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집착을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63)
33세의 R씨는 처음에 기운이 없어 무기력하고 만사에 의욕이 없어 찾아왔다고 말한 환자였다. 스스로 평소에 우울증 증상이 있는데, 가끔씩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벌렁거려서 괴롭다고 했다. 그 동안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아왔는데, 큰 차도가 없어 필자의 한의원에 찾아왔다고 했다. 그런데 말을 마치고 잠시 쭈뼛쭈뼛하더니, 목소리를 자그맣게 낮춰서 한 가지 병증을 더 얘기했는데, 그것이 바로 ‘성욕이 과잉으로 항진되는 증상’ 이었다. 밤낮으로 성생활에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이 일어나고 성욕이 항진되는데, 오히려 실제 성생활 자체는 별로 신통치 못하다고 했다.
<진단과 치료>
요새는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이긴 하지만, 아직도 성기능에 관련된 문제는 조심스럽게 살짝 얘기하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젊은 남자들의 경우에는 자존심 때문에 더욱 더 자신의 증상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 R씨의 경우에도 마치 다른 증상들 때문에 한의원에 찾아온 것처럼 말하다가 결국 제일 나중에 실제 찾아온 용건을 꺼내든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발기부전이나 조루처럼 성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소위 ‘정력 강화’를 위해 한의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성욕이 과하게 항진되는 경우는 잘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찾아오기는커녕 오히려 본인의 정력이 다른 사람보다 강하다면서 자랑스러워하는 경우까지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성욕이 항진되는 것 또한 병증에 속한다. 만약 이를 두고 마치 자신의 성기능이 왕성한 것으로 착각하고 함부로 정기를 소모하게 되면, 정말로 죽음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니 특히 주의해야한다. 이러한 경우 정말 큰 문제는, 상태가 나빠질수록 성욕이 더욱더 항진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기능 이상으로 성욕이 항진될 때는 어떠한 특징이 있을까? 만약 자신의 몸에 아래의 일곱 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성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면 된다. 이는 각각의 신체부위에 이상이 있어 그러한 것이 아니라 몸 안의 진기와 정기가 빠져나가서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1) 귀에서 소리가 나거나 먹먹하다. 특히 오른쪽 귀가 더 심하다.
2) 소변이 시원치 않고 잔뇨감이 있거나 자다가 소변보러 간다.
3) 대변이 시원치 않고 푸석하거나 바짝 마른다.
4) 허리와 등과 무릎이 무력해지거나 아프다.
5)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가끔씩 어지럽다.
6) 손발바닥에 열이 나고 입안이 마른다.
7) 뼛골속이 피곤하고 아프다.
실제 R씨는 한의원에 오기 한 달 전부터 성욕과잉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이때 이명증까지 같이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대소변에도 이상이 나타났으며, 몸도 이상하게 나른하고 피곤하면서 열이 많이 나고, 심한 갈증과 더불어 과도하게 땀을 많이 흘렸었다고 했다. 따라서 병적인 성욕과잉으로 보아야 마땅했다. 인체에서 가장 정미로운 물질을 ‘정(精)’이라고 부른다. 흔히 쌀로 밥을 지을 때 그 위에 떠도는 소위 엑기스 부분으로 비유를 많이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래서 임상적으로 건강이 나쁘고 허약한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성기능도 떨어져 있게 마련이다. 또한 그 만큼 성기능은 그 자체가 건강의 척도도 되는 것이다.
R씨는 2주분씩 총 3회의 한약을 투약했는데, 첫2주분 한약을 복용한 후에 과도한 성욕이 진정되면서 몸의 열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당연히 갈증과 땀도 줄어들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몸이 많이 상쾌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두 번째 한약을 복용한 후에는 기운이 나기 시작했으며, 마지막 세 번째 약까지 복용한 후에는 우울증까지도 다 사라졌다고 했다.
성기능장애를 개선시키는 노력 중에 우리가 한 가지 꼭 주의해야 할 점은, 전문 한의사의 정확한 진료를 받지 않고, 주위 사람의 말에 현혹되어 아무 약이나 함부로 먹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흔히 알고 있는 ‘비아그라’와 같은 약의 경우에도 사망사고와 같은 부작용이 있으며, 한의학적으로도 정확한 진단 없이 함부로 아무 약재나 먹게 되면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부터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