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10대 풍광을 처음으로 작성했다. 구본형 선생님의 꿈벗 프로그램에 참여해 2007년 12월에 초안을 작성한 기억이 있다. 선생님은 참으로 나의 인생에 좋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오늘 다시 읽은 나의 10대 풍광도 인상적인 것은 이 속에 담긴 사람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가장 먼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책 속의 내용으로 시작하자. 천복을 좇고 그런 삶을 살아가면, 천복의 벌판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캠벨은 말한다. “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요즘도 나의 마음은 많이 답답한데, 캠벨의 위 문장을 읽고 나니 가슴이 후련해졌다. 예를 들면, 정신을 잃고 살아가는 요즘인데 윗글은 그럼에도 길은 열리게 마련이니, 가슴 떨리는 데로 길을 걸어가라는 힘찬 응원으로 내게 들리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갈 북극성을 놓치지 않고 걸어가다 보면, 삶은 열리기 마련이다. 또 사람은 이 순간만을 살 수밖에 없기에 힘이 솟는다.
“나, 친구, 아내, 가족 등 사람이 내가 다시 인생을 유쾌하게 살아가고 싶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의 10년은 지나갔다.” 이처럼 2014년에 기록해 두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동안 사람은 내게 참 어려운 주제였다. 더욱이 내향적인 나를 억누르고, 내가 아닌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처럼 되고 싶었기에 난 끊임없이 혼동에 빠져야 했다. 나의 내면을 억누른 만큼 반작용으로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래서 난 홀로 수행했던 법정 스님을 그렇게도 좋아한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특히 10대 풍광에 자주 보이는 구절은 이런 내용이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공감과 정이 많은 그녀이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에 동화되어 나도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이런 이야기도 썼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친구 같은 배필을 만나게 됐다. 그녀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닮아져 갔다.” 덧붙이면 다음과 같은 상상도 있다. “결혼식은 조촐했지만, 사랑이 가득한 축제의 자리였다. 부끄러움이 많은 나였지만, 인생에 단 한 번 있는 시간이라 나는 용기를 내었다.”
연인 관계에서 사람에 관한 관심과 정을 나누는 모습이 내게 많이 보인다. “나는 세상이 잔치이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작년에 작성한 10대 풍광을 보니, 서로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사랑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나에게만 열중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녀 덕분에 난 사람들을 더욱 좋아하고, 세상에 마음을 열게 되었다.
또한, 여행과 관련된 풍광에 사람이 많이 담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혼자 혹은 좋은 사람들과 동행하는 여행을 했다. “우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서로에게 매료되어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 이런 내용도 있다. “우리는 더욱 가슴 속을 아련하게 하는 시간을 함께 경험했다.”
“그녀와 가슴에 울림을 주는 많은 공연을 관람했다. 때로는 친구와 함께 했다. 우리는 인생에 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 혹은 배꼽 빠지게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원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나의 마음이 조급하여 항상 기댈 곳이 필요했는데, 그때 가족이 나를 받아주어 감사했다. 결혼한 지금도 적절한 왕래를 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행복한 시간을 나눴다. 여기에는 나의 역할이 중요함을 떠올리고 있었다.”
심리상담을 오래 받고, 나의 상태는 좋아졌다. 내게는 상당한 마음의 상처가 있었다. 힘들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의 감정과 공감 능력은 꽤 좋아졌다. “이것이 발판이 되어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 오늘 내 마음에 들어온 지난 ‘나의 10대 풍광’에 관한 리뷰이다. 마지막으로 잘랄루딘 루미의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긴다. 한때 슬픔에 빠져 있던 내게, 큰 힘과 격려를 준 시였다. “슬퍼하지 말라. / 네가 잃은 것은 어떤 것이든 / 다른 형태로 / 너에게 돌아올 것이니.”
김신웅 심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