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목수가 살았다.
그는 남들이 인정하는 솜씨좋은 목수였다.
어려운 시절이였지만 워낙 솜씨가 좋다보니까
그에겐 늘 일이 많았고 가족이라곤 아내와 아들 둘 딸 하나~
그시대엔 단촐한 가족이였다.
그 목수는 외동딸을 특히 귀여워했다.
일을 마치고 돈을 받아오는 날엔 장에 들려 외동딸의
댕기를 사거나 꽃신을 사다 주는걸 좋아했다.
남들은 하나 갖기도 어려운 꽃신을 색색이 갖쳐주고
날마다 다른 댕기를 하는 것으로 그 시대의 귀한 딸 대접을 해줬다.
목수는 여러동네를 다녀봄으로써 아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날은 비가 오는 날이라 목수가 일을 안가고 동네 마실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중신아비가 길을 묻는 거였다.
이동네 19살 된 처녀 중신을 설려고 왔는데
성은 이씨고 키가 크다고 한던데 그집이 어디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동네는 이씨만 모여사는 씨족마을이고 그해 19 살 먹은 처녀는 작으마치 8명이나 됐다.
목수는 호기심도 생기고 자신의 딸도 19살이라서
중신애비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어느집 자제인지를 물었다.
20리쯤 떨어진 곳이지만 이름을 알만하고 밥술이나 먹고사는 한 훈장집 둘째 아들이라고 했다.
목수는 솔깃해졌다.
그집이라면 시아버지될 사람이 그 고장에선 덕망이 있고
큰 아들은 서당을 하고 있고 농사도 제법많고 일꾼도 4명이나 있는 꽤 욕심나는 혼처였다.
목수는 중신아비를 자기집으로 데리고 갔다.
자기딸을 보여주며 19살 먹고 키도 크고 이씨집 딸이라고 했다.
그건 사실이였다.
그러나 엄연히 그건 새치기 사기다.
중매장이가 온다고 음식장만을 하고 처녀가 꽃단장을
하고 기다리는 집은 따로 있었으니~
중매장이는 처녀를 보고 아주 흡족해하며 이참에 아주
사주단자를 받아가 버리자고 했다나~
아마도 목수가 더 서둘렀음이리라~
뒤 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다른 처녀집에서 펄펄뛰며 난리가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그 당시 풍습으로 먼저 정혼을 정한 사람이 있으면 양보하는 수밖에~
그리하여 이씨 처녀는 한씨집 둘째 아들에게 시집을 가게된다.
식구도 단촐하고 논 밭일도 없던 친정에서 수예나 하면서
밥짓고 청소하는 것 밖에 모르던 이씨 처녀는
9 남매의 대장손집 일꾼을 포함한 식솔들만 자그만치 17명이나되는 집의 둘째 며느리가 된것이다.
이씨 처녀는 한씨집 둘째며느리가 되었다.
그런데 한씨총각 귀에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씨 처녀가 고집도 무지세고 할말을 딱부러지게 하는 대찬 처녀라드라~
인공때 순사가 오빠를 잡으러 왔는데 자기 손으로
오빠를 나무청에 숨겨두고 순사한테 하는 말
찾아서 잡아가 부시요~
날마다 순사들 와서 성가시게 하는 바람에
우리 엄니 애간장 다 녹아불겄소~
난 오빠 보다 엄니가 중한께 제발 잡아가 부시요~
어디 숨어있는지 알면 내가 잡아다 갇아 불고 싶소~
이렇게 나오니까 설마 집에는 없겠지 하고 순사가 그냥 가버렸다나~
어쩧든 한씨 총각은 초장에 이 처녀 기를 꺽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궁리끝에 한가지 꾀를 냈다.
"나와 결혼 했으니 내 버릇을 한 가지 말해주리다.
난 마을 뒤 대밭에 있는 우물에서 한 밤중에 떠온 냉수를
한바가지 먹어야 힘을 쓸 수있고 잠을 자는 이상한 버릇이 있소.
지금껏은 내 어머니가 그리해주었는데
이제 결혼도 했으니 당신이 해 주시구려~"
때는 바야흐로 눈발이 휘날리고 칼바람이 불어대는 동지섯달 이였음이다.
새색시는 신랑의 이상한 버릇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처음하는 부탁이니 안 들어 줄 수도 없고 그러마고 했다.
그러나 한 밤중의 마을 뒷쪽은 너무 무서웠다.
시커먼 산길과 대밭의 으시시한 바람소리~
아무리 간 큰 이씨 처녀였다지만
이제 20살의 어린 신부혼자 그 길을 가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신랑에게 말했다.
나 혼자는 도저히 무서워서 못 가겠으니 당신이 같이 가서 우물옆에 서 있어달라고~
마음 약한 순진한 신랑의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순간이다.
하는 수없이 그러마고 하고 따라 나섰다.
밤바람은 몹시도 추웠고 길은 미끄러웠다.
간신히 물을 떠 왔지만 추운 겨울밤 온 몸이 떨려 죽겠는데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어이 마시고 싶을까~
허나 한 말이 있는데 하는 수없다.
새 신랑은 찬물을 벌컥벌컥 마셔야 했다.
둘쨋날이 되자 신부가 먼저 물을 뜨러 가지고 한다.
신랑은 가기 싫었지만 따라 나섰다. 그날은 더 추웠다.
도저히 찬물을 먹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신부가 가지고 간 바가지는 어제것 보다 훨씬 큰 거였다.
기왕에 고생한 김에 많이 마시면 효과가 더 하지 않겠냐는 신부의 갸륵한 맘씨~
신랑은 죽을 맛이였다.
셋째날 눈이 펑펑 쏟아졌다.
신부가 또 물 뜨러 가자고 한다.
신랑은 끌려 가다시피 했다. 신부가 든 그릇은 함지박이다~
신랑은 이쯤에서 무릎을 꿇었다.
당신의 정성에 내 병이 다 낳았노라고~
신부가 완전히 기선을 제압하는 사건이였다.
그 후 신랑은 감히 신부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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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친정 부모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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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트
옛 이야기
푸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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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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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는 길들이기가 뭔지도 모르는데 그저 하자는데로 지금것 살고있으니 참 바보인가요 제가...
숲님,그건 현명한 바보...ㅎㅎ ^^
와~~ 재미있다...오랫만에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입니다....그럼 또 후속편이...."기왕에 고생한 김에 많이 마시면 효과가 더 하지 않겠냐는 신부의 갸륵한 맘씨~ " 재미 있습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