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암산 능선종주
모든 종류의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 세트’ 같은 불암산
불암산은 모든 종류의 산행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 세트’ 같은 산이다. 남쪽 끝 효성아파트에서 시작되는 길고 울창한 솔숲 능선과 수려한 바위들이 절정의 자태를 뽐내는 정상부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불암사·석천암·봉화대·불암산호랑이 은거동굴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길게 뻗은 조망 좋은 대슬랩 구간도 여러 곳이라 불암산 산행은 이래저래 즐겁다. 불암산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북쪽의 덕릉고개 지나 수락산으로 등산로가 곧장 연결되기에 좀 더 긴 일정을 잡을 수도 있다.
불암산(佛岩山·508m)은 그 이름에서 풍기듯이 정상부에 허연 바위를 이고 있는 산이다. 화강암의 커다란 바위덩이로 된 산 정상이 마치 송낙(소나무겨우살이를 엮어 만든 여승이 주로 쓰던 모자)을 쓴 부처의 형상이라서 이름 붙었다.
하늘이 내린 보배 같은 산이란 뜻의 ‘천보산(天寶山)’ 또는 땅의 기운을 꺾는다는 문방사우의 이름을 빌린 풍수지리적인 지명인 ‘필암산(筆岩山·붓바위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정상 남쪽 자락 골짜기에 들어선 불암사의 일주문 현판에는 ‘天寶山佛岩寺(천보산불암사)’라 적혀 있고, 남쪽능선의 봉화대 아래 ‘천보산장’이나 ‘天寶庵(천보암)’ 등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불암산 최장 능선
불암산을 오르는 주요 들머리는 크게 다섯 곳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남동쪽 자락의 남양주시 별내면 화접리로, 불암사와 석천암을 거쳐 정상으로 이어지는 명코스다. 수락산과 연결되는 덕릉고개에서 오르는 길은 교통이 편리하고, 당고개역 동쪽의 경수암 골짜기나 그 아래 정암사골도 1시간 남짓이면 정상까지 닿을 수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코스가 1시간 안팎으로 정상까지 갈 수 있는 비교적 짧은 등산로가 발달한 불암산이지만 남쪽 능선 끝의 효성아파트나 이스턴캐슬을 들머리로 잡아 오른다면 2시간 반 정도는 걸리는 긴(?) 코스로 바뀐다. 정상에서 다시 수락산과 연결되는 덕릉고개로 내려서는 ‘불암산 종주산행’은 서울 강북의 4개산종주 시 주로 이용되는 등산로로, 약 5시간 걸리는 불암산에서 가장 긴 코스다.
서울의 주요 산 중에서 가장 낮은 높이와 가장 작은 덩치를 가진 불암산이지만 산을 어찌 높이와 덩치로만 평가하랴! 불암산은 그런 기준에 가장 먼저 악플을 달 게 뻔하다. 접근의 편리성은 서울에서 최고이며, 남양주와 팔당 쪽의 한강과 어울린 산그림은 압권이다.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 남산, 관악산, 청계산 등 서울을 이루는 모든 산들의 병풍 같은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명당이어서 불암산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노원구 뒷산이라서 주민들이 산책삼아 오르는 아주 가까운 산이기도 하다. 이번 취재산행은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에 사는 김종덕(48세) 씨가 동행했다. 김 씨는 지리산이 좋아 평소 지리산만 찾아 오르는 외골수로, 지리산 마니아들이 모이는 다음카페인 ‘지리산 산길따라(cafe.daum.net/jiricom)’ 회원으로 왕성한 활동 중인데, 지리산이 경방기간이라 잠시 외도(?) 중이다.
