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용차
내 나이 칠십 중반인데 대형 승용차를 구입하였다.
내 일생의 마지막 승용차가 될 것이다.
친구들은 운전 면허증을 반납하거나 아예 승용차를 몰고 다니지 않는 친구가 대다수다.
더구나 우리나라 복지가 잘되어 있어서 친구들은 돈 들지 않는 전철을 애용한다.
서울시내에 전철이 구석구석 잘 깔려 있어서 무임승차인 전철은 노인들에게는 천국이다.
이런 좋은 혜택이 있는 전철을 놔두고 나는 승용차를 구입하고 친구들한테 자랑도 안하고 혼자 몰고 다닌다.
친구들이 내가 승용차를 새로 구입했다면 지금 이 나이에 차를 새로 샀다고 의아한 눈초리로 볼 것이 명확하다.
나는 이 차를 10년 이상은 끌고 다닐 예정이다.
팔십 중반이 넘어서도 끌고 다니겠다는 의지가 의심스럽지만 나의 목표는 절대적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현대 제네시스 G80을 4륜구동으로 샀다.
서울 강남에는 외제 차의 홍수다.
아들의 의견을 들어 나도 외제차를 한번 타볼까 하고 외제 차 딜러시장을 둘러보았다.
독일제는 비싼 편이고 미제는 싼 편이며 일제는 중간이다.
모두 다 신기술에 IT를 접목하여 구형만 타고 다니던 사람은 처음 운전할 때 얼떨떨하다.
캐딜락은 할인을 1천2백이나 해 준단다.
제네시스보다 싸서 한번 관심을 두었다가 장기간 탈것이라면 아무래도 애프터 서비스가 문제라 국산 제네시스로 마음을 굳혔다.
회사차를 타고 다니다가 내가 직접 구입하여 처음으로 탄 차가 현대 포니2다.
포니2가 낡아 신차를 구입한 것이 현대 쏘나타다.
쏘나타를 15년 타고 폐차 처분하고 그랜저를 샀다.
그랜저를 살 때만 하여도 강남에 외제차가 눈에 별로 띠지 않던 시절이다.
이 그랜저를 17년 타고 이번에 제네시스를 구입한 것이다.
소형 포니2에서 중형 쏘나타로 대형 그랜저에서 초대형 제네시스로 올라 탄 것이다.
현대에서는 내가 외제차도 안사고 국산 현대만 애용했으니 상을 줄만도 한데 아무 소식이 없다.
제네시스를 구입하니 그랜저보다 전장이 길고 전폭이 약간 넓어 집이나 사무실의 주차장 들어가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주차장 들어가는데 양쪽 5Cm면 충분한데 경고음이 들리고 적색신호가 들어오고 야단이다.
그랜저로 자신 있게 주차를 하던 것이 새 차에 경고음이 계속 울리니 신경이 쓰이는데 이 노릇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작은 외제차도 괜찮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나 같은 나이엔 대형보다는 중형을 구입하는 것이 맞으나 일생에 한번 대형차를 타보겠다는 욕심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새 차를 인수하기 전에 논현동의 현대 운전 시승쎈타에서 운전도 해보고 새로운 메뉴에 대하여 교육도 받고 시험도 해 보았다.
그러나 원체 여러 가지 기능이 변해있어 한두 번 설명에 마스터 하기란 기대난이다.
5천8백에 공채까지 7천여만 원을 들여서 나의 만족을 위하여 국산차를 고집하며 제네시스를 끌고 다닌다.
처제가 연비가 좋은 전기 그랜저를 샀다고 좋아하니 집사람이 우리도 차를 바꿀 때가 넘었으니 이참에 바꾸자고 하여 집사람의 고쟁이 돈을 모두 긁어모아 제네시스를 산 것이다.
칠순이 넘어 모든 일 다 정리하고 집안에 박혀 있어야 하는 나이에 미친척하고 중장비를 구입하니 보는 사람마다 놀라는데 거기에다 또 10년 이상 타겠다고 대형 승용차를 샀으니 미친 눈초리로 보는 사람이 대다수일거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10년 이상은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생물학적 나이와 정신적 나이가 다르듯이 나는 나의 체력도 보완하기 위하여 열심히 산에도 가야 한다.
의료제도가 잘 되어 있어 생각보다 더 오래 살수 있는 것이 요즈음 실증되고 있다.
지금 이 나이에 집에 앉아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외롭고 지겨워서 어떻게 사나!!!
제발 체력만 버텨줘라.
열심히 뛰어 돈은 못 벌더라도 현상유지로 만족하고 오라고만 하면 친구들 모임에 나가 회포를 풀겠다.
차 한대 사고 10년을 살겠다고 비장한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