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일요일 아침 10시
편지의 겉봉에 육군사관학교 화랑호국사 라고 쓰인 주소를 확인하며 무슨 소식인가 하고 얼른 뜯어보았어. 네가 5주간의 기초군사 훈련을 받는 동안 매주 일요일은 종교 활동을 하게 되어 있는데, 지난 1월 27일 일요일 아침 10시에 육군사관학교 화랑호국사를 찾아 처음으로 법회를 함께하며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소식이더구나.
너의 얼굴에는 어느덧 강인함과 자신감으로 충만하여 늠름하기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는 내용과 함께. 엄마는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너의 모습이 훤히 보였단다.
앞으로 이 나라의 간성으로 우뚝 서게 될 멋진 화랑의 후예를 기대하면서 함께 부처님 전에 기도드릴 것도 당부하였지. 아마도 너와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 중 산사와 사찰을 자주 찾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화랑호국사를 찾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나마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투명하게 볼 수 있으니 안심이 된다. 마치 네가 움직이는 모습이 생생한 활동사진이 되어 엄마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어. 건강한 모습으로 훈련을 잘 받으며 휴일에는 종교 활동도 하게 되었다니 기쁘기만 하다. 일주일 동안 동적인 훈련을 받았다면 그 시간에는 정적인 마음 다스림으로 균형을 잡으렴.
엄마도 특별한 종교가 없지만 그래도 부처님 앞에 앉아 참선을 하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단다. 자비와 깨달음의 교훈을 네 것으로 만들어 함께 호흡하며 정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거라. 이곳에서 엄마도 틈 나는 대로 주변의 절을 찾아 너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기도하마.
보고 싶은 아들, 장호야!
견디기 힘든 하루일지라도 누군가가 내 곁에 존재하며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 앞에선 그것이 용기가 되고, 자신감이 되며, 실존의 저력으로 다가와 거뜬히 물리칠 수 있는 거지. 순간의 고통은 미래의 성공의 열매가 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철저하게 믿자.
엄마∙아빠도 네가 있음으로 삶이 고달플지라도 견디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란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끈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지. 우리 장호가 곁에 있어서 힘이 되고, 용기가 되고, 기쁨이 되고 있음을 잊지 말거라.
내일 아침 10시가 되면 화랑호국사에서 법회에 참석 하고 있으리란 상상을 해 본다. 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냐. 네 모습을 보지 못해도 이렇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엄마도 타임머신을 타고 휙 날아가서 너와 함께 부처님 앞에 앉아 기도하고 싶구나. 앞으로 네가 휴가를 나오거나, 방학이 되면 그럴 날이 오겠지? 기대가 된다.
장호야, 이제 엄마도 잘 시간이다.
오늘 낮에는 회사의 삼촌하고 화생방교육에 대하여 내기를 했다가 엄마가 져서 오 만원 잃었다. 엄마는 안 한다고 하고, 삼촌은 기초군사훈련에 필수라고. 엄마가 박박 우기다 깨깽했어. 이젠 우리 아들이 하는 교육에 대하여 엄마도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널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엄마∙아빠를 생각하며 휴일 잘 보내 거라.
아참, 오늘 육사신보가 우편으로 배달되어 왔어. 육사 소식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반가웠고, 거기에 합격자 명단이 있어 네 이름 석 자 발견하고 너무 기뻤지. 아자아자 힘내자. 잘 자, 내 사랑 썬~
2008. 2. 2.
종교 활동 소식을 듣고 반가움에
서산에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