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길 : 백두대간 5구간.
일 시 ; 2011년 8월 23일. (화)
날 씨 : 구 름.
산행시간: 약4시간10분 +1시간20분 = 5시간 30분.
성삼재에서 시작하여 작은 고리봉(1,248m) 묘봉치. 만복대(1,438.4m)
정령치. 큰고리봉.(1.305m) 고기리 삼거리까지.
“보너스구간” 구룡폭포. 비폭동. 등 지리둘레길 일부구간 (더블산행. 더블알탕.)
전날의 고단함에 깊은 잠을 깨우는 집사람.
산에 안갈 꺼요?
응! 가야지 몇 신데? 6시20분 ~~~ 뭐! 좀 일찍 깨우지.....
허겁지겁 ~~~~~~~~~~
요즘 입맛이 없는 탓으로 집사람이 싸놓은 도시락대신 식탁위에 놓인
빵과 우유를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서는데 오늘도 날씨는 개운치 않다.
가는 빗방울이 날린다. 잠시 망설임 속에 택시를 타고 교대 앞.
일찍 나오신 산님들 보이고 언제나 환한 미소로 마주하는
나들이 정 회장님! 억수로 반갑십니~데~~이~~
이어 우리들 앞에 쟝~앙~그려지는 붉은 리무진 강남고속 부산70바 8052호.
웅장한 모습 앞에 “거봉산악회” 로고가 선명하다.
07시40분쯤 출발.
만덕과 덕천IC에서 마지막 산님을 태우고 악동. 여. 46명의 흔들림은
장쾌하고 장엄한 지리산자락을 향해 질주가 이어지고
회장님의 반가운 인사말씀과 함께 오늘은 보너스 코스도 주어진다는 말씀에
이어 아직 확인된바 없는 착하고 순진한 산대장님의 간단한
산 소개와 안산 즐산의 당부말씀을 끝으로
여인의 하얀 속살과도 같은 먹음직스런 백설기 떡. 짙은 향을 담은
커피 한잔이 대충 먹은 내 아침밥 공복을 채워준다. 잘 먹겠슴다. ㅎㅎ
행복은 반드시 고급 승용차 뒷자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
길을 걷다가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조그만 카페 구석진 자리에서 마시는
한 잔의 모카커피에 녹아 있을지도 모르고.
오늘 우리가 탄 리무진 버스가 쉬어가는 비 내리는 고속도로
문산 휴게소에도 있을 것이다..... ㅋㅋ
다시 흔들림은 시작되고 차창에 맞닿는 가느다란 빗줄기는 나를 한없이
상념에 젖게 한다. (^_^)
짧은 단잠에 눈을 뜨자 버스는 88고속도로를 달려
지리산 요금소를 빠져나와 지방도를 접어든다.
차창에 비치는 논과 밭엔 지난날 비바람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잘 가꾸어진 논과 밭에는 농부들의 흘린 땀방울이 황금빛 결실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느 듯 우리가 탄 버스는 인월을 지나고 산내를 지나
태풍 무이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만수천을 끼고
구불구불한 숲길을 헉헉거리며 성삼재에 와 멈춘다.
높은 고도감에 바람이 안겨주는 서늘함은 가을을 닮은 것일까.
우리는 서둘러 숲속으로 빨려들고 조금 후 안부에서
상견례를 겸한 인원점검 다시 한 번 안전을 각인하는
대장님에 말씀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산행시작.
맨 먼저 발길이 닫는 곳. 작은 고리봉.(당동삼거리)
정감 넘치는 산님들 시간 멈춤도 찰칵 찰칵
지리산을 장엄하게 줄 이언 연봉들은 산허리까지 운무에 덮여 있고
여인의 둔부를 닮았다는 반야봉도 지척인데 가늠할 수 가 없다.
풍운의 조화를 자유자재로 다스리는 전지전능 하신 지리 산신께서
내 부덕함을 아시고 노하신 것일까.
