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언제나 유혹과 설렘의 연인이다. 파도는 코발트빛 바탕색에 끊임없이 흰 포말을 색칠한다. 소박한 갯마을의 모습도 정겹다. 새벽에 항구로 돌아오는 고깃배의 풍광은 아름답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블루로드가 끝없이 이어진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7번 국도가 확 뚫렸다. 이젠 거침없다. 올여름 휴가는 호랑이 등줄기를 타고 통일전망대까지 신이 나게 달릴 수 있다.
◆20여 년 만에 완공 7번 국도의 4차로 확장공사는 경북 동해안의 최대 숙원사업이었다. 지난해 말 마지막 공사구간으로 남아 있던 울진군 기성면에서 원남면까지 11.9㎞가 완공되면서 포항에서 울진, 강원도 동해까지 171㎞ 구간이 연결됐다. 포항에서 울진(강원도 경계)까지 137.8㎞에 이르는 국도 7호선 4차로(폭 20m) 확장공사는 1989년 포항∼청하(18.1㎞) 구간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그동안 굴곡이 많던 2차로 도로는 통행불편과 안전을 위협해 왔으나 확장공사를 하면서 굴곡을 크게 줄이는 등 교통 환경 개선을 통해 영덕에서 삼척 구간까지 기존 대비 운행 거리 7.4㎞, 운행시간 43분을 단축했다. 특히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포항의 철강과 삼척의 시멘트, 동해안의 농·수산물 등의 물류 수송체계가 개선돼 동해안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7번 국도 해수욕장-최고의 피서지 동해안은 여름 휴가철에 가장 인기 있는 최고의 피서지다. 강구항에서 축산항까지의 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정도로 운치가 있다. ‘영덕 블루로드’는 동해 최고의 해안길로 사랑받고 있다. 7번 국도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뻗어 있다. 해안에는 맑은 바닷물을 품은 유명한 해수욕장이 상품진열장처럼 쫙 깔렸다. 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아무 곳에나 내려도 좋다. 곧바로 바다를 즐길 수 있어 내리는 곳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감포·구룡포·송도·칠포·월포·화진·장사·고래불·후포 등 경주, 포항, 영덕지역의 해수욕장은 대구경북 주민에게는 가장 친근한 피서지다. 더위를 피해 매년 이곳에 몰려드는 피서객은 무려 400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 시원하게 개통된 7번 국도를 따라 올여름은 피서인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번 국도의 애환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에 하나뿐인 연안 교통로인 7번 국도는 해마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당연히 대구경북인들의 동해안 피서길은 20년 동안 ‘교통지옥’이었다. 이런 교통난은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철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행락철인 봄·가을, 연휴와 명절 때면 늘 겪는 고충이었다. 폭설이 내리는 겨울철도 마찬가지다. 포항에서 왕복 4차로의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30여 분을 달리면 영덕이다. 영덕읍을 막 지나면 차량 속도가 시속 80㎞에서 60㎞로 뚝 떨어진다. 영덕군 축산면~병곡면~울진군 후포면~원남면~울진읍을 거쳐 강원과 경북의 경계지점인 울진군 북면까지 88㎞는 왕복 2차로의 좁고 꼬불꼬불한 도로로 곳곳에 병목현상이 초래됐다. 이 같은 ‘찔끔 공사’를 두고 모 국회의원은 “동해안 7번 국도 4차로 확장공사를 한 지가 20년인데 이 같은 진척 속도는 달팽이가 20년을 이동하는 속도의 10분의 1”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찔끔 공사 구간인 포항∼영덕 병곡(64.7㎞)은 16년 만인 2005년에, 울진 원남∼강원도 경계(36.6㎞)는 10여 년의 공사 끝에 완공됐다. 영덕군 병곡∼울진군 평해(14.02㎞), 울진 평해∼기성(10.05㎞), 기성∼원남(11.4㎞) 등 세 구간은 2003년에야 착공했다. 마지막 공사 구간인 영덕 병곡~울진 원남 35㎞가 지난해 말 준공되면서 전체 7번 국도 확장공사는 무려 22년 걸렸다. 지난 1990년에 착공한 인천~군산~목포를 잇는 서해안 고속도로 353㎞가 불과 11년 만에 완공된 것에 비하면 3년 정도에 끝낼 수 있었던 공사를 20년이나 끌어 온 셈이다.