불암산 종주산행 들머리는 화랑대 네거리에서 공릉터널 방향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나타나는 효성아파트다. 원자력병원 건너편에 있는 효성아파트 왼쪽으로 너른 길이 나 있는데, 입구에 ‘불암산도시자연공원’ 이정표와 등산 안내도도 서 있다. 불암산 능선 중에서도 남쪽으로 길게 뻗어 내린 이 부근 산을 노원구 공릉동 뒤에 있다고 해서 지역민들은 ‘공릉산’이라 부른다. 이 길은 서울여자대학교와 이스턴캐슬 호텔, 태릉선수촌, 삼육대학교 등의 ‘뒷산’격에 해당하는 능선을 따른다. 능선은 주변의 군부대로 인해 얼마간 철조망 울타리가 함께 이어진다. 너른 길 양쪽으로는 간벌 없이 빼곡히 자란 리기다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간간이 아카시나무와 참나무류가 뒤섞이며 자라고 있다. 효성아파트에서 불암산 정상까지는 5.3km 거리다.
최고 조망을 펼치는 불암산
군부대를 지나면서 너른 길은 전형적인 산길로 바뀌는데, 곧 이스턴캐슬에서 오른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닿는다. 능선 동쪽 아래에 있는 ‘태릉국제사격장’에서 울리는 총소리가 시끄럽지만 산행의 즐거움을 해칠 만큼은 아니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이 420m 높이의 옛 봉화대를 만나기까지 이어진다. 공릉배수지와 중계약수회 갈림길을 지나면 목재데크 계단이 설치된 구간을 만나는데, 그 입구에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불암산의 전설’을 기록한 나무안내판이 서 있다.
「전설에 의하면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던 산이라고 한다. 어느 날 불암산은 조선 왕조가 도읍을 정하는데 한양에 남산이 없어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자기가 남산이 되고 싶어 금강산을 떠나 한양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의 불암산 자리에 도착해 보니 한양에는 이미 남산이 들어서서 자리 잡고 있었다. 불암산은 한양의 남산이 될 수 없었기에 금강산으로 되돌아 갈 작정으로 뒤 돌아 서서 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한 번 떠난 금강산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돌아선 채로 그 자리에 머물고 말았다. 이 때문에 불암산은 현재 보는 것과 같이 서울을 등지고 있는 듯 한 형세다.」
아직 잎이 나오지 않은 활엽수림 사이로 노원구와 멀리 북한·도봉산이 보이지만 시원치는 못하다. ‘불암산 정상 2.5km’ 이정표를 지나면서 불암산 정상부의 허연 바윗덩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등산로 중간에 나타나는 육각정자는 쉬어가는 이들로 빈자리가 없다. 갈림길마다 나타나는 이정표는 옛날 것과 새 것이 함께 서 있거나 교대로 나타나며 비교적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봄기운 가득한 양지바른 곳에는 생강나무가 샛노란 꽃을 피워 눈길을 끌고, 곳곳에서 분홍빛 진달래도 한창이다. 산을 오른 등산인들의 옷에서도 화사한 봄볕은 온통 충만하다. 효성아파트에서 3km 이른 지점, 그러니까 420m 높이의 봉화대 직전에 ‘서울시 우수 조망명소’ 안내판이 있는 널찍한 바위전망대가 나온다. 남동쪽의 팔당쪽과 노원구 중계동 건너 북한산까지 막힘없이 시원스레 펼쳐지는 풍경에 몇몇 등산인들이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지나온 능선의 흐름도 손바닥처럼 훤히 내려다보이는 명당이다.
조망소에서 조금 더 오르면 ‘바람능선의 쉼터’가 나온다. 소나무 가지에 작은 현수막 하나 아무렇게나 걸어두고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날짐으로 나른 막걸리판을 펼쳐둔 노천주막이다. 주막 주인은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하려는지 건너 의자에 다리를 올리고 음악삼매경에 빠져 있다.
쉼터에서 10여 분 더 가면 수박만한 막돌들이 가득한 작은 봉우리가 나오는데, 정상부에 널찍한 헬기장과 한 켠으로 비껴선 임시건물의 주막까지 있는 봉화대 터다. 주변에 이동식 화장실도 갖춘 봉화대 북쪽 바로 아래엔 아주 낡은 석조건물인 ‘천보산장’이 있다. 폐허가 된 듯 한 건물을 누군가 임시로 고쳐 사용하는 듯 보인다.
서울의 금강, 과연 명불허전!
