맛의 미백 2호 품종이니 모두가 만족할 거라고 자신만만해했다. 고랑을 만들고 검은색 비닐로 멀칭하고 적당한 간격으로 씨앗을 파종하고 물주며 관리하여 솎아내기까지 했다. 옥수숫대가 사람 무릎높이까지 자랐을 때는 추가로 복합비료를 뿌렸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옥수숫대가 쓰러질까 봐 옥수수밭 주위를 서성였다. 풀도 뽑고 위 뿌리가 돋았을 때는 북주기도 했다. 믿는 만큼 잘 키워서 튼실한 열매를 수확하려고 노력도 했다. 예상했던 85일이 아니라 70일 만에 수확한다. 어찌 된 일일까. 모른다. 몰라도 된다.
“옥수수 수확하러 오세요.” 수염이 검게 말랐다며 서둘러 수확하라고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일부에서는 해충의 피해가 보인다며 더 늦으면 벌레가 몽땅 먹을지도 모른다고 농 섞인 협박을 했다. 두 시간을 달려 72개의 옥수수를 땄다. ‘무더위가 심한 한낮 농작업과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물 섭취 및 그늘에서 휴식으로 폭염피해를 예방하세요.’라며 문자 메시지가 연거푸 날아왔지만, 수확의 기쁨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170km를 달려 대구에서 옥수수를 삶았다.
그냥 맛있다. 팀장이 믿으라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심고 물주고 보살핀 농작물이라서가 아니라 고소하고 쫀득한 게 맛있다. 뭐 별것도 아니지만 나눠 먹는다는 핑계로 누나와 동생을 불러 옥수수 자랑을 한다. 이런 게 사람 사는 재미인가 보다. 백부께서 때마다 보내준 온갖 농작물들도 지금과 같은 마음이었을 텐데. 이제야 그 마음을 알아차렸다.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마음에 남아 세월도 모르게 익는다.
아름다운 추억은 떠올릴 때마다 행복하다. 행복은 서로의 배려와 소소한 사랑들이 구슬 꿰듯이 엮여서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풍문으로만 들었소 그래 맛있다고
ㅋㅋㅋ. 소량이라서 그리 되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