[7번국도를 따라서] 동해안의 비경
# 쪽빛바다와 맞닿은 해안선, 눈을 뗄 수가 없네
동해안 7번 국도를 시원하게 달렸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해안선은 아름다웠다. 정겨운 어촌풍경! 아름다운 항구!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었다. 7번 국도 동해안 해변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그동안 그 길이 순탄치 못해 경북의 경계선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젠 낯설었던 강원도 해변도 지척이다. 정동진의 일출도, 분단된 조국의 한과 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는 고성 통일전망대까지도 거침없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아름다운 여행코스 7번 국도 여행은 대구를 기준으로 하면 포항에서 출발한다. 영덕-울진을 거쳐 강원도 삼척-동해-강릉-속초-고성 통일전망대 코스다. 지역마다 볼거리, 먹을거리 등이 즐비하다. 아름다운 해변길로는 영덕 ‘블루로드’가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정도로 운치가 있다. 울진 원남면 덕신리-망양정까지 171㎞의 해안도로는 ‘쪽빛 바다’다. 동해안 중 가장 멋진 해맞이의 명소는 양양 낙산사다.
◆강릉…아! 정동진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간이역이다.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된 후 정동진은 명소가 됐다. 주변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이다. 정동진 바닷가에는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가 있다. 또 하나의 명물은 해안 절경의 산 정상에 우뚝 서 있는 환상적인 썬크루즈 호텔이다. 호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정동진 해안은 정말 아름답다. 정동진에서 강릉 방향으로 가다가 만나는 함정전시관은 1969년 9월 18일 이곳으로 침투하다 암초에 좌초된 북한잠수함과 퇴역함정 전북호가 전시돼 있다.
◆38선 양양군 현북면 잔교리에 38선 표지석이 있다. 38선 휴게소 한쪽에 서 있는 표지석은 지난 1988년 10월 1일 세워졌다. 38선은 1945년 해방 후 미군과 소련군이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분할했다. 그후 1950년 6`25전쟁이 발발, 10월 1일 국군이 처음 반격을 개시한 장소가 이곳 일대의 38선이다.
◆천년고찰 낙산사-화재와 복원 2005년 4월 4일 밤에 발생한 강원도에서 난 큰 산불이 강풍에 번져 천년고찰 낙산사가 화를 당했다. 1천3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낙산사는 화재로 20여 채의 목조건물과 ‘낙산사 동종’(보물 479호)이 불에 소실됐다. 유일하게 화마를 당하지 않은 곳은 의상대와 홍련암이다. 화재 이후 현재까지 소실된 전각을 대부분 복원했지만, 아직도 공사 중이다.
◆매력적인 고성 화진포의 해변은 정말 아름답다. 화진포 소나무 숲에는 ‘김일성 별장’이라고 불리는 ‘화진포의 성’이 있다. 6·25전쟁 전인 1948년부터 1950년까지 북한의 김일성이 가족과 함께 여름 휴양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당시 6살이었던 김정일이 별장 계단 위에 앉아서 찍은 사진이 남아 있다. 근처에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과 이기붕 부통령의 별장도 있다. 당시 남북의 최고 권력자들이 모두 화진포에 별장을 두고 있었다는 건 이곳이 최고의 피서지였음을 알 수 있다.
◆통일전망대까지 우리나라 남한 땅 최북단. 통일전망대다. 통일전망대는 분단의 아픔과 망향의 한을 달래고 통일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지난 1984년 금강산과 인접한 현내면 명호리 해발고도 70m 지점에 전망대를 완공했다. 통일전망대에서는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과 해금강 등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어 요즘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통일전망대 인근에는 지난 2009년 8월 개관한 DMZ 박물관도 있다.