봉화대에서부터 불암산 정상은 잘 보인다. 5분 정도 내려서면 깔딱고개가 나오고, 오른쪽 불암사와 왼쪽 정암사로 길이 갈리는 이 부근부터 정상까지는 모두 바윗길이다. 단단한 바위 사이로 짙푸르게 뒤섞여 자라는 소나무가 자연 산수화를 만들어내는 절경은 ‘불암산이 원래 금강산에 있었다’는 불암산 전설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임시주막이 있는 거북바위를 지나 정상까지 이르는 짧은 구간은 불암산의 클라이맥스로 ‘오르는 희열’과 ‘조망의 시원스러움’에 ‘풍광의 아름다움’까지 곁들여진 곳이다. 어느 각도로 카메라를 갖다 대더라도 그대로 작품이 될 만 한 풍광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어 보이고,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 아래서 마시는 차 한 잔은 신선이 된 듯 기분을 즐겁게 만든다. 곳곳에 쇠줄과 동아줄이 매어져 있는 이곳은 그러나 수려한 경치에 넋을 놓고만 있기엔 아슬아슬한 곳이다. 특히 불암산구조대장비함이 있는 곳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바위구간은 짧지만 주의해야 하는 곳이며, 정상 부근은 릿지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삼각점과 국기봉이 있는 정상은 온통 바위뿐인데, 사방 조망은 그야말로 ‘짱’이다. 석장봉 지나 수락산으로 이어지는 북쪽 산세나, 도봉·노원·성북구 너른 벌판 지나 견고한 성벽으로 솟은 도봉·북한산의 산세는 장엄하기 이를 데 없다. 남쪽으로 섬 같은 봉화산 지나 동서로 뻗은 아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예봉산과 검단산 사이의 팔당댐을 지난 한강의 유장한 흐름이나, 남산을 중심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서울도심이 이곳에서 보면 모두 아름답기 그지없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지척에 거대한 바위로 된 석장봉이 있다. 석장봉 바로 앞은 ‘다람쥐광장’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불암산 정상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마치 곧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연꽃봉오리 같이 가슴 설레게 하는 모양새다.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석장봉에서 날머리인 덕릉고개까지는 빠르면 30분이면 된다. 능선 한 곳에서 산불 때문에 말라 죽어가는 숲이 나타나며 안타깝게 하지만 전체적으로 건강한 숲이 등산로 주변으로 펼쳐진다. 깊이 내려선 당고개역 너머로 수락산과 도봉산이 오버랩 된 멋진 풍경이 나타나며 걸음을 즐겁게 한다. 덕릉고개 아래엔 불암산터널을 막 빠져나온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가 금세 수락산터널로 제 모습을 감추고 있다. 수락산과 ‘동물이동통로’로 이어지는 덕릉고개엔 궤도전차의 보기륜을 이용한 종이 걸려 있다.
효성아파트-(20분)-군부대 울타리-(8분)-크레이사격장-(15분)-공릉배수지 갈림길-(5분)-목재데크-(30분)-학도암 갈림길-(30분)-헬기장(420봉)-(40분)-불암산 정상-(3분)-석장봉-(25분)-406봉-(25분)-덕릉고개-(5분)-동막골유원지 입구-(10분)-당고개역
불암산(佛岩山·508m)은 서울 강북의 4개산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산으로, 동남쪽으로 경기도 남양주시와 경계를 지으며 남북으로 발달한 능선을 이루며 솟았다. 가장 긴 등산로는 남쪽의 효성아파트나 이스턴캐슬 쪽에서 올라 노원고개와 봉화대를 지나 불암산을 올랐다가 북쪽 능선을 따라 덕릉고개로 내려서는 남북종주코스로, 4시간 30분~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효성아파트에서 출발하면 학도암 갈림길까지는 울창한 솔숲 사이로 난 길이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천보산장과 헬기장이 있는 봉화대(420m)를 오르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정상까지 이어간다. 정상 부근은 온통 화강암 바위지대로 릿지화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국기가 꽂힌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트인 최상의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에서 북쪽 수락산 방면으로 발달한 능선을 이어가면 덕릉고개가 나온다. 바로 아래의 석장봉을 지나면 다시 솔숲 울창한 산길을 따른다. 중간에 산불로 타 버린 구간도 나와 안타깝게 하지만 전체적으로 건강한 산림을 형성하고 있다.
