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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일시 : 2017년 6월 17일 오후 5시30분
모임장소 : 메기떼( 구 오리떼)
(가을햇볕님이 개인사정으로 뒷풀이를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오랫만에 참석하셨다는 아름두리님이 허전한 자리를 채워 주셨습니다. 반가웠습니다.)
[크로님]
어려운 책을 선정할 의도는 없었으나....철학적 주제를 다룬것이 아닌 <뉴요커>의 특파원으로 재판과정을 기고한 것이기 때문에 전달이 쉬워야 하는데, 평균적인 독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쉽지 않아서 짜증이나기도 하고 선정자로서 미안하기도 하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자체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책을 고를 때 어떤 한 단어로도 필이 확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또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선정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인간에 대한 취약성이나 오작동의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악마(사이코패스중에서도 일부) 도 극소수 존재하겠지만 그들에 의한 악행은 오히려 화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99%이상의 평범한 사람들이 환경, 권력등에 의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행해지게 되는 악에 대해서는 같은 인간이기에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평범한 조직(시스템)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오작동을 일으켰을 때 대량학살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이책에서 말하는 악의 평범성이 이러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여겨진다. 한나 아렌트의 다른 책들도 소개되는 내용으로 볼 때는 다 보고 싶으나 그나마 쉽다고 알려진 책이라서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한나 아렌트는 두 가지를 주요하게 이야기하는데 첫번째로 언어규칙을 말한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가 생각을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유대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서 그것을 실행하는데 심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 과제를 언어를 통해 받아들이기 쉬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강제수용을 '재정착'으로 대량학살을 '최종 해결책'이란 언어로 바꾸어 말함으로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있다. 두번째로는 무능을 말하는데, 말하기/생각하기(타인에대한-공감)/판단하기에 대한 무능을 짚어낸다. 특히 아이히만은 실제로 상대방에 대한 생각 즉 이입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며 그저 조직에 속해서 주어진 과제 수행에만 충실한 사람이었음를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다소 어려웠지만, 전체적으로 이견이 별로 없는 내용이었다. 추가적으로 그 당시 역사적 사실을 좀 더 상세히 알게 된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면, 유대인뿐만 아니라 집시나 장애인도 다수 희생되었음과 유대인 문제에 대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의 대응방식이 같지 않았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유대인 스스로 학살 과정에 협조하는 내용이라든가, 독일 친위대가 독종같지만 작은 반항에도 물러서는 모습 등을 볼 때는 인간의 흔들림, 특히 정치나 조직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속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가을햇볕님]
책을 접하며...내용 이전에 두가지 면에서 실망스러웠다. 첫번째로 번역면에서 역자가 한나 아렌트 전문가인듯 하지만 직역위주로 지시나 인칭 대명사가 너무 많고, 주격 조사의 오용도 많이 보여 전문가인 것과는 별개로 국어가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두번째로는 출판사의 편집부에 대한 실망이었다. <한길 그레이트 북스>가 좋은 책을 많이 내기도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편집면에서 오타 정정 외에는 협업이 되지 않은 듯 보일 만큼 말이 어렵고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짜증스러웠다. 이 책은 보고서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을 베이스로 해서 잘 만들어낸 영화<한나 아렌트>를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에 왜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가?'라는 의문을 전제해볼 필요가 있다. 유대인은 1차 대전 이후 나라를 세울 필요가 더욱 절실해지면서 시오니즘이 더욱 강력해졌다. 각각의 입장에 따라 독일은 친 시오니즘이고 아랍은 반시오니즘인 복잡한 정치적 상황들이 맞물려 있었다.
이 책은 목차를 보면 보고서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알수 있다. 유대인 수송담당자 아이히만에 대한 그의 재판에 대한 보고서 형식인데 아렌트가 볼 때 그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자기일에서는 뛰어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기록하고 있다.(잘 본듯...) 유대인 이송 계획등을 세운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싫어한것도 아니었다. 양심의 가책에 대해서는 급여를 받고 일하는데 그 일에 충실하지 않다면 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낄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직업에 충실하고 성공욕구가 강했던 사람인듯하다. 아이히만의 재판이 예루살렘에서 이루어진것은 전쟁에 대해 잘 모르는 이스라엘 자국의 청소년들에게도 보여주고, 외국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에게도 어필함으로서 정치적으로 더욱 결집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끝으로 드는 생각은 어느지역 어느사회나 지도자가 있는데 오히려 그들에 의해 큰 희생이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유대인에게도 지도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협조로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오히려 지도자들이 없었다면 희생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 지도자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가? 결국은 그들에게서도 악의 평범성을 보게 된다. 아주 커다란 악이 보통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악의 평범성에 공감한다.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은 내용인데 어렵게 읽었지만, 느낌은 좋았고, 한나 아렌트의 다른 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게 해 주었다.
[아름두리님]
어려웠다. 특히 괄호가 너무 길고 장황해서...힘들었다.(빠직!) 번역하면서 리포터를 그대로 써서 문제가 생긴듯 하다. 우리나라에는 90년대 후반 소개된것으로 안다.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먼저 인지하고 기록을 했다기 보다는 나중에 후기를 정리하면서 악의 평범성으로 정리가 된듯하다.(시간차순에 의해 쓰여졌기 때문에 의식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아이히만의 재판은 정치적 의도에 의해 이루어진 일종의 쇼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다. 이 보고서도 당시 큰 이슈였는데, 그당시에는 유대인 지도층에 대한 논쟁이나 시오니즘과의 충돌로 더 큰 이슈가 되었다. 책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범죄로 재판해야 하는가? 아니면 국가범죄로 재판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점과 함께 재판과 재판부에 대한 내용이 많다. 국가 시스템안에서 수직적 명령체계가 개인의 성향과 맞물려 벌어진 일이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도 일반적인 회사와 같은 곳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 리포트를 써나갔고, 그 흐름이 악의 평범성으로 도출되었는데, 국가범죄(관료주의)조차도 결국은 악의 평범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과도 유사하다. 사소한 인간의 욕망과 제도가 묶여서 악이 되는 것을 보여준다. 타인에 대한 이해 부족과 스스로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의미부여나 이심전심의 공감을 하지못하는 개인과 국가적 시스템의 조합에서 악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누구나 어디서나 그러한 것은 아니고 개인의 특징 제도의 특징으로 본다.