음습하고 칙칙한 산죽 길도 지나고 미끄럽고 질퍽거리는 길도 지나고
이내 묘봉치를 알리는 푯말이 두 팔을 벌리고 우리를 반긴다.
여기서 오찬을 즐긴단다. 여기저기 모여서 펼쳐놓은 산상의 뷔페.
내가 좋아하는 생탁을 비롯한 온갖 감로주(甘露酒)가 나오고
점심을 빵과 우유로 대신하는 나를 보고 한국인은 밥 힘으로 살아야
한다며 챙겨주는 내 누이 같은 새댁 얼굴만큼 예쁜 마음씨.... 고맙습니다. (^_^)
덕분에 한국의 상징인 잘 익은 김치와 맵고 알싸한 땡초로
오늘 점심 미각을 마무리하는 나는 분명 토종 한국인 맞지요? ㅎㅎ
적당한 포만감에 후진을 뒤로하고 우리는 발길을 옮기는데
운무가 밀려온다. 운무속에 내림과 오름이 이어져 어느새 만복대.
예쁜님들 모습도 찰칵 찰칵.
14:00 서북능선에 자리한 정령치 휴게소.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뿌연 운무 속에 숨을 고르고 후진을 기다린다.
여유로움에 잠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큰 고리봉 삼거리로
숨 한 번 몰아쉬니 고리봉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젠 하산으로 이어지는 고고한 소나무 숲길.
아름다운 숲길이 다함에 오늘 우리의 5차 대간 길도 여기까지다.
후진이 도착하고 오늘의 보너스 구간은 버스로 위치를 옮겨 구룡폭포 입구에서
다시 가벼운 차림으로 여유롭게..... 잠시 후 내리막길이 시작되면서 협곡으로
변해가고 긴장한 탓으로 시원함은 간데없이 땀은 비 오듯 하는데 폭포 앞
계단을 앞두고 그만 미끄러움에 엉덩방아를....
잘 다듬어진 길도 있지만 위험하고 어설픈 길이 많아 대간 길 보다
훨씬 조심이 되는 길이다. 둘레길. 올레길은 관광길인줄 알았는데. ㅎㅎ
구룡계곡은 구룡폭포를 비롯한 비폭동(飛瀑洞)등 많은 수량(水量)이
하얀 물줄기를 쏟아 내리고 중간 중간 유명 소는 명칭과 유례를 담았는데
울창한 원시림과 계류의 절묘한 비경이 속살을 드려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지역특성 개발이란 이름으로....
덤으로 미답지 구룡계곡까지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거봉산악회 회장님 이하 노력하신 님들께 감사드리며...
난 오늘의 여정을 맺는다
원성스님의 “자유인”이라는 글귀를 읊조리며 우리의 도착지
육모정(六茅亭)앞에...
“큰 산은 추위와 더위에 의연하며
바다는 더럽고 맑음을 가리지 않는다.
하늘은 크고 작은 것에 마음을 두지 않으며
대지는 사랑을 나눔에 아낌이 없다.
태양은 그림자를 드리워 새로운 내일을 기약하며
달빛은 어두운 나락에 희망을 건네준다.
구름은 모였다 흩어짐에 걸림이 없고
바람은 형상을 버려 자유롭다“
함께한 여러 산님들 즐거웠습니다... 건강하세요.
첫댓글 백두 대간 산행 모습들을 잘 펼쳐 놓았네요 지나온 길이 다시 한번더 생각나게 하는 좋은 글이네요.
후기 잘보고 갑니다 근데 누구신지는 잘모르겠네요...........
서툰 글 솜씨로 지나온 흔적을 표현한다는게 쉽지가 않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손님
걸음이 빠르셔서 산행중에는 만나기가 싶지 않더라구요.
구룡폭포에서 만났지만 사진은 사양하시더니
시간을 내셔서 산행길 되돌아 보게 잘 쓰셨네요.
감사합니다.
항상 활기차시고 건강한 발걸음 되시길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