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艮節串)에 가면 - 松谷 조 덕 현
(낭송 고은하)
간절곶에 가면
바다로 향해서만
온통 애처롭게 고개를 내민
보랏빛 영혼 치술령의 한(恨)
작은 해국들의 향연으로 바위는 늘 푸르고
세 모녀를 위한 슬픈 넋걷이가 열리고 있다.
이 따끔 여우비가 지나간 자리에는
눈부시게 淸雅한 초저녁 달빛 아래
그리움에 지친 망부석이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간절곶에 가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치술령의 한이 된 세 모녀 상을 바라본다.
그리곤 절벽 낭떠러지가 있던지
삼킬 듯 달려드는 파도가 치던지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그 아래 벤치에선 누구나
잠깐이나마 시인이 되어
바다로 떠나간 지아비가 되어 줄 뿐이다.
간절곶에 가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눈물로만 꼬깃꼬깃 적시다마는
펜으로 못다 한, 마음의 편지를 쓴다.
받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없는
그저 마음 하나로 충분한 그리움의 편지를 쓴다.
일부러 침을 바르고 힘을 주어 붙이고 나서
사람보다 더 큰 파란 우체통 안에 들어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편지를 보내곤
뿌듯한 가슴을 안고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간절곶에 가면
털털거리는 버스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덥석 손을 잡는 듯 다가오는 것이 그리움이다.
무서우리만큼 으르렁거리며 다가섰다가
날카롭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마저도
그리움의 울부짖음이며 통곡(痛哭)이다.
간절곶의 그리움은,
저 바다로 건너오기를 기다리다가
애간장이 다 썩어 내릴
그리움의 화신이며 천 년의 血 淚(혈루)이리라.
2007.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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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가 참 좋으네요. 읽어내려가면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것 같습니다. 지난번 뵈었던 모습도 겹쳐지네요. 시간나는대로 들러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다녀가셨군요.. 지난번에 감자탕 아주 맛잇게 먹었습니다. 자주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