이러한 학살에 유대인은 왜 순응하였는지 지도자들은 왜 조력자의 역할을 하였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유대인 학살의 역사는 실제로 오래 되었다. 과거 로마시대부터 있어왔는데 반항하면 마을을 불태우는 식의 보복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소수를 보내고 남은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것을 선택한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강철님]
사실적 사건 위주가 아닌 재판과 법의 논리가 장황해서 읽기가 어렸웠다. 아이히만은 그저그런 사람이었는데 책임자(관료)가 되었다. 유대인뿐만 아니라 집시나 장애인들에 대한 학살에 있어서 그것을 판결하고 묵인한 법관들 더 많은 관료들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법철학을 공부하며 나치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전쟁 당시 집시와 같이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사형판결을 내렸던 법관들이 종전 이후에도 실세를 누리는 사례를 본것이 생각난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 부속품처럼 돌아갔을 것이다.
반유대정서는 독일 뿐만이 아닌 유럽쪽에서는 오래된 것으로 안다. 그러한 정서를 이용하여 대량학살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라마다 반응이 다른 것은 인상적이다. 그런데 유대인은 왜 저항하지 않았을까? 저항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우리의 항일 저항 정신은 끈질겼음을 떠올리며 비교가 된다.
전체적으로 책은 의미 있었으나 쓸떼없는 부분이 많아 보였고 사실적 사건에 대한 묘사가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주소녀님]
머리말에서부터(허걱!)...쉽게 읽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쉬운말을 어렵게 한걸까? 번역의 문제인가? 나의 무지인가? 철학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가? 등등 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좋았다. 한나 아렌트에 대해 잘 몰랐으나 이 책을 통해 멋지고 좋은 철학자/정치 사상가를 만난듯 하다.
악의 평범성이란 말을 처음 접했을 때는 악이 어떻게 평범한가? 라는 생각이 들며 거부감부터 다가왔지만 실제 내용을 접하면서 내 안에도 그러한 일면을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한나 아렌트가 보는 아이히만은 사유가 없는 인간으로 선택적 기억을 가진 죄책감이 없는(소시오패스쯤 되어 보인다.)사람 역지사지가 안되는 사유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에 대한 표현은 112쪽 중간에 나오는 문장에서 공감이 된다. '검찰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가 '괴물'이 아님을 알 수 있었지만, 광대라고 의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생각없는 꼭두각시인 광대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나와 다른사람들에게도 있다고 본다. 체제속에서 조금씩은 이익을 보려 하고 저항이 가져오는 불이익을 감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 커다란 힘의 시스템에 대한 저항은 더 큰 불이익을 가져오기에 더욱 더 어렵다. 세월호가 떠올랐다....
지난달에 읽은 <정치는 왜 우리를 배신하는가>는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려는 내 모습을 되짚어보며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면 이 책은 좀 더 깊숙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한나 아렌트가 왜 이런글을 썼는지 이해가 되면서 악에 대한 정의나 사회전반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듯 하다.
좋았다. 한나 아렌트는 멋진 언니다!
[푸른숲]
앞서 말씀하신 많은 내용에 동의되면서 그 중에서도 읽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이야기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아주 많이 공감되고 반가웠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의 책을 만나게 된 것 또한 다른 분들의 의견처럼 반갑고 좋았다. 특히 한나 아렌트의 인간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인간의 속성에 대한 고찰을 통해 내 안에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취약함으로 얽혀있는 조직 그 조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극적인 악이 너무도 평범한 개인들을 통해 실현되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인간이 자신의 욕망과 행동에 대해 성찰(생각)을 하지 않았을 때 얼마나 커다란 비극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되는지 볼 수 있었다. 매일 매 순간의 깨어있음이 절실해진다. 209쪽 첫줄에 보면 '이처럼 아이히만이 보디오 빌라도처럼 느낄 수 있었던 기회는 많았지만, 달이 가고 해가 가면서 그는 무엇이든 느낄 필요를 상실하게 되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성찰(생각)없이 지내는 하루하루가 때로는 비극적인 악을 만들어가는 하루하루가 될 수 있음을 짚어주는 말로 다가왔다. 우리 자신은 달이 가고 해가 가는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느끼는가? 그리고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가? 매 순간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을 다시한 번 던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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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하셨어요^^
아주 깔끔하게 정리 됐네요! 우주소녀-푸른별님이 멤버로 보충되지 않았더라면 우리 모임이 활력이 없이 지지부진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네요! 두분이 아주 잘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ㅎ
이 모임에 와서 나누는것보다 얻어가는것만 많은것 같아 송구할때가 있는데 강철님 말씀에 용기를 얻습니다~강철님 다음달 못나오셔서 아쉽지만...제주도 즐겁게 다녀오시고 그 다음에 더욱 반갑게 뵙겄습니다~^^
가을햇볕님 아름두리님도 감사합니다 두분은 다음달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