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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19
붉은뺨따오기
▲ 나뭇가지에 올라앉은 붉은뺨따오기. /메릴랜드동물원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세 나라 협력의 상징으로 따오기를 얘기했어요. 한때 멸종되다시피 한 따오기 복원을 위해 세 나라가 힘을 합친 결과, 개체 수가 증가해 한국·일본·중국 모두에 서식하며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는 거였죠. 그런데 따오기 숫자를 불리기 위해 이웃한 나라들이 손을 잡은 사례는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있어요.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스위스의 협력으로 복원 사업이 진행돼 온 붉은뺨따오기랍니다.
기다랗고 아래로 부드럽게 휜 부리가 특징인 따오기는 세계 곳곳에 분포해 있는데, 특유의 부리 모양만 같을 뿐 깃털 색깔이 정말 각양각색이랍니다. 우리나라 창녕 우포늪의 따오기는 몸 색깔은 희고 눈 주변은 빨간색인데요. 아프리카 사바나에는 목 위가 모두 검은색인 따오기가 살아요. 남아메리카에 사는 일부 따오기는 온몸이 새빨갛답니다.
붉은뺨따오기는 유럽·북아프리카·중동에 걸쳐 살고 있어요. 이름처럼 얼굴 주변은 불그스름해요. 온몸을 덮은 깃털은 거무튀튀한 색깔인데 날갯죽지 부분은 푸르스름하게 빛나요. 머리 뒤에는 가시처럼 깃털 여러 가닥이 삐쭉삐쭉 나 있고요. 이런 생김새는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사는 대머리수리와 아주 흡사하죠. 그래서 붉은뺨따오기 역시 사체를 찾아다니는 청소부 동물일 거라고 오해받곤 해요. 하지만 기다란 부리로 목초지나 건초 더미를 헤집고 다니면서 곤충과 거미·지렁이·달팽이 등을 주로 먹는답니다.
붉은뺨따오기는 사회성이 아주 강해요. 많게는 수천 마리까지 무리를 이루고 살며, 계절이 바뀔 때 서식지를 옮기는 철새예요. 이동을 할 때는 경험 많고 노련한 베테랑 멤버들이 앞장선대요. 번식 철에는 암수가 만나 부부가 됩니다. 이후 크기가 달걀과 거의 비슷한, 초록 빛깔의 알을 2~4개 정도 낳아요. 알은 한 번에 낳는 게 아니라, 이틀 간격을 두고 하나씩 낳는다고 해요. 이렇게 되면 먼저 태어나는 아기 새가 덩치가 커진 상황에서 동생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기 새들 사이에서 서열을 정하기 위해 싸우는 일이 매우 드물대요.
붉은뺨따오기가 주로 사는 곳은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튀르키예 등이에요. 17세기까지만 해도 중부 유럽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였지만, 지나친 사냥과 전쟁에 따른 서식지 파괴 등으로 급격히 숫자가 줄면서 자취를 감췄죠. 이에 과거 붉은뺨따오기가 살았던 유럽 나라들을 중심으로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과거 서식 기록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내 번식을 하고 겨울철을 보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어줬습니다. 또 밀렵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전깃줄에 감전돼 죽는 일이 없도록 주변 환경을 말끔히 정비했죠. 그 결과, 유럽에서 월동·번식을 하는 붉은뺨따오기의 숫자는 260마리까지 불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