볼거리
태릉(泰陵)
흔히 태강릉(太康陵)이라 불리는 태릉과 강릉은 조선 왕조 제11대 임금인 중종의 계비인 문정왕후(文定王后) 윤씨(1501~1565년)의 능과 그녀의 아들이자 조선 왕조 제13대 임금인 명종(明宗, 1545~1567년 재위)의 능을 말한다.
문정왕후를 안장한 태릉은 왕비의 봉분 한 기만을 조성한 단릉(單陵)이다. 왕후는 중종의 제1계비 장경왕후(章敬王后) 윤씨와 동원에 있던 중종의 정릉을 봉은사 곁으로 옮기고 자신도 그 옆에 묻히기를 원했지만, 정릉 주위의 지대가 낮아 장마철에 물이 들어 자주 침수되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이곳 태릉에 안장되었다.
명종의 능은 강릉은 한 언덕에 왕과 왕비의 봉분을 나란히 마련한 동원(同原) 쌍봉릉으로, 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강릉은 현재 원형 보존을 위해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몇 백 년 된 울창한 솔숲이 잘 보존된 태강릉은 산행 전후에 들릴 만 한 곳으로,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글고비(古碑)
영비(靈碑)라고도 불리는 이 비는 조선 중종 때 종9품 벼슬인 승문원의 부정자(副正字)를 지낸 이윤탁(李允濯)과 그의 부인 신 씨의 합장묘에 세워진 묘갈(墓碣·종2품 이하의 관원이나 사대부의 묘소에 세우는 묘비)이다.
크기와 양식, 글씨 등 모든 면에서 이렇다 할 것이 없는 평범하기만 한 이 비가 문화재로서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비의 좁다란 서 측면에 순 한글의 비문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신령한 비이니 건드리는 사람은 재화를 입으리라. 이는 글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노라’라는 묘비 훼손을 경계하는 내용이 음각돼 있다.
이윤탁의 셋째아들 문건(文楗)이 짓고 새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글은 이제까지 확인된 바로는 훈민정음 창제 이래 처음으로 새겨진, 현존 최고(最古)의 한글 금석문 자료다.
지하철 7호선 하계역 3번 출구로 나와 초록색 지선버스 1141번을 타고 대림벽산아파트 앞에서 내린다. 서라벌고 쪽으로 약 200m 돌아가면 한글고비로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먹거리
들머리인 효성아파트 부근에는 이렇다 할 음식점이 보이지 않는다. 덕릉고개 아래의 동막골유원지 주변으로 이름에 걸맞게 여러 음식점들이 있다. 오동나무집(02-934-4210)과 밤나무집(937-9220), 산골마을(936-2493), 계곡산장(936-8215), 축대집(936-4091), 계절가든(939-1773), 초가집(937-2408) 등 대부분의 식당들이 옻닭이나 토종닭, 한방오리, 삼계탕, 보신탕, 감자탕 등을 주된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교통
6호선 화랑대역 1번 출구를 나와서 1132번 녹색 지선버스를 타고 효성화운트빌(원자력병원 후문)에 내리면 된다. 아파트 왼쪽 끝의 넓은 길을 따르면 바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4호선 당고개역 1번 출구를 나와 덕릉고개 쪽으로 걸어서 15분 정도 가면 동막골유원지가 나온다. 유원지 입구에서 도로를 건너 조금 더 오르면 덕릉고개 가기 전에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따른다. 수유역에서 출발해 노원구청을 경유하는 1138번, 상계동에서 도봉산역을 오가는 1139번, 상계동에서 태릉입구·먹골역을 거쳐 중화역까지 오가는 1224번 녹색 지선버스가 당고개역에 선다. 당고개역에서 동막골유원지까지는 덕능고개 지나 청학리까지 오가는 33번, 33-1번 버스와 퇴계원 지나 호평동까지 오가는 10-5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