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타 가는 길의 그리스도 (1560)
티치아노
티치아노(Tiziano, 1488-1576)는 16세기 베네치아 미술계를 이끈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이다.
그는 조반니 벨리니의 공방에 들어가 조르조네와 함께 그림을 배웠고,
유화 물감을 사용한 새로운 실험으로 자유롭고 표현적인 화풍과
색채를 통한 형태의 묘사를 발전시켜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516년에 산타 마리아 데이 프라리 교회의 대형 제단화 <성모 승천>을 그려
큰 성공을 거두면서 그의 명성도 절정에 달했고, 그 해 조반니 벨리니가 사망하자,
그는 베네치아 미술계의 독보적인 화가가 되었다.
1520년대에 티치아노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가였다.
1533년 그는 신성 로마 제국 황제였던 카를 5세의 궁정 화가로 임명되었다.
1548년과 1550년 티치아노는 카를 5세와 그의 아들 펠리페 2세를 따라서
제국 의회가 있는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에 갈 정도였다.
티치아노의 작품에 나타나는 그의 색채 처리는 그의 동시대 화가들만이 아니라
후세대의 화가들에게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티치아노가 1560년경에 제작된 <골고타 가는 길의 그리스도>는
현재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 되어 있고,
마태오복음 27장 32절, 마르코복음 15장 21절,
루카복음 23장 26절이 그 배경인데,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로 올라가는 길에서
십자가의 무게에 짓눌려 넘어지자,
키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지는 장면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끌고 가다가,
시골에서 오고 있던 시몬이라는 어떤 키레네 사람을 붙잡아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님을 뒤따르게 하였다.(루카 23,26)
이 작품에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고 가시다가 넘어져 무릎을 꿇고
화가의 이름이 서명된 돌 위에 왼손을 얹고 있는 장면이다.
배경이 무채색으로 어두워 구성을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실루엣으로 보이는 부분을 신중하게 분석해 보면
적어도 세 개의 평면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전경에는 십자가의 무게에 짓눌려 넘어지신 예수님과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짊어지려는 키레네 사람 시몬이 있고,
중간에는 사선을 따라 골고타와 빛이 희미하게 반사되는 모습이 보이며,
캄캄하고 어두운 밤하늘이 보인다.
의심할 여지 없는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극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은 예수님과 시몬 사이의 단순한 시선 교환에 초점을 모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X-방사선 사진을 보면
시몬은 원래 머리에 터번을 쓰고 있었으며,
십자가가 땅에 놓여 있지 않고 오히려 두 사람이 들고 있었다.
이는 예수님의 오른손이 처음에는 십자가의 수직 기둥 아래에 더 높이 있었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시몬의 오른손은
예수님의 허리 높이에서 십자가를 지탱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구성에서 있어서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1565년 작품과
차별화되고 다른 제목을 갖게 하는 서술 기법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574년에 엘 에스코리알에 들어가 펠리페 2세의 개인 경당을 장식했다.
시구엔사는 이 작품을 “가장 독실하고 독특한 인물”이라고 묘사하면서
독실한 펠리페 2세가 밤에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인간의 죄 때문에 그토록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신 그리스도께
인간이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묵상했다고 말했다.
아마도 필리페 2세는 이 그림을 보며 이렇게 기도했을 것이다.
“구세주 예수님,
시몬이 주님을 도와 십자가를 졌으니
저희도 주님께서 맡겨주시는 십자가를 날마다 기꺼이 지고 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