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시인) :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 마음이 멀면 사는 곳 또한 자연히 외진 곳이 된다는 도연명의 시구가 있다. 어느날 문득 서울을 떠나 원주 관덕마을로 집을 옮긴 소설가 이인휘, 그는 집만이 아니라 혼을 붙잡고 있던 작가적 삶도 이사를 해버렸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삶의 터를 옮긴 그를, 그의 작품을 도무지 만나지 못했다. 이따금 전화기 건너에서 먼 안부를 묻고는 했다. 그랬다. 그런 줄 알았는데 눈을 감았다 뜬 것처럼 십여년을 건너뛴 시공간의 강원도 원주의 어느 식당에, 식품공장에서 일한다는 그가 진짜 찐빵을 들고 나타났다.
인생이 찐빵의 팥소만큼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의 신성한 노동의 땀방울들이 서리서리 펼쳐진다. 지난 일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일어서게 하는 역사가 된다는 것, 그리하여 내일을 밀고 나가는 나침반의 등불이 된다는 걸 믿는다. 이인휘의 작가적 삶이 그와 같다.
그의 소설을 읽는다. 땅바닥이 꺼지기도 했으리라. 작가의 한숨과 불의한 시대 앞에 이를 악문 눈물과 타오르는 소설정신을 들여다보는 별들의 밤하늘, 세상의 반짝이는 것들이 어둠을 가르며 지상에 내리고 있었다.