# 펄떡펄떡 싱싱한 놈이 4인분에 5만원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여행의 묘미 중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여행하면서 머무는 곳마다 토속 맛집을 찾는 것은 여행을 두 배로 즐겁게 한다. 동해안 7번 국도변은 가는 곳마다 독특한 음식점이 즐비하다.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삼척 장호항을 바라보면서 싱싱한 회맛을 보는 것은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울진 해천탕 울진은 영덕과 더불어 대게의 고장이다. 울진군이 개발한 미식의 대명사는 ‘해천탕’이다. 해천탕은 음식 재료가 화려하다. 토종닭에 송이, 전복, 해삼, 가리비 등을 넣고 여덟 가지 약재를 추가해 푹 고아 낸 건강 보양식이다. 근남면 진복리 해오름식당(054-783-0300)을 찾으면 해천탕을 맛볼 수 있다. 직접 기른 토종닭에다 울진 옹기에 탕을 담아낸다. 해천탕 국물에 야채와 찹쌀을 넣어 끓인 걸쭉한 죽도 맛있다. 가격은 4인 기준 5만5천원이다. 2시간 전 예약해야 한다.
◆삼척 곰치국 곰치국이 별미다. 곰치국은 물곰탕이다. 삼척해수욕장 내 바다마을(033-572-5559)이 유명하다. 대구경북과는 달리 묵은김치를 숭숭 썰어넣고 곰치 살을 듬뿍 넣어 소금간으로 푹 고아 낸다. 시원하고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곰치 살은 마치 순두부처럼 흐물흐물 풀어져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할 정도로 살이 연해 ‘바다 수제비’라고 부른다. 맛은 검은빛이 나는 수놈이 더 맛있다. 1인분 1만2천원. 물 회는 삼척항과 임원항에서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강릉 초당순두부 초당순두부와 남항진 동치미 막국수가 대표적인 별미다. 초당순두부 전문점은 강릉 경포대 주변에 즐비하다. 동치미 막국수도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삼교리 남항진점(033-653-0993) 등에 손님이 많다.
◆속초 아바이순대 속초의 대표 음식 중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 대포항 소라네 새우튀김이 유명하다. 아바이순대는 돼지 대창에 선지와 찹쌀, 우거지, 숙주 등을 버무려 넣고 쪄낸 것이다. 오징어순대는 돼지 대창 대신 오징어를 쓴다는 점이 다르다. 냉면도 별미다. 가오리나 편육 대신 명태나 가자미식해를 넣는다. 청호동은 최근 들어 먹을거리 촌으로 변하고 있다. 속초 중앙시장에 있는 감나무 집(033-633-2306)은 감자옹심이 전문이다. 보기에는 허름해도 30년을 이어온 속초의 명물 맛집이다. 속초의 순두부도 유명하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 좌회전을 하면 유명한 학사평 순두부 마을이다. 이 중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집(033-635-9520)이 유명하다. 1965년부터 약 45년 동안 순두부를 만들어 온 곳으로 메뉴는 순두부 하나뿐이다.
◆정동진 맛집 관광지라 맛있는 집이 즐비하다. 그 중 심곡쉼터(033-644-5138)는 감자옹심이, 수수부꾸미, 감자송편 등 강원도 토속음식만 취급한다. 정동진에서 금진방향의 심곡항 초입에 있다.
◆주문진시장 우보횟집 싸고 맛있는 회를 즐기려면 주문진시장을 지나치면 후회한다. 특히 대구경북인들을 친근하게 반기는 우보횟집(033-662-8755)이 있다. 5만원 정도면 3, 4명이 싱싱한 회를 실컷 먹을 수 있다. 주인 최광국(63)`김숙희(61) 씨 부부는 20여 년 전에 대구에서 주문진으로 와서 우보횟집을 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영남향우회를 조직해서 회장을 역임하는 등 고향사랑에 열정적이다. 최 사장은 “주문진시장 내 횟집은 2㎞ 떨어진 청정 바닷물을 끌어와서 사용하기 때문에 가장 깨끗한 회를 드실 수 있다”고 소개한다. 주문진시장 입구에는 큼지막한 귀신고래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귀신고래의 정식 이름은 ‘한국계 회색 고래’다. 고래 이름 중 ‘한국’이 들어간 유일한 고래로 신출귀몰하게 도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몸길이는 15m, 몸무게 36t, 수명은 50~60년 정도라고 한다. 최근 학계에서 러시아 사할린 바다에 120여 마리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귀신고래는 1960년대 주문진 앞바다에서 많이 잡혔으나 1970년대 주문진시장에 